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지려고요 w. 워너워너
ㅇㅇ야! 내일 4시 알지? ? -오후10:32 알바가 끝나면 매일 밤 신호등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내 저녁도 사다주는 김재환이 고마워 무심코 던진 나의 말이 화근이었다. 매번 고마워서 어떡하냐는 나의 말에 김재환은 밥이나 한 번 사라고 그랬고 나는 그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지금 끄덕인거다! 김재환의 들뜬 목소리에 나는 뭐 밥 사는게 어렵나 싶어서 알았다고 답했다. ㅇㅇ알지. 뭐 먹을 지 생각해놔~ -오후:10:35 그래, 알바비도 들어왔겠다 매번 내 청각을 정화시켜주는 김재환한테 밥이나 한 번 사지 뭐. 나는 딱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휴대폰을 덮었다. 그때 한 번더 느껴지는 진동에 귀찮은 몸을 이끌고 손가락 끝으로 대충 패턴을 풀었다. ㅇㅇㅇ 내일 뭐해 밥이나 같이 먹을까 -오후 10:46 '옹성우'. 그 문자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옹성우였다. 다른 수식어 없이 이름 석 자로만 저장된 옹성우의 이름이 아직 약간은 이질적이였다. 그와 친구로 지내기로 한 다음에도 몇 번의 문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아직도 낯설다. 아니, 근데 성우가 밥을 먹자고 먼저 말하다니. 같이 마주보고 앉아서 밥 먹은게 과장해서 1년 정도 된 거 같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미 선약이 하나 있었다. 선약을 취소할 만큼의 깡이 있지도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 하지 못 할 짓이기도 해서 나는 괜히 입술만 잘근잘근 씹다가 한숨을 푹 내쉬곤 키패드를 꾹꾹 눌렀다. 오만가지 감정을 담아서, 미안 나 내일은 선약 있는데ㅜㅜ 다음에 꼭 밥먹자 꼭 ㅠㅠㅠ -오후10:47 아쉬웠다. 기분이 이상하리만큼 아쉬웠다. 나도 내 감정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데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다는 거다. 그건 생각해보지 워낙 이 오빠가 인기가 많잖아 -오후 10:47 성우 특유의 장난끼서린 문자를 보다가 침대에 아무렇게나 휴대폰을 던져 놓고서는 아까보다 더 복잡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늦 여름의 밤은 꽤나 시렸다. 7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지려고요 알람을 맞춘 시간보다 더 빨리 떠지는 눈에 괜히 짜증을 내면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기지개를 한 번 크게 키고는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래서 하숙집은 안 좋다는 거다. 꼭꼭 잠긴 화장실 문 뒤로는 다른 누군가가 이미 들어가 있었고 나는 결국 다시 방으로 터덜터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을까, 볼 것 없는 연예 뉴스나 읽다가 비로소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나는 다른 누가 먼저 화장실을 차지하기 전에 잽싸게 뛰어 들어갔다. 분명 아까 일어났을때만 해도 시간이 널널했는데 샤워 순서를 한 번 놓치고 나니 모든 준비 시간이 뒤로 미루어졌다. 젖은 머리를 급하게 털며 시계를 확인해보니 벌써 3시 30분이다. 젠장, 인생 왜 항상 쫓기고 사는지 요즘 여름의 끝, 가을의 시작이라 그런가 조금 선선해진 날씨에 망설임없이 슬랙스를 꺼내 입고는 대충 머리를 두어번 털고 방을 나섰다. 우당탕탕, 누가봐도 저 약속 늦었어요-라고 티를 내는 꼴이였다. "ㅇㅇ 학생, 앞에 남자친구 기다려!" 하숙집 아주머니는 그냥 남자면 다 남자친구인지 아는 걸까,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지나치던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아주머니께서는 허리 춤에 앞치마를 두르고 계셨고 이런 나의 반응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셨다. 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신으려고 발을 넣다가 문득 들어오는 감정에 다시 부엌으로 되돌아와 아주머니께 말씀 드렸다. "남자친구 아니에요. 그냥 친구에요." 오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게 비록 아무런 호기심없이 이성이면 다 애인이냐고 물어오는 하숙집 아주머니일지라도. 집 앞에 김재환이 서있을 거라는 걸 나는 무의식적으로 알았다. 