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탈락한 다음 화를 촬영하고 회식이 열렸다. 나.. 정말 탈락했구나. 나 촬영 갔다 올게 말하는 형을 보고 느꼈다. 지니어스 탈락 이 후에 이런 저런 스케줄이 잡혀서 정신없이 살았지만. 늘 하던게 빠지니 굉장히 허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게임 상에서 쌓인 감정을 털어내는 거 반 뒷 풀이 반으로 하는 회식에 자연스럽게 초대 되었다.
“콩! 왔어? 내가 진호 없어서 얼마나 외로운지 알아?”
날 보자 마자 상민이 형님이 입바른 소리로 반긴다.
“에이 안 믿거든요 저. 와.. 방송 보고 얼마나 깜짝 놀란지 알아요? 생각보다 더 심하게 견제 하드만. 내가 공공에 적이었어 공공의 적”
직접 플레이 할 때와 방송으로 모니터 할 때의 차이는 크다. 그때 시즌 1 우승자라 많이 배척 받는단 느낌이 들긴 했지만 방송으로 직접 접하고 나니 내 생각보다 더 컸구나 느낄 수 있었다.
“에이 거야 콩이 너무 잘하니까 그런거고”
“맞아요~”
“맞아 너 너무 사기 캐 였잖아.”
여기 저기서 동조의 입바른 소리들이 들려온다. 얼씨구. 병 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아 몰라 몰라 빈정 상했어. 툴툴거리는 나의 잔에 상민이 형이 술을 따르며 에헤이 그냥 털어 이럴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거지. 좋게 좋게 생각해 너무 잘하니까 그런 거야. 안 그랬으면 그러지도 않았어.
“콩 없으니까 요환이 세상이라니까”
상민이 형의 말에 얌전히 고기를 먹던 형이 아 제가 언제요 형님! 입을 삐뚤어 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형님이 완전 왕이시면서. 허허 웃는다. 저 말에 나도 동의 촬영에 참가 안해서 어떤식으로 게임이 진행 됐는지 알 수 없지만 형이 상민이 형을 누르고 왕 노릇 할 리가 없다. 저 인간이...? 이용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누구 뒷통수 치는게 특기인 사람을 상대하기에 형의 특기는 뒷통수 맞기니까.
거기다 이미 들은것도 있다. 촬영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부터 사람들이 너무 하다. 나름 열심히 계획을 짰는데 잘 안 들어 줬다. 상민이 형 불멸의 증표를 꼭 쓰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장장 한 시간 동안 하소연을 했다. 그것 만 봐도 게임 판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 수 있었다.
“제 세상이었으면 형님 이미 불멸의 증표 쓰셨겠죠. 전 나름대로 힘을 합쳐서 상민이 형님 데스메치로 끌어 내리려고 노력했는데 안됐잖아요.”
“그건 요환이 잘못이 크지~ 진호가 딕션 때문에 믿음이 안갔으면 요환이는 허렁이야 헐렁이 뭔가 이상하게 믿음이 안가 왕년에 황제였었던거 맞아? 황제 였으면 리더쉽도 있고 사람을 빨아들이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없어 사람이 물렁 물렁 해.”
그래 그렇지. 상민이 형이 어떤 점을 지적한 건지 잘 안다. 요환이 형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형의 전천적인 성격. 무표정하면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언제나 실실빙구 처럼 웃고 다녀서 위엄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그렇죠 저 형이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동네 바보형이었다니까. 상민이 형의 말에 동조를 한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넌 내 편 들어줘야 돼는거 아니냐?”
“웃기시네 내가 왜?”
“그럼~ 둘이 라이벌 아냐? 아~ 아직도 아쉬워 임진록 한번 못본거.”
상민이 형이 아무리 놀래 데도 허허허 웃던 형의 입이 툭 튀어 나온다. 형의 손이 슥 들어와 내 옆구리를 살짝 꼬집는다. 형에 대해서 얘기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진심을 다한 비난이 아닌 농담 이 섞인 즐거운 분위기 인지라 야아! 일부러 과장되게 소리를 지른다.
