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무슨 생각으로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전 이런 시답지 않은 장난질에 놀아 날만큼 시간이 흘러 넘치지 않거든요? 학비는 이렇게 해결 됐다 치고 지금 살고 있는 자취방 월세랑 생활비 벌려면 알바도 해야 되고. 또 다음 학기 장학금 받으려면 공부도 해야 되거든요.”
저 인간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갔을 거다. 나에게 연애라 함은 곳 돈과 같은 거다. 공부하는데 일분 일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볼일 없이 괜히 만나서 시시덕 거리고, 영화 보고, 밥 먹고, 때맞춰 선물주고 받고.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그럴 시간도 돈도 없다고 나는. 그러니까
“다른거 말해봐요. 뭔데요? 나한테 원하는거. 차라리 나보고 머슴살이를 하라고 하죠? ”
머슴살이를 하면 적어도 돈은 안나갈꺼 아냐. 나의 말에 푸..푸하하하하 임대갈은 갑자기 실성한 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이 레포트를 발견하면서부터 제정신 아닌 놈이구나..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상태.. 안 좋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나 도망쳐야 되는거 아냐? 뉴스에 대학생 홍모씨가 한강에서 발견 되었습니다. 외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발적 살인에 의한... 하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싫은데. 내가 그랬잖아. 나 너 한테 관심 있다고. 월세가 문제라면 내가 해결해줄게.”
....하... 원래 잘 사는 집 아들내미인건 알고 있었지만. 저 따위 재수 없는 맨트를 나에게 할정도로 있는집 자식인지는 몰랐다. 내 월세가 얼마 되는 줄 아세요? 지가 무슨 원빈인줄 아나. 방금 나한테 얼마면 되? 이 맨트 한거 맞지? 미친놈. 월 35만원인데 주실수 있어요? 삐딱하게 서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다. 선배는 나도 학생이잖아 그런 돈이 어디있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그럼 뭐? 월세를 어떻게 해주겠다는 건데?
“우리 집에 들어오면 되지. 작지만 둘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크기 아닌가?”
...나.. 어쩌다 저런 미친놈하고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된걸까? 뭐? 어디에 들어오라고....? 허...하... 하하하하 물론 내 자취방에 비하면 여기는 칠성급 호텔이긴 하다. 원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크기에 고시원 보다 살짝 쾌적한 정도가 내 자취방이면. 이쪽은 거실에 방까지 분리돼있으니까. 그치만 그 방이라는 것도 달랑 하나 있는 거잖아? 순간.. 불길한 생각이 훅 올라온다. 저 인간 설마.... 양팔을 x자로 꼬로 뒤로 슬금 슬금 뒷걸음질 친다.
생긴건.. 멀쩡해 가지고.. 혹시. 막 이상한 취미가 있..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이런식으로 꼬득여서 집으로 불러서.. 머릿속으로 좀 하드한 취향의 친구가 보여줬던 낯 뜨거운 영상이 훅 지나간다. -...절대 저얼대 절대절대 나는 평범한 취향이다. 그 놈이 이상할 뿐이지. 그거 보고 어찌나 놀랬던지 하루종일 밥도 못 먹고 내 속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채찍을 휘두르고.. 막... 어.. 그러니까. 방에 있는 거울 속 사색이 된 내 얼굴이 보인다.
임요환은 표정 없이 한 발자국씩 나에게 다가온다. 자..잠깐. 이..이거 아니잖아. 뒤로 슬금 슬금 물러서다 툭 뭐가 발에 걸리며 탕! 하는 가벼운 충격과 함께 침대위로 쓰러진다. 쓰러짐과 동시에 우아아아아악! 소리친다.
“ 나..나는 앉아서 공부 밖에 안해서 몸매가 아주 저질이고 더럽고 아무튼 어제 샤워도 안했고.”
“그래서?”
소름끼칠 정도로 아무 표정 없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길 없이 내 양팔을 잡고 머리 위로 휙 올린다. 한손으로 단단히 내 양팔을 고정시키고 한손으론...잠깐 너 어디를 더듬는 거야!? 손이 허벅지 위에 올라간다.
“..저..저기 야야야야! 너 듀..듁는다?! 어! 딱 거기까지만 해라?! 더 건들기만 해 내가 확 다 애..애..애애들 한테 부..부러버린다? 엉?!”
