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도령에게 시집가기
글 잎련
혼례를 치룬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느낀 것은 단 하나였다. 서방님도 나만큼 종잡을 수 없는 인간 사람이라는 것.
"연아."
"..혹시 저를 부르신..?"
"그래."
"제 이름은 여주인데.."
뜬금없는 호칭으로 날 부르기 시작했고,
"내기를 하자."
"지금 밥먹는 중인데요?"
시도때도 없이 내기를 제안했으며,
"조심해서 다니거라."
"이게 다 무슨.."
"..원래 있던 거다."
내가 다쳤다는 소리를 듣고 온갖 약을 다 사오기도 했다.
"시금치도 드세요."
"..."
"빨리요."
"맛이 좋지 않구나."
"..서방님."
어울리지 않게 반찬투정을 하다가도, '서방님' 소리에는 금세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시금치를 집어드는 모습은 뭐,
꽤 귀엽다.
#
서방님은 살을 빼기 시작했다.
"왜이렇게 안드세요?"
"사정이 있다."
"무슨 사정이요?"
"..나중에 말해주마."
나름대로 나에게 숨기는 게 있어보여 살 빼지 말라고 말도 못하겠고, 처음 봤을때 느꼈던 귀여운 볼살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정말 얼굴살의 영향이 컸는지, 점점 턱선이 드러나고 얼굴이 날카로워지니 그제서야 제 나이로 보였다.
"서방님 살이 너무 빠진 것 같아요."
"그래?"
살이 너무 빠진 것 같다는 내 말에 안그런 척 하지만 은근히 흡족해하며 웃는다. 서방님이 살을 빼고 나서 확실히 더 잘생겨지긴 했다. 그런데 사실 나는 볼살이 오동통했던 서방님이 더 좋았다. 그래서 혼자 꽁하고 있었는데, 나를 다정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아."
"네?"
"장터에 가자."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서방님은 벌써 멋들어지는 두루마기를 걸치고 서있었다.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새삼 설레어 조금 붉어진 얼굴로 얼른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나란히 걸으며 장터로 향했고 거기까진 좋았다. 좋았는데,
"..."
"..왜 그래?"
"아닙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시선을 끈다. 그것도 여인들의. 전에도 한 인물 했지만, 살이 빠지면서 더 물이 올라 그런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는지, 서방님이 나를 보고 왜 그러냐고 묻는다. 애써 표정관리를 했지만, 계속 신경쓰이는 건 마찬가지다.
"밥 먹을래?"
장터를 조금 둘러보고선 출출함을 느낀 서방님과 국밥집에 들어갔다. 물론 난 여인들이 신경쓰여 제대로 구경도 못했지만. 바로 앞에 따뜻한 국밥이 좋은 향을 풍기며 놓여있지만, 어째 입으로 들어가지가 않는다. 후룩, 하고 잘 먹던 서방님도 내 눈치를 살핀다.
"정말 말해주지 않을거야?"
"..뭘요?"
"아까부터 기분 안좋은 이유."
"..."
말하기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부끄러운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더니 서방님이 그럼 나도 밥 안먹어. 하고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하.. 진짜 창피해..
"..서방님 다시 살 찌우면 안 돼요?"
"살?"
"자꾸 사람들이 쳐다보고!"
"..."
"..그런단 말이에요.."
결국엔 질러버렸다. 서방님은 갑작스런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가 이내 눈치를 챈 듯 눈이 휘어지게 씩 웃는다. 덕분에 내 얼굴은 고추장만큼 빨개졌다. 아.. 괜히 말했다. 서방님을 쳐다보지를 못하겠다. 자꾸만 고개를 들어봐라, 나 좀 봐라, 하는 서방님이 얄미웠다.
"나 좀 봐."
"싫어요.."
"보기 싫다는 거야?"
"그게 아니,아니라.."
순간 욱해서 고개를 들었더니, 어느새 가까워져 있는 서방님의 얼굴에 말까지 더듬었다.
"그럼?"
"..놀리지 마세요."
"음?"
"아아 진짜!"
놀리지 말라는 내 말에도 가까워진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미는 서방님에 결국 어깨를 살짝 밀쳤다. 서방님은 그제서야 알았다알았어, 하고 웃으며 장난을 그만둔다. 괜히 목이 타서 앞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런 나를 여전히 웃으며 바라보던 서방님이 어서 가자. 하며 서둘렀다.
"어디 가실 데라도 있으세요?"
"어. 중요한 곳이다."
"중요한..?"
평소에 느긋하기만 하던 서방님인데, 이렇게 서두르는 게 처음이라 나도 같이 마음이 급해졌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서방님을 쫓아가려 신도 대충 신고 일어섰더니, 그걸 눈치챈 서방님이 어허. 하며 나를 다시 앉힌다. 그리고선 내 앞에 앉아 나에게 신을 신겨준다.
"급해도 제대로 신어야지."
"..."
"다친다."
생각보다 세심한 손길에 또 심장이 간질거려온다.
#
서방님을 따라 급하게 온 곳은 아까 그 장터 한복판에 있는 작은 갑판가게였다. 여기가 뭐가 중요하지? 했는데 서방님이 열심히 뭔가를 찾는다. 그리고선 뭔가를 집어들더니 몸 뒤로 감춘다. 궁금한 눈빛을 보내자, 갑자기 나에게 손. 하며 서방님의 손을 내민다.
"네?"
"손 좀 줘봐."
손에 땀이라도 났을까 치마에 몰래 닦고서 조심히 손을 올려놓았다. 내 손을 살짝 잡아오나 했더니, 이내 나의 약지에 가락지를 끼워준다. 가운데에 작은 꽃이 새겨진 나무 가락지였다. 조금 낯이 익다 했더니, 아까 장터를 둘러볼 때 잠깐 봤었던 가락지였다.
'이거 둘 중에 뭐가 나은 것 같아?'
'둘 다 예뻐요.'
'제대로 봐봐.'
'..이거요.'
여인들을 신경쓰느라 잠깐 잊고 있었는데, 아까 내가 골랐던 그 가락지였다. 감동받은 얼굴로 서방님을 바라보자,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마음에 드느냐 하는 말에 완전요! 하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렸다. 그러자 내 손을 힐끔 보더니 조용히 한마디 하고선 돌아선다.
"..곱구나."
서방님께 곱다는 말을 들은 것이 처음이라, 놀라서 쳐다보니 이미 등을 돌린 서방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몰래 웃음지었다. 서방님의 붉어진 귀가 보였기 때문에. 서방님이 끼워준 가락지를 만지작거리며 서방님 옆으로 가서 나란히 걸었다.
"사실 이걸 사주려고 나온 것이었다."
"진짜 마음에 들어요 진짜."
"..그럼,"
잠시 말이 없던 서방님이 그럼, 하고 나에게 손을 내민다. 처음 잡아보는 서방님의 손은 나의 손보다 더 따뜻했다.
그렇게 우리는, 시끌벅적한 장터의 거리를 나란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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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게 무슨 일이에요..
첫화인데 초록글 + 9추천 + 신알신 60명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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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