“와.. 이젠 꼬집기 까지? 맞잖아 우리 라이벌. 내가 형 편 드는게 더 이상한거 아냐?”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와 요환이 무서운 사람이었네 웃으면서 뒤에선 사람 치는 거야? 홍철이 형님의 농담이 이어진다. 상민이 형님은 몰랐어? 나 피곤해 죽겠잖아 불멸의 증표이후로 요환이 나 보는 표정이 달라졌다니까. 지금 저렇게 웃고 있지? 사람 순하게 생겨가지고 그게 다가 아니야. 저 속으로 엄청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고. 불시에 분명 날 난도질 할 거야. 내 말에 지원 사격을 한다. 회식에 참여한 모두가 유쾌하게 웃는다. 회식자리에 함께 하게 된 두희도 웃으며 에이 근데 형은 발끈은 하는데 그뿐이라니까 제 복수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영원히 복수를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야 말한다.
“근데 정말 요환이 오빠가 테란의 황제가 맞긴 했어요? 전 잘 모르니까. 진호 오빠가 더 잘했을 것 같은데.”
가만히 웃고 있던 유영이가 거든다.
“그럼 내가 잘했지~ 형은 약간 운 빨이 있었어.”
“에이 야 그건 아니지. 나도 잘하고 진호도 잘하고 그랬는데 내가 더 잘했지”
“웃기 시네~”
오랜 만에 둘이 게이머 시절 일을 들먹이며 설전을 벌인다. 가만히 듣고 있던 지원이 형이나 홍철이 형이 끼어 든다 내 생각인 요환이가 좀 더 났지 않았나? 에이 아니지 진호지! 오고 가는 대화를 듣고 있던 형이 둘 다 잘했는데 진호가 운이 좀 없어서 우승을 못했던 거예요. 이상하게 진호가 우승한 경기 중에 비공식 경기도 많았고 정리를 한다.
“그렇지 그러니까 이 형이 운 빨이란 거야 내가.”
끝까지 놓지 않고 장난스럽게 형을 깐다. 그지? 그렇지? 지니어스에서도 그래. 이상하게 지금까지 살아 남았잖아~ 내 농담에 다른 이들이 살을 더한다.
“에이 그만 하세요~ 요환이 오빠 울겠어요.”
유영이가 형을 감싼다. 형은 양팔을 벌리며 그래~ 역시 유영이 밖에 없어 허허 웃는다. 그 전까지 장난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울컥 올라온다. 허허허 웃으며 형에게 ‘죽을래? 누구 밖에 없어?’ 카톡을 보낸다. 바로 형에게 ‘그럼 너는 이와중에 허허허 진호밖에 없어 이러냐?’ 답장이 온다. 유치하기는 ‘ 야 그럼 공식 적으로 라이벌인데 허허 왜 그러세요 요환이형 너무 구박하지 말고 잘 대해 주세요 편들어야 돼냐?’ 대답한다. ‘누가 그러래냐? 그래도 적당히 편들어 주면 좋잖아! 아 몰라 오늘 이 자리에 내 편은 유영이 밖에 없어’ 돌아온 형의 답장에 순간 야! 형에게 소리 내서 말 할 뻔했다.
“둘이 뭐해? 에이 회식 자리에서 스마트 폰은 좀 치우지?”
할말은 많았지만 사람들 보는 눈이 있어 카톡으로 나누는 대화를 중단한다. 집에 가서 두고 보자... 이를 벅벅 가는 사이 형은 잠시만요 중요한 전화가 와서. 밖으로 나간다. 형이 나가고 가서도 중요 화제는 형이다.
“콩 요환이 현역 때도 저렇게 헐랭이었냐? 너 생각하고 긴장했었는데 안 그래도 될 것 같아. 요환이 정도는 뭐~ ”
술이 적당히 들어가서 붉어진 얼굴로 하는 상민이 형의 말에 순간.
“에이 그건 아니다.”
하는 대답이 불쑥 튀어나간다. 모두의 시선이 나로 집중 된다. 아.. 이게 아닌데. 에라 모르겠다. 기왕지사 입 밖으로 꺼낸거..
“형이 저래 보여도 게임 집중도는 엄청 나요. 물론 사람이 물러 터지긴 했지. 어렸을 때부터 게임 밖에 모르던 사람이니까. 손에서 자판을 안 뗄 만큼 노력하고 매 게임마다 혀를 내두를 만큼 엄청난 꼼수를 준비해 오던 형이에요 저 형이.”
“정말요?”
유영이가 요환이 오빠 그렇게 치밀하게는 안 보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묻는다. 대갈아 임대갈. 너가 그렇게 아끼는 유영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돼는데. 아까의 대화 때문인지 유영이의 반응에 괜히 격하게 울컥 해선 뭐 지금이나 그때나 허당 바보짓하는건 똑같은데 그건 일상 생활에서고 또 게임 들어가면 다른 사람 된다니까. 내가 저 찐따 코스프레 피해자야 피해자. 저렇게 사람 방심하게 해놓고 뒤에서 제대로 한방 갈기는게 저 형 플레이 스타일이야~
“엄청나긴 했죠 요환이 형이.”
