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지려고요 w.워너워너
성우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 지는 잘 모르지만 분명한건 우리 둘은 정말 진짜로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고, 사랑을 말했고, 사랑을 표현했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나에게 성우의 존재가 아주 소중했던 거 처럼 성우에게 나도 매우 소중했을 거라고.
우리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 1학년이였다. 성우는 뛰어난 외모로 입학식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나는 그냥 막 중딩을 벗어나 머리가 어깨에 겨우 걸쳐진 평범한 여고딩이였고 우리에게는 그렇게 접점이 없었다. 나는 8반이고 넌 1반. 심지어 교실도 끝과 끝이다. 어떻게해서 우리가 만나게 되었지, 언제 한 번 물어본 적이 있다. "성우야 넌 언제부터 내가 좋았어" 성우네 집에서 허니콤보를 시켜놓고 이제 막 그 병아리 앞다리 같은 작은 닭다리를 씹으려던 찰나였다. 조금은 낯간지러운 질문인데 우리의 상황은 평상시와 같아서 서슴치 않고 물어봤다. 내 질문에 성우는 사이다를 따르던 손길을 멈추고 뭐 그런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이거 말해야 되나" "어" "그냥 닭만 뜯으면 안 되겠니?" 죽는다 내 말에 성우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한 번 짓더니 눈동자를 빙그르르 돌리며 생각했다. "너 교무실에 수학쌤한테 질문 많이 갔잖아" "어" "근데 수학쌤 우리 반 담임이잖아" "아, 어" "내가 그때 외출증 끊어달라고 쌤 자리 갔는데 너가 거기서 수학 문제 풀고있었단 말야" 그때 반함. 이 쪼그만 애가 엄청 집중하는 거 보고서, 라며 다시금 장난스레 내 머리를 콩 때리는 성우를 보며 하루종일 수학문제만 풀어야겠네, 라고 나도 장난스레 말했다. 사실 그때 성우의 귀 끝은 살짝 붉어졌지만 나는 애써 모른 척 해줬다. 아, 우리 접점이 딱 하나 있었다. 분리수거 담당인 나는 맨날 쓰레기를 버리러 낑낑 거리면서 수거장에 갔고 성우는 수거장에서 떨어진 폐지를 주으면서 친구들과 투닥거리고 있었다. 아마 1반이 수거장 청소 담당이라서 그럴거다. 별 감정은 없었다. 아, 쟤가 그 유명한 옹성우구나. 소문대로 잘 생기기는 했네 내 수거함을 가져가서 폐지를 털어내는 그의 옆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은 많이 했다. 저렇게 태어나려면 다음 생을 기약하면 되겠지? 이런 생각. 어느 순간부터 성우와 눈이 마주치는 날이 많아졌다. 내가 의식해서 그런가 싶어서 땅만 보고 걸을 때도 있었는데 그때조차 성우의 시선이 느껴졌다. 대체 왜?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성우의 친구들이 야야야, 8반 온다 라며 잔뜩 바람잡았다. 아 생각해보니까 그 바람잡은 새끼 이름표에는 강다니엘이라고 써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철 없기는 똑같다. 그 말을 애써 무시하는 건 친한 애들한테만 핵 인싸지 그 밖에 인물들에게는 핵 아싸였던 나에겐 너무 힘들었다. "안녕" 그 날이였다. 성우가 처음으로 나한테 인사한 날. 그의 친구들은 뭐가 즐겁다고 서로를 때리며 호들갑을 떨고 난리가 났었다. 근데 그 날은 내가 그냥 지나쳤다. 옹성우가, 그 이름도 유명한 옹성우가 나같은 애한테 인사를 할리가 없으니까. 나중에 들어보니까 이걸로 엄청 놀림받았다고 그러더라 그 다음날도 그는 내게 인사해왔다. 그 때는 전과는 다르게 인사를 했다지. "안녕 8반" 이것도 나중에 강다니엘한테 들어보니까 옹성우 애들한테 엄청 까였다고 한다. 어떤 또라이가 이름을 안 부르고 반을 부르냐고, 스토커인 줄 알면 어떡할거냐고.. 주변 8반은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 라고 되물었다. 성우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 "어.. 안녕..." 어색하기 짝이 없던 첫 만남이였다. 모르겠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계속 옹성우가 생각났다. 남자애한테 먼저 인사받은 것도 처음이였고 낯설었기 때문이였을까, 아니면 학교의 주목을 받는 애가 인사를 했기 때문에 그저 나도 잠시 눈길이 간걸까. 확실한 건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자꾸 청소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꿈 속에서 낯선 이와의 입맞춤 이후로 그 사람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아, 나는 물론 입맞춤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꿈 속에서의 만남도 그 정도인데 현실에서는 얼마나 더 심하겠느냐를 말하는 거다. 괜히 수거장에 가기 전 화장실에 한 번 들려 틴트를 바르고 머리를 정리하곤 했다. 젠장 머리는 또 왜이리 안 길어. 