2부가!!!!!!!!!!!! 돌아왔습니다!!!!!!!!!!!!!!!!!!!!!!!!!!!!!!! 1달 쓰차+혐생하면 인티고 뭐고 망하는거에요 죽고싶었어요 너무 미안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같이 달립시다 이제 방학이니까 그리고 이제 반 왔으니까 아직 반 남았으니까!!!!!!!!!!!!!!!!!!!!!!!!!! 와아ㅏ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ㅏ아앙!!!!!!!!!!!!!!!!!!!!!!!!!!!!!!!!!!!!!!!!!! 앙근이 버리지 마.. 책 많이 읽고 왔단 말야 필력 보충해왔단 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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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카페 테이블을 끼고 앉은 순영이가 물었다. 턱을 괴고 나를 올려다보는 맑은 눈.
“좋아하는거 같은데.”
그 앞에는 늘상 먹던 청포도 에이드,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음악 소리와 사람들 말소리가 섞여 울리는 창창한 여름볕에서 순영이가 묻는다. 무슨 질문인지도 모른채 나는 부정만 한다.
“아니야.”
“진짜?”
“내가 무슨, 어?”
“아냐, 내가 봤을땐 너 맞아.”
“하이구, 당사자가 아니라는데.”
“자각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는거지, 뭐.”
“아니야. 이건 진짜 아니라고.”
“알겠어, 알겠어.”
아메리카노를 쪽 빨아들인다. 뭐라고 물어본건지 곰곰히 생각한다. 대체 누굴 좋아하냐는걸까? 아무리 머리를 뒤져봐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애가 나빠보이고 그러진 않던데.”
“?”
“너무 모질게 굴진 말고.”
“야, 그런데 너 아까 누구를,”
“좀 상냥해져도 돼. 그런다고 나 삐치고 그러는거 아니니까.”
얼음이 녹는 소리, 찰카닥. 시간이 따라 멈춘다. 그러고보니 이 카페, 어디지? 와본 적 없는 곳인데. 여긴 언제부터 와 있었더라? 사람들 말소리, 음악소리, 부산한 움직임들이 파도처럼 빠져나가고 이명이 들릴듯한 고요만 남는다. 이상해.. 순영이는 멈춘 세상을 모두 뚫고 홀로 웃는다.
“네가 그랬잖아.”
빨대 하나 움직이지 않는 컵을 흔들어보려다 고개를 든다. 세상 가장 눈부신 웃음을 짓는 내 순영이가 여름볕에 하얗게 녹아들어간다.
“걔는 나라고.”
눈이 부셔 인상을 찡그린다. 볕이 더 세진다. 순영이의 이목구비마저 빛에 부서진다. 순영아? 불러봐도 사방이 고요한 그 속에서 순영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테이블이고 뭐고 전부 빛이 집어삼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중에 나는 덜컥 두려워진다. 순영아, 갔어? 어딜 갔냐는 걸까. 왜 나는 나도 모르는 질문을 하고 있나. 영아, 아주 간거야? 뭘 물어본거냐니까. 가르쳐주고 가야지. 사방을 둘러봐도 이젠 온통 하얀색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르다 부르다 나도 모르게 악을 쓰고 있었다. 목이 터져라 이름을 외치며 흰 그 속을 헤맸다.
“순영아?”
그래.. 기억나지 않는다면야 뻔하지. 다 꿈이지. 축축한 몸을 뒤틀어 이불을 젖혔다. 다리는 웬일로 조용했다. 창밖엔 머리를 처박은 비행기가 드러누웠고 지금 시각은 새벽 5시. 그렸으나 볼 수 없었던 얼굴이 잔상처럼 아른거려 눈이 시렸다.
아내가 꿈에 다녀갔다.
왈칵, 눈물둑이 터졌다. 뺨을 적시는 것에 내가 다 놀라 몸을 떨었다. 짠 맛. 그리움을 누르고 눌러 만든 너의 맛. 미안해. 아직도 네가 물어보던게 뭐였는지 나는 모르겠어. 손으로 얼굴을 가만히 가리고 숨을 죽였다. 짧은 들숨과 날숨. 이렇게, 얼굴을, 가리고, 있으면, 시간이, 지나갈거야. 나를, 너를, 우리를, 보지 못하고.
그러니까 순영아, 그 틈에 조금만 쉬었다 가라. 얼굴 좀 보여주고 가.
네가 물어본게 뭐였는지 가르쳐주고 가.
내가 생각한 그 질문이 맞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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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6월이 다 지났는데 밖은 벚이 피었다. 바람 따라 눈같은 꽃송이들이 날렸다.