“그랬었지.”
그 시절을 알고 있는 이들의 제보에 유영이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니까 내말은.”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임요환이란 저 사람은 말이지
“무시해도 될 사람은 아니라 그거지.”
분위기를 타고 나도 형을 까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도 기분 좋을리 없다 형을 깎아 내리는 걸. 물론 웃자는 분위기였다는거 잘 알고 나도 거기에 한몫 했다는 것도 알지만. 무시하지는 말아요. 임요환 이란 사람. 언젠가 한방 터트리길 바라지만... 그게 안될 수도 있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형 한참 잘나갈 때 팬들 앞에서 방금 같이 얘기했으면 돌 맞아 죽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나도 얼마나 입조심 했는데 혹시 밤중에 길가다 돌 맞을까봐.”
“인기도 많았나봐요? 아.. 하긴 스타크래프트 잘 모르는 나도 얼굴이랑 이름을 들어봤으니까.”
형을 한없이 까던 분위기에서 새삼스럽게 돌아보는 분위기로 바뀐다. 전화 통화를 하고 들어온 형은 이상하게 바뀐 사람들의 시선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뭐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멍청하게 묻는다.
“형 게이머 시절에 거품 인기 많았다고.”
“내가? 야 그건 아니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솔직히 얼굴 때문에 몰린 팬이 얼마나 많았냐.”
시치미를 뚝 때고 던진 형을 까는 한마디에 일 라운드가 끝나고 다시 이라운드가 시작된다.
집으로 돌아와 잘 준비를 하고 형은 침대 끄트머리에 등 돌리고 누워있다. 삐졌다고 시위하는 거지 지금? 처음에야 형에 관련된 이야기 꽃을 피웠지만 그 다음은 지원이 형이었다. 두희를 필두로 형 그때 너무 한거 알죠? 그렇게. 까였다면 형보단 지원이 형이 더 많이 까였는데 그래도 앙금이 조금 남은 모양이다.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 가 형의 등에 찰싹 붙어 허리를 감싸 안는다.
“아 저리가.”
“왜 유영이가 아니라서?”
“야! 농담이 과하다? 너?”
“나도 앙금 남아서 그런다. 아무리 그래도 유영이 너 밖에 없어 이건 아니지 안 그래?”
형이 휙 돌아선다. 그야 아 몰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 좀 섭섭했어. 입을 삐죽 내민다. 나이가 몇 갠데 이런 표정이냐 어? 머리만 크면 뭐해 안에 든건 어린애구만.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내가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냐. 좀 잘하라는 의미였지”
“아 됐어. 채찍만 주면 할 맛이 나냐? 당근도 좀 줘야지”
그동안 내가 너무 타박만 했다 그거지?
“알았어. 말해봐 어떤 당근 줄까? 말만해”
“진짜지 너?”
“알았다고 뭔데?”
해봤자 임능글이 평소에 바라는 것처럼 뽀뽀를 한다건다 그 정도로 생각했더니 난대 없이 콩댄스를 외친다. 뭐 콩댄스? 여기서? 허하게 묻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진심이야? 이런 귀중한 기회를 고작 그걸 보는데 쓰겠다고? 내 물음에 대답대신 형은.. 콩댄스를 추자~ 흥얼거리며 노래를 튼다. 아.. 저 임대갈이 진짜. 이를 바득 갈며 침대에서 내려와 한번만 할테니까 똑바로 봐라? 말하고 열심히 춤을 춘다. 형의 끅끅 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됐찌!?”
“그래 돼써~ 푸흐흐흐흐”
웃으면서 끌어 당겨 안는다.
“형.”
“응?”
“좀 정신 단단히 챙기고 다니고. 욕먹고 다니지 마라.”
토닥 토닥 등을 두드리며 말한다.
“그래 알았어. 역시 콩밖에 없어?”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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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다리신분 계신가요...?
음..... 어.. 이번편 앞부분에서 혈압 오르셨을까봐
걱정 됩니다..
임과 콩이 서로를 까는건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까면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그와 같은 마음으로 다같이 있을땐 임을 까다가도
임이 없으면 뭔가 츤츤 거리면서
임을 챙기는 콩을 보고 싶어서 쓴거였는데....
뭔가 단순히 암발생 글이 된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ㅠㅠㅠㅠㅠㅠ
부족한 글에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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