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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609l 4
"아이고..."

흠뻑젖었다. 운도 없지. 갑자기 쏟아질게 뭐람.

차갑게 젖은 손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맑은소리가 울리고 무거운 철문이 당겨졌다 밀렸다. 현관에 발을 디디자, 차갑게 식은 내 얼굴로 집안의 더운 기운이 훅 끼쳐왔다. 난 비 맞아서 추워죽겠는데 넌 따뜻한 집안에서 신선놀음이라 이거냐?

괜히 심통이 나서 뚱한 얼굴로 서있자, 내가 온 것을 알아차린 네가 수건을 들고 걸어왔다. 바보같이 웃긴 왜 웃어. 얼어죽겠구만. 아랫 입술을 불만 스레 내밀었다. 예의 웃는 낯을 한 채 수건 한 장을 바닥에 깔고 나머지 한장을 양 손에 걸쳐 펼친채로 나를 보는 네가 얄밉다.

넌 내 맘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내게 다가와 수건으로 젖은 얼굴을 닦아낸다.

"내가 오라고 한거 아냐."

"니가 오라고 했잖아."

타이르는 듯한 말투에 툭 쏘아붙이자, 내 얼굴을 수건으로 거칠게 문지르면서 다른 손으로는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준다. 너 말고. 이거말야 이거.

꽤나 억울해 하는 듯한 말투에 바람이 빠지는 듯한 웃음이 흘러 나왔다. 알았어. 짜증 안 낼게.

짜증을 내고 싶어도 귀여워서 낼 수 가 없으니 원.대충 머리카락을 털어낸 네가 젖은수건을 들고 뒤로 한 발 짝 물러섰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닥에 깔린 수건에 발을 문질렀다. 젖은 외투를 너에게 맡기고 욕실로 들어섰다. 기분나쁘게 젖은 옷을 벗고 더운 물을 끼얹었다. 식은 몸의 세포들이 저마다 봄이다! 따뜻한 봄이 왔어! 하고 외치며 춤을 추는 듯한 기분이였다. 천국이 따로없네.

거품솔에 바디워시를 약간 묻혀 몸에 문지른 후,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거품을 씻어 내고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은 후 문을 열자, 네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 놓은게 보인다. 네가 가져다 준 네 옷을 입으며 쓸모있는 놈이란 생각에 피식 웃었다. 보송보송해진 기분으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풀썩. 이불에서 올라오는 섬유냄새에 기분이 좋아져 뒹굴거리는데, 큰 손이 다가와 머리말려야지. 하며 기분좋은 내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니가 해줄거야? 하고 올려다보니 참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한, 한손으론 내 목덜미를 쥐고 다른 손으론 드라이기를 쥔 네가 보인다. 위잉 거리는 드라이기 소리가 들리고, 뒤통수에 닿는 따뜻한바람에 나른한 기분이 든다. 내 머리칼을 헤집는 적당한 네 손길도 마음에 들고. 하암. 하품이 나왔다. 불가항력으로 잠이 쏟아진다. 졸려. 거의 다 됐어. 쓸데없이 이런데에 칼같기는. 툴툴거리는 차에 드라이기 소리가 멈췄다. 등뒤에서 드라이기 정리하는 소리가 부시럭부시럭 들려오자, 나는 침대로 엉금엉금 기어가 이불 속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다.

얼마나 흘렀을까. 뒤척이며 선잠을 자던 중 네 이마에 코를 부딪혔다. 코끝에 닿아오는 머리카락 느낌에 슬며시 눈을 뜨자, 네 가지런한 속눈썹이 내게 인사해왔다. 안녕 예쁘기도 하지. 손가락을 뻗어 동그란 콧망울을 건드려 보았다. 간지러운지 인상을 찌뿌린다. 자는 와중에도 고운 미간에 주름이 잡힌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코를 만지던 손가락을 미간으로 옮겨 주름을 펴주었다. 옳지 예쁘다. 미동도 없이 자는 모습이 네 성격을 대변하는 것 같아 귀엽다. 넌 자는 모습조차도 참 단정하다. 멀뚱히 앉아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다보니 가슴 속에서 간질간질한 기분이 솟아올라 잠든 네 위에 올라가 끌어안았다.

