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서로 매우 심하게 거리가 있거나 상반되는 것-
김태균-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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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김동현이라고 소개하며 귀찮게 굴던 남자 탓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잠에 들었고 점심 시간이 다가 오는 지금에서야 일어났다. 생각보다 오랜 잔 탓에 허리가 아파 허리를 짚고 거실로 나오니 웃으며 잘 잤냐고 물어오는 너였다.
"응, 근데 너무 많이 자서 허리 아파"
허리가 아프다는 나의 말에 마사지 해줄까 물어오는 너였지만 굳이 마사지하지 않아도 곧 괜찮아질 걸 알기에 고개를 젓고 네 옆에 앉았다.
"아침 먹었어?"
"응, 있는 반찬 꺼내서 먹었어"
"잘 했어"
"배 안 고파? 시리얼 갖다줄까?"
"이따 먹을래"
주말 아침엔 보통 시리얼을 먹는 나라 시리얼을 가져다 줄까 물어오는 너였지만 이따 아침 겸 점심으로 너와 점심을 먹어야겠다 생각해 이따 먹는다 말하곤 아직 나른한 눈을 감고 네 어깨에 얼굴을 부볐다.
너는 그런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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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계는 한 시를 가리켰고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네가 떡볶이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떡볶이?"
"우리 만나고 나서 처음 먹으러 갔던 곳"
"아, 안 간지 좀 됐지 가자, 떡볶이 먹으러"
너는 혹 내가 싫다고 할까 눈을 굴리며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내가 알겠다는 대답을 하자 굴러가던 눈을 내게 고정시키곤 반달 눈을 만들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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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고 나와서 걸어가고 있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어제 그 남자가 서있었다. 근처에 산다던 그의 말이 사실이었나보다.
"주말에도 같이 있네? 오늘은 어디 가?"
"눈치가 없는 건지 눈치 없는 척을 하는 건지 아님 일부러 그러는 건지"
그의 눈을 바라보고 짜증나는 얼굴로 말하자 너는 내 눈치를 보며 입만 달싹 거렸다.
"눈치는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눈치 없는 척은 한 적 없고 너희가 어디가는지 궁금해서 물어 본 거니까 일부러 그러는 거는 맞네!"
그리고 내가 한 말이 질문이 되어 답을 하는 그였다.
"주야 그냥 다음에 갈까?"
"아니야 빨리 가자"
내가 화난 걸 알고 내 눈치를 보며 다음에 가자 물어오는 너였다. 왜 눈치 봐야할 사람은 안 보고 네가 내 눈치를 보는건지.
"어디가냐고~"
"점심먹으러"
답을 안 해주면 해 줄 때까지 물어볼 것 같은 남자에 짧게 대답을 해주곤 걸음을 옮겼다.
근데 왜 따라오는 건데?
"어...너는 어디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눈을 굴리며 물어보는 너였다.
"너네 따라!"
"어...?"
"내가 이사 온지 얼마 안 돼서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다 같이 좀 먹어줘~"
"싫다고 하면 그만 따라 올 거야?"
"그럴리가~"
"마음대로 해"
놀라서 되묻는 부분은 너, 나머지는 내가 한 말이다.
거절해도 따라올 거라는 그의 말에 한숨을 쉬고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다.
내 대답에 너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으며 그에게 떡볶이 먹으러 가자-라고 말하는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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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랫동안 오지 않아서인지 우리가 옛날에 자주 갔던 그 집은 이미 문을 닫았다.
오늘 되는 게 없는 하루네
"어떡하지..."
"덥다."
"많이 더워? 카페라도 들어가있자"
집에서 좀 떨어져있는 곳이라 더운 날씨에 돌아다닌 탓에 손부채를 부치며 작게 덥다고 말하니 너는 그걸 또 들었는지 근처 카페에 들어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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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카페에 들어와 앉자마자 쓰러지듯 엎드린 나의 머리를 정리해주며 많이 더우면 머리 땋아줄까?-라고 물었다.
너는 머리카락이 목에 달라붙는 걸 싫어하는 내가 더워할 때마다 종종 머리를 땋아주곤 했다.
"응, 여기 머리끈"
네가 쉽게 묶을 수 있게 몸을 살짝 돌려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싶어 왜-라고 물어보니 말을 더듬으며 뭐 안 시키냐고 물어왔다.
"아, 뭐 먹을래?"
"나는 치즈 케이크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영민아 얼음 많이"
"동...현 맞나 동현이? 동현아 넌 뭐 먹을래?"
"나도 아메리카노 아, 계산은 내가 할게"
"영민아 우리 카드로 네가 계산해"
"응, 주문 하고 올게"
제가 계산한다는 남자의 말에 어제 밥 값을 다 제가 계산했던 그라 너에게 우리 카드로 계산하고 오라고 말했다.
네가 주문 하러 가고 남자는 '우리' 카드라고 한 것이 궁금했는지 와, 둘이 같이 쓰는 카드도 있어?-라고 물어왔다.
그 말에 짧게 응-하고 대답한 후 주문하는 네 모습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아닌지 왜 같이 쓰는데?-하고 다시 물어오는 남자였다.
답할 가치가 없어 눈길조차 주지않고 계속 너만 쳐다보고 있으니 영민이 닳겠다-라고 말하는 남자였다.
내가 너를 보든 말든 제가 무슨 상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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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렇게 많이 주문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주문한 것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고 원래 주문하려던 것보다 이것 저것 더 시킨 것을 보고 내가 한 말이었다.
"너 아침도 안 먹었잖아 배고플 거 아니야"
아침도 안 먹었는데 떡볶이도 못 먹게 돼 배가 고플 나를 위한 작은 너의 배려였다.
