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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인생


2012년 3월






아침이었다. 어젯밤 민석은 빛나는 별과 떨리는 손을 꿈꾸었다. 민석은 루한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입술이 피부에 살짝 닿은 채로 참들었다. 그 모든 걸 느낄 수 있었지만, 몽롱한 잠의 기운에 취해 진짜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애정어린 사슴의 눈을 뒤로한 채 잠에 빠져들었었다.



민석은 일어나서, 침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옆 자리가 비어있었다. 차갑고 하얗다. 실망스러웠다. 민석은 어젯밤에 루한과 함께 집에 왔던 일이 환상이었다고 단정지었다. 그때 바깥에서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눈썹이 의문으로 찌푸려졌다. 민석은 침대에서 나와 열린 문 틈으로 밖을 살폈다. 누군가의 인영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남색의 낡은 후드를 입고있었다. 후드의 모자가 벗겨지고, 민석은 거기서 루한의 부스스한 머리를 보았다. 민석이 목을 가다듬었다. 루한이 고개를 돌려 민석을 쳐다보았다. 


"어! 일어났네! 내가 깨운거야?"

"아냐,아니야. 일어나 있었어."



루한은 방으로 들어와 민석의 머리를 만졌다. 눌렸던 머리가 헝클어졌다. 민석은 거울로 얼굴을 확인 하지 않을 걸 후회했다. 분명 얼굴은 부어있을게 뻔했다. 아침이긴 했지만. 루한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곧 민석은 부엌 쪽을 보고 얼어붙었다.

"와, 저게 뭐야?"

민석은 아파트에 태풍이 불었나 싶었다. 특히 부엌은, 아무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방에 음식이 튀었고 주방기구는 더러웠고 계란 껍질이 나뒹굴었다. 찬장의 문은 죄다 열려있었다. 게다가 약간의 탄내까지 맡을 수 있었다.




"내...가 그랬어. 미안해. 너한테 아침밥 해 주려고 했는데 요리를 해본적이 있어야지...그래서."


루한이 저 난장판 쪽을 손으로 황급히 가리며 가지고 종이 가방을 민석에게 보였다.


"그래서 대신 뭐 사왔어!"


루한은 가방의 손잡이를 민석에게 지어주며 자랑스럽다는 듯 웃었다.

"나 콘서트 하러 뉴욕에 갔을 때 이 베이글 먹었거든, 진짜 맛있더라고. 이 근처에 아메리칸 음식 파는데 있길래 너도 좋아할 것 같아서 샀는데..."


루한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루한이 뭔가 할때마다 민석은 두려웠다.


민석은 그저 웃어줄 뿐이었다.

"나를 위해서 그랬다고? 와...고마워! 냄새 좋다!"

민석은 부엌으로 가서 쓰레기들을 한쪽에 밀어 자리를 만들었다.

"팬들 많았을텐데 밖에 어떻게 나갔어?"
"네 후드, 미안. 좀 빌렸어. 이거 위장하는데 좋더라. 좀 웃기게 보이긴 했지만 아무도 못알아 봤어.
막..신선했어."



루한이 식탁에 열쇠를 꺼내놓았다.

"이것도 빌렸어."

"괜찮아. 치어스."

민석은 서랍에서 칼을 꺼내고 베이글 가방을 뒤적거렸다.

"너도 먹을래?"


루한이 손을 저었다.

"아니. 사실...나 가봐야 해."
"아."

민석이 베이글을 반으로 자르면서 말했다. 손이 멈추면서 배가 아팠다.

"왜?"
"부산에서 오늘 밤에 인터뷰가 있어. 그리고 비행기 시간에 벌써 좀 늦은거 같아. 매니저가 아침부터 계속 전화해. 화난거 같아."


루한은 웃으면서 후드를 반쯤 벗다가 민석에게 물었다.
"...이거 가져가도 돼?"

"가지고 싶으면 가져."

더러운 낡은 후드는 왜 가지려고 하지? 민석은 의아해했다. 저걸 언제 마지막으로 입었더라? 게다가 후드는 민석에게 조금 컸다. 민석의 짧은 키에 비해 헐렁하긴 했지만, 추운 날에 입고 돌아다니기엔 최적이었다. 저걸 언제 빨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럼... 언제 다시 볼 수 있어?"


루한이 씩 웃으며 민석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민석의 기억이 술로 가득찼었던 금요일 밤으로 돌아갔다.


"걱정하지마, 빠오즈. 곧 다시올게."

