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 에피소드 스릴러<세피아의 지하철> 19~完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1/8/a1888b842f8461965f5b853cce3ebca4.gif)
Episode thriller
세피아의 지하철
19
20
혼자 남겨질 그 날들보다
잊혀질 날들이 눈물겹다
너를 가질 수 없는 것보다
나를 줄 수 없음이 아프다
(넬/Slip away 中)
| 19 |
"빨리도 왔다." "…차학연은." "만나게 해줄 테니까, 우선 이 사람 몸부터 좀." "……."
한상혁이 말했다.
이재환이 원하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교수의 바램대로 뭣도 아닌 쓰레기들이 하루 빨리 세상 밖으로 밀어지고 그녀를 독차지하는 것이었다. 이홍빈이 떠난 뒤 개찰구에 남게 된 셋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똑바로 눈을 뜨고 있는 게 버거운지 계속해서 두 눈을 흡뜨는 것을 지켜보던 한상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김원식은 메마르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에 대한 죄책감은 딱히 없었다. 죽어야 할 목숨이 조금 빨리 떠나게 된 것 뿐이라고 이재환은 생각했다. 한상혁이 이재환에게 무어라 말을 건넸고 김원식은 그걸 듣지 않았다. 아니, 듣지 못했다. 더 이상은 무리인 듯 했다. 이제 그에겐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존재치 않았다. 한상혁의 말에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의 잠금화면을 해제시킨 이재환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출구는 뚫린지 오래였다. 그러나 그 셋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내 이재환의 전화를 받고 지하철의 개찰구로 내려온 정택운이 부족했던 숨을 고르느라 잠시 가슴팍을 느리게 헐떡였다. 그는 차학연을 찾았다. 한상혁의 말에 정택운은 시선을 내려 쓰러져 있는 인영으로 다가갔다. 일부러 허술하게 봉합을 했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이 가능했던 추측이 현실로 다가오자 정택운은 빠르게 뛰는 심박을 느낄 수 있었다. 손이 떨렸다. 떨리는 움직임으로 서류 가방에서 의료기구들을 꺼낸 그가 급하게 소독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멍청하게 시선을 받아내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걸 정택운은 알았다. 그가 시선을 돌려 다시 소독수에 의료기구들을 텀벙거리며 씻어 나갔다.
또 한 번의 인기척이 들렸다. 왜인지 눈물이 나올 만큼 익숙하고 또 익숙한 그 분위기가 훅 닿아오자 정택운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느리게 그리고 정확하게 자신을 향하고 있는 눈동자에 정택운은 다시 눈이 뜨이리란 확신도 없이 눈을 깜빡였다. 그것은 그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무언가가 맞았다. 마주치는 시선엔 감히 말로는 표현치 못할 온갖 것들의 감정이 난잡하게 뒤섞여 공존했다. 정택운이 할 말을 잃은 사이 한상혁이 그를 재촉하며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정신을 차린 그가, 소독된 의료기구에 손을 가져다댔다.
이홍빈은 단 한 순간도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놓치면 혀라도 깨물 기세로 굳센 악력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던 이홍빈이 허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해서 올라간 입꼬리는 아주 잠시 동안 위태롭게 파들거렸다. 돌아가는 상황은. 좆 같았다.
"왜 네가 죽어야 하는지 알려줄까?" "……." "네 아버지가 나를 죽였고." "……." "나를 잊어버린 네가, 또 한 번 나를 죽였어." "……." "죽은 몸뚱아리 위로 국화꽃이 올려지는 그 기분을 네가 알아?" "……."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난 적어도 지금은 소득 있는 행동을 하고 싶어."
말을 마친 이홍빈이 어린 애 처럼 활짝 웃었다. 그 쯤 되자 이제 그녀는 모든 것을 체념하기 시작했다. 믿을 건 그 무엇도 없었다. 그저 자신만 그의 말대로 죽어준다면. 이 지독한 장난이 마지막을 맞이하리라는 것을 그녀는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뒤에서 멍청한 얼굴을 하고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진이와 아득한 기분에 휩싸여 제대로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있는 차학연. 앞에서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김원식과 그것을 빠르게 살려내려 진득히 애를 쓰고 있는 정택운. 방관하며 모든 일의 상황을 쥐고 있는 이재환과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혀로 입술을 축이고 있는 한상혁. 그리고 옆에서 마무리될 모든 것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는 이홍빈. 그녀가 맞잡은 이홍빈의 손에 꾹 온기를 실어넣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내딛는 걸음엔 미련이 없었다. 이홍빈이 들고 있던 봉투에서 성냥갑과 라이터를 찾았다.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재환." "……." "재환이 형." "……." "인어공주의 다리를 부러뜨린 건 내가 아니라." "……." "형이야."
