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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문이지만 명령 아님..
표지훈, 이정환
그리고
when you were gone our beautiful garden.
6송이
피곤함에 쩔어 지훈이나 정환이나 늦잠을 잔 탓에 간신히 체크 아웃 시간에 맞춰 퇴실 후,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보고는 엄청나게 밟으며 달린 지훈 덕에 신안에서 서울까지 무려 세 시간 이십 분 만에 도착한 둘은 지훈이나 정환이나 누구랄 것 없이 딱히 이렇게 집으로 가기는 싫다는 눈치였다.
"갈래?"
"가자."
서로 눈빛을 교환하던 둘은, 당구장을 시작으로 승부욕이 불타올라 볼링장에서는 둘이서 세 게임이나 치고 오지를 않나.
"스킬 쓰지 말라고!"
"너도 쓰던가!"
학생들과 커플들로 가득 찬 오락실에서 또 경쟁이 붙은 채 누구랄 것 없이 괴성과 함께 게임기를 부술 기세로 오락을 즐기다 녹초가 되어 나오질 않나.
"패밀리 레스토랑."
"프랑스 레스토랑."
"패밀리라고."
"프랑스라고."
"달팽이 요리 같은 놈."
"폭립 같은 놈."
해 떨어지고도 남을 때까지 그렇게 놀다가 이번엔 저녁 식사 가지고 싸우질 않나. 지훈을 노려보다 정환은 제멋대로 지훈의 차 운전석에 앉아 지훈을 조수석에 앉히고는 기어코 패밀리 레스토랑 앞으로 결코 침착하지 못하게 차를 몰아갔다.
"이정환. 정신연령 어린이 가격으로 결제해."
"표지훈은 미취학 아동."
메뉴를 주문하려 점원을 불러 놓은 앞에서 굳이 싸우겠다고 저런 얘기를 꺼내지 않나. 주문은 할 생각도 없는 듯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고는 서로 노려보기만 하는 둘 사이에서 주문을 받으려고 테이블 앞에 무안하게 서 있던 점원은 슬그머니 다른 테이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두 접시 다 담아오기."
콜. 다시 점원을 불러 주문을 완료한 지훈은 가위- 바위- 보. 외치며 오른손으로 브이를 만들어 앞으로 내밀었고 지훈의 외침을 듣던 정환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지훈과 동시에 자신의 앞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손과 상대의 손을 번갈아 보던 둘의 표정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배고파. 얼른 가져와."
그리고 오렌지 주스도 가져와. 덧붙여 말한 정환이 지훈을 재촉했다. 까짓 거 담아오지 뭐. 생각한 지훈이 정환에게 물었다.
"이정환 뭐 좋아해."
"다 좋아해."
아무거나 담아와도 되겠네. 말한 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샐러드바로 향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환의 머릿속에 채소 가득 담긴 접시를 자신에게 내미는 지훈이 그려졌다. 혹시 상상한 대로 실행하는 지훈이 눈앞에 보인다면 이젠 정말 지훈이 자신을 좋아하는 게 맞는지 의심을 해볼 만도 했다.
"맛있겠지."
얼마 안 있어 지훈이 양손에 두 접시를 들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접시에 올려놨던 오렌지 주스를 정환에게 내려놓은 후 이것저것 음식이 골고루 담긴 접시를 자신의 앞에 놓고, 마치 지금 막 풀숲에서 뜯어온 듯한 채소들이 가득한 접시를 정환의 앞에 내려놨다. 자신이 상상했던 지훈의 모습과 지금 눈앞에 보이는 지훈의 모습이 정환의 눈에 데자뷰처럼 보였다. 자신의 앞에 놓인 푸르디푸른 색의 접시를 멍하니 바라보던 정환이 입을 열었다.
"맛있겠냐고?"
"어."
"주스 보고 말한 거지?"
아니. 지훈의 대답에 정환은 의심 가득 담긴 눈으로 지훈을 바라봤다. 음식 더 주문하고 표지훈한테 계산하라 해야겠다. 결심한 정환이 포크를 잡는데 자신의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던 지훈이 정환의 접시를 자신의 접시 옆으로 가져와서는 채소를 먼저 자신의 접시에 덜고 이것저것 골고루 가져온 자신의 음식을 정환의 접시에 담아 다시 정환에게 내밀었다.
