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늦은 아침, 나는 어디선가 자꾸만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몸을 뒤척이다 부엌에서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다니엘의 뒷모습을 보고는 새삼 저 남자가 다시 내 곁에 있게 되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갔다. “뭐해?” “어, 일어났어? 너 아침 먹어야지.” “…내가 하면 되는데 뭐 하러 해.” “쓰읍, 그냥 드세요. 거의 다 됐으니까 저기 가서 앉자!” 나는 다니엘의 손에 이끌려 식탁에 털썩 앉아 얌전히 아침을 기다렸다. 눈곱도 제대로 못 뗀 채 멍하니 있다 보니 내 민낯이 괜히 민망해져 세수라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다니엘은 곧장 나를 향해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어디 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그런 눈빛. 결국 나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아침을 먹어야 했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 민낯을 조금이나마 가리려 알 없는 안경이라도 찾아 쓰고서 다니엘이 앞에 음식을 놓아주는 걸 가만히 바라봤다. 셀프 해장을 위한 건지 그가 내려놓은 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콩나물국이었다. 나는 원래 아침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가 퍼 준 밥은 거의 손대지 않고 국그릇만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는 복스럽게 잘 먹는 다니엘의 모습만 넋 놓고 바라봤다. “그렇게 빤히 보면 나 먹다가 체해.” “…아, 미안.” “푸흐흐- 아니, 농담이지 바보야. 얼마든지 봐도 돼.” 다니엘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눈을 뜨고 이렇게 아침까지 같이 먹고 있으니 다시 신혼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아침을 다 먹은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기대어 앉아 영화도 보고 채널 돌리다 나오는 예능도 조금씩 보며 시간을 보냈다. 딱히 무언가 의미 있는 걸 했다고 말은 못 하지만, 그저 둘이서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였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졌다. 집에서만 있다가 주말을 보내버리기엔 아쉽다는 다니엘의 말에 동의한 나는 차키를 챙겨 그와 함께 드라이브에 나섰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밤, 드라이브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차키 줘. 운전 내가 할게.” “싫어, 내가 할 거야.” “쓰읍, 그냥 주시죠?” “치, 맨날 자기 불리할 때만 존댓말 쓰지.” 결국 나는 차키를 다니엘에게 넘겨주고는 조수석에 올랐다. 나도 운전 잘 하는데. 다니엘이 차를 출발시키고 나서도 괜히 입을 삐죽이며 뚱한 표정을 하고 있던 나는 이내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절로 났다. 나는 차가 별로 없는 한적한 곳을 달리자 오른손을 창밖으로 내밀어 바람을 느꼈다.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실컷 만끽할 수 있었던 가을밤의 드라이브였다. - “아, 내리기 싫다.” “너 내일 출근해야 되잖아. 빨리 들어가.” “그냥 네 집에서 자고 출근하면 안ㄷ…” “안 돼. 빨리 가.” “너무해, 진짜. 나 그렇게 보내고 싶어?” “어?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오랜만에 보는 다니엘의 애 같은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 당황한 나는 그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그의 손을 잡고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손등을 쓸며 그를 달랬다. 아예 안 볼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우리 이제 겨우 다시 만났는데. 결국 나는 다니엘과 함께 차에서 내려 그의 입술에 짧게 뽀뽀를 해 주었다. 그는 그제서야 웃음을 띠며 내일 점심시간에 카페로 가겠다는 말과 함께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의 뒷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 차를 끌고 멀지 않은 우리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도, 집에 도착해서도 자꾸만 다니엘의 얼굴과 음성이 떠오르고 웃음이 나는 걸 보면, 내가 정말 그를 다시 좋아하긴 하나보다. 사람 감정이라는 건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신기한 존재였다. - 다니엘과 다시 만나기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우리는 서로의 집을 자주 왕래하며 이젠 거의 내 집이 그의 집이고 그의 집이 내 집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익숙함을 너무나도 빨리 가져다주는 시간은 꽤나 무서운 존재였다. 이제 겨울이 오려는 듯 꽤 쌀쌀해졌지만 그래도 화창한 날씨에 기분 좋게 출근해 카페에 앉아있다 보니 기분이 꽤나 좋았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꽤나 많았고, 사소하게라도 내 신경을 긁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늘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기분. 괜히 설레는 마음에 기분 좋게 향긋한 차를 마시며 평소에 조금씩 읽다 뒷부분만 조금 남은 소설책을 읽고 있던 그 때, 누군가가 카페를 찾아왔다. 딸랑- “어서오세…” 아니, 방금까지 내가 했던 말 다 취소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할 정도로 너무 좋더라니. 좋은 일이 생기기는 개뿔, 꽤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게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저번에 나에게 명함을 넘기며 강다니엘이 카페에 나타나면 연락을 달라고 했던 여직원이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분명 내게 뭔가를 따지러 온 거였다. 나 그 날 명함 버린 걸로 기억하는데. 진짜 망했네. “저 기억하시죠?” “네? 아… 네.” “왜 연락 안 주세요? 아직도 그 분 카페에 안 오시나요?”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아니라면 카페에 오긴 왔다는 거네요? 아니, 한 달이 되도록 연락이 없으시길래. 근데 왜 연락 안 주신 거예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아… 하하…….” 나 말 좀 하자. 그렇게 궁금했으면 네가 직접 오든가. 끝내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말을 속으로 삼키며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정중하게 사과를 표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그 날 받은 명함을 잃어버려서요." “진짜 그 남자랑 아무 사이 아닌 거 맞죠? 설마 일부러 잃어버렸다고 하거나 뭐 그런…” 딸랑- 여자와 말씨름을 하고 있던 와중에, 아니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던 와중에 또 누군가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 바로 앞에서 자꾸만 나를 압박해오는 이 여자 때문에 그 누군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한참을 내게 쏘아대던 그녀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슬쩍 뒤를 돌아보더니 그제서야 말을 멈췄다. 신경을 긁는 하이톤 목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려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깔며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여자의 뒤로 다가온 손님을 확인한 나는 그저 눈을 깜박이며 멍해졌다. 아니, 쟤가 지금 등장하면 안 되는데. “아, 저기… 혹시…” “여보야.” “……?” “……?!” 미쳤다. 미친 게 틀림없다. 얘가 왜 이러는 거야. 당황스러운 건 이 여자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저 눈만 깜박이며 가만히 다니엘을 바라봤다. 뭐, 뭐라고? “여보야. 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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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독자님들❤️ 저번편도 초록글에 올려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ㅠㅠㅠ 한참 부족한데도 글 잘 쓴다고 칭찬도 막 해주시고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ㅠㅠ 달달한 로맨스를 보는 건 잘 해도 막상 쓰려니 참 부끄럽더라구요 허허 그래도 열심히 이전보다 분량도 더 길게 해서 써 봤는데 어떠셨나요?! 대충 굵직하게 생각해뒀던 에피소드는 거의 다 쓴 것 같아요. 한 10편 쯤 되면 완결이 나지 않을까 싶네요! 그 때까지 더더더 열심히 글 쓰도록 할테니 지금처럼 많은 사랑 부탁드려용❤️ 일요일 마무리 잘 하시고! 또 새로운 일주일 잘 보내시고! 저는 또 다음편 열심히 써서 빨리 찾아뵐게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여러뷴❤️x1210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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