내가 어젯 밤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기여코 온 김재환의 뒷모습에 나는 남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야" 나의 부름에 김재환은 신발코로 땅을 치던 행위를 멈추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오지말라는데 굳이 오겠다고.."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는 없다고 나는 괜히 혼자 꿍얼거리면서 얼마나 기다린거냐고 물었다. "막 도착했지 나도" 거짓말, 나는 김재환이 서있던 자리가 그의 신발코로 인해 깊게 파인 걸 보면서 속으로만 생각했다. 신발코에 잔뜩 묻은 흙이나 털어내고 거짓말하지. "그래서 뭐 먹을거야" "비싼 거!" 그래 다 사준다 내가, 나의 말에 김재환은 방방 뛰며 어린 아이처럼 마냥 신나했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웃겨 허, 하고 헛웃음을 쳤다. 우리가 간 곳은 맛집 프로그램에도 몇 번 방영 된 적이 있는 유명한 카레 집이였다. 유명해서 그런가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서 대기해야 했다. "그냥 다른 거 먹을까.." 김재환은 벤치에 앉아 아무런 생각 없이 발만 흔들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물어왔다. 쟤 저러니까 만두 닮았다, 만두. 안절부절하는 만두. "아니, 너가 말한 곳 여기잖아" "그건 그런데.." "맛있나보지 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고개를 내리깔아 신발 코만 쳐다보았다. 저녁 노을이 어느덧 붉게 물들고 있었고 나를 바라보던 김재환의 시선이 이내 나와 같이 밑으로 박혔다. 지금 시간에 이 맛집에 찾아온 손님들은 대부분이 커플들이고 커플이였고 또 커플들이다. 김재환과 나를 보고 있을 다른 누군가도 우리가 연인이라고 생각할까, 나와 비슷한 흰 색 스니커즈를 신고 온 김재환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야 맛집은 맛집이더라." 밥은 내가 샀으니 커피는 자기가 사겠다며 나를 카페로 끌고 온 김재환에게 툭 하고 던진 말이였다. 고맙네, 너 아니였으면 나 저런데 내 돈 주고 안 갔을듯. 나의 말에 김재환은 빙긋 웃으며 그치 대박이지 라며 뿌듯해한다. "그럼 다음에도 나랑 같이 가자!" 아까보다 더 신나서 말하는 김재환을 보며 얘를 행복하게 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미안함에 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자, 아이스초코." 나에게 아이스초코를 건네는 김재환이 자신의 입으로 빨대 껍질을 뜯으며 제 자몽에이드에 꽂았다. 내 아이스 초코에 꽂힌 빨대를 보며 난 멍하니 있었다. 옹성우도 빨대 꽂아 줄 때에는 꼭 위에 비닐은 뜯지 않은 상태로 건네 주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성우 말로는 첫 개봉의 느낌을 느끼라고 그렇게 주는 거라고 했다. 참 성우다운 발상이였다. 들어오는 익숙한 기분에 남 모르게 어깨를 부르르 떨며 벗겨지지 않은 빨대 껍질을 마저 벗겨 내었다. 이런 늦 여름에 손에 음료수를 들고 밤 거리를 걷는 건 꽤나 낭만적인 일이다. 덥지 않고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바람이 여름의 끝을 알려주었다. 여름의 끝? 걷던 걸음을 멈추고 내 마음 속에 들려오는 의문을 생각해보았다. 뭐지, 뭔가 있었는데. ㅇㅇ야, 뭐해? 앞서 걷던 김재환이 발걸음을 돌려 내가 서있는 자리로 걸어왔고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아니야, 가자 라고 답했다. "이제 진짜 가을인가봐, 그치?" "그러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마음 속 의문에 찝찝함을 가진 채 들려오는 그의 말에 대답했다. 시계를 보니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여전히 길거리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조명으로 가득하다. 김재환과 이것저것 시덥지 않은 대화를 하며 코너를 도니 내가 자주 가던 빵집이 이제 막 빵을 다 판 건지 가게의 불을 끄고 있었다. 저기 빵 진짜 맛있는데, 매번 갈 때마다 내가 먹고 싶어하는 조각 케이크는 다 팔리고 없더라. 저기 초코 케이크 내 생일때마다 성우가 사다줬는데. 멈칫, 나는 아까처럼 제자리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야, 오늘 몇 일이야?" 급하게 김재환에게 물어 보았다. 내 휴대폰을 확인하면 됐는데 정신이 왜 그리도 없었는 지 내 옆에 서있는 김재환의 팔을 잡으며 물어 보았다. 제발, 제발 내가 생각하는 날은 아니기를 바라면서. "오늘? 25일이잖아." 김재환은 제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들고 나를 내려다 보았다. 심장이 쿵하니 내려 앉았다. 왜 그래, 뭔 날이야? 내 안달난 표정을 살펴보면서 김재환은 걱정 섞인 말투로 물었다. "나, 나 가야 돼! 