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vard-clean&dirty
(밑에 글 확인해주세요!)
암호닉-♥조니니♥
어렸을 때 동물원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뭘 모르던 나이라서 신나게 뛰어놀다가 곤충관에서 길을 잃어 버렸는데 정말 무서웠었다. 어렸을 때 길을 잃어버린 경험은 대부분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이십년 정도 지난 지금도 웃지 못할 정도로 정말 무서웠다. 어머니나 아버지, 누나는 보이지 않고 곤충들만 가득했는데 그게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나 무서워하던 동물원이지만, 형과 함께하는 동물원은 무서운 곳이 아닌 경수형 만큼 사랑스러운 장소가 될거 같다.
[카디]동물 무서워하는 직장인 김종인X호랑이 사육사 도경수 w.레퀴엠
부제-사랑이 커지는 온도
동물원 입구는 주말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어제보다 훨씬 더 많았다. 가만히 있다가는 사람에 깔려죽을거 같아 생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세훈이와 경수형의 손을 꼭 잡았다. 별 생각없이 잡았는데 흠칫 놀라는 경수형 때문에 민망해 얼굴이 빨개졌다. 그렇게 놀라면 어떡해요... 가리고 싶었지만 잡았던 손을 차마 뺄 수 없어서 뛰듯이 걸으며 바람으로 억굴을 식혔다. 세훈이가 천천히 걸으라며 잔소리에 가까운 소리를 해댔지만 들리지 않았다. 너 임마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생기면 보자.
"종인아 천천히 걸어! 힘들다..."
"...네 형."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어디 아파?"
"아니예요..."
...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형은 둔한게 분명해.
*
맹수사 우리를 지나-지나가면서 보인 호랑이에 세훈이가 흥분하며 삼촌! 형아! 이랬지만 무시했다. 지금은 저 동물이 목적이 아니니까.- 조금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한 건물에 도착했다. 멀리서 봐도 나 동물원 건물이예요-를 티내는 듯한 초록색 건물은 아기자기하니 귀여웠다. 나도 모르게 웃자 경수형은 따라웃으며 문손잡이를 돌렸고, 열자마자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저절로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천국은 여길꺼야... 찬 바람을 맞으면서 돌아다닌 탓에 꽁꽁 언 몸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갔다. 이렇게 따뜻한 곳에 경수형과 함께라니...! 감격스러워지는 마음을 누르고 형이 따라오라는 곳으로 냉큼 따라들어갔다. 물론 내 앞에는 세훈이가 뛰어가고 있었고.
"세훈아 이거봐봐, 작고 귀엽지?"
"우와... 진짜 작다. 이 작은게 밖에 호랑이처럼 엄청 커지는 거예요?"
"응 그렇지! 엄청 신기하지?"
"네! 우와... 진짜 귀여워..."
또 다른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은 아까보다 더 따뜻했고, 우유냄새가 났다. 꼭 애기들 있는 병원같네. 세훈이와 형이 있는곳으로 오자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두사람 앞에는 작은 인큐베이터모양을 한 공간에 들어있는 새끼 호랑이가 있었다. 밖에 있던 호랑이의 새끼인지 몸에 난 털색깔이 똑같았고, 두사람의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멍하니 쳐다봤다. 문득, 이런 느낌이라면 밖에 있는 곤충관에 들어가도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게 무서워 하던 내가 들어갈 수 있다니, 경수형이 내 많은 걸 바꿔놓은 것 같다. 내가 무서워하는것, 좋아하는 것등 많은것을. 이런 생각으로 가만히 서있는데 경수형이 종인아! 라며 부르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에 얼른 달려갔다. 부름으로 옆에 스니 그 작은 호랑이가 조금은 가깝게 보였다. 그 호랑이를 가만히 보고 있는데 들려오는 형의 귓속말에 몸이 약간 움츠러 들었다.
"어때, 이제는 동물이 좋아졌어?"
"어? 어떻게 아셨어요?"
