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공기가 낯설었다.
항상 걸었던 이 길도, 이 곳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3년 전, 긴장감과 설렘으로 떨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입학식장으로 들어서던 나는,
지금 졸업장을 받으러 가는 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하나같이 크고 어벙한 교복들, 서로를 어색하게 흘끔대던 우리들은,
어느새인지 친해져 서로와의 이별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3년이란 시간은, 어찌보면 길기도 짧기도 한 시간이였다.
어찌보면 그 짧은 시간 안에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하며,
또 각자만의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었으며, 우린 그 짧은 시간동안 정이 들어버렸다.
친했던, 안친했던
우리는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봤고.
애써 웃음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이들과, 또 그 모든것을 보며 울음을 꾹 참는 이들.
우리는 모두 서로를 그리워했고, 서로가 함께하는 이 시간을 아쉬워했다.
이렇게나 빨리 올 줄 알았던 이별이라면,
여기저기 부딫혀보기도, 마음에 드는 그 아이에게 조금 더 다가가보기도,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욱 기억하기도 할 것을..
이런 저런 후회가 아쉬운 마음을 더욱이 크게 만들었다.
굳이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우린 서로 복도를 오가며, 또 친구의 친구로,
무엇이 되었던 간에 서로의 얼굴을 알고 있었고,
평소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것들이 모두 너무나 크게 자리잡아 있었고
그 모든것을 비워내기엔 시간이 필요하였다.
더운 여름 날 나가기 싫다며 울상을 지으며 운동장으로 하나 둘 나가던 아이들은,
쨍하게 비추는 햇볕 아래 땀을 흘리며 수업을 했고,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이 사주신 아이스크림 하나에 금세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였다.
나는 지금에서야 깨달아버렸다.
내가 헛되이 보내던, 너무나 익숙해 가치가 없다고 치부해버렸던 그 시간들은,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의 일부였다는 것을.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단상 위로 올라 갔을 때,
왠지 울컥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감정들이 얽혀 내 마음을 무겁게만 하였다.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친구들 때문인지,
정든곳을 떠나는 그 허무함 때문인지,
혹은 앞으로 내가 겪어야 할 새로운 환경, 그리고 걱정들 때문인지,
괜시리 울적해졌다.
매일 지나던 교문으로 가는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교문을 나서고 나니 모든것이 정말 매듭을 짓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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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고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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