미안, 나 가야 돼" 진짜 미안해, 먼저 갈게! 혼미해진 정신에 내가 지금 뭐라고 말 하는지, 내 입에서 지금 나오고 있는 말들이 뇌 필터링을 거치고 나오는 건지 의문을 품을 틈도 없이 마구 쏟아냈다. 왜그러냐고 묻는 김재환의 말에 대답할 새도 없이 그렇게 나는 김재환을 조명 가득한 길거리에 혼자 내비두고는 급하게 뛰어 나왔다. 여름의 끝, 8월의 말. 그리고 오늘은 25일. 내 마음 속에 응어리 지고 있던 찝찝함이 풀어짐과 동시에 미안함이 밀려 들어 빈자리를 채웠다. 모든 궁금증이, 어젯 밤 갑작스러운 성우의 문자가 , 내 머릿 속을 맴돌던 의아함이 한 번에 퍼즐처럼 맞추어졌다. 오늘은 성우의 생일이였던 거다. 구여친인데 주제 넘게 선을 넘는 다고 볼 지도 모르지만 보통 친구 사이에도 생일을 챙기지 않는가. 나는 나의 바쁜 발걸음을 대충 단정 짓고는 어쩌면 성우가 없을 지도 모르는 자취방으로 달려갔다. 7년을 빠짐 없이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처음에는 도시락부터 케이크까지 온갖 준비를 다하며 난리를 피웠는데. 사실 성우는 편지 한 장만 받아도 좋아라하며 하루종일 펴놓고 실실 웃었다. 제작년에는 커플 티셔츠를 선물로 줬고, 작년에는.. 뛰다시피 걷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작년에는, 작년에는 ..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작년에 성우에게 무얼 해주었는지, 아니 심지어 축하를 해주었는 지 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에 저장된 달력을 넘기며 작년 25일을 찾았다. 그 곳에 써있어야 할 '성우 생일' 이라는 기념일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고, '민지 만나는 날!' 이라고만 써있을 뿐이다. 그래, 기억났다. 나는 작년 성우 생일 날 민지를 만나러 부산으로 내려갔고 그에게 생일 축하는 커녕 연락하나 하지 않았다. 성우 성격에 왜 안 챙겨줬냐고 툴툴 거리지도 않았을거고, 나는 깔끔하게 그를 잊은 거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소홀해졌다는 거에 우울함을 느끼던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성우를 외롭게 만들고 있었다. 매번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나를 위해 성우가 사다 준 교통카드는 여전히 내 휴대폰 뒤에 있고, 지하철에서 인터넷하다가 베터리가 다 나간다고 툴툴 거리는 나를 위해 성우가 사준 보조 베터리도 여전히 내 가방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작년에 우리가 서로를 어색해 하던 그 연애의 끝물에도 성우는 하숙집 앞에 까지 찾아와 케이크 초를 켜주었고 내 풀린 신발끈을 묶어 주었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 코 끝에 대충 걸쳐진 안경을 올려주었고 , 쇼핑백을 건네며 혼자서 서툴게 골랐을 손목 시계를 선물로 주었다. 이 시계가 하루에 24바퀴를 돌잖아. 응 그럼 우리가 만나고 나서도 진짜 많이 돌았겠다. 그치, 성우의 말에 나는 픽 하고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다운 생각이다. 나의 말에 성우도 헤헤 거리며 웃었지, 나는 항상 성우가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변한 건 성우가 아니라 나였다. 성우는 위태로운 작년에도 나만을 생각해주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결국 먼저 손을 놓은 것도 나였고, 먼저 감정을 무시한 것도 나였다. 나는 내 이기심을 숨기기 위해 성우를 탓해왔고 미워해왔다. 성우가 자취하고 매년 생일 밥상을 차려준 건 나였는데, 오늘 너의 아침은 많이 차가웠을까. 어제 나에게 그 문자를 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눈 끝에 눈물이 맺힐 거 같았다. 오만가지 감정이 다 뒤섞여 나를 감쌌다. 미안함과 죄책감, 나에 대한 혐오감과 너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이 문 너머 너가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함. 계단을 쉴 틈 없이 계속 올라와 숨이 턱 끝까지 가득 차올라서 쉽게 숨을 내쉴 수가 없었다. 익숙하게 그의 집 번호키를 누르려던 손을 거두고 급하게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명쾌하게 초인종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고 나는 비로소 숨을 크게 내뱉었다. 내가 뭐 어쩌려고 여기까지 왔는 지 생각할 틈도 없이 오늘 날짜를 듣자마자 달려왔다. 왜 온 걸까, 여전히 잠잠하기만한 문 너머가 얄미워서 나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기도 전에 초인종을 한 번 더 눌렀다. 문도 몇 번 두드려가면서 "어, ㅇㅇㅇ?"