"세훈이한테 들었지. 그 소리 들으니까 여기로 데려오고 싶더라...."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경수형의 모습은 어느 누군가가 봐도 사랑스러웠을거라고 자신할 수 있을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처음에 남자라고 주저하던 내가 싫어질 정도로. 거기다가 하는 말은 어찌나 배려 깊은지.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를 위해 여기로 데려왔다는 형의 말이 감동스러웠다. 그래서 그런걸까, 나도 모르게 형의 손을 꼭 잡아버렸다. 마음을 고백하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이 형에게 스며들기 바라면서. 내 바램이 통했던건지 경수형의 얼굴이 조금 빨개져 있었고 계속 잡고 있었다. 세훈이와 함께 그러기를 몇분이 지났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손을 빼는 형이였다. 아 누구야.... 타이밍 한 번 더럽게 안좋네.
"경수야! 형 수건ㅈ.... 누구세요?"
"아 루한형! 나랑 친한 동생이랑 그 조카야."
"이런데 외부인 함부로 들이면 안되는거 알잖아!"
"아 민석형 미안! 근데 여기는 왜 온거야? 형 지금쯤 너구리 밥 먹이고 있어야 되는거 아니야?"
"말 돌리기는... 루한이 여기 같이오자해서 온거야."
들어온 사람들은 형과 많이 친해보였다. 나를 보자 놀라며 큰눈을 더 키우며 물어보는 사람이 루한이란 사람이고 혼내는 사람이 민석이란 사람인가... 아무말 못하고 바라보고 있자 냉큼 소개를 해 주는 경수형이였다. 민석이란 사람은 이런 나와 세훈이를 위아래로 보던것도 잠시, 형과 마저 이야기를 했다. 몰려오는 뻘쭘함에 가만히 호랑이만 보고있었는데 들려오는 루한이란 사람의 목소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여기 온도 왜 이렇게 뜨거워? 경수 너가 온도 올려놨어?"
"그렇게 뜨거워? 온도 안올렸는데...?"
"냅둬 루한. 경수가 온도를 이렇게 만든 거구만."
"헐? 내가 뭘?"
"아 알겠다 민석! 저 남자랑 알콩달콩...?"
"아 루한형!!"
아니 알콩달콩이라니...! 물론 같이 손잡고 있었던건 사실이지만 이게 알콩달콩인가...? 생각해보니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부끄러워하는게 안 보이는지 이 말뒤에도 한참이라 종알종알거리는 루한형이였고 그런 루한형을 분위기 망치지 말라며 내보내는 민석형이였다. 곧 자신도 나가면서 앞으로 자주 볼거같으니 형이라고 부르라고 한 뒤 나가버렸지만. 둘이 휩쓴 분위기는 정적만이 가득했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후끈했던 방의 열기가 어쩐지 차게 느껴졌다. 이런 분위기를 느낀건지 세훈이가 형아라고 부르며 정적을 깨버렸고, 형 역시 대답해주며 다시 따스한 방으로 변해갔다. 역시 어린아이가 있어야 하나... 조금씩 다시 화기애애해지는데 형이 새끼 호랑이에게 우유를 줘야한다며 근처에 있던 싱크대에서 젖병을 씻었고, 세훈이는 자신이 준다며 칭얼댔다. 그 소리에 살짝 웃으며 가르쳐 줄테니까 해보라며 우유를 담는 형의 모습은 내 귀를 빨개지게 하는데 충분했다. 어쩐지 나만 더운거 같아....
우유의 온도를 맞춘 뒤 호랑이 근처로 가는 형을 세훈이가 쫓아갔고, 나 역시 형의 바로 옆에 있었다. 자주 한 것인지 형은 익숙한 모습으로 새끼 호랑이에게 젖병을 물려주는 그 모습에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형의 수십가지 매력을 다 느끼는구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자신이 주겠다며 손을 드는 세훈이였고, 흘리지 않게 조심조심 잡아야 한다며 주의할 점을 이야기하는 경수형이였다. 그 소리를 새겨듣던 세훈이가 곧 젖병을 들었다. 자신이 든 젖병을 쭉 먹는 호랑이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우유를 쏟지않게 조심하는 모습은 나와 형에게 웃음을 주었다.
