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예린 - bye bye my blue ↑
유아교육과 황민현에게 사랑받는 법
여 덟 번 째
- 다니엘의 시선 -
선배의 말을 들으니, 더욱 혼란이 왔다. 그니깐, 황민현 그 선배는 여주 누나가 왜 헤어지고 나서 좋아진지는 모르겠지만, 여주 누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 포함)에게 더이상 자기 성격으로 인해 상처를 주지않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서 성격을 바꿨다는 얘기인가?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잘못들은 건가 싶었다. 그래서, 다시 되물었다.
"왜 헤어지고 나서 누나가 좋아진 건데요?"
"나도...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어. 근데, 사람이란게 있잖아 있으면 별로 신경을 안 쓰는데, 없으면 허전함 많이 느끼는 거. 그런 거 같아. 있을 땐 중요한 걸 몰랐던거지."
"......"
선배는 어느새 반 쯔음 비운 술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가 술을 잘 못하는 건 맞는 말인가보다. 도수가 낮은 술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눈이 풀려있는 거 같았다. 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이 말을 해주는 건지. 나한테 다시 여주 누나와 이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여주 누나가 상처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 걔 좋아하면, 사랑하면 안 되는 걸까?"
"......"
대체 왜 그런 표정으로, 그런 목소리로 내게 되묻는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다. 황민현 선배는 곧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지간히 좋아하나보다. 그런 황민현 선배를 보고 있자하니, 자꾸만 이여주 누나가 그 선배와 같이 있었을 때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정말 그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이었다. 전에 내게 누나가 한 말이 떠올랐다. 누나 역시 황민현 선배를 좋아하는 거 같다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어쩔 수 없나보다, 나는 항상 누군가에 의해서 포기를 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이번도 그렇고. 하지만, 내 선택으로 인해서 그 사람이 행복하다면, 난 괜찮았다. 그게 옳은 선택인거지.
"초코우유."
내가 툭, 말을 내뱉자 황민현 선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아직 모르는 구나. 나는 애써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말했다.
"누나 초코우유 좋아해요."
"...응."
그 선배는 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해야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근데, 말해야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술술 말을 뱉었다.
"아... 씨. 그리고, 누나 겁도 많이 타고요. 그러면서 무서운 거 보러가고 싶어해요."
"......"
"눈물도 많고요. 여주 누나가 저번에 선배 얘기할 때 울 거 같은 표정을 짓더라고요."
내 말에 역시나 선배는 표정이 안 좋아졌다. 당연한 반응이겠지. 자기 때문에 울 뻔했다는데... 이런 감정이 들면 안 되겠지만, 이여주 누나가 상처받은 것만큼 똑같이 상처를 받았음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못 된 거 아는데, 그런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이렇게 된 김에, 그냥 말해버려야겠지. 한숨이 푹푹 나왔다. 머리를 쓸어넘기고선 결국 황민현 그 선배에게 말해버렸다. 나는, 또 포기를 해버렸다.
"저 이여주 누나 좋아했어요. 근데, 근데 누나는 선배님이랑 있을 때 제일 행복해 보이는 거 같아요."
선배는 놀라서 그런건지, 당황해서 그런건지 몰라서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마음 한 구석이 찌릿 저려오고 아려오는 게 너무 아팠지만, 내성이라도 생긴 듯 무덤덤한 척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씁쓸하고 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제는 포기하려고요."
"......"
"누나는 황민현 선배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어?"
많이 겪어본 거라 눈물이 나오진 않았다. 그저 마음이 쓰라렸다는 것 뿐이었다. 한숨을 쉬고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분명 옳은 선택지를 고른 거겠지.
"누나랑 잘 되게 도와드릴게요. 누나가 행복한 게 저도 좋으니깐요."
유아교육과 황민현에게 사랑받는 법
여 덟 번 째
다니엘과 여주는 처음 저희가 만났을 때 갔던 포차에 갔다. 여전히 사람들도 포차 안은 바글바글 거렸고, 따뜻했다. 여주와 다니엘은 늘상 그랬듯 자리에 앉고선 안주 몇 개와 술을 시켰다. 술이 나오고, 여주는 술 뚜껑을 열고 술잔에 따뤄서 다니엘에게 건넸다. 다니엘은 받고선 여주 술 잔에 따라주고선 건배를 했다. 둘은 동시에 술을 입에 털었고, 여주는 본론부터 말했다.
"둘이 만나서 무슨 대화를 했는데?"
다니엘은 한숨을 쉬다가 여주에게 있었던 말을 전부 말하지는 않았다. 그냥, 선배가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어서 만났다고만 말했을 뿐이었다. 다니엘의 말에 여주 아직까지 의심이 가지만, 그렇다고 하는데... 어쩔 수 있나. 둘 다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셨다. 요즈음 따라 술 마시는 일이 늘어났다. 끊어야하는데. 별 시덥지않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니엘이 낮게 말해왔다.
"솔직히 저도 누나 안 좋아했거든요, 근데 묘하게 선배랑 같이 있음 있을 수록 좋아지더라?"
"어?"