한 번더 초인종을 누르려고 손을 핀 순간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가 애타게 찾던 옹성우였다. "너가 여기 웬일이," "성우야.." 나는 성우를 바라보다가 뭔지 모를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였다. 성우가 하려던 말도 끊은 채 그에게 다가갔다. 성우가 나에게 걸어오는 속도보다 내가 그에게 걸어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성우의 앞에 서자 다시금 아까의 그 복잡한 감정이 올라 오려고 했고 입술을 꾹 다물며 울음을 참았다. "뭔 일 있어?" 나보다 훨씬 큰 키의 성우가 나를 내려다 보며 걱정스럽게 물었고 그 다정함에 나는 예전처럼 내 울분을 토해내고 싶었다. "..아니," 고개를 내리 깔며 좌우로 두어번 내젓는 나를 보고 성우는 허리를 굽혀 나와 눈을 맞춰온다. "아니가 아닌 거 같은데" 이 우울한 입꼬리는 뭐야, 성우의 장난스러운 말에 나는 놀리지마.. 라고 괜히 얼버부리며 그의 어깨를 툭하고 쳤다. 나는 지금 얼마나 미안한데 너한테,
"마실래?" 성우는 내 숙인 머리만을 쳐다보다다 자신의 손목에 걸여있는 검정 봉투에서 주섬주섬 맥주를 하나 꺼내서 나에게 건넸다. 건네받은 맥주는 시원함을 넘어서 차가웠다. 봉투에 하얀 색으로 박혀있는 편의점 문구, 그리고 어렴풋이 보이는 컵라면에 나는 남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밥도 안 먹었어 얘. "집에서 마시자고는 못 하겠고.." 나갈까, 성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를 따라 빌라를 나와 근처 벤치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건배해?" 성우는 나를 내려다보며 물어왔고 나는 그냥 아무말 없이 그의 캔에 나의 캔을 탕, 하는 소리가 약하게 날 정도로만 쳤다. "왜 , 오빠가 밥 먹자고 한 거 까니까 마음에 걸려서 찾아 왔어?" 성우는 장난스럽게 나에게 물어오면서 봉지를 뒤적거려 과자를 하나 뜯었다. 오빠는 무슨, 그의 익숙한 장난에 나는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너 진짜 후회할거다, 거기 진짜 맛 있는데. 다른 애랑 갈거야." "성우야" 나는 들고 있던 맥주캔을 내려놓고 그를 향해 돌려 앉았다.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성우는 흠칫 놀라 나를 향하던 시선을 급하게 거두었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뭐 부터 말하지? 대뜸 생일 축하한다고? 아니면 김재환이랑은 그냥 친구니까 너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신경쓰지 말라고? 그를 불러놓고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자 저 멀리 허공을 보던 성우가 오히려 고개를 돌려서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이번에는 내가 그의 시선에 흠칫 놀라 눈동자를 도르륵 돌렸고 ㅇㅇ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다 잡았다. "너가 재환이랑 잘 되든 말든 나는 상관없어." "뭐?" "그냥 걔도 내 친구고, 너도 내 친구니까. 둘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뭔 소리야, 나는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아, 분위기 되게 아련하고 좋았는데 망할 옹성우. 앞에 말은 다 까먹었고 그냥 옹성우의 입에서 말한 친구라는 두 글자가 내 심장을 할퀴었다. 찌질하게, 제 마음 뒷 감당 하나 못하는 나였다. "김재환이랑은 그냥 친구야. 강다니엘처럼" ".." "넌 내가 김재환이랑 잘 됐으면 좋겠어?" 나는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누가봐도 짜증이 가득 섞인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후회는 하지 않았다. 내 질문에 옹성우는 한참을 대답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표정을 보아하니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할게 뻔했다.