매끄럽게 허벅지를 쓸어 올린 손이 올라와 내 턱을 집는다. 쉿. 조용히 해. 네 말대로 누가 올라와서 보면 어쩌려고 그래? 여기 생각보다 방음 안된다? 말하며 한쪽 입 꼬리만 식 올린다. 미친. 뱀 같은 놈아! 개새끼야 너 빨리 안내려가! 외치고 싶었지만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순순히 임대갈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아 입을 꾹 다문다. 입을 다무니 몸이 떨린다. 그거 무서워서 인지 분해서 인지 모르겠다. 임대갈은 전자로 해석한건지 떠내? 무서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묻는다. 가증스러운 새끼 얼굴 빨리 안지우냐? 점점 왕바위 얼굴이 다가온다. 으아아아아 싫어 싫다고!!!! 이를 앙 다물고 더 이상 뒤로 가지지 않는 침대에서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선다. 코끝이 서로 닿는다.
“콩 눈떠봐.”
“..시..시러!”
“눈 떠봐 빨리. 안 그럼 진짜 해버린다.”
해? 뭘 해?! 뭘 하겠다는 거야! 무시무시한 말에 바로 눈을 뜬다. 부드럽게 휘어진 임대갈의 눈이 보인다.
“너. 이런걸 상상했던거야?”
“...뭐?”
임대갈의 손이 내 셔츠 위에 올라온다. 뚝. 단추 하나가 풀리는게 느껴진다. 젠장.
“더 해줄까? 솔직히 말해봐. 싫다는거 진심이야 아님 좋은데 싫다고 하는 거야?”
입바람이 간질 간질 얼굴을 간지럽힌다. 난 분명 싫은데 본능적으로 침이 꿀떡 넘어간다.
“그..그그그 그걸 마..마마마리라고 하냐? 끔찍하게 싫어 죽잖아! 빨리 내려가라고!”
“말이 짧다? 나랑 사귀는 사이면 괜찮은데 그거 아니면 나 반말 하는거 싫은데. 그리고. 너랑 나 사귀는 사이면 난 네 말 존중해서 듣어주겠지만 아니면 안 b듣고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할꺼야”
진심이다 이 인간. 눈에서 느껴진다. 저 말이 100%진심이라는거. 그...지..지금 어..어떻게..하..하고 싶은..데......요. 비굴하게 존댓말을 하며 묻는다. 임대갈의 입에서 픽 바람이 세어나온다. 가벼운 입 바람이 얼굴만 스쳤음에도 온몸이 파르르 떨려온다. 단추가 3개 정도 열려 내 목이 환히 보인다. 그 위에 임대갈이 목을 조를듯 가져가 덴다. 저..정말 조..르려는건 아니겠지?
“내 계획 대로라면 너랑 나는 지금 저녁 식사를 하고 있어야 해.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난 사실대로 내가 레포트를 일부러 내지 않았다고 말했을 거야. 네가. 멋대로 내방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말했잖아. 내 물건 허락 없이 건드리는거. 아주 싫어한다고.”
내 속목을 쥔 손과 목을 감싸쥔 손에 힘이 강하게 들어간다.
“내 계획을 망친건. 콩. 너야. 그래서 난 조금 기분이 나쁘고. 거기다 내 진심을 몰라주고 네가 오해를 해서 더 기분이 안 좋아. 근데. 재밌네 네 반응. 좀 더 놀려 주고 싶어졌어. 네가 나랑 진지하게 사귀는 사이가 된다면 난 널 존중하고 네가 하고 싶은 데로 해줄거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말을 잇지 않았지만 무슨 뜻인지 알겠다. 목에 있던 임대갈의 손이 곡선을 만들며 밑으로 내려와 셔츠 속으로 쑥 들어간다. 순간 경기를 일으키듯 몸이 떨린다. 짧은 사이 머릿속 저울로 여기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게 가장 손해가 적은 걸까 무게를 재본다. 여기서 임대갈이 날 더 괴롭힌다는건.. 자..잠깐 홍진호 상상하지마. 상상하지마. 머릿속에 펼쳐진 끔찍한 것들을 감추기 휘해 눈을 질끈 감고 검은색 페인트를 마구 잡이로 집어 던진후 도망친다. 만약 여기서 사귄다고하면.. 한..한 학기 만인거지? 그지?
“..아..알았어. 사..사..사귀면 되잖아! 사귀면.”
미친 큰 바위 머리는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마자 활짝 웃으며 그래 알았어. 순순히 내 위에서 내려온 뒤 밥 다됐어 나와 먹어 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임대갈이 나간 후에도 난 다리가 풀려 한참 동안 숨을 골라야 했다. 그러니까.. 나.. 멍청하게 내 발로 저 인간 거미줄에 뛰어든 거지..? 그지?
임대갈이 차린 밥상위에 앉아 밥을 먹는 건지 모래알을 먹는 건지 모를 심정으로 식사를 했다. 중간에 뭐야? 맛없어 먹는 바람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연기 투혼을 발휘해 최대한 맛있게 먹었다. 덕분에 제대로 체한 것 같은 느낌이고. 밥을 다 먹고 나서 같이 앉아 티타임 까지 갖는다. 액체에 사람이 체할 수도 있나? 이거 왜 이렇게 안들어가냐.