여주는 그저 다니엘이 취해서 헛소리를 하나 생각했다. 취중진담이라는 말도 있지만, 취해서 아무런 말이라도 뱉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주의 생각과는 달리 다니엘은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저 선배가 너무 좋아요."
"나도 너 좋아, 다니엘."
"저는 선배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고요. 근데 선배는 아니잖아요."
다니엘의 말에 여주는 당황했다. 뜬금없이 고백이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다니엘은 곧 울 것만 같았지만, 애써 웃는 듯해 보였다.
"누나가 좋았는데, 누나는 황민현 선배랑 같이 있는 게 제일 행복해보여서, 그냥 포기하려고요."
"어?"
"누나가 행복한 모습이 제일 예쁘더라구요, 제 눈엔. 그리고, 누나가 행복한 게 제 행복이기도 하구요. 누나가 말했잖아요, 아직까지 좋아한다고요."
"아니아니, 잠만. 걔, 걔는 날 좋아하는지 몰라."
손을 휘저으며 여주가 말하자 다니엘은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홀로 술잔에 술을 따르고선 마셨다. '좋아한다고 쳐도, 자기가 좋아해도 되는지 고민할 걸?' 여주가 말하자 다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엄청 고민하는게 그때 눈에 보였다. 좋아하면 안 되는 걸까라니... 다니엘은 누나 말이 맞다며 말했다. 그러자, 뜻밖의 대답이었는지 눈이 커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서서, 목소리를 높혀선 되물었다. 술기운이 다 날라가는 듯했다.
"고, 고민한다고?"
"네, 엄청요."
"...네가 어떻게 알아?"
"저 사실은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게 이거였어요. 그때 선배가 말하더라고요, 누날 좋아해도 될까라고요."
"......"
여주는 천천히 다시 자리에 앉고선 머리를 부여잡았다. 대체, 왜이렇게 사람이 착한건지 모르겠다. 다니엘은 착해도 너무 착했다.
"그걸 왜..."
"저 그때 약속했어요."
"......"
"누나랑 그 선배랑 이어주는 거요. 확실하게 도와주겠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얘기한다. 그런 다니엘의 모습이 여주의 마음을 파고 든다. 당사자가 아님에도 너무나도 아프고, 슬픈데 어찌 당사자 본인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여주는 눈물이 나왔다. 펑펑 흘렀다. 그런 여주의 모습에 다니엘은 휴지를 꺼내어 닦아주었다. 끝까지 다니엘은 한없이 다정했다. 다정하고, 또 다정했다. 그게 또 여주의 마음을 후벼팠다.
"왜 또 울고 그래요, 마음 아프게."
"넌 왜, 왜그렇게 착한거야?"
"글쎄요, 착한 거라... 그냥, 누나가 행복했음 좋겠어요."
다니엘은 여주에게 손을 뻗어 쓰다듬으려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여주는 계속해서 울고, 또 울었다. 다니엘은 제게 너무 과분한 사람이다. 여주는 다니엘이 저보다 더 좋은 인연과 만나서 더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고 믿었다. 아니, 살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너는, 마음 안 아파? 좋아하는 사람을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어...?"
"...늘상 그랬던 거예요.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다니엘의 말대로 다니엘은 늘상 좋아하는 사람을 포기해야 했었다.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 아이도, 중학교 때 좋아하던 선배도 다 포기를 했어야했다. 그래서 그런가,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포기하면 할 수록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포기하고선 애써 자기자신에게 위로하였다. 더욱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애써 다독였다. 그것이 위로의 끝이었다.
다니엘의 말에 여주는 벌컥, 화가 나 눈가를 소매로 벅벅 문지르고선 언성을 높혀 말했다.
"늘상 그랬던 거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야지. 사람은 너무 착해도 안 된다고."
"걱정해주시는 거예요? 근데, 여주 누나는 제게 너무 과분해요. 이름만 불러도, 쳐다만 봐도 벅찬 사람이에요."
"너도 나한테는 과분해, 다니엘."
"말이라도 고마워요, 누나."
다니엘은 허허, 웃었다. 여주의 머릿속에 '다니엘' 하면 떠오르는 건 해맑게 눈을 접어가며 강아지처럼 웃는 다니엘의 모습이었다. 다니엘이 슬퍼하지 않았음 좋겠다. 저말고도, 좋은 사람 만나서 늘 그랬듯 웃어줬으면 좋겠다. 다니엘은 웃으며 술을 두어잔 더 마시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탄식을 터트렸다.
"아, 맞다."
"어?"
"그 선배 오늘 자체휴강 냈다는데요. 얼른 가봐요."
다니엘은 일어서더니, 여주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선 어깨를 살살 잡고선 포차 밖으로 보내고선 눈물 자국을 손가락으로 문질러줬다. 문지르면서 다니엘은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잖아요.'라며 중얼거렸다. 그런 다니엘의 태도에 눈물을 참으려고 해도, 계속해서 눈물이 나왔다. 다니엘은 제 손가락 위로 눈물이 흐르자, 다시 푸스스 웃으며 또 왜 우냐며 울지말라고 했다.
