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커플 FACEBOOK
W.미니부기
"미친놈아, 말하지 말랬잖아!!!"
"그래서 말 안하고 페북 올렸잖아."
저 새끼가? 능청스러운 얼굴로 말하는 옹성우를 보니 다시금 화딱지가 난다. 그래서 내 앞에 놓인 맥주를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여기 있는 맥주 거덜 낼 기세네, 아주."
"남이사, 거덜 내든 말든."
"내 돈 이잖아."
..시발. 맞는 말이라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술 사준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에라이, 치사한 새끼.
"그래서 이번엔 뭔데."
"뭐가."
"척하면 척이지."
..아무튼 눈치 빠른 새끼. 민현이와 큰 트러블이 있을 때, 눈치껏 들어주고 상담해줬던 성우이기에, 오늘 역시도, 내 마음을 털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민현이가 학생회 일로 바쁜 건 알지만, 그래도 얼굴을 못 보니까 속상했던 잘나에, 페이스북에 그런 글까지 올라오니까, 서운한 마음이 터져버렸다고. 그래서 자꾸만 민현이에게 나쁜 말이 나가려고 해서, 그래서 일부러 피했다고.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내가 또 질투 난다고 하면, 민현이는 과하게 쳐낼 거니까. 민현이도 인간관계가 있는 건데, 내가 함부로 터치하는 걸까봐, 그게 싫어서 속으로 앓았다고.
꽁꽁 담아두었던 속상함을 한 번 풀어내니,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런 내 이야기를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넌 연애를 머리로 하냐."
"..뭐가."
"모쏠인 나도 알겠다."
"뭘.."
"너 혼자 삽질하는 거."
이 새끼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하는 옹성우를 째려보자, 그가 다시금 입을 연다.
"황민현은 네가 이러는 거 알아?"
"모르니까 내가 이러고 있지.."
"그럼 말을 해."
"내가 한 말 코로 들었냐? 그러다 내가 인간관계 망치는 거면 어떡해."
"그런 걸로 망가질 인간관계였으면 애초에 망가졌어."
"..."
"그리고 황민현 성격 알잖아."
맞아. 이런 걸로 인간관계 무너뜨릴 사람 아니지. 무슨 일을 하던 똑부러지는 성격이니까. 그래서 이제껏, 학생회 일도, 공부도 잘해왔던 민현이니까. 그럴듯한 성우의 말에 마음이 점점 기울었다.
"뭣보다 이번 거는 황민현이 잘못한 거 맞으니까 너무 위축되지도 말고."
"그치? 나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으니까!!"
"그래도 민현이 말은 먼저 들어봐. 오해한 걸 수도 있잖아."
맞아. 진짜 나 혼자 삽질한 거일 수도 있으니까. 성우의 말에 걱정은 어느새 녹고, 민현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기어올라왔다.
"황민현 전화 때문에 내 핸드폰 불나거든? 내가 말할까, 네가 연락할래?"
"내가 연락할게."
내 대답에 잘했다는 듯, 성우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는다. 이런 걸 보면 성우가 모태솔로인 게 참 미스테리하다. 물론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남자친구♥︎
♥︎남자친구♥︎ :
어디야
♥︎남자친구♥︎ :
얘기 좀 해
♥︎남자친구♥︎ :
이름아
넌 어딘데?
♥︎남자친구♥︎ :
너네 집 앞
♥︎남자친구♥︎ :
술 많이 마셨어?
괜찮아?
조금 밖에 안 마셨어
내가 거기로 갈게
♥︎남자친구♥︎ :
아냐 내가 데리러갈게
조금만 기다려
아니
나 혼자 가면서
생각 좀 하고 싶어
♥︎남자친구♥︎ :
..
알겠어
조심히 오고
이상한 사람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알겠어
*
민현이에게 할 말을 정리하면서 가니, 벌써 집 앞에 다다랐다. 저 멀리에 기다란 그림자는, 민현이의 것이겠지, 싶어 심장이 뛰었다. 실수하지 말자, 를 되뇌며 민현이에게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데,
"이름아."
민현이가 먼저 나를 발견했다. 그의 손에 케익과 꽃이 들려 있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아무 말을 못하고, 민현이를 바라보는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늦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머릿속이 띵, 해졌다. 아. 설마.
"500일 축하해, 이름아."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
"다 울었어?"
민현이의 물음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그동안 쌓였던 내 서운함이 민현이를 보자마자 폭발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의 질투심으로 까맣게 잊혀졌던 우리 500일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듯, 민현이는 조용히 내게 휴지를 건네곤, 조심스레 어깨를 토닥여 줄 뿐이었다.