형이 성음이를 그렇게, 나보다, …… 하지만 않았어도. 이재환이 동생의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봤다.
불확실한 결과를 예측하는 봉합은 한창이었다. 찢긴 살을 꿰매는 것 뿐인데도 마음이 급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토록 사랑하던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인 걸까. 터져 나오는 핏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그는 마지막 실을 핏자국이 묻은 피부 위로 꽂아 넣었다. 그 위에 소독수를 들이붓던 정택운이 긴장에 떨리는 손을 겨우 눌러내렸다.
다시 한 번 차학연과 눈이 마주쳤다. 차학연이 멍청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윽고 자신의 앞까지 힘겨운 걸음을 마친 차학연이 무릎을 굽혔다. 비로소 완벽하게 두 눈이 만나게 되었다. 둘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에 바빴다. 살아 숨 쉬고 있는 모습으로. 또 다시 서로를 만났다.
김원식이 신음 섞인 목소리로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그런 김원식의 몸을 조금 힘겹게 안아올린 한상혁이 개찰구의 벤치위로 그를 올려두었다. 벤치의 등허리가 닿자마자 그는 짐짓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그의 곁으로 수진이 다가가 앉았다.
한상혁이 그를 벤치에 뉘이고 계단을 내려가려는 인영 두 개를 붙잡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어딜 데려 가. 좋은 말로 할 때 그 손 놔. 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아니."
이홍빈이 보조개가 파이도록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다 같이 죽어. 그게 맞는 거야." "…하, 미친 새끼." "물론 너도 같이."
한상혁이 표정을 굳혔다.
지하철과 이어지는 계단을 돌아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은 많았다. 잔뜩 찌그러져 있는 지하철이 보였다. 환각 덕분에 번지르르한 모양을 유지했던 지하철이, 볼품 없게 찌그러져 있었다. 그 안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시선엔 별 감흥도 없었다. 뚝뚝 떨어지고 있는 석유의 물줄기가 보였다. |
그렇다면.
이 다음에는 나를 사랑해줄 수 있겠니?
| 完 |
이홍빈이 웃으며 성냥 대가리에 라이터의 불씨를 붙였다. 작게 타오르게 된 불씨가 지하철 안으로 던져졌다. 조금씩 지하철이 매캐한 색으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지하철의 첫 번째 칸이, 새까만 연기로 검게 그을려졌다. 그리고 그런 지하철 안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인영의 정체는 차학연과 정택운이었다. 그녀가 놀라 커다랗게 눈을 치뜨자 차학연이 어설프게 입꼬리를 올렸다. 잡아야. 하는데. 거기로 들어가면 안 되는 건데. 영문을 모르는 움직임에 그녀가 표정을 굳혔다. 첫 번째 칸의 문턱이 달아오르는 불씨에 의하여 막혀버렸다. 한상혁은 멍하니 그걸 쳐다봤다. 그에게 닿을 수 없었던 손은 곧 부들거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이재환이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
닿아오는 열기에 그녀가 무심코 얼굴을 찌푸렸다. 살이 익어버릴 만큼의 뜨거운 열기가 지하실을 잠식하고 있었다.
차학연이 조용히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그 옆으론 정택운이 앉았다. 둘은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택운아." "…응." "그래서 내가 네 옆에 없을 동안…" "……." "…행복했어?"
차학연이 슬프게 웃으며 물었다. 화력이 점점 더 거세지며 그 둘을 집어 먹을 기세로 활활 타올랐다.
"응." "……." "이렇게 마지막에라도 다시 만날 걸 알아서." "……." "행복했어."
차학연의 뺨 위로 여린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택운아. 우리가 잘못한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너는?" "……나도."