오랜만에 창고를 정리하겠다고 열었더니 부모님께서 묵혀두신 LP며 CD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먼지를 고스란히 들이마셔 기침을 해가면서도 죄다 거실로 끌고나와 펼쳐놓으니 분량이 제법 되었다. CD만도 어림잡아 1000장은 넘을 것 같은데. 하루를 쏟아붓자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아이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남겨둘 것과 팔아치울 것을 분류해 더미를 쌓기 시작했다. 라이브라곤 생판 들어본 적도 없는 몇십년 전 음악들이 쏟아져나왔다. 어머니의 반골 기질이 그대로 박제된 락 앨범들만도 500장은 넘었다. 들어보라시던 것들을 따로 쟁여두고 나머지는 죄 팔아치우기로 했다. Coldplay, Travis, Oasis 등등 혀에 설익은 밴드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럼블피쉬, 러브홀릭, 체리필터.. 들어봤어야 알든말든 할텐데 앨범 커버에 사진이 없으면 솔로인지 밴드인지조차도 알수없는 이름들도 태반이었다. 사람들이 음악을 하던 때가 있었다니. 습관처럼 전쟁의 여파를 웅얼거리시던 어머니가 일순 이해가 될 듯도 했다.
“뭐하세요?”
설거지를 끝낸 아이가 등 뒤를 기웃거리다 물었다. 흠칫 떨며 비껴나 앉았다.
“창고정리.”
아이가 CD 한 장을 주워들고 이리저리 유심히도 살폈다. 여자의 흑백사진 맨 밑에 적힌 이름은 김윤아. 어디서 들어봤더라, 기억을 되살리다 자우림이라는 밴드에 가서 멈췄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이야기 해주신 적 있다. 자우림이란 이름의 뜻은 자주색 비가 내리는 숲이란다. 또 뭐라셨더라. 보컬 김윤아는 정말 대단했지. 희대의 싱어송라이터였단다. 그리고 또..
아이가 케이스를 열었다.
천천한 몸짓이었다. 유리조각을 받쳐들듯 조심스럽게 CD를 꺼내들고 거실 스피커로 다가갔다. 한창 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던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사뿐한 발걸음을 죽이고 동그마니 등을 돌아앉아 지고 몇 년만에 CD를 넣었다. 다같이 숨을 멈추는 시간. 트레이가 CD를 삼키자 아이가 버튼을 세번 눌렀다. 4번 곡. 팬 소리를 내며 스피커가 조용히 작동하더니 사위가 가라앉았다.
피아노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병적이기까지한 여름볕을 흰 얼굴로 고스란히 맞으며 창문을 내다보았다. 담 밖의 벚나무가 바람에 한들거리며 다시 꽃송이들을 토해냈다. 바람을 타고 눈조각들이 아름답게 절망했다. 노래는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그 비슷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것들이 있었던 시대는 지금과 얼마나 달랐으려나. 거긴 붉은 모래도 없었을까. 비행기도 없었으려나. 로봇은? 전쟁은? 그려지지도 않는 모습을 눈으로 더듬는데 아이가 일어섰다.
“...?”
시선은 여전히 창문에 붙박혀 있었다. 여전히 그리 빠르지 않은 몸짓으로 다가가,
창을 열었다.
밖을 돌던 바람이 숨을 들이키듯 집 안으로 불어왔다. 유리같거나 눈같은 것들이 덩달아 몸을 뒤채며 거실에 흩날렸다. 희고 흰 여름볕. 어디서 많이 봤는데, 더듬을 틈도 없이 아이가 조그맣게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들릴듯 말듯 명주실같은 가느다란 허밍.
강한 볕살에 눈이 아프도록 잔상을 쫓다가 아이에게로 가서 눈이 멈추었다. 창문 앞에 주저앉은 아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역광을 진 부연 실루엣을 따라가다 시선 두 점 앞에 발가벗겨진 기분이 되었다.
“... 나는 애만 태우네.”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톡톡 두드리던 아이가 마지막 가사를 뱉었다. 무엇을 보는지 가늠할 수 없는 저 눈. 아이는 나를 보고있으나 나를 보는게 아니었다. 아득한 피안의 그 어느메, 누구를 마중나간 것일까. 여전히 바람을 뛰노는 빛 파편들에 휘감긴 채로 아이가 입꼬리를 올렸다. 퍼뜩 정신이 들면 사라져 있을 표정.
아이의 고백. 그 이후로 대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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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은 전화를 끊고 갸웃했다.