“..저기.”
“응”
“......왜 하필.. 사귀자는 건데..? 진짜 나한테..?”
“관심 있다니까. 너 좋아 나.”
말을 말자.. 말을 말어. 지금 까지 저 인간 행동으로 보아 정상은 아니다. 어디 한군데 고장이 난게 분명해. 난 정신병자한테 걸린거고 학교 사람들은 더 미친놈한테 철처하게 농락 당하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하고 많은 인간들 중에 왜 내가 간택 된 걸까? 내가 잘생겼어? 그럴 리가. 관리를 하면 그럭저럭 볼만한 얼굴이기 한데 공부 하고 알바 한답시고 관리라는걸 전~혀 안했다. 멀끔하게 잘 입고 다니는 임대갈에 비해 난... 최근에 구입한 옷이 군입대전에 산게 전부고. 아니면 혹시..
“..내가 욕 한거 그거 때문에.. 화나서 이러는 거야?”
“그거 때문에 네가 마음에 들긴 했는데 화나진 않았는데?”
마음에 들어? 저거 혹시 그.. 사... 뭐다냐 아무튼 그런 취향인걸까? 욕 먹을 수록 희열을 느끼는? ...혹시 그런건가 내 뺨을 때린건 네가 처음이야. 저 인간 주변 환경을 생각하면 주변이 전부 본인을 찬향하는 무리들이니 내가 신선해 보일법도 한데...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에게 임대갈은 그럼 언제 이사할거야? 묻는다. 이...사..? 이사라니? 아까 그거 설마 진심이었어? 하...
“..아니.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아니야. 너 술 마신 말 기억 안 난다 그랬지? 그때 나한테 너 그랬어. 나 보고 재수없다고.”
...아.. 내가 그랬습니까? 대놓고?
“넌 알바 할 필요 없으니까 내가 알바 할 시간에 놀고 공부하고 그럴 수 있잖아. 그러니까 넌 언제나 일등 난 언제나 이등인거라고 라고 나한테 그랬어 네가”
하..하하하.. 내가 그랬구나. 평소에 그렇게 생각하긴 했는데.. 그걸 본인한테 대놓고 말할 생각 없었는데. 술 취한 내 정신 머리가 내 의견 따위 존중해 주지 않고 다 불어버렸구나 내 속마음. 망했다 양손에 얼굴을 묻는다.
“기분 상한거 아니라니까? 그래서 네 생각이 그렇다면 나랑 같은 환경 만들어주려는것 뿐이야. 나랑 같이 살아. 그럼 네 부담 줄거고 그만큼 공부 할 시간 확보 할 수 있을거 아냐.”
솔직히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동기 놈들 중에도 마음 맞는 친구 놈들 끼리 반반 나눠서 자취 생할 하는 경우도 많고. 나도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거다. 근데 문제는 나한테 그런 제안을 한게 임대갈 저 속 시커먼 놈이라는 거지.
“..이것도 조건.. 있는거.. 맞지?”
“역시 머리 좋다니까. 이번 학기는 일부러 져줄 생각 없어. 너 알바 하지마. 우리 집에 들어오면 집세도 안 받고 식비도 안 받을 거야. 대신 같이 살면서 밥이나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 해주면 돼. 그러면서 공부하고. 완전히 동등한 환경은 불가능 하지만 최대한 너랑 나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 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그래서 이번 학기에 네가 일등을 하면 넌 네 맘대로 여기서 나가도 되고 계속 살아도 되. 우리 관계도 네 마음 대로하고. 하지만. 그랬는 데도 내가 일등을 한다면. 우리의 관계가 사학년 일 학기에 어떻게 될지. 네가 계속 이 집에서 살지 나갈지는 내가 결정 할 꺼야. 어때?”
.....한번의 딜이 끝나자 또다른 형태의 딜이..들어온다. 말이 좋아 제안을 하는거지 이거 일방적으로 대답을 강요 당하는거 아냐?! 마치 고양이 앞에 쥐가 된듯한 느낌이다. 젠장. 최대한 조용히 학교 생활 마무리 해서 조용히 취업하고.. 조용히 죽는게 내 인생 플랜이었는데 어쩌다 이런 상 또라이랑 엮이게 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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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속 임이 너무..ㅠㅠㅠㅠ 아방 순진해서
좀 베베 꼬인 임이 보고싶었나 봅니다..........
치즈인더트랩 이라는 이름을 모티브로 따오긴 했지만
그 작품 처럼 치밀하고 재밌게 할수있을리 없구...
말 그대로 치즈 인더 트랩 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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