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웬수
w. 설
싸가지 없는 이웃집. 다시 한번 둘러봐라,
혹시 인연이 있을지 모른다.
시끄러워. 경수는 오도독 생밤을 입에 까 넣으며 말했다. 오늘로서 횟수로 따지자면 약 10번 정도 된 것 같다. 이주일전 이사온 윗 집, 즉 302호에서 정체 불명의 소음이 밤낮 할 것 없이 들리는 것이. 302호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는건 아파트 앞 정자에 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머니들과 엄마에게 들어 경수가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면 뭐 어때. 선천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수에게 윗집의 이사는 그저 동네 아주머니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연예인들 취급 따위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일이란 말인가. 윗집의 이사는 무관심의 절정 경수의 심기를 심하게 건들이기 시작했다. 부부싸움이라도 하는건지 와장창. 쿠르르 쾅쾅. 따위의 눈살 찌푸려지는 소리가 매일 나지 않나. 드릴 소리가 들리질 않나. 불행중에 다행인 점은, 그렇다고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경수는 25살의 취업 준비생이었다. 말로만 취업 준비생이지, 사실 백수나 다름 없었다. 내가 고3이었다면 저 잘난 윗집 상판때기를 날려버렸겠지, 경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 정말 안전한 걸까. 윗집에 설마 살인자가 사는게 아닐까.
“ 도대체 윗집에선 뭘 하길래 저렇게 시끄러워? ”
“ 알았으면 이러고 있겠니. ”
“ 내가 뭐라고 해주고 와? 거참 시끄럽네. ”
“ 이삿집 센터 왔나보지. ”
“ 무슨 윗집은 2주일 동안 이사한대? 이 코딱지 만한 집구석.. 아, 아 알았어. ”
예.예 제가 죄인이죠. 경수는 눈을 치켜뜨고 매섭게 노려보는 엄마의 시선에 꼬리를 내렸다. 바락바락 더 대들다간 결국 취업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는 뻔한 레파토리가 진행될 것이다.분명. 그러면 진짜 죄인이 되는거겠지. 엄마의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경수는 순한 양이 되곤 했다. 대한민국의 딸들 아들들이 간혹 특별한 경우빼고 성적 앞에서는 부모님의 애교쟁이가 되는 부류와 비슷한 행동이었다.
“ 엄마가 나중에 한번 올라갔다 와야겠다. 이건 너무 심하다, 경수야. ”
“ 윗집에 설마 깡패 살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
“ 얘는. 너 영화 너무 많이 본거 아니니? 별 말 없었으니까 걱정 마. ”
“ 혹시나. ”
그런거 걱정할 시간에 취업 걱정이나 더 해. 손을 번쩍 들어 주먹을 불끈 쥐는 엄마의 행동에 경수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내가 갔다 올까? ”
“ 아니야. 나중에 부녀회 아줌마들이랑 같이 다녀와야지. ”
“ 지금 가려고? ”
읏차. 아빠 다리 하고 있던 다리를 쭉 뻗고선 기지개를 피는 엄마를 경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김여사, 어디 가시려고? 김 여사는 무슨. 경수의 장난끼 섞인 목소리에 혀를 끌끌 차던 경수의 엄마는 무릎에 잔뜩 묻은 밤 껍질을 대충 탁탁 털어 대고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 진짜 가? ”
“ 엄마가 너한테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 맡아야 되니? ”
“ … 아, ”
“ 잔말 말고 얼른 들어가서 면접 준비나 해. ”
쾅. 경수의 머리가 살짝 꿀밤을 먹인 뒤 웃으며 화장실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경수는 인상을 찡그리며 슬쩍 바라보았다. 성질 좀 죽이시라니까. 오도독. 경수의 입에 들어간 밤이 부셔지는 경쾌한 소리가 거실에 울려 펴졌다. 이제 곧 시작이다. 이렇게 평온한 일요일의 오후는 오래가지 못했다. 단지,
드르르르륵.
적막을 깨는 드릴 소리만이 울릴뿐이었다. 에이씨. 경수는 약속이나 한듯 꼬질한 회색 추리닝 바지 속을 뒤져 귀마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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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잡엔 처음으로 써보는거라 괜히 두근두근 거리네요 ㅎ.ㅎ
커플링은 위에 써있듯 세디구요 소설은 중편정도로 구성될 것 같습니다. 세훈이는 다음편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