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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건아다. 요리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나름 가부장 적인 생각도 가져서 결혼 후 요리는 여자의 몫으로 여기고 있고, 남들보다 체구는 작지만 멧집도 있을 뿐더러 어디서 맞고 살만큼 멍청하지도 않았다. 다른 또래들이 그러했듯, 나의 10대 역시 뜨거운 숨결 속에서 금발미녀들-혹은 야메떼를 외치는 일본 여자들-과 언제나 함께였다. 사내놈들 사이에서 유행 하는 게임은 모두 만렙을 찍어야 적성이 풀렸고, 엄마에게 두들겨 맞는 한이 있더라도 밥은 꼭 내 카드로 계산해야 마음이 편했다. 

 

 

"백현씨, 디오씨 허리에 팔 더 감아봐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디오씨 너무 굳었다~ 백현씨랑 더 붙어봐요."

 

 

 주옥같다, 이거지.

 

 

 

백도를 아십니까?

w.다올

 



 

 

 

 화보용 미소를 장착한 백현의 얼굴이 아무렇지 않게 불쑥 다가왔다. 볼을 간질이는 규칙적인 숨결에 떫어진 경수의 얼굴은 흡사 안면마비에 걸린 사람 같았다. 허리를 두른 기다란 손가락이 배 언저리에서 피아노를 치듯 움직이며 장난을 치자 경수의 짜증은 두배로 치솟았다. 광고 모델이 된 화장품의 산뜻함을 강조하는 하얀 정장 따위는 벗어던지고 당장 백현과 맞짱이라도 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울고싶던 시간들이 지나고, 수고하셨다는 사진작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경수는 백현을 밀쳤다. 장난기 어린 백현의 얼굴에 주먹이라도 한대 꽂아 넣고 싶었지만 연달아 잡혀있는 스케쥴을 떠올리며 때리는 시늉만 하고는 등을 돌렸다. 대기실로 걸어가는 와중에도 백현은 경수의 뒤를 쫓으며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 경수 오늘 그 날인가봐."

"입 다물어."

 

 

 가시 돋힌 말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음을 흘리는 백현에 경수는 혀를 찼다. 꿈에 그리던 데뷔를 한지도 어언 2년, 카메라 앞에 서면 매번 경직되는 마음을 추스리며 표정을 짓고 포즈를 잡는것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그동안 숫한 사진을 찍었고, 오늘처럼 종종 멤버간의 스킨십을 요하는 화보도 제법 찍어보았다. 하지만 단체로 XY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몸뚱이들이 부대껴 보아야 얼마나 부대끼겠는가. 누가보아도 '저희 일하는 중이에요.'라고 생각되게끔 하는 인위적인 포즈들이었지만 낯간지러운 것은 죽어도 못하는 경수는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요근래 경수는 이상기류를 느꼈다. 

  

 오늘 화보만 해도 그렇다. 멤버 수가 짝수인 것을 감안하여 두명씩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디렉터는 당연하다는 듯 백현과 경수를 짝지어 주었다. 아니, 뭐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다른 멤버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거나 서로 등을 맞대는 것에서 그쳤지만 백현과 경수가 카메라 앞에 서자 사방에서는 강도 높은 스킨십을 요구했다. 그걸 또 백현이 웃으며 받아치는 바람에 경수는 오늘 하루 거진 백현에게 안겨있다 시피 해야 했다. 이렇게 커플마냥 붙어있을 바에야 여자신세를 면하고자 경수가 백현의 머리통을 자신의 겨드랑이에 끼워넣자 촬영 내내 방긋 거리던 디렉터는 바로 정색을 하며 소리쳤다. 밸런스가 안 맞잖아요 디오씨!! 하는 수 없이 경수는 울며 겨자먹기로 백현에게 허릿춤을 내어주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협찬 속에서 백현과 경수는 색만 다르거나 무늬가 조금 다른 커플룩을 할당받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다른 멤버와 바꿔 입으려고 해 봐도 아주 조금 좁은 -전지적 경수 시점- 어깨에 맞춰 나온 옷이라 덩치들에게는 -전지적 경수시점- 맞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경수는 그 중에서도 제일 나쁜건 변백현이라고 생각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백현이 잘하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1.장난 2.장난 3.장난. 사실, 하나부터 열까지 정 반대인 두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것이 백현의 장난이기는 했으나, 백현은 경수가 이런 스킨십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능글거리고 있었다. 사실, 위로 터울이 많은 형을 두고 집안의 막내로서 애교를 도맡아 자라온 백현으로서는 마냥 벽돌같은 경수가 이해되지 않을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떠하랴, 도경수의 폭죽같은 반응이 재미있는데. 자고로 장난은 반응이 재미있을 때 더욱 가동되는 것이다. 도경수의 체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 도경수를 능욕하게 될 것이니, 그것이 바로 변백현이었다. 

 

 

* 

 

 

 팬 싸인회가 끝났다. 뻐근한 오른 손목을 돌리며 가장 먼저 승합차에 올라탄 경수는 구석 자리에 몸을 늘어 뜨렸다. 두 개의 컴백곡을 연달아 히트 시키면서 나날히 상승하는 주가에, 소속사는 열두개의 몸뚱아리들을 야무지게도 굴려 먹었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눈짓 하나하나에 환호하며 사랑해주는 팬들은 너무나도 감사했지만,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머, 또 경수오빠 옆자리네." 

"꺼져 좀." 