'지훈이 목소린데.'
그 오랜 어느 옛날, 그가 서점을 지키고 앉았을때 까치발을 들고 죽어라고 책더미 너머 서점 저 안을 들여다보던 꼬마 아이. 형이라 부르고 싶어하기에 그러라 했고 코딩을 가르쳐 달라기에 알려주었더니 어느날 고백을 하던 아이.
‘목소리가 닮은거겠지.’
홈봇 주문을 끝내놓고도 의심이 떨쳐지지 않아 기분이 석연찮았다. 변성기가 한창인 새된 목소리로 덜덜 떨며 손을 붙잡던 고백. 순식간에 십몇년을 거슬러 승철은 노을지는 서점에 서 있었다.
‘형, 저, 그, 아는데요, 아, 그, 저도 남자고, 형도 남자고, 그,’
뭐가 그리 두려운지 닭똥같은 눈물이 맺히던 모습. 교복 소매가 축축한걸 보니 울며 왔으리라. 기억이 하나하나 되살아났다. 어찌 잊으려고, 그 순수한 마음.
‘저, 형, 그, 아 진짜, 미치겠네.’
‘왜 그래?’
‘형 진짜, 이거, 싫으신거 진짜 다, 이해하니까, 제발, 저랑 이제 모르는 사이 하겠다고는,’
‘알겠어, 알겠어. 안 할게.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이렇게 떨어.’
팔뚝에 손을 올리자 떨어지던 눈물. 동시에 숨을 들이켜고,
‘저, 형, 좋아해요.’
승철은 눈을 한번 깜박였다. 빨간색 하늘에 눈이 아팠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내 웃었다.
‘얌마, 니가 좋아하는게 뭔지나 알아?’
‘알아요. 헬로워드 기억나요? 형이 맨 처음 가르쳐준거. 그거 코딩만 짜면 형 생각이 난단 말이에요. 가슴 떨려서 죽겠다고요.’
여전히 그렁거리는 눈으로 억울하단듯 올려다보며 성토하던 것까지.
‘니가 아직 덜 커서 그래. 니가 누굴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는거야. 좀 더 크면 그때 다시 얘기해.’
‘저도 알건,’
‘알아, 알아. 너도 알건 다 알겠지.’
‘아, 형 진짜..!’
‘나중에!’
그저 귀여웠으니까. 승철은 별 생각 없이 카운터로 돌아와 앉았다. 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점을 나갔다. 오늘은 책 안 읽고 가네. 그는 그런 생각을 했다. 오렌지 주스 새거 꺼내놨는데. 다시 넣어야겠군. 승철은 냉장고 안을 어느새 가득 채운 오렌지 주스 팩 더미에 꺼내두었던 팩 하나를 도로 얹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서점 밖 창문에 이런 쪽지가 나붙었다.
‘Bye World’
근처 중학교 학생들의 실없는 장난이겠거니하고 쪽지를 떼어냈다. 여전히, 지훈이 그날부터 자취를 감출 줄을 그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것 하나 모르는데 앞으로 지훈을 얼마나 그릴지는 알았으려고. 승철은 머리를 휘저으며 생각을 떨쳐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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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귀가 간지러웠다.
‘내 욕 한번 찰지게도 하네.’
지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긁었다. 나갔다 오는 사이 화면을 가득 채운 헬로워드 코딩을 말끔히 걷어내고 다시 빈 공백의 화면과 마주하고 앉았다. Hello World라.
‘형은 내 세상이라구요. 헬로 월드.’
그땐 참 멋있는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얼마나 오글거리는지. 그러고 나서 그 다음날 그 서점에 또 뭘 붙였더라? 뭐? 바이 월드? 낯간지러운 기억들에 지훈이 몸서리를 쳤다. 젠장. 왜 내가 사서 무덤을 파냐. 눈을 한번 깜빡거리고 다시 부릅 떴다. 곧 있으면 정한이 돌아올 시간이다. 그 빌어먹을 홈봇 수리서를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오면 축하나 해줘야지. 돈 준다는데 안 버릴 사람이 어디 있어.
작업 깨나 된다 싶더니 그새를 못 참고 정한의 컴퓨터에서 사내 메일이 울렸다. 알람이 이어지는걸 보니 꽤 급한 것 같은데. 지훈은 별 생각 없이 의자를 끌고 가 정한의 사내 메일을 열었다. 뒤늦게 깨달았다. 제목이 심상치 않음을.
<국방부 홍지수 소령입니다 홈봇 병력 모집 관련 공지입니다>
지훈은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