행복했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좌석으로부터 조금씩 새까만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지하철의 내부는 타오르는 연기들로 아주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시 그것을 쳐다보고 있던 정택운이 천천히 차학연의 뒷목을 잡았다. 그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둘은 고요하게 입을 맞췄다. 단지 입술이 닿았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둘은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숨이 벅찼다.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지하철의 모든 것을 태우고 있었다. 차학연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입술을 뗀 정택운이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 차학연의 입가로 가져갔다. 순간적으로 끼쳐오는 정택운의 내음에 차학연이 숨을 참았다. 까맣게 그을린 연기에 질식될 것처럼 헛기침을 하던 정택운이 차학연의 귓가로 부드럽게 목소리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내 스무살에 네가 있어서 참 좋았어. 학연아." "……말, 하지 마… 바보야……" "…다음에 우리에게 기회가 오면." "……." "우린 또. 틀림 없이. 그 때도 아름다운 사랑을 할 거야." "……."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 "우리 그 때까지만… 아주 잠시만…… 헤어져 있자. 학연아."
차학연이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검은 연기 속에서 제 호흡기를 막아주고 있는 정택운의 손으로부터 조금씩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너는 마지막까지도 이렇게 눈이 부시었다. 소나기가 흩뿌리고 간 하늘의 떠오르는 태양 처럼. 한없이 찬란했다.
이윽고 정택운의 손이 미끄러지듯이 가운을 놓치며 아래로 쓰러졌다. 마지막까지 연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이 보이자 차학연은 끝내 그에 대한 대답을 건네줄 수 없었다. 나는 몇 번을 죽어도 너와 헤어질 수 없는데. 택운아. 울음 섞인 고백이 달뜬 연기 속으로 파묻히며 증발했다.
이재환이 그녀의 얼굴에 덮어두었던 손을 떼어냈다. 느리게 돌아오는 초점에 눈을 맞추던 그녀가 멍청하게 검은 연기들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조금 상기된 얼굴로 타오르는 지하철의 차체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 곳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불씨는 빠르게 번졌다. 이윽고 두 번째 칸에도 불씨가 번져 빠르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한상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삐딱하게 웃음을 참고 있는 이홍빈의 곁에서 그녀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나."
자신을 부르는 말임을 확신한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정택운이, 그 사람 살렸을 거예요. 나가면 바로 병원으로 가. 세피아가 성공하면. 그러니까 김원식을 살리는 대신에…… 쓰레기들이 죽어 주겠다고 약속했어. 이재환이랑. 난 쓰레기거든요. 어쩔 수 없는.
한상혁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굼뜬 움직임에 그녀가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옆에서 이홍빈과 이재환이 잡았다. 가지 마, 상혁아!! 가면 안 돼!!!
"……누나. 우리 언젠가는…" "……." "…다시 만날 수 있겠죠?"
한상혁이 불에 타고 있는 지하철에 몸을 실으려다 말고 뒤를 돌으며 말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애석한 뒷모습에 처음으론 눈물이 고였고 다음으론 마음이 아프게 아렸다.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네고 있는 모습에 그녀가 결국 눈물을 떨어뜨렸다. 곧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가는 눈물에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 흐릿한 시야 안으로 조금씩 다가온 인영이 그녀의 눈가로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또, 또 운다.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기 싫어요?
"있지, 누나. 나 되게 외로웠다." "……." "부모님도 없이 계속 고아원에서 혼자 자랐거든요. 거기서 보내는 하루 하루가 너무 외로워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수도 없이 많았었는데." "……." "막상 죽고나니까. 더 외로워서 정말 죽을 뻔 했어요." "……." "……죽을 때도 다 타버렸었는데. 지금도 다 활활 타기에 바쁘네요." "……." "왜 이 세상은 이렇게 쉽게 다 타버리는 걸까요." "……." "누나. 나 무서워. 못 가겠어요."
두 번째 칸의 지하철이 새빨갛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 "……나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요?" "……." "그러면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그 물음엔 망설일 틈조차도 없었다. 이내 그녀는 더욱 더 세찬울음을 쏟아내었다. 정신없이 눈가를 문지르며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행동에 잠시 미소를 짓던 한상혁이 더 가까이 그녀의 곁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이윽고 한상혁이 그녀의 몸을 안았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한없이 일그러지던 몸집이 포근한 온기에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모성을 구애하듯 커다란 손바닥이 그녀의 몸을 부숴질 것처럼 안았다.