나의 중단발이 어설퍼보여 시무룩해졌다. 아, 못생긴거 같아 너무.. 와, 오늘은 폐지가 왜이리 많은 지. 아무래도 이제 곧 여름방학이라서 애들이 사물함 정리를 가열차게 하나보다. 개슥히들, 니들이 버리고 오면 어디 덧나냐.. 나는 속으로 꿍얼꿍얼 거리며 친구와 낑낑거리면서 폐지함을 밀었다. "안녕" 이날도 역시 옹성우였다. "아, 안녕" "도와줄까?" 언제는 말하고 그랬는지,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아니 괜찮아라고 말했다. 아 나는 분명히 말했다. 괜찮다고. 근데 이미 우리 반 폐지함은 옹성우의 손에 있고 그는 가뿐히 폐지를 탈탈 털어냈다. 봐봐, 애들 저기 문제집도 넣고 세상에 정석도 넣었잖아. 한 소리 해야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젠장 옹성우 팔에 힘줄을 봐버렸다. 망했다. 아, 나 변태 아닌데.. "고맙지?" 성우는 빈 폐지함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나에게 물어온다. 얘는 친화력이 좋은건가 아니면, 아니 진짜 어쩌면 나를 좋아하는 건.. 에이 뭔 소리야 그건. "그럼 나 부탁하나 해도 되지" 부탁? 그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사실 조금 긴장했다. 설마 얘 엄청 양아치라서 너 오늘부터 내 노예해라 라면서 맨날 5천원 씩 바치라고 말 하지는 않겠지.. 내 걱정과는 완전히 다르게 그는 폐지함에서 종이를 조그맣게 찢어 뭐라뭐라 쓰고 나에게 건넸다. '1반 짱잘 옹성우 010-1995-0825! 8반이 할 일! 성우한테 연락하기!' 그의 의외의 행동에 괜히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성우는 귀 끝이 조금 붉어졌었고 나는 그게 또 재밌어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옆에 있던 다니엘은 성우의 어깨를 치며 지들끼리 박수치며 신이 났었다. 이건 사람 눈이 아니다. 짐승만도 못한 눈깔이다. 앞이 보이는 게 신기할 정도로.. 머리는 깨질듯이 아프다. 술을 마신것도 아닌데 정말 얼마나 울었는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어제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제 입은 옷이 그대로 입혀진거 보니 그냥 오자마자 바로 뻗었나보다. 얼마나 울었는 지 갈증이 난다. 부엌으로 내려가기 귀찮을 때를 대비해서 나는 500미리 삼다수를 3병 씩은 사서 방에 박아둔다. 분명 침대 어디에 있을 텐데... 동물적 감각을 이용해서 침대를 휘저었다. 근데 잡혀오는 건 물병이 아닌 익숙한 냄새가 나는 후드집업. 사이즈 XL, 무채색의 집업을 옷장에 한가득 넣고 다니는 옹성우의 것이다. 아, 기억난다. 나는 어제 존나 추하게 울었다.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도 없을만큼. 성우는 나를 어설프게 달래다가 자신이 입고 있던 집업을 나에게 입혀줬다. 자신의 손으로 내 코을 닦아주며 내 어깨를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집에 가자, 성우의 첫 마디였다. 성우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하숙집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기가 싫어서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왔다. 다행인건 오늘은 주말이라는 것이다. 다음주면 종강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 누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되겠구나, 옹성우와 마주칠 일도 줄어들겠구나. 한숨을 쉬는데 심장 한 구석이 저릿하게 아팠다. 근데 그게 너무 아파서 또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집업에 담겨있는 성우의 냄새때문에 또 얼굴을 파묻었다. 이별이 처음이라서 그래, 괜찮아 질거다.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먹기가 싫었다. 미련하긴, 자기 입으로 헤어지자고 말해놓고 왜 또 이 꼴인지. 21세기 인간의 습관인지 이와중에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연락처에 들어가니 맨 먼저 보이는 낯익은 이름. 지난 7년 동안 수없이 많이 눌렀던 그 이름. 이제는 삭제해도 기억 속에서는 삭제되지 않을 그 11자리 숫자 '옹청이' 실수인 척 누르고 몇 시간동안 전화를 하던 그 시간들이 내 머리 위를 흘러갔다. 나 잘게, 응 잘자 하면서 서로가 먼저 전화를 끊지 않았던 그 순간들이 생각났다. 야, 남자친구 이름이 옹청이가 뭐냐 옹청이가. 왜 옹청이 귀엽잖아! 뜻이 뭔데? 옹성우 멍청이! 젠장, 오래 사귀면 이래서 안 좋은거다. 뭘 하든 생각이 나니까. 코를 킁하고 마시며 다시금 흐려질거 같은 정신을 다 잡았다. '삭제하시겠습니까?' '삭제되었습니다.' 지워봤자 소용없을 번호를 지웠다. 갤러리는 차마 들어가지 못해 한참을 멍한 상태로 있다가 그냥 핸드폰을 옆으로 치워 두었다. 