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 에피소드 스릴러 <세피아의 지하철> 15~16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4/7/9473873e2ba42491e8a4c3eeadd053cd.gif)
Episode thriller
세피아의 지하철
15
16
나의 유일한 보석은.
내가 아닌 너였는데.
| 15 |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닥쳐. 닥치라고 했어." "건물이 폭파된다고? 시간 끌어서 지하철에 태우려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 "……형제 끼리 아주 쌍으로 미쳤네. 부럽다."
보기 황홀할 정도로 멋드러진 우애야. 한상혁이 부어오른 뺨을 만지작거리다 피식거리며 중얼댔어. 명백한 조롱이었지. 그에 이홍빈이 다시 한 번 악에 받친 손바닥을 한상혁의 볼께로 내리쳤고, 반동에 잠시 주춤거리던 한상혁의 몸집을 지챙한 김원식이 쥐고 있던 칼날을 앞으로 내던졌어. 재빠르게 몸을 피했지만 피부에 살짝 칼날이 맞물린 건지 이홍빈의 귓볼에 조금씩 핏물이 고이기 시작했어.
그저 입을 다물고 있던 이재환이 질끈 두 눈을 감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까지 꼬여버린 걸까. 가만히 서서 모든 것을 방관하는 이재환의 태도에 김원식이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냅다 이재환에게로 달려 들었어. 멱살을 움켜 잡아 올리는 김원식의 행동에 이재환이 지그시 얼굴을 찌푸렸어.
"개 같은 새끼야. 난 사람을 셋이나 죽였어." "……." "네 잘난 동생 새끼가 하라는대로 성음이 친구까지 죽이려고 했었어. 네 새끼들한테. 이 년 동안 그 빌어먹을 연구 재료들을 내 손으로 직접 죽여서 갖다 줬어. 알아?" "……이거 놔." "…시키는대로 하면. 기다리면. 동생을 만나게 해준다고 했잖아…… 지원이. 살려준다고 했잖아. 이 미친 놈들아…." "놔. 따지려면 직접 가서 따져." "근데 네 새끼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엿을 먹일 수가 있어…? 이제와서 한다는 말이. 어차피 난 감방 신세라고?"
이제와서 모두 없던 일로 되돌리자고? 너네들이 그러고도 인간 새끼들이야? 대답해!!!
울상으로 찌그러지는 김원식의 얼굴을 무심하게 쳐다보던 이재환이 길쭉한 다리로 김원식의 복부를 걷어찼어. 그 고통에 잠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김원식이 느리게 느껴지는 뜨뜻한 감각에 문득 고개를 아래로 내렸어. 오전에 꿰맸던 상처가 찢어졌는지, 네가 빌려준 티셔츠에 조금씩 핏물이 묻어나오기 시작했어. 김원식이 떨리는 손으로 새어 나오는 핏물을 막아봤지만 소용이 없었어.
피는 점점 더 빠르게. 피아노의 알레그로를 형성하며 김원식의 몸을 빠져 나오고 있었어. 이홍빈과 별 소득 없는 몸싸움을 벌이고 있던 한상혁이 쓰러져 있는 김원식을 발견했어. 이내 김원식에게로 달려가려는 한상혁의 다리에 발을 걸어 넘어뜨린 이재환이 차게 식은 얼굴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어.
"같잖은 것들이." "……." "이제 조연들의 연기는 끝났어. 엑스트라는 너네 둘로도 충분해."
너네들은 이제 그만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도 좋아. 넌 감방에, 넌 지하철에. 이재환이 말했고 그에 이홍빈이 얇은 손마디로 귓볼을 만지작거리다 걸음을 옮겼어. 곧 나란히 서게 된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개의 얼굴이 엎어져 있는 김원식과 한상혁을 뼈대 있게 쳐다보았어. 이재환이 고개를 돌려 이홍빈을 주시했어.
"그리고 이홍빈. 갑자기 네가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 "이제 더 이상 성음이한테 개 같은 수작 부리려고 하지 마." "……." "형으로서 하는 말이야." "됐어."
걘 살려도 내가 살리고 죽여도 내가 죽여. 이홍빈이 무표정하게 말을 마쳤어. 이홍빈이 씁쓸하게 웃으며 방향을 틀어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어.