루한이 중얼거렸다.

"우리 내일 수업 같이있어! 절때 안빠질게!"


루한의 목소리가 민석을 웃게했다. 루한이 민석에게서 빠져나왔다. 민석의 손 끝이 루한에게 조금 더 머물렀다. 스타의 몸은 너무 말랐다. 민석은 루한의 가는 허리가 조금 부러웠다. 민석은 손을 올려 붉어지려는 뺨을 가렸다.

"그래, 수업...내 일주일의 하이라이트지..."


루한이 후드를 뒤집어 쓰쟈 갈색 머리카락이 사라지고 천사같은 순수한 얼굴만 보였다.

"그때보자, 빠오즈."

루한은 문 앞에서 멈추더니 뒤돌아 민석에게 윙크했다.





민석은 누군가가 떠나지 않길 바랬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로.

아니면 문이 다시 열리길 기도하거나.



*

민석의 잠이 완벽하게 깨기에는 몇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동안 민석은 비교적 생산적인 일을 할만큼 컨디션이 좋아졌다. 물론, 적어도 주말보다는 그렇다는 말이었다. 민석은 지난 몇일 간 방치되어 있던 방을 치웠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하고, 매력적인 것이 눈길을 끌었다. 어지럽게 망가진 집은 민석을 미치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이젠 더 이상 아니었다. 부엌은 정말 더러웠지만 저걸 치워야 하나? 전에는 아무도 민석에게 아침을 해주러고 했던 적이 없었다. 흐르는 액체들과 몇시간째 프라이팬에 눌어붙어 있는는 자국들과 계속되는 탄내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민석은 화재경보기 배터리를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런 난장판을 보고도.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난 뒤에, 민석은 백팩을 쥐었다. 아침에 얼마나 늦었는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종대과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었고 써야 할 기사는 많이 남아있었지만. 민석은 수업을 위해 필요한 책을 거의 잊어먹을 뻔 했다. 한 학기의 출발이 좋친 못했지만, 민석은 받아들였다. 아직 따라잡을 만한 시간은 남아있었다.




민석은 무거운 문을 열고 땅으로 발 끝을 이끌었다.


찬열이 건물에 기대어 서 있었다.


민석이 눈을 깜빡였다.


"어...열아? 거기서 뭐해?"



찬열이 고개를 들더니 재빠르게 숨으려 들었다. 민석이 그전에 찬열의 옷을 잡았다.

"형! 아, 아무것도 안 했어요! 나 진짜 뭐 안했어!"


찬열이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민석이 눈을 굴렸다.
"너 진짜 거짓말 못한다."

주위를 둘러보고, 민석은 곧 자신과 루한의 팬보드를 보았다.. 햇살 아래서 붉어진 자신의 동그란 얼굴이 붙어있었다. 몇 시간 전 보다 사진이 더 많이 붙어있는 것 같았다.

"잠깐만, 이거 어제 밤인데?"

민석이 가리킨 폴라로이드는 루한이 가운데에서 민석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끌어당기는 사진이었다. 그 옆에는 밴드도 함께있는.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다. 모두가 손에 술잔을 들고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뒤에는 악기와 무대도 슬쩍 보였다. 민석이 찬열에게 물었다.

"이거 네가 붙인거야?"

"몰라요."


찬열이 작게 우물거리며 손을 뒤로 숨겼다. 한장의 사진을 꽉 쥔채로.

아, 형, 그렇게 쳐다보지 마요. 우리 밴드도 같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아, 근데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거."

찬열이 다시 웃으며 민석의 근처로 다가와 포스터의 한 가운데에 쥐고 있던 사진을 붙였다. [루민]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둘은 웃고 있었다. 이걸 제일 좋아하는 거라고? 사생들이 비밀스럽게 찍은 사진들 속에서 진짜 인간적인 사진이었다.

"나도 저게 제일 좋아." 

찬열의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민석은 이 키   

큰 드러머의 뒤에 누군가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큰 눈과 주근깨를 가진 여자애였다. 민석이 찬열의 팔을 붙잡고 작게 속삭였다.

"열아, 니 뒤에 저 애는 누구야?"


소녀는 발끈해서 말했다.

"나 애 아닌데요, 13살이에요."

찬열이 민석에게서 팔을 빼냈다.

"괜찮아. 형. 저거 얘가 만든 포스터야."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찬열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와 인사했다.

"저는 정미나에요. 오빠 팬이에요."

미나가 자랑스럽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내...팬?"