핸드폰 바꾸던가 해야지 주말동안 하숙집 밖으로는 한 걸음도 가지 않았다. 밥도 안 먹으려고 했었는데 웃긴게 밥은 안 먹으면 진짜 죽을거 같아서 꾸역꾸역 부엌으로 내려가 식탁에 앉았다.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께서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을 대충 꺼내고 라면을 뜯으려던 찰나였다. "ㅇㅇ 학생?" "..네!" 순간 들려오는 내 이름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하숙집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아주머니께서는 내 쪽으로 다가오면서 무언가 잔뜩 들어있는 검정 비닐봉투를 건네셨다. "드디어 주네. 어제 어떤 잘생긴 총각이 주고갔어." "..." "남자친구지? 그 총각이랑 ㅇㅇ학생이랑 저 골목길에 있는 거 많이 봤는데-" 아주머니께서는 부럽네 청춘들, 이라고 하시며 부엌을 나가신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어붙은 것 처럼, 아니 머리를 얻어 맞은 것 처럼 멍해졌다. 꽤나 묵직한 봉지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그 속에서 무언가 툭 떨어져 손을 뻗어 잡았다. '두통약' 3년 전 아빠가 작은 접촉사고로 인해 응급실로 향했을 때 나는 응급상황이라는 그 말이 너무 무서워서 엄청 울었다. 성우는 내 옆에서 그냥 인대만 늘어나셨대, 너 안 울어도 돼. 라며 나를 달래왔다. 그 다음 날 나는 그 휴유증으로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지. 그런데 이 약을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받으니 기분이 뭔가.. 이상했다. 봉지를 더 뒤적거리다가 다시 눈물이 날 거 같아서 그냥 그대로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울음을 삼키었다. 성우가 어제 사 왔다는 죽은 이미 식어버려 차갑기 그지 없었고 이걸 고르고 있었을 옹성우를 생각하니 내 마음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주말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옹성우가 없는 나의 삶도 그대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나는 새삼 놀라웠다. 눈가에 붓기도 많이 가라 앉아 내심 정말 다행이였다. 이런 추잡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게 옹성우든 누구든. 꽤나 정상적인 모습으로 집을 나섰지만 그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꾸민건 아니기 때문에 수업을 들으면 바로 하숙집으로 돌아오거나 공강시간에는 내내 동방에 쳐 박혀있었다. 술 마시러 가자는 친구의 제안도 모조리 거절하고 하루종일 그렇게 누군가를 피해다녔다. 누군가를, 그게 옹성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별이 죄는 아니다. 그 말은 이렇게 피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내가 흔한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썅년 역할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당당해져도 된다. 그래, 그래도 된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서로를 보지 않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내가 잘 피해다닌 건지 아니면 옹성우가 나를 잘 피해다닌 건지, 그게 아니면 애초에 우리는 이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안 만날 운명이였던 건지 일주일은 생각보다 순탄하게 흘러갔다. 그 망할 종강파티만 없었다면. 성우와 나는 다른 과이기 때문에 같은 테이블에서 술을 마실 일은 없다. 하지만 학생 수가 많은 성우과나 우리 과가 가는 술집은 정해져있다. 우리 과끼리 술을 마시러 갔다가 성우과랑 만나서 합친 적도 여러번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더 필사적으로 격렬하게 꺼려졌다. 하지만 젠장할, 월요일부터 과대에게 안 가겠다고 찡찡 거렸는데 씨알도 안 먹힐 뿐더러 내년에 졸업반되면 이럴 시간도 없다며 쓸모없는 배려만 받았다. 아.. 결국 오게 될 줄 알았다. 역시 소란스럽다. 이런 분위기는 내가 딱 싫어하는 분위기다. 술잔이 내 주위를 오가며 마셔라,부어라만 반복하고 있다. 술이 약하지 않은 나이기에 들어오는 술은 그닥 마다하지 않고 마셨다. 나와 같은 과인 다니엘은 내 옆에 앉아 후배들에게 술병을 돌리고 있었다. 후배에게는 친근하게 대하고 선배에게는 밉지않은 아부도 떨어가며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 그를 보며 옛날부터 느꼈는데 얘는 어디서든 잘 살 애다. 나는 아직 말도 안해본 후배들이 잔뜩 있는데.. 그때 호프집 문이 열리고 검정색 과잠을 입은 한 사람이 들어온다.