"저는 조금 더 마시다가, 갈게요. 계산은 나중에 밥 한 번 사주시는 걸로 퉁쳐요."
"...다니엘."
"그렇게 부르시면, 저 포기 못 해요. 그냥 가요, 여주 누나. 저는 먼저 들어가볼게요, 내일 봐요, 우리."
다니엘은 꾸벅, 인사를 하더니 다시 포차 안으로 들어갔다. 여주는 입술을 꽉 깨물며 눈물을 참았다. 멍하니 다니엘이 들어간 포차 안을 바라보았다. 끝까지 다정했다.
여주는 정신을 차리고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었다. 그리곤, 민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초조해진 여주는 손톱을 뜯었다. 몇 번 신호음이 들리다가, 자고 일어난건지 꽤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여주는 주먹을 꼬옥 쥐고선 말했다.
"어... 여주야."
"...민현아 시간 있음 만나자, 할 말 있어."
유아교육과 황민현에게 사랑받는 법
여 덟 번 째
홀로 다시 포차 안으로 들어온 다니엘은 자리에 앉고선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잘한거라고 생각을 해도, 절 바라보며 우는 여주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왜이렇게 착하냐고 되묻는 여주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착한건가... 다니엘은 술잔을 천천히 돌리며 생각했다. 이게 착한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한 거면, 나도 행복하니깐 그런 거인데, 이게 착한 거라니.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다니엘은 술을 홀로 마시다, 휴대전화로 재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받는 걸보니 이제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나오는 길인가보다.
"재환아, 여기 학교 근처 사거리 포차 알지? 여기로 와줘라."
"또 술 마셔?"
"그런게 있어서 그래."
알겠다는 재환의 대답이 있고, 얼마 안 가 포차 안으로 재환이 들어왔다. 가방을 내려놓으며 앉던 재환이 뭘 했길래 혼자서 술을 마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니엘은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다니엘의 모습에 재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니엘이 재환 앞에 있는 빈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을 했다.
"나 말했다?"
"뭘? 아, 서, 설마 그거? 진짜? 그래서 여주 누나가 뭐래?"
"아니, 그냥 포기한다고 했어."
"뭐? 미쳤냐?"
재환이 언성을 높히다가 주변 눈치를 힐긋힐긋 보며 낮게 말했다.
"무슨 포기야, 계속해서 밀고 들어가야,"
"내가 못하겠어서 그래."
"아니, 그렇다고 포기가 말이 되냐고."
"나는 내 행복보다 이여주 누나 행복이 우선이야."
"바보야?"
재환은 단호하게 말했다. 재환이 생각하기에 너무 이건 멍청한 짓이었다. 좋아하는 거 같다고 제게 말했을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렇게 포기를 한다고? 재환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 됐다. 지나가다 사람 붙잡고 물어봐도, 이해 안 된다고 할 것이었다.
"너 그거 착한 게 아니라 멍청한 짓이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몰라, 네가 이미 저질러 버린거."
재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다가 제 앞에 놓인 술잔의 술을 마셨다. 자기가 그렇게 하겠다는데 솔직히 말하면 말릴 수는 없었다. 그건, 자신이 무엇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자기자신에게 있는 것이었다. 다니엘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재환은 안주를 먹다가 불현듯 떠올라서 다니엘에게 물었다.
"그러면, 마음 접은 거야?"
"접어야지."
"...하아, 너 그렇게 너무 착하게, 아니 멍청하게 살아도 문제다, 알고 있지?"
다니엘은 재환의 말을 듣자마자 여주의 말이 떠올랐다. 둘 다 비슷한 말을 제게 하였다. 모두 다 저를 걱정해주는 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피식피식 나왔다.
"김재환, 나 걱정해주는 거야?"
"어. 너무 착하다 못 해 멍청해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 된다."
"오랜만에 너한테 잔소리 들으니깐 기분 묘하다. 옛날 생각도 나고."
"우리 건배나 할까?"
"그래, 그거 좋겠다."
재환의 잔과 다니엘의 잔이 맞닿았다. 유리끼리 부딪혀 쨍, 하고 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고, 재환은 마시기 전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재환의 말을 듣고선 다니엘은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다니엘의 새로운 사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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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스토리 진행상 분량이 지난편들보단 작아요!
유교과 황도 거의 끝나갑니다... (다음 편이 막편인데 번외 편 2개 보낼 생각입니다!
사실 두서없이 쓴 게 유교과 황민현이라서 전개가 휙휙 바뀌는 모습 볼 수 있을 거예요 하하...
다음 편 막편 보내드리고 나서는 차기작 후보 3편 정도를 보내드릴 생각입니다!
하나는 특별편으로 보냈던 반인반수 민현이가 있구요 나머지 2편은 비밀입니다 ㅎㅅㅎ...
항상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하고 날씨가 굉장히 변덕스러운데 감기 걸리지 마시구!
수능 앞두신 분들도 부담없이 시험 잘 치고 오셨음 좋겠습니다! 제가 집에서 빌게요 헤헤...
사랑하는 암호닉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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