"그래도 많다 너도 먹어"
"응, 동현아 너도 먹어"
"고마워 잘 먹을게 영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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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이 몇 분을 그냥 먹기만 했을까 너무 조용하다고 생각 했는지 말을 걸어오는 그였다.
"근데 너네는 언제부터 알던 사이였어?"
"어...초등학생 때부터...?"
"6학년 겨울 방학"
"맞아 6학년 겨울 방학에 처음 만났어"
"맞아 6학년 겨울 방학에 처음 만났어"
"우와 엄청 오래 됐네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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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님과 살지 않는다. 애초에 나한테 관심도 없을 뿐더러 일때문에 해외에 나가있어 생활비만 보내주고 연락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다 웬일로 전화가 와서 받으니 학교 선생님한테 내가 공감 능력이 떨어져 반 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 하는 것 같으니 혹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떻겠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그에 엄마는 집 근처 병원에 매주 금요일 예약을 잡아놨으니 가라는 말을 전했다. 우리는 그 병원에서 처음 만났다.
내가 병원에 갈 때마다 마주치는 너의 첫 인상은 수줍음이 많은 밝은 아이었다. 이렇게 밝은 어린 아이가 왜 입원까지 했을까 싶어서 선생님한테 물어보니 영민이는 자기가 아픈 걸 티내지 않아 밝아보이지만 많이 아파-라고 말하셨다. 왜 아픈데 아픈 티를 안 내지 바본가-라는 생각을 하고 너에게 다가가 물었다. 많이 아파? 너는 내 물음에 당황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저으며 안 아프다고 말했다. 거짓말은 나쁜 거래 그러니까 거짓말은 하면 안 돼 선생님이 너 많이 아프다고 했어-라고 말하니 너는 입을 꾹 닫고 한참 바닥을 쳐다보더니 많이는 아니고 조금...아파-라고 말했다. 이게 우리가 처음 나눴던 대화이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금요일마다 상담을 끝내고 너를 보러 갔다. 안녕 영민아 오늘은 괜찮아? 응, 괜찮아 안 아파 이게 초등학생이었던 우리의 인사방식이었다.
"영민아 너는 언제 퇴원 해?"
"이번 달 말에 퇴원해"
"퇴원 하는 날 바빠? 나랑 떡볶이 먹으러 갈래?"
너는 내 제안에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네가 퇴원하고 우리는 약속대로 떡볶이를 먹으러 갔고 연락처를 교환할 생각을 못 했던 우리는 그게 마지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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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뒤 다시 못 만날 줄 알았던 너를 다시 병원에서 보게 되었다. 너를 처음 봤을 때 모습과는 달리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는 너였다. 선생님 영민이 또 아프대요? 왜 다시 왔어요? 영민이 울어요 항상 그랬듯 무표정으로 옆에 있는 선생님을 붙잡고 물으니 착한 영민이가 나쁜 사람들때문에 아픈 게 심해져서 다시 왔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영민아 많이 아파?"
나의 질문에 너는 다리를 몸 쪽으로 끌어 모아 얼굴을 뭍고 안 아파...-라고 말하였다.
"손목은 왜 그래?"
병원복이 조금 큰 탓인지 네가 팔을 살짝 들자 옷이 내려가 붕대가 감겨있는 네 손목이 보였다. 내 말에 너는 크게 당황하더니 그냥 조금 다쳤어-라고 대답했다.
"거짓말 하지마 누가 그랬어? 선생님이 네가 나쁜 사람들때문에 아프다고 그랬어 그 사람이 그런 거야?"
"아니..."
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니라고 말하곤 침묵을 유지하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고, 집에선 저를 싫어하는 새엄마한테 많이 맞는다고 했다. 아빠에게는 말하지 말라는 협박에 항상 안 아픈 척 행복한 척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아빠가 돌아가셨고 그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것 저것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혼내는 새엄마였고 너무 힘들어서 손목을 그었던 너는 죽긴 커녕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 너를 보고 네 새엄마는 네가 정신에 문제가 있다며 정신 병원에 입원시켰다고했다.
"집에 있으면 힘든데 이렇게 하면 병원에 계속 있을 수 있으니까..."
아직 어린 너는 그런 방법으로 새엄마에게 달아나고 있었다.
"영민아 우리 서로 엄마 아빠 해줄래? 그런 나쁜 엄마 말고 서로에게 착한 엄마 아빠 할래?"
"어...?"
"우리 엄마 아빠는 나한테 관심이 없어 얼굴 본지도 엄청 오래 됐어 이제 엄마 아빠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런 우리 엄마 아빠 대신 네가 내 아빠 해줄래? 내가 네 엄마 해줄게"
"응...해줄래"
"내가 배운 가족은 같은 집에서 같이 사는데 이제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
"그래도 돼...?"
"응 집에 나 혼자 살아 방도 세 개고 화장실도 두 개나 있어 집에 같이 가자"
제대로 된 가족이 없는 너에게 내가 가족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도 가족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너에게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주자고 얘기했고 그 날 이후로 작은 초등학생 두 명에게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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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엄마라면 갑자기 사라진 너를 찾았겠지만 네 새엄마는 너를 찾지 않았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였다. 너는 아직 네 감정을 숨기는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싫은 티 안 내고 아이들이 하는 부탁을 잘 들어주는 탓에 너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많이 밝아져서 다행이야 영민아 겉 뿐만 아니라 속도 앞으로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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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포인트가 걸려있음에도 부족한 글 읽어주신 54분, 댓글 달아주신 4분, 신알신 신청해주신 2분 감사합니다.
오늘 앞에 살짝 현재 이야기를 다루고 과거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조금 길어져 분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애매하게 끝내버려서 죄송하게 생각하며 다음 4화에서도 과거 이야기가 더 다뤄질 것 같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
[샐라인 / Love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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