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이거 예전에 썰로 연재했을때 제목을 같이 넣어보았뜹니다.
혹시라도 그때 제목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EXO/백도] Some Day 04 (부제: 트라우마)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8/e/c8eca2c5aad44f65200bd8580f80fd2f.jpg)
Some Day:: 04
변백현/도경수
04
학교 교문을 벗어나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곳은 백현의 집이었다.
백현은 번호키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나서야 경수의 손목을 놓았다.
말이 데려온거지 거의 납치 수준이었다.
교문을 나서는 내내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던 경수는 풀려나기는 커녕 손목에 비틀린 붉은 멍만 잔뜩 들었다.
가는 손목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건지 모를 일이었다.
넓은 현관에 경수와 백현이 마주보고 섰다.
백현이 후, 하고 달뜬 한숨을 내뱉으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손으로 대충 닦아냈다.
"도경수."
미묘하게 말끝이 떨렸다.
간신히 화를 억누르는 목소리였다.
백현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죽도록 패던가 아님 강간을 치던가 하지 않으면 돌아버릴것만 같았다.
그저 자길 바라보는 표정이 공포든 경멸이든 상관 없으니까 무표정만 아니길 바라는거였다.
백현이 경수에게 한 걸음 다가서자 경수가 고개를 들었다.
백현의 바램이 무색하게 지독하게 표정 없는 얼굴이었다.
그 무표정을 눈에 담자마자 백현은 순간적으로 주먹을 들었다가 이내 억지로 다시 내렸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더, 경수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대로 두 걸음. 세 걸음. 둘 사이가 가까워질 수록 경수는 그만큼 더 뒷걸음질 쳤다.
몇걸음 가지 않아 경수의 뒤에는 더 이상 공간이 없었다.
현관문과 등이 부딛혀 둔탁한 소리를 냈다.
다시 가까워진 거리에 이제서야 경수의 눈에 아주 미미한 경계심이 어렸다.
눈빛이 변하는 그 작은 순간을 캐치한 백현이 미친사람처럼 웃었다.
"도경수, 너는."
"..."
"나한테 안돼."
"..."
"왜 안되는지 보여줄까?"
백현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수 교복 넥타이를 끌러냈다.
뒤이어 셔츠 단추에까지 백현의 손이 닿자 경수가 급하게 그 손을 쳐냈다.
평소보다 더 매운 손길에 백현은 실소를 터뜨렸다.
"야."
"..."
"계속 반항해봐 어디. 몇일간 니 발로 여기 못 걸어나가게 해줄게."
백현이 경수의 멱살을 잡아올려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코가 닿을듯한 거리에서 조롱하는 목소리가 소름끼치게 갈라졌다.
"별 걸레같은게 이럴땐 알아서 벌려야지 뭘 또 재고 그러냐. 어?"
옷깃을 세게 움켜쥔 백현의 손에 점점 힘이들어갔다.
잔뜩 당겨진 셔츠 카라에 목이 졸려 숨이 살짝 버거워졌을 때,
경수는 양 손으로 백현의 어깨를 있는 힘껏 밀쳐냈다.
"놔!"
순간적인 힘에 백현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경수는 더 이상 무표정이 아니었다. 두 눈에 경멸이 가득 찼다.
무표정이 아닌 도경수. 백현이 그토록 원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본 백현이 뭐라 생각할 틈도 없이 경수의 말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알아서 벌리라고? 개지랄하네 게이라고 아무한테나 다 대주면 그게 사람새끼야?"
따박따박 따져드는 목소리에 백현은 제 귀를 의심했다.
이렇게 말을 길게 하는 모습을 본건 처음이었다.
그리고나서 뒤이어지는 말은 백현의 이성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딴 일 없겠지만 내가 세상 사람들한테 다 벌리는 날이 와도 너한테는 죽어도 안 벌려. 알아?"
"..."
"나한테도 보는 눈이 있고 내 기준에서 최악은 너야."
"뭐?"
"더럽고 역겹다고, 너."
더럽고 역겹다고. 경수는 그 일곱 글자에 유독 힘을 주어 말했다.
정확히 그 때, 아슬아슬하게 부여잡고 있던 백현의 이성이 끊겼다.
미친사람처럼 주먹을 날렸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날려대는 주먹질에 경수가 그대로 현관 바닥에 쓰러졌다.
백현은 쓰러진 경수에게 쉬지않고 미친사람처럼 발길질을 해댔다.
세 번에 한 번은 헛발질이 나올정도로 정신없이 밟았다.
거친 신발에 이마가 쓸려 피가 흐르고 입술이 터졌다.
온 몸에 숨도 못 쉴 만큼의 통증이 들이닥치는 와중에도 경수는 작은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이를 악물어 참았다.
그럴수록 더 난폭하게 날아들던 손발이 어느 순간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느려지던 손이 이내 멈추고 그대로 백현이 털썩 무릎꿇듯 주저앉았다.
그런 백현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백현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경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도망을 가던가."
"..."
"그걸 못하면 소리라도 지르던가."
"..."
"왜, 왜 맞고만 있어."
"..."
"좆병신처럼 왜 가만히 있냐고 씨발새끼야!!"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백현은 바닥에 엎드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경수에게 겹쳐보인 것이었다.
경수처럼 도망을 가지도 못하고, 소리도 지르지 못하며 바보처럼 맞고만 있던 어린 자신의 모습이 보여서.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엿같았던 그 시절의 모습과 비슷한게 눈 앞에 다시 보이니까
억지로 감춰놨던 트라우마가 다시 고개를 들어 저절로 손이 떨렸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이 순간 더더욱 눈물이 나는 이유.
사랑이었다.
백현은 경수에게 사랑이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백현도 조금씩 자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쉽사리 인정하지 못했던것 뿐.
처음엔 그저 가지고 놀 만한 장난감이 필요했다.
그리고 소각장에서의 일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
몇일을 악몽으로 고생하고 난 뒤 막연한 분노가 모두 경수에게로 향했다.
고작 장난감 따위가 자신을 이토록 뒤흔들어 놨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굴복하는 모습이 보고싶었다.
그러다 나중엔 갖고싶었다.
이 때부턴 이유가 없었다. 그냥 마음이 그랬다.
어떤 방법으로든 옆에 두고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도 심심하지 않았다.
자꾸만 더 보고싶고 듣고싶었다.
애정보단 애증의 선상에 더 가깝게 놓여있다 할지라도,
그 감정의 시작이 손아귀에 들여놓을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소유욕이었다 할지라도,
어쨌든 그것은 사랑이었다.
차라리 자각하지 못했더라면 좋았을텐데하고 자기 자신을 원망해봐도 이미 때는 늦었다.
여전히 경수는 손 끝에서 잡히지 못한 채 맴돌며 백현을 미치게 할거라는걸,
이제와서 경수를 놓을 수도 없다는걸 누구보다 백현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
폭연을 해볼까 합니다.
같이 달려주세요.
내일은 경수의 숨겨진 과거편이 공개됩니다(두둥)
♥사랑해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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