그래, 이제는 언틋봐도 알 수있다. 옹성우다. 내 일주일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거같아서 괜히 어깨를 움츠렸다. 그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더니 자신의 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알아차리고는 그 쪽을 향해 나아갔다. "오빠, 옹성우 선배님 알아요?" 2학년 후배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다니엘에게 물어온다. 우리 학교의 비주얼이라고도 불리는 성우다. 학교에서 한 명을 붙잡고 옹성우 알아요? 라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안다고 할 만큼 큰 화젯거리다. 어쩌면 나는 이때까지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우와 나는 학교 내에서 티를 내며 사귀는 스타일이 아니라 우리와 친한 사람이나 동기가 아닌 이상 성우와 내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깜짝 놀라곤 했다. 성우랑 사귄다고? 7년이나? 이런 반응은 익숙해졌다.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알지, 근데 걔는 안 건드리는 게 좋을걸" 다니엘은 옆에 있는 나를 슬쩍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 새끼가 존나 좋아하는 여자가 있거든" 후배들은 아쉬움이 섞인 탄식을 하며 그게 누구냐고 되물어왔다. 아, 성우가 너한테 아직 말을 안 했구나.. 근데 대체 왜? 너한테 말 안했다는 건 아직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거랑 똑같은데. 둘이 존나 영혼의 단짝이잖아. 그 새끼가 존나 좋아하는 여자, 다니엘이 한 말의 주인공은 나일거다. 아니 나였을거다. 입맛이 씁쓸해져 손을 뻗어 술을 한 가득 부었다. "..야! 자작 하지ㅁ," 다니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한 컵을 다 비워내고 강냉이를 몇 개 주워 먹었다. 기분이 엿같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모든게 과거형이 되어버린 나의 일상이 너무 엿같다.
그리고 지금 성우와 눈이 마주친 이 순간도 엿같다. 그도 나와 같은 표정이였다. 좆같은 하루 하루, 관심없는 사람들 사는 얘기,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의 연애사와 외모 평가. 내가 읽을 수 있는 성우의 표정은 딱 그랬다. 아, 렌즈 빼고 올걸.. 그럼 성우 표정도 읽지 못 했을텐데 못 본 사이 많이 야위어진 거 같다는 생각은 내 착각이였으면 좋겠다. 너가 그러면 안되지, 너는 잘 살고 있어야지 이 생각까지 다달았을때 다시금 술이 땡겼다. 강다니엘이 언제 채워둔 건지 모를 잔을 움켜쥐고 성우의 시선을 먼저 피했다.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다는 사실은 나도 알 수 있었지만 나는 또 무시했다. 이때까지 해 온 것처럼. 내가 잔을 다 비워내고 테이블 위에 놓으면 자동적으로 다니엘은 다시 잔을 가득 채웠다. 이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 지 기억도 잘 안난다. 이쯤되면 다니엘도 습관적으로 내 잔을 채우는 것 같다. 내 주량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평소의 나와 달리, 그니까 주량을 계산해가며 찬물을 마시던 나와는 다르게 오늘은 한계를 넘어가고 싶어 비어있는 잔을 들고 다니엘을 툭툭 쳤다. 야, 따라 나의 부름에 휴대폰에서 시선을 거둬낸 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옆으로 내저었다. 왜에, 말꼬리가 살짝 늘어진 걸 보니 내가 많이 마시기는 했나보다. 나의 물음에 다니엘은 휴대폰 액정을 내 눈 앞으로 말없이 들이 밀었다. 야 작작해라 죽여버린다 오후 11:53 옹성우였다. 약간의 취했던 기분도 확 가시는 기분이였다. 찬물을 머리 위에 쏟은 것 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개새끼.. 고개를 들어 성우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그와 시선이 맞닿지 않았다. 평소에 술을 찾아 마지시 않던 옹성우의 입으로 술이 들어간다. 그의 알코올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기분이였다. 사귈때도 그러더니 헤어지고 나서도 옹성우는 나를 이렇게나 신경쓰게 한다. 그래서 더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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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 따흐흐흑......눈물이 앞을 가려서 ㅠㅠㅠㅠㅜㅜㅜ 이런 관심은 처음이에요ㅠㅠㅠㅠㅠ 여러분의 새벽을 같이 달려서 영광입니다ㅠㅠㅠㅜㅠㅠ 끄흡... 오늘도 성우와 헤어져 봅시다..(아련),,,,, 댓글은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면서 읽고있어요ㅠㅠㅠㅠ 너무 행복해요ㅠㅠㅠㅠㅠㅠㅜ 답댓 다 못달아드린거 사죄드리옵니다ㅜㅜㅜㅜㅠ 독자님들께 충성충성.,,^^777..., 사랑해요.....정말 리얼 완전 대박 헐...아! 그리고 1화 노래는 호소의' 잘지내' 입니다!!!! 이번화 노래는 성시경 '당신은 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