한 편 에스컬레이터 위로 올라와 상가 안으로 들어선 네가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쳐내었어. 흥건한 땀이 묻어나오자 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곤 숨을 골랐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어. 멀쩡해진 것처럼 보이던 김원식의 모습이 떠올라 넌 알게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어떻게 그 넷이 서로를 알고 있는 건지. 넌 그 이유를 알지 못함이 그저 답답할 뿐이었어. 기다리면. 한상혁이 너를 데리러 올까? 건물이 폭파되지 않는다는 한상혁의 말을. 넌 믿어도 되는 걸까. 이렇게 쉽게, 이재환에 대한 믿음을 져버려도. 괜찮은 걸까.
상가는 오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어. 혹시 몰라 사 층까지 올라가 몸을 피해놓으려는 계획을 세운 네가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렸어. 엘리베이터는 오 층 위에 멈춰 있었어.
문득 처참하게 굳어 있던 이재환의 표정이 떠올라 너는 텁텁하게 마른 세수를 했어. 한상혁과 김원식은 이재환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어. 천천히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그 속에 있는 두 개의 인영을 발견한 너는 머릿속이 창백해짐을 느꼈어.
"…수진아…? 네가 어떻게 여기에……." "……이 오빠가 멈춰줬어."
지하철. 덧붙이 수진이가 손가락으로 나머지의 인영을 가르켰어. 웃는 게 서투른 듯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차학연이 보였어. 여전히 야구잠바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었어. 문이 닫힙니다. 엘리베이터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에 차학연이 수진이의 손목을 붙잡으며 너의 앞으로 다가왔어. 경계심에 잔뜩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네가 곧 부드럽게 접히는 차학연의 눈꼬리에 표정을 풀었어. 차학연이 제법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어. 안녕. 그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말투였어. 넌 잠시 그런 차학연을 바라보다 수진이에게로 시선을 돌렸어.
"어떻게 된 거야? 몸은. 몸은 괜찮아?" "보시다시피." "…난 또. 네가 큰일나는 줄 알고."
네가 울먹거리자 차학연이 울지 말라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어.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줘. 왠지 모르게 익숙한 대사가 너의 귓전을 파고들었어.
수진이는 해줄 말이 있다며 사 층의 푸드코트로 걸음을 옮겼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제 멋대로 과자 봉지를 가져와 뜯어버리는 모습에 넌 미간을 좁혔어.
"그렇게 좋은 대학교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몰상식한 행동을 해요?" "뭐 어때. 곧 있으면 없어지는 걸." "……에?"
차학연이 너의 옆에 앉았고 너의 앞엔 수진이가 앉았어. 이내 테이블에 고소한 과자 내음이 풍겨졌어. 수진이가 짐짓 표정을 굳히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어.
"성음아. 내 말 놀라지 말고 들어." "…응." "네가 아까 같이 갈 애 있다고 오늘은 나 혼자 집에 가라고 했잖아. 근데 학교에서 밀린 설문조사가 생각난 거야. 한 시간 동안 머리 쥐어짜내면서 집에 가려고 책가방을 들었어. 근데 되게. 뭐랄까. 느낌이 쎄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교실에 나밖에 없었는데 되게 무서운 거야. 그래도 어차피 집도 가까우니까 별 생각 없이 집으로 가고 있었어. 근데 엄마 문자를 보니까 휴지가 떨어졌다고 휴지를 사오라는 거야. 그것도 24롤."
넌 꽤나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여가며 얘기를 들었어.
"시장까지 가기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해오름마트에 갔어. 알지? 거기 비싸서 나 자주 안 가는 거." "응."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어느 남자애가 휴지를 집까지 들어주겠다는 거야." "……." "초면이었지만 우리 학교 교복이길래. 난 별 의심도 없이 그럼 그러겠냐고 했어. 근데." "……." "애가 말하는 게 되게 이상한 거야." "……." "너에 대한 이야기를 갑자기 시작하는데. 되게 친한 듯이 말을 하는 거야. 근데 그렇게 친할 정도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하고 계속 얘기를 들었어." "……." "바로 집 앞이었는데 갑자기 들고 있던 휴지를 내던지는 거야. 난 어이가 없어서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어." "……." "걔가 뭐라는 줄 알아?" "……." "앞으로 너랑 친하게 지내면 죽여버리겠다는 거야.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지. 네가 숨겨 놓은 남자친구라도 있는 줄 알았어." "……." "근데 애 표정이 바뀌는데 진짜 소름이 돋으려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그냥 집으로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뛰었어." "……." "너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 받더라. 그래서 그냥 계속 뛰었는데 어느 순간 앞을 보니까 역이 하나 있었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기로 들어갔는데, 뒤를 돌아보니까 교복 입은 남자애는 없고 웬 검은 마스크 뒤집어쓴 남자가 걸어오고 있는 거야."