"장문희 때문이야?"
민현이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내가 놀라 민현이를 쳐다보았다. 이미 다 안다는 민현이의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은 속여도 황민현은 못 속인다니까.
"어떻게 알았어?"
"페북 봤어."
"아.."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그 누나랑 친구가 아니라서 그런 글이 올라온 줄 몰랐어. 글 보자마자 누나한테 삭제해 달라고 했고."
아니. 나한테 중요한 건 그 글이 아닌데.
"그럼 그 사진은 뭔데?"
"너한테 연락하고 있는데, 걔가 갑자기 팔짱 껴서 쳐냈는데, 그게 찍혔을 줄은 몰랐어."
아. 그래서 사진이 흔들렸던 거구나. 어느새 누나라는 호칭은 빼고 말하는 민현이의 모습에,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도가 되었다. '걔' 라고 호칭을 바꿀 정도면, 민현이도 그 년, 아니 그 사람이 어지간히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내가 조심했어야 하는 건데,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아니야. 나도 말 안하고 답답하게 해서 미안해."
"답답한 적은 없었어."
"그럼?"
"나 버릴까봐 무서웠어."
민현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에, 입가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널 왜 버려. 아니, 내가 널 어떻게 버려. 이렇게 좋아하는데. 고개를 떨군 민현이를, 내 양 팔을 가득 벌려, 끌어 안았다. 민현이가 그런 나를 다시금 감싸 안아서, 결국엔 내가 안긴 꼴이 되었지만.
"나 네 손 안 놔. 그러니까 걱정 마."
"힘들면 놔도 괜찮아."
..? 뭐라고? 분위기를 깨는 황민현의 말에, 그의 품에서 벗어나, 그를 찌릿, 째려보았다. 그러자 그가 말간 미소를 짓는다.
"내가 다시 잡을 거니까."
못 말려, 진짜. 황민현식 화법에, 또다시 넘어가고 말았다. 1년을 들어도 설레는 걸 보면, 내가 민현이를 참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다. 그나저나 아직 안 늦었겠지. 손목시계를 흘긋, 보니 12시 되기 10분 전이다. 아. 다행이다.
"민현아,"
"응?"
"나도 500일 너무너무 축하해!"
나만 축하 받을 수 없지. 비록 불미스러운 사진으로 500일을 허투루 넘길 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축하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민현이의 시선이 민망해, 입 꼬리를 당겨 웃었다. 그러자, 민현이 역시 눈을 곱게 접어 웃는다.
"사랑해."
동시에 민현이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포개어졌다. 은은하게 비추는 가로등 아래서의 입맞춤은, 500일을 축하하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이었다.
황민현
500일, 세상 그 누구보다 축하해
사랑해 이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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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름 : 내가 훨씬 더 많이 사랑해♥︎
황민현 : ♥︎♥︎♥︎
배진영 : 이제 싸우지 말기!! 약속!!
정세운 : 축하해.
김동현 : 천년만년 연애해~~~
황민현 : 결혼도 할 거야
김동현 : 응 안물~
옹성우 : 500일 한번 요란하게들 보내네
김종현 : 옹쓰는 언제쯤 요란해?
옹성우 : 남 연애사에 신경 끄시지
임영민 : 연애사가 없는데 신경을 어떻게 꺼요ㅠ
옹성우 : 만년 짝사랑은 꺼져주라
임영민 : 힝입니다ㅠ
유선호 : 이제 민현이 형을 놔줘
김이름 : 내가 놔도 현이가 다시 잡을거거든~~
강다니엘 : 염병하네 진짜
김재환 : 민현아 혹시 나 차단했니?
김재환 : 나 문희누나야 잠깐 재환이 핸드폰 빌렸어
김재환 : 왜 내 카톡엔 답장 없니?
김재환 : 민현아 내 말 들리니?
< 덧 >
1.
성우야 너라는 인생에
나라는 오점을 남겨도 될까?
2.
저 빨리 왔죠!!
궁디팡팡 해주쎄여!!
로맨스 글은 제 능력밖입니다...
조금 오글거리더라도 염병하네..
하면서 봐주새오..ㅎ-ㅎ
3.
둘이 왜 갈라놔요 광광!!
하는 댓글 많을까봐 걱정이었는데..
그대들 생각보다 갈등을 좋아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사실 저두 그래여;
커플 지옥 솔로 천국 만쉐이
4.
문복님..
괴롭혀서 죄송해요..ㅠ-ㅠ
5.
댓글 쓰고 포인트 돌려받아가세오
여러분의 포인트는 소중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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