"세훈이 진짜 귀여운 거 같아... 열살인데 저렇게 순수하고 귀엽기 드문데."
"아 그래요? 뭐 형이 귀엽다고 하면 귀여운 거겠지."
"...뭐야 그 대답은..."
세훈이와 호랑이에게 눈을 때지 못하던 형이 한 말은 세훈이의 칭찬이였고, 동조해주고 싶었지만 세훈이가 들으면 내가 민망해져 그렇냐며 물음만 던졌다. 형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 형이 하는 말은 다 맞아요-라는 뉘앙스로 망하니 또 다시 얼굴이 붉어지는 경수형이였다. 얼굴이 저렇게 빨개져도 귀엽네... 형의 말을 끝으로 서로 웃다가 우연히 마주친 눈은 형과 나, 둘다 같은 온도가 흐르고 있었다. 물이 끓을 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또 미적지근하지만은 않은 온도가.
*
오늘은 퇴근이 조금 늦으니 먼저 가라는 말에 데려다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사실 데려다주겠다며 땡깡 비슷한것을 피웠지만 그냥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앉은 차안에서조차 형에게서 흐른 온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형도 그럴려나? 차에 시동도 키지 않고 가만히 온도를 느끼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리 없는 세훈이는 얼른 시동을 키라며 이야기했고, 덕분에 아쉽지만 시동을 켜 히터온도를 높였다. 혹여 세훈이가 감기에 걸린다면 난리칠 누나의 성격을 잘 아니까.
"삼촌은 그 형아가 엄청 좋은가봐? 아주 얼굴에 대놓고 써있던데."
"...진짜? 경수형이 눈치채면 어떡하지?"
"나이는 스물일곱이나 먹어가지고 겁이 많아. 그냥 고백하면 되지."
"세훈아, 세상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돌아가는게 아니야..."
쪼끄만 애가 알리가 없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니 말대로 고백하고 받아주고 사귀고, 이게 일사천리로 이뤄지면은 좋겠지만 남자끼리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예요... 어쩐지 히터를 틀었지만 몸이 식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바로 경수형효과인가. 같이 있으면 따뜻하지만 옆에 없으면 추워지는? 내가 생각했지만 바보같아 운전에 집중하기로 했다. 살아서 계속 볼려면 일단은 안전운전해야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달려 도착한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자 뛰어들어가는 세훈이였다. 어려서 그런가 많이 피곤했나보네. 문을 닫고 신발을 벗는데 들려오는 진동음에 서둘러 벗다가 넘어질 뻔 했다. 아이고, 누구지... 광고문자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코트를 뒤적여 나온 핸드폰의 홀드를 열자 나오는 문자는 뜻밖에도,
[지금 시간이면 들어갔으려나? 푹쉬고 다음에 보자! -경수형 6:02PM]
경수형이였다. 재빠르게 바꿔놓은 형이라는 글자가 이렇게 예뻐보일줄이야. 거기다가 내용은 더 좋아. 방정맞은 내 모습에 혀를 쯧쯧차던 세훈이는 쇼파에 누우며 한시간뒤에 깨워달라며 소리쳤다. 평소같으면 소리지르지 말라며 잔소리할 나였지만 알겠다며 고개만 끄덕였다. 이것또한 경수형 효과겠지?
어제 경수의 생일&내일 종인이의 생일에 맞춰 더 달달하게 써본 레퀴엠입니다. 분명 어제 썼음에도 축하하지 못한 경수 생일축하하고, 내일 생일을 맞는 종인아 미리생일축하해! 그리고 덧글 써주시는 독자님들께도 감사드려요! 늘 여러분들 덕분에 글을 써가는 거 같아요 ㅎㅎ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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