"장난인데 또 삐질라고 했지?"
정곡을 찌르는 지훈의 물음에 정환은 접시를 받으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은 자신의 접시에서 제일 큰 새우를 몇 개 집어 정환의 접시에 내려놓았다.
"넌 새우 좋아하게 생겼으니까 새우 많이 먹어."
새우 좋아하게 생긴 건 뭔데? 물으려던 정환이 내심 기대를 하고는 새우보다 폭립 더 좋아해, 하고 지훈에게 말했다. 정환은 빛나는 눈으로 지훈의 접시를 바라보며 지훈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래?"
"응."
"가져와서 먹어."
말을 마친 지훈이 웃음을 띤 채로 정환을 바라보며 폭립에서 살 부위를 잘라 포크로 집고는 자신의 입에 넣었다. 얄미운 짓만 골라 하는 지훈의 태도에 정환이 입술을 꽈악- 물었다. 너 진짜 네가 계산해.
*
"언제 또 봐."
차를 가져오지 않은 정환을 데려다 주려 정환의 집 앞에 서 있는 지훈과 정환은 서로가 마주 보며 2박 3일 여행의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지훈의 투정 섞인 말에 정환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맨날 전화할 거잖아."
"어."
"문자도 맨날 할 거면서."
그렇긴 하지.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고개를 끄덕이는 지훈을 보던 정환은 슬슬 들어가 보려 지훈에게 갈 게. 말하고 손도 흔들었지만 몸을 돌리지 않은 채 지훈을 바라보며 천천히 자신의 집을 등진 채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넘어져."
그런 정환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지훈을 향해 정환은 실없이 웃으며 팔을 흔들다가 이내 등을 돌려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많이 피곤한 지, 등이며 어깨며 축 처진 정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훈은 자꾸만 날 듯 말 듯한 기억에 정환의 뒷모습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시선을 옮길 수가 없었다.
'너 진짜 이쁘다.'
그렇게 시선을 떼지 않고 멍하니 그 자리만 바라보고 있을 때, 무언가 기억이 난 듯한 지훈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진짜 이쁘다.'
지훈이 한참 일렁이던 눈을 감자, 술에 덮여있던 그날 밤의 기억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심스레 정환의 볼을 어루만지는 손, 정환을 향해 고정된 시선, 너무나도 가까웠던 자신의 위에서 들려오는 정환의 숨소리…….
'진짜…….'
당황한 채 살짝 벌어진 입술로 내려간 시선에, 정환의 볼을 잡은 손에 힘을 줘 닿은 입술과 입술 사이에는 빈틈이 없었다. 벌어진 정환의 입안을 오랜 시간 혀로 헤집던 자신을 모른 채 살짝 뜬 눈으로 본 정환의 파르르 떨리던 눈을 가졌던 얼굴과 그 새벽 자신이 자신을 끌어안아 서럽게 울던 정환의 모습이 지훈의 눈앞에 동시에 나타났다.
눈을 살며시 뜬 지훈의 시선은 정환이 걷던 그 자리에 여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애써 시선을 돌렸지만 미안함에 다시 한 번, 또 미안함에 다시 한 번, 또 미안해서 다시 한 번…… 지훈은 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다.
*
"이정환은 요즘 뭐 해?"
집에서 꼼짝도 안 해.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던 과장누나의 대답에 핸들을 돌리던 지훈이 살며시 웃었다. 한동안은 현장으로만 출근하다가 회의차 오랜만에 사무실에 출근했던 지훈은 어김없이 퇴근길을 과장누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정환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과장누나를 바래다줄 땐 제발 대중교통을 생활화하라며 투덜대던 지훈이 정환을 만난 후 오히려 먼저 과장누나의 퇴근길을 챙기는 것 같았다.
"어차피 너 나한테 받을 거 있으니까 집 들어와서 얼굴이라도 보고 가던가."
나이스. 매일매일 정환을 불러달라고 할 수도 없었던 지훈이 어떻게 정환을 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지훈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었던 과장누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툭 던진 