민석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이 포스터...네가 만든거라고?"

"야뇨. 저 혼자 한건 아니고. 친구들이 도와줬어요. 저희 원래 루한의 팬이었는데. 이번에 오빠의 팬이 됐어요. 루민의 팬이에요."

민석은 할말을 잃었다. 이런 일은 처음 이었다.

"나...무스-...내가 어디 사는지 어떻게 알았어?"
"저희 언니가 작년에 오빠랑 같이 수업들었어요. 정미영. 한국 전통음악2. 프로젝트 같이했다고 했어요."

찬열이 눈썹을 꿈틀대며 민석을 팔로 짤렀다.

"그래. 기억난다. 몇번 과제 같이ㅡ했었어. 그만 찔러!"


민석이 찬열을 세게 때렸다.

"그래...어...고마워. 포스터 만들어 줘서. 귀엽네."

민석이 찬열에게로 돌았다. 찬열을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있었다.

"그리고 넌 여기 왜 있냐..."


"오늘 사무실 가는가 안가는가 궁금해서요. 어쨌든 종대랑 형한테 사진 보여줄려고 가져왔는데. 근데 이 팬보드를 봐서...음...그냥 여기다 놓고 싶었어요."

찬열이 미나를 내려다 보았다.
"야, 너 어반 블랙아웃은 안 좋아하냐!"
"어반 블랙아웃이 뭐에요?"
"내 밴드!"

찬열이 하트모양의 제일 꼭대기에 붙은 사진을 가리켰다.


"보여? 난 드럼쳐."

찬열이 가슴을 폈다.

미나가 뚫어져라 사진을 쳐다보았다.

"유명해요?"
"아직은, 근데 언젠간 유명해질거야! 아마도..."

미나가 찬열을 위아래로 훑었다.
"다른 사람이랑 엮어도 돼요?"

"어..." 

찬열이 민석을 쳐다보았다. 민석은 팔짱을 끼고 니.가.무.슨.짓.을.한.거.냐. 라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뭐, 나랑 백현이랑 친하긴 한데...여기 아이라인 한 애 보여? 메인 보컬이야. 사실..."

찬열이 책가방을 앞으로 매고 씨디 케이스를 꺼냈다.

"여기, 이거 가져가서 친구들이랑 들어봐."

"와, 감사합니다!"

미나가 시디를 가져가 황금이라도 되는 양 가슴에 품었다.

"싸인 받아도 돼요? 유명해질지도 모르니까?"

"물론 당연하지!" 

찬열이 행복하게 말했다. 햇볕에 흰 이가 빛났다. 미나는 노트와 펜을 꺼내 들었다. 민석은 비켜달라는 신호로 보고 학교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찬열이 매일 같이 연습해오던 싸인을 그리고 있었다.


"오빠?"

민석이 뒤돌자 민아가 뛰어오고 있었다.


"오빠 싸인도 받아도 되요?"
"어, 물론. 그래."

미나가 팬과 종이를 내밀었다. 찬열과 다르게 민석은 아이돌 같은 싸인을 해본적이 없었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 종이에 잉크가 휘날리게 했다. 나름 괜찮게 된거 같았다.

민석은 싸인을 하고 미나에게 종이를 돌려주었다.

"여기. 이제 집에 가라!"
"감사합니다. 오빠!" 

미나가 만족한 듯 뛰어가다 소리질렀다.

"루민 어반 블랙아웃 화이팅!"


찬열이 웃으며 민석의 등을 때렸다.


"형 그럼 가볼까? 태워 줄 수 있어요."


찬열이 건물 벽에 기대어 있는 파란 자전거에 올라탔다.

"뒤에 타요."

민석은 가방끈을 붙잡고 자전거에 올랐다. 찬열이 복잡한 아침의 도로로 패달을 밟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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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는데 양도 적은드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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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 제가 첫 댓이네요~ ㅋㅋ 매번 잘 보고있어요 ㅠㅠ 기다렸습니다! 아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얼른 다시 돌아오시길 바랄게요! 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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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따위 없음
항상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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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끝까지 화이팅~!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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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허헝 7편까지!!!!!! 끊기니까 완전 감질나는게 애가타요ㅋㅋㅋㅋㅋ 잘보구있어용~~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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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번역글 찾고 있었는데 금같은 글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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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43.111
ㅠㅠㅠ왜 지금 이걸 봤져...? 작가님 이제 안 오시나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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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8.5
ㅠ 이제안써주시나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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