그 다음부턴 네가 봤던 그대로야. 수진이가 과자 하나를 입 속으로 집어 넣으며 중얼거렸어. 좋지 못한 예감에 넌 마른 침을 한 번 삼켜 넘겼어.
"그리고 지하철 안에 있었던 얘긴 이 오빠가 해줄 거야." "……수진아." "응?" "……너. 초등학교 때 이홍빈 기억나?" "이홍빈?" "응." "…아, 그 삐쩍 말라서는 맨날 자전거 타고 다녔던?" "그랬었어?" "응."
근데 걔 육 학년 올라가자마자 죽었잖아. 수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내뱉었어. 멀리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어. 무의식적으로 넌 고개를 돌렸고 넌 해사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들고 뛰어오는 이홍빈을 발견할 수 있었어. 차학연이 매섭게 표정을 구겼어.
"성음아. 왜 이런 데에 와 있어? 찾느라 고생했다." "……." "……야, 얘……. 방금 내가 말한, 그 휴지 집어 던진……." "아까 보니까 얼굴에 흉이 졌길래. 연고 사 왔어."
아버지의 출근지인. K 대학 병원의 로고가 찍혀 있는. 흔들리고 있는 봉투. 닫혀 있던 출구.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이홍빈.
"왜 그렇게 봐?" "……." "꼭 귀신이라도 본 것 같네."
홍빈아. 너는. 대체. 정체가 뭐야. |
그래서 너는 지금.
행복해?
| 16 |
정부는 가장 뛰어난 의술을 지닌 사람을 찾고 싶어 했다. 수소문 끝에 정부는 K 대에서 교수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남자를 찾았고, 그 밑에 미래가 촉망되는 레지던트도 발견했다. 정부는 북에 밀리지 않을 인구와 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의술을 개발하기를 원했다. 물론 지금의 의학으로는 턱 없이 모자란 문제였다. 정부는 실로 많은 돈을 뒷배경으로 삼고 교수에게 제안을 했다. 방법을 알아내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손에 쥐어주겠다고 했다. 탐욕에 눈이 멀은 교수는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협상을 받아들였다.
연구를 위해서는 많은 시체가 필요했다. 그러나 대학 병원으로 들어오는 시체의 수는 너무나도 적었다. 그래서 교수는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죽여도 최대한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 만한. 쓰레기 같은 놈들을 죽여 연구에 이용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를 테면 거지나 노숙자. 범죄자 등의.
색채를 지니지 못한 자들을 죽여 새로운 목숨을 탄생 시키려는. 이하 작전명 세피아였다.
교수와 레지던트는 조용하게 움직이며 시체들을 구해왔다. 정택운이 제일 처음으로 가져왔던 시체는 홍대에서 화방을 운영하던 남자의 몸뚱아리였다. 겉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지만 그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그 역시 색채를 지니지 못하고 세상으로부터 나가 떨어졌기에 세피아의 의도엔 아주 적합한 사람이었다.
차학연을 죽일 이유는 분명했다. 차학연은 동성애자였다. 그러니까. 정택운이 차학연을 죽인 건 그리 몹쓸 짓이 아니었다. 세피아는 세상으로부터 섞이지 못한 쓰레기들을 모아 재활용을 하는 것에도 목적이 있었다. … 정택운은 애써 합리화를 했다.
외로움에 지쳐 허덕이던 품에 몸 대신 칼날을 안겨줬다. 차학연은 여전히 정택운을 사랑했지만 정택운은 그렇지 않았다. 둘은 처음부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결코 물과 불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존재였다.
'…기다려. 학연아.' '…….' '내가 하는 일이 성공하면 죽였던 사람을 다시 살려낼 수 있어. 나라가. 우리를 믿고 일을 맡겼어.' '…….' '그게 성공될 때까지 난 네 몸으로 연습을 해볼 생각이야.' '…….' '…언젠간. 너를 살려줄게. 그 때까지.' '…….' '……아주 잠시만. 눈 감고 있어.'
생경한 고통에 떨리기 시작한 손길이 애처롭게 정택운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정택운이 쥐고 있던 칼에 좀 더 힘을 실어 넣었다. 이윽고 검붉은 핏방울이 정택운의 얼굴 위로 튀었다. 차학연의 야구잠바에 검붉은 물이 들었다.