"으음..."

깼나보다. 무거웠나. 살짝 인상을 찌뿌린채 제 배위에 올라탄 날 바라보다 팔을 뻗어 끌어안는다.

"언제 일어났어."

"방금."

"깨우지 그랬어."

"그냥 너 자는거 보고있었어."

"재밌었어?"

재밌긴 개뿔 간질간질해서 죽을 뻔했다. 넌 또 왜 물어보면서 배시시 웃고난리야. 간지럽게.

"웃지마. 간지러워."

"간지러워?"

내 말은 도통 모르겠다며 둥그런표정을 짓는 널 보자 아랫배 속이 또 간지러워 죽겠다.

"어디가 간지러..읍"

일단 부딫혔다. 지금 간지러운 데가 입술은 아닌거 같지만 그래도.

대뜸 들이민 내 입술에 당황한 네 입술을 혀로 을러 열었다. 그랬더니 너도 곧장 날 네 혀로 으르더라. 그런데 이게 또 미치게 간지럽다. 나 왜 이러냐, 응? 진영아.

"으..그만그만"

일단 급하게 입술을 뗐다. 떼긴 뗐는데 넌 왜 그렇게 날 뚫어져라 보니. 내 입술 보는 거 같은데, 맞니. 차마 간질간질한 네 얼굴도 못 보겠고 할말도 없어서 우물쭈물 하고있는데 입술에 뭔가 닿았다. 뭐지. 내 생각이 맞다면 이건 네 입술이다. 간지러운. 예쁜 네 입이라는 사실까지는 좋은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난 또 죽겠다. 이대로 대고 있자니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고 떼자니 영 섭섭하다. 에라 모르겠다. 두 팔을 들어올려 네 목을 안았다. 예쁜 네 입술이 더 다가왔다. 내가 네 목을 끌어안자, 네 간지러운 혀가 입안을 어르고 달랜다. 뱃속에서 부터 간지러운 기운이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기분에 널 더 세게 끌어 안았다. 그랬더니 넌 더 날 간지럽혔다. 야. 좋긴한데, 좋긴한데 뭔가..어떡하냐.. 나 이러다 죽는거 아냐? 어떡하지. 나 어떡해 진영아. 들썩이는 간지러움에 손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네 어깨에서 머리에서 볼, 턱까지. 그렇게 난 미치겠고 너도 미치겠거니 하는 데 드디어 입술이 떨어졌다. 젖은소리를 내며 떨어지는데 아이고. 도저히 못 참겠어서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오늘 나 왜 이래. 분명히 엄청 빨개져 있을거다.

그런 나를 멀뚱하게 보는 네 눈길이 빤하다. 부끄럽고 간지러워 무릎에 얼굴을 부비는데 양 뺨에 큰 손이 닿았다. 그리고 내 얼굴을 들어올렸다. 네 손에 얼굴을 잡힌 채 너와 마주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뚫어져라 내 눈을 보는 네 눈동자에 아랫배가 또 끓기 시작했다. 진짜 미치겠네. 안절부절 하기 시작했다. 얼굴에도 티 나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데 네 얼굴이 다가온다. 또? 엄마야. 이번엔 진짜 죽을지도 몰라.. 다가오는 네 얼굴이 참을 수 없게 간지러워서 눈을 꽉 감았다. 잠잠하다. 이상하다싶어 슬며시 눈을 뜨자, 지금까지 본 얼굴 중 최고로 예쁘게 미소짓는 네가 보였다. 그리고 넌 그 예쁜 얼굴을 하고 내 뺨을 한번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나는 그때까지 멍하게 굳어있었다. 네 웃는 얼굴은 예뻤다. 그리고 미치게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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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스멀스멀간지럽게 올라와요ㅜㅠ익잡에서 왔뀨ㅜㅜ아 진바 새로운 조합..좋아요ㅜ
11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ㅠㅠㅠㅠ이새벽에ㅠㅠㅠㅠㅠㅠ이러면ㅠㅠㅠㅠㅠㅠ사랑함뀨ㅠㅅㅠ
11년 전
독자3
간질간질... 이런스타일대박이다... ㅠ_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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