"됐다. 이제 진짜로 갈 수 있겠다." "…가지 마. 응? 가지 마, 상혁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같이 나가면 되는 거잖아……"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뿐이야. 다시 처음으로." "……." "안아줘서 고마워요. 아프지 말고 잘 지내야 돼." "……." "다음에 만나면 인사해요."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미소를 지은 한상혁이 단숨에 타들어가고 있는 지하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그런 한상혁의 뒷모습을 잡을 수 없었다. 지하철이 조금씩. 잿더미에 짓눌리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한상혁의 무언의 확신이 있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인어공주에게 어여쁜 목소리가 되돌아오리라는. 그랬기에 그는 그 곳으로 미련 없이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두 번째 칸의 지하철이 잿더미에 짓눌리며 속절 없이 무너져 내렸다. 마음이. 아팠다. 끝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챈 이재환이 말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곧 열기 때문에 빠져 나가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러나 이홍빈은 여전히 쎄한 표정으로 그녀를 묶어두고 있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성음아." "……." "다들 행복하게 저 안으로 들어갔어. 그러니까 우리도 행복한 표정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이재한이 이홍빈의 면전에 주먹을 날렸다. 그에 이홍빈은 잠시 휘청거리며 그녀의 손목을 놓았고 콧뼈가 무너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재환이 씩씩거리며 알 수 없는 폭언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가 멍청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세 번째 칸의 지하철에도 불씨가 닿았다.
이홍빈이 무섭게 이재환에게로 달려들었다. 잠시 삐끗거린 발목으로 바닥에 엎어지게 된 이재환이 별 힘도 쓰지 못한 채로 동생의 주먹을 얻어 맞았다. 묵묵히 그것을 바라보던 그녀가 몸을 떨었다. 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무차별한 폭력에 정신을 잃은 건지 이재환은 움직임이 없었다. 그 위로 짧게 침을 뱉어낸 이홍빈이 가만히 서 있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홍빈이 천천히 지하철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도 아무 말 없이 이홍빈의 움직임을 따랐다.
참을 수 없는 뜨거움이었다. 한 번 불이 붙기 시작한 석유는 끝도 없이 불씨를 터뜨리며 지하철을 삼켜나가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이홍빈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잠시 그녀의 머리통을 감싸쥐던 이홍빈이 그녀의 손을 놓는 대신에 부드럽게 몸집을 안았다.
"……성음아." "……." "만약에 말이야……" "……." "우리가 다음에 또 만나게 되면." "……." "그 때는 나를 사랑해줄래……?"
이홍빈이 무표정하게 웃었다.
"아니." "……."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때도. 그 언젠가도. 먼 훗날에도." "……." "난 널 사랑하지 않아." "……그래."
바닥으로 번진 불씨가 두 사람의 다리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가 말한 따뜻함은. 이런 것이었을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 "잘 가."
아픔에 일그러지던 얼굴이 보드랍게 호선을 그렸다. 이홍빈이. 그녀의 몸을 밖으로 밀어냈다.
언제까지나 난 널…… 사랑해.
그 중얼거림을 끝으로 그녀의 앞에 거칠게 떨어지는 잿더미가 나타났다. 그의 모습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안으로 사라졌다. 열 칸의 지하철이 폭발하듯 무너져 내리며 자취를 감췄다.
비틀거리며 일어선 이재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빠르게 지하실을 빠져나왔고, 벤치에 앉아 있는 김원식과 수진을 데리고 역을 나왔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모든 게 끝나버렸다.
역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로 잠시 그녀의 시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
끝이다!!!!!! 스릴러도 멜로도 뭣도 아니었던 막장철이 드디어 끝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끝난 것 같지 않지만 끝난 게 맞습니다... ㅋㅋ...
저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번외 형식으로 쓰여질 예정입니다.
브금은 넬의 slip away 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아끼는 곡이에여...
원래는 서브웨이의 september을 넣으려고 했었는데 분위기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급하게 수정...
원래 제목은 인어공주였는데 너무 동화틱한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이 암울한 것 같아서 막판에 바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다시 읽는데 이게 말인지 똥인지 얘긴지 방군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실성)
지금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 진짜 ㅠㅠㅠㅠ 감사드립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스릴러 주제에 뭐가 이렇게 안 무섭지 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텍본은 혹시나 원하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만들 예정이에요... (소금)
읽어주신 여러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번외로 만나여...★
내일부턴 또 단톡방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워야겠군요(의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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