  

 

 적막을 흐트리는 방정맞은 목소리에 경수는 내리감은 눈을뜨며 옆에 앉는 백현을 째려 보았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할법도 한데, 힘이 남아도는지 백현은 연신 콧노래를 흥얼 거리며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기 바빴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이 새끼가? 킥킥 거리는 백현을 두고 어떻게 해야 잘 죽여버렸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던 경수의 얼굴 위로 백현이 대뜸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화면 속에는 방금 싸인회에서 팬들이 찍은 사진들이 올라 와 있었다. 그런 면으로는 무심한 경수에 비해, 고화질부터 프리뷰까지 각도별로 체크하는 백현을 모르는바는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이게 뭐. 경수의 불퉁한 말에 백현이 여전히 웃으며 스크롤을 주욱 내렸다.  

 

 

"백도를 아십니까?" 

"뭔 개소리야." 

"보면 알거야." 

 

 

 귓 속말 하는 백도.jpg, 손하트 시전하는 백도.jpg, 싸인회에서 우결찍는 백도.jpg

 

 

"뭐,뭐야 이게?!" 

 

 

 얘랑 나랑 이런 애매호모한 짓을 했다고?! 분명, 백현의 장난질에 조용히 분노를 삼키며 귓속말로 '죽여버린다'라고 한 적은 있었다. 또, 운 나쁘게 옆자리로 배정받아 울며 겨자먹기로 팬들의 요청에 같이 손을 모아 하트를 만든적도 있긴 했다. 백현과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이런 야시꾸리한 분위기를 자아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경수는 경악했다. 석고상 마냥 그대로 굳어버린 경수를 보며 백현이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팬들도 다 아는 것 같은데…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그냥 공개연애…악!" 

"개새끼야!!!!" 

"무슨 일이야?" 

 

 

 때마침 차문을 연 준면은 어지러운 눈 앞의 상황에 화들짝 놀라며 눈을 굴렸다. 쓰러진 백현은 경수가 들이받은 이마를 감싼 채 자지러지며 웃고 있었고, 경수는 그런 백현을 노려보며 분을 삯히고 있었다.  

 

 

"백도는 무슨…백대 쳐맞아라 새끼야!!" 

 

 

  눈앞에서 펼쳐지는 2라운드에 준면은 한숨을 쉬며 차 문을 닫고는 조용히 옆차에 올라탔다. 

 

 

* 

 

 

 "그럼 어쩔 수 없네." 

 

 

 준면의 말에 경수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아니. 자,잠깐만! 이건 음모야!" 

"에이, 디오씨.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이 투표인데. 음모라니요." 

"그래 경수야 인정해."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이던 후보2 루한이 후련한 얼굴로 경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경수가 머리칼을 잔뜩 헤집으며 절규 하던말던, 준면의 정리 하에 짐을 떠넘긴 다른 멤버들은 해맑게 웃으며 각자 연습을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상황은 이랬다.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 일정이 잡힌 이후, 멤버들은 머리를 모아 콘서트를 직접 구상에 들어갔다. 피아노 선율과 함께 팝송을 부르는 개인무대가 주어졌을 때 까지만 해도, 경수는 너무도 신나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그런데 문제는 긴 연습생 시절동안 수 차례 소속사 선배들의 콘서트를 감명깊게 본 준면에 의해 발생되었다. 준면은 조심스레 멤버들에게 여장무대를 제안 했다. 이미 데뷔 초에 몇 번 화두가 되었던 여장은 먼 훗날 이야기로만 여겨지며 하하호호 했었는데…막상 평생 남을 흑역사가 코 앞에 다가오자 멤버들은 모두 발을빼기 급급했다. 열띤 토론을 하는 멤버들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횟수가 늘어 날 수록 경수는 다리를 미친듯이 떨었다. 결국, 대대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경수는 간발의 차로 루한을 누르고 여장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연습실 구석의 마룻바닥을 이리구르고 저리구르는 경수의 머리맡에 다가온 백현이 무릎을 굽혀 앉았다. 종국에는 벽에 기댄 채 축늘어진 작은 얼굴을 감싸며 백현이 입을 열었다. 

 

 

"햄 빼봤자 너만 힘들다." 

"……." 

"잘 부탁해, 파트너." 

 

 

 개구지게 웃는 백현의 얼굴에, 잠잠하던 경수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얼굴을 쥔 백현의 손을 잡고 물어버릴 태새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뒤엉킨 두사람을 익숙한 듯 멤버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경수는 백현을 밀치며 연습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씩씩대는 작은 뒷모습을 보며 바닥에 쓰러진 백현은 배를 잡고 웃었다. 귀엽다 진짜, 도경수.  

 

 

 

 

 

 

 

 

 

 

 

 

 

 

 

 

 

 

 

_

꼭 한번 써보고 싶었던 리얼물ㅎㅎㅎ

예쁘게봐주세요...♡

뮤즈와 심포니밴드도 곧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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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앙 이거 재밌겠다....ㅋㅋㅋㅋㅋㅋ끊임없이 놀리는 백현이 때문에 발끈하는 경수 넘 귀여워요 ㅋㅋㅋㅋ 여장경수 꼭 한 번 보고 실제로 보고 싶네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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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ㅠㅠㅠㅠㅠ리얼물좋죠ㅠㅠㅠㅠㅠ경수귀여워요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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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ㅋㅋㅋㅋㅋㅋㅋㄱ경수여장이랔ㅋㅋㅋㅋ실제로도 제발한번만 해줬으면 좋겠네욬ㅋㅋㅋㄱㅋ다음편 기다리고있을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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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ㅜㅜㅠㅠㅠㅠㅋ대받왱케기엽죠ㅠㅠㅠ리얼물오랜만에보는데설레네여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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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대박ㅠㅠㅠㅠ오랜만에 금글을 발견햇네요ㅠㅠ..ㅠㅠㅠㅠ설정발려요ㅠㅠㅠ다음편이 시급합니다!!!ㅇ>-<...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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