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형,놀러와여."
세훈이 저와 준면의 집에 초대한 건 그 다음날이였다.
"...오늘?"
"네."
"우리가 그새 가까워진거야?"
"네.저희는 이제 알아갈게 없어여."
진짜 또라이구나.
"그러니까 오늘 2시에 오세여."
"알았어."
"경수형도 같이 오세여.점심 같이 먹게."
"응.끊어.세훈아."
"형."
"응?"
"좋은 아침이에여."
종인은 난생처음 12시에 아침인사를 받았다.개또라이..
"조,종인아."
경수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어떻게 들어왔어?"
"문이 열려있어서..문단속 좀 하고다니..렴."
경수는 아직 반말이 불편한듯 말을 늘린다.
"아,깜빡했나봐."
"응.아무리 시골이라도 문은 잠그고 다녀.."
"알았어.경수야."
종인이 씩 웃자 안 그래도 추위에 붉어진 얼굴이 더 붉어진다.
"종인아."
"응?"
"너는...진짜.."
"왜?"
"멋있는거같아."
"너도 귀여워."
"...취소할거야."
장난끼섞인 종인의 얼굴에 경수도 곧 마주웃는다.
"이따 점심에 세훈이가 점심먹으러 집에 오라던데."
"점심에??나 안되는데.."
"안돼?"
"응.나 할머니하고 같이 점심 먹어야지."
"아..아쉽다."
"다음에 같이 먹자."
종인은 결국 세훈과 준면 셋이 먹어야한다는 생각으로 미치자 얼굴이 썩는다.
"나 어제 그책 밤새서 다 읽었어.종인아."
"응?아.."
"진짜 재밌었어.종인아."
"진짜?"
"진짜."
"다른 책 빌려줄까?"
신나서 가는 종인의 뒷모습을 경수가 얼른 쫓아간다.
"세훈아.이거 먹어.이것도."
"형도 먹어여."
"응.물도 마시고."
뭐하는 꼬라지야.이게.
"형."
"어?종인아.왜?"
"나도 좀 챙기지."
부루퉁하게 종인이 계란말이를 씹는다.
"형.어린애도 아니고 질투하는거에여?"
"뭐?"
"알았어여.이거 드세여."
세훈이 종인의 밥그릇으로 겉절이를 놓아준다.
"...이거말고."
"뭐 드릴까여."
"갈비.."
세훈이 큼직한 갈비 하나를 가져다준다.
"과일먹자.얘들아."
준면이 과일과 과도를 챙겨와 소파에 앉는다.
"종인이 너 좋아하는 감 사왔어."
"..나 감 그닥 안 좋아해.형."
"제가 좋아해여."
형 미워.진짜 미워.세살짜리 동생한테 엄마 뺏긴 일곱살짜리처럼 종인은 마구 심통이 난다.
"근데 무슨 이불이 이렇게 많아?"
종인이 마당에서 말리고 있는 이불들을 보고 의아해한다.준면이 깜짝 놀래서 감을 놓치고 칼에 베인다.
"아!"
준면의 손에서 망울망울 피가 새어나가는 걸 보고 기겁을 한건 준면이 아닌 세훈이였다.
"형!!!!괜찮아여!?!??!안 아파여!?!??!"
"세,세훈아.형 괜찮으니까 휴지 좀."
"휴지여?!!휴지!!휴지!!"
세훈이 바로 앞에 놓인 휴지를 못 보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쟤..좀 모자란 애야?"
"혼난다.김종인.거기 서랍에서 반창고 좀..아!!!안돼!!!"
준면이 갑자기 종인에게 달려들고 서랍을 열어 반창고를 찾던 종인의 손에는 콘돔이 들려있었다.
"....형?"
"형!!형!휴지 여깄어여!!"
종인이 스르륵 고개를 돌리자 세훈이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들고 뛰어오고있었다.
"형!왜 그러고 있어여!이리로 와여!!피 나오거봐!!!조심하랬져!"
"세후나.."
곧 세훈도 종인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발견한다.
"......"
"......"
".....아니지...?"
종인의 입에서 절망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세훈이 결심한듯 입을 연다.
"잘부탁해.처남."
미쳤네.미쳤다.종인은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집을 뛰쳐나갔다.
"종인아?"
"어허허허허ㅓ어허ㅓㅓㅎ경수다허헣허허ㅓ."
경수가 집대문에 주저앉아있던 종인을 보고 놀라 얼른 일으켜세운다.
"여기 어떻게 왔어?"
"내가..내가.."
"어??너 술마셨어?"
"내가 처남이라니!!!!!!!!"
"뭐?"
경수의 집안에서 누구냐는 할머니의 물음이 들려오고 경수는 어찌하지도 못하고 잠이 든 종인을 바라보고있었다.
...
"형.형.형.형.형."
종인이 저를 불러대는 소리에 얼른 눈을 뜬다.
"세후니 혀엉~"
눈앞에선 준면이 세훈에게 안겨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단번에 꿈이란걸 알아챈 종인이 허우적대며 벗어나기시작했다.
"이봐.처남.어딜 급하게 가나."
세훈이 불러세우자 종인의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씨발!!!왜 안 움직이는데!!'
입도 떨어지지않고 입안에서만 맴돈다.
"우리 준면이 이쁘기도 하지."
"으응~형~"
씨발.고개 돌리지마.처절한 종인을 무시한채 몸은 저절로 돌아갔다.세훈의 무릎에 앉아 아양을 떠는 준면을 보는 건 안구테러 그 이상이였다.사람 하나를 불러세우고 지들끼리 히히덕거리는것 좀 봐.아무리 꿈이라지만 세훈이 점점 더 미워진다.
그러던 중 세훈과 준면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야!이 미친놈들아!!!그만두라고!!니미!렘수면 개새끼!!'
...
"종인아~"
종인에게 구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종인아.일어났어?"
종인의 눈안에 경수가 가득 들어찬다.고맙다고 입을 뻐끔거리지만 말이 안나온다.
"종인아??물 갖다줄까?"
마른 종인의 입안을 물이 적셔주고나서야 간신히 쉰 목소리가 난다.
"겨,경수야.."
"응?일단 꿀차부터 마시자."
경수가 손에 들린 컵을 종인의 입앞에 대준다.종인이 벌컥벌컥 들이마시다가 다시 뱉는다.
"아뜨뜨뜨뜨!!"
"괜찮아??"
김종인..제발..정신 좀 차리자.
"미안해.경수야.."
"아냐.너 괜찮아??많이 데었어?너무 뜨겁게 했나봐."
"근데 여기 어디야?"
"내 방이지.우리집앞에서 개됐잖아.너."
"..개?"
"응.개."
웃으면서도 직구를 날리는 경수가 무서워진다.
"종인아.근데.."
"응?"
"너 손에 그거."
경수의 시선을 따라 종인도 시선을 내리자 자신의 손에 꽉 쥐어진 콘돔이 있었다.
"..경수야..이게 말야."
"모르는척할게.."
경수가 쟁반을 들고 뛰쳐나가듯 방을 나간다.
아무래도 내 생각과는 다르게 종인이는 좀 음란한거같다.그래도 이해는 한다.종인이잖아.
+어옼ㅋㅋ신나는구만ㅋㅋㅋㅋㅋ시골물!
아리수는 싫어!난 시골물!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