우리 아주 잠시만. 헤어져 있자. 학연아. 부디 나를 미워하지 마.
교수는 혹시 모를 나중을 대비하기 위해 인형을 하나 만들어 놓기로 결심을 했다. 나중에 이 모든 것이 밝혀져도 자신들에게 만큼은 피해가 가지 않을 만한. 그러다가 교수는 어린 동생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청년 하나를 발견했다.
이재환이 옆집의 교수가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도 이 때 즈음이었다.
교수는 김원식에게 동생을 다시 살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연구에 쓰일 시체들을 공급할 것을 부탁했다. 교수는 혹시나 일이 잘못되면 김원식에게 모든 것을 덮어 씌울 생각이었다. 정택운은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렇게 김원식은 동생의 목숨을 위해 사람들을 죽이는 범죄자가 됐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범행에 흔적은 너무도 많았다. 단지 운이 좋지 못해 최근에 실마리가 잡혀 세 번의 범행을 자백했을 뿐.
교수는 그 다음으로 대학 병원의 시체기증실 어딘가에서 묵혀지고 있을 시체를 하나 찾았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어 기증실로 찾아온 시체였다. 그 때의 기억을 교수는 어렴풋이 떠올려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아이였다. 원인을 모를 질병에 곧잘 교수에게 진료를 받던 아이는 꾸준히도 약을 타 복용하다가 그 다음 해에 결국은 합병증이 겹쳐 죽었다. 이홍빈의 유일한 보호자였던 이재환은 유난히도 교수를 잘 따르던 그를 기억해내며, 시체기증실에 동생의 몸을 넘겼다.
그 시체가 삼 년이 지난 그 무렵에 외롭게 방치되고 있었다. 교수는 그걸 좋은 연구 재료로 생각했다.
교수는 그 곳에서 갓 들어온 새로운 시체 하나로 눈을 돌렸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채로 화재로 목숨을 잃은 그것은 고아원 출신으로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다. 세피아의 목적에 걸맞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한상혁. 교수는 그것의 이름을 곱씹었다.
그렇게 여럿의 시체가 모였다. 레지던트와 교수는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연구는 좀처럼 성과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리 그 둘이 애를 써도 죽어버린 몸뚱이 안으로 영혼이 생겨나진 않았다. 그렇게 이 년의 시간이 흘렀다.
정부는 그 둘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연구는 물거품으로 되돌아 갔고 이유 없이 목숨을 잃은 시체들이 연구실안에 즐비했다. 교수는 그걸 처리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폐차가 결정되어 있는 지하철 안에 그것들을 밀어 넣었다.
화염 속으로 밀어 넣어질 그것들이 느리게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일 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지하철이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폐차가 취소되었고 지하철은 암흑 속에서 몇 달의 시간을 견뎠다. 계속됐던 약물 복용에 시체들은 세피아에 대한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었고 몸도 자라나 있는 상태였다. 의식이 깨어났다. 그들은 죽은 몸뚱이를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자신의 일생들을 떠올려냈다.
그 때부터 차학연은 사람들을 미친듯이 증오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정택운 까지도. 사랑이 증오로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차학연은 지하철 안에 숨어 있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조금씩 괴롭혀 주며 환각제를 풀었다. 그게 차학연의 유일한 낙이었다. 반면에 한상혁은 그저 사람들이 환각 상태로 인해 폐차 상태인 지하철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겁을 하며 밖으로 사람들을 밀어내기에 바빴다. 한상혁은 그 누구도 증오하지 않았다. 환각제엔 독살 물질인 스트리크닌이 소량으로 섞여 있었다. 그는 그 누구도. 죽음을 맞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홍빈은 천천히 시간을 들였다. 교묘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꾸며 눈알이 뽑힐 정도로 처절한 복수를 꿈꿨다. 자신의 몸을 망가뜨린 한 때의 아버지를 위하여.
그리고. 죽을 만큼 사랑했던 누군가에게. 이홍빈은 철사가 박힌 고통을 선사하기 위해 지하철을 빠져 나왔다. |
정말로 이제 끝이 보이네요... 기쁘다... 헿ㅎㅎㅎㅎㅎㅎ
언제나 읽어주시는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진짜 사랑하는 거 알져?? 아셔야 해요... ㅠㅠㅠㅠ 시간이 늦었는데 모두 좋은 꿈 꾸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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