"아니" 하지만 성우는 내 예상을 빗겨 나갔다. "그건 아니지," ".." "근데 적어도 누구의 불행을 바라지는 않아." 성우는 내가 알던 17살의 성우가 더 이상 아니였고 이제 어엿 취업을 앞두고 있는 다 큰 어른이라는 게 새삼 느껴졌다. 성우가 맥주를 마저 한 입 마셨고 나는 그런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만약에 너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면" ".." "나 진짜 너 미워할 뻔 했어" 나도 그를 따라 맥주캔을 다시 손에 쥐고 크게 한 입을 마셨다. 고작 맥주 가지고 취할 내가 아닌데 오늘은 그냥 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우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지금 그와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내 감정 하나도 제대로 알 지 못하는 나였다. 나는 성우와 다르게 여전히 17살 고등학생 처럼 모든게 서툴었다. "근데 진짜 여기 왜 온 거야?" 성우의 질문에 비로소 내가 여기까지 뛰어 온 이유가 생각났고 괜히 민망해 얼굴이 붉어질 거 같았다. 지금이 밤이라서 다행이다,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막 10시였다. "아, 있잖아" 뭐라고 말해, 생일 축하한다고?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고? 역시 말로 진심을 전하는 건 나에게 너무나 어려웠다. "내가 급하게 오느라 준비한 건 없어.." 나는 울상을 지으며 성우를 올려다 보았다. 성우는 이런 내 표정을 보더니 픽, 하고 바람빠진 웃음을 지으며 내 입에 과자를 아무렇게나 넣었다.
"어떻게 기억했네" 따로 말하지 않아도 내 표정만 보고 내 말을 알아차린 성우였다. 그런 그를 보니 미안함이 더 밀려와서 쉽게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작년에는 기억도 못 하더니." 성우는 1년이 지난 지금에야 작년의 서운함을 털어냈고 아프지 않게 내 머리를 콩, 하고 쳤다. 너는 항상 너보다 내 감정을 먼저 생각해줬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너에게 터무니 없이 모자란 여자친구 였던 거 같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나 보려고 지금까지 기다려준 애가 있어서, 성우는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무방비 상태로 그의 옆 모습만을 바라보던 나는 그와 당연히 눈이 맞닿았았고. 뭐랄까, 기분이 딱 그랬다. 딱 7년 전 야자가 끝나고 밤 늦게 까지 집 앞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하던 그 풋풋했던 여름 날.
"들어가" 성우는 여전히 검정색 편의점 봉투를 손목에 달랑 달랑 거리면서 나를 하숙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생일 축하해 주려고 찾아간 건데 이렇게 집 앞까지 다시 데려다 줄 줄은 몰랐다. 그런데 또 그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고 해야 하나. "응, 잘가." 하숙집 계단을 오르다 말고 그를 향해 돌아보며 인사했다. 아까 그렇게 복잡했던 마음이였는데 니 목소리를 들으니까 뭐이리 빨리 가라앉냐. 뒤늦게 미안하다고 하기도, 내가 나쁜 년이라고 하기도 좀 그래서 결국 말 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리고 아까 대충 성우가 알아들었다고 한들 생일 축하한다고는 말하지 못한게 마음에 걸렸다. 이제와서 생일 축하한다고 하기도 민망하기는 한데.. "아, 성우야!" 그래도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 내 청춘아. 내 방으로 들어 오자마자 내가 한 일은 다름아닌 창문을 열어보는 것이였다. 창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성우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내가 너를 향해 느낀 감정이 너랑 친구가 처음이라서 느낀걸까? 아니면.. 성우는 그렇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다가 등을 돌려 돌아갔다. 무슨 생각을 그리도 많이 하는 걸까, 너는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는 성우의 뒷모습이 저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창문을 닫았다. 오늘 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깨달았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시간 속 나의 이기적인 마음들과 감정들, 변한 너와 나를 지켜보는 동안 불안함과 위태로움을 느꼈을 나뿐만이 아닌 우리, 그리고 축하해줘서 고마워 -오후 11:20 여전히 소중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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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ㅠㅠ 작가입니다! 오늘 아주 늦은 새벽에 찾아오게 되었어요! 그런데도 새벽을 함께 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화의 포인트는 긴 권태를 성우의 탓이 아닌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 걸 서서히 알아가는 여주입니다ㅜㅠㅠ크앙 독자님들 월요일, 혐생...의 시작도 행복하게 하시길 바랍니다❣️ 늘 응원해요! 그리고 성우야 매우 많이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bgm; 아이유_여름날의 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