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프냐?"
나에게 처음으로 다가와준 너. 처음이었다.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약을 먹으려는 핑계로 수돗가에 가면서, 살짝 울었다. 툭 던진 말이었음에도, 걱정이 잔뜩 묻어있는 그의 말.
학교에도 약육강식이란 것은 존재하는 법이었다. 등교할 때마다 내 책상은 쓰레기투성이가 되있었다.
쓰레기를 치우고보면 이젠 마구마구 휘갈긴 욕설들이 보인다. 지우고 지워도 다음날이면 새로운 낙서들이 휘갈겨져있었다.
그래. 다 참을 만 했다. 그냥, 전학생을 향한 텃새이리라 생각하고 애써 무시하면 된다.
그런데, 진짜 참기 힘들었다. 지나가면서 슬쩍 앞섬을 치고가는 그 손길들. 그리고 책상에 낭자한 성적인 욕설들.
그것들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사창가에서 매번 들었던 말들이었다. 그 낙서들만 보면 그때의 그 목소리들이 환청이 되어 귀를 찔렀다.
홍빈아.
......
...있어봐. 내가 치워줄게.
내 책상을 치우는 원식이를 바라보다, 교실을 나가버렸다.
학교 뒤 쓰레기소각장 앞에서,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내가 힘든 걸 떠나서, 원식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같은 애가 뭐라고 저러는 원식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겨우 울음을 그치고 정신을 차리고보니 서서히 숨이 가빠왔다. 약을 먹으러 서둘러 체육관 옆의 수돗가로 달려가는데,
"야."
날 괴롭히던 무리 중 한 명이 나를 부른다.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은 채 나에게 터벅 터벅 다가오는 그 아이.
그러면서 내 몸을 위아래 쓰윽 훑어보는 그 시선.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 앞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지... 지금 몇시지? 눈을 떴지만 어둠 뿐이다. 빛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이 곳.
아무도 없고 어두운 곳에 나 혼자 갇혀있다.
손끝이 달달 떨려왔다. 숨이 가빠왔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사...살려주세요..."
있는 힘껏 문을 쾅쾅 두들겼지만, 문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점점 숨이 빨라지고 있었다. 갑자기 서울에서의 예전 악몽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눈물이 났다.
"살려줘!!제발...원식아..."
쾅-하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눈앞이 다시 밝아져왔다. 희미하게 보이는 실루엣은,
날 가둔 그 아이들이었다.
"야, 벗겨."
아...안되...
서너명의 손길이 내 셔츠를 벗기고 있었다. 눈앞이 다시 까매졌다.
예전의 악몽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제... 제발 하지마..."
"야, 가만히 안있을래?"
"야, 닥치고 다리나 벌리고있어 걸레야."
버클에까지 닿는 손길에 이젠 저항할 힘 마저 빠져나갔다.
똑같았다. 그사람들과. 나이와 장소만 다를 뿐.
쾅-
아...씨...
야, 일단 도망가.
징그러운 손길이 떨어져나가고, 나에게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ㅇ..원식아...
난 다시 정신을 잃었다.
조심스레 나에게 물어보는 원식이에게 용기를 내어 모든것을 말했다. 원식이는 약간 놀란 것 같았다.
다시 불안해졌다. 내 과거를 알아버린 원식이가, 이제 날 피하면 어떡하지...
더럽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넌...더럽지 않아."
너무나도 따뜻한 그의 말에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원식아...너무 고마워...
아, 원래 이번 외전편으로 끝내려고했는데...
자꾸 컴이 꺼졌다다시켜지고해서 결국 또 끊어버렸네욯...
이 망작...언제 끝낼련지 원...
뭐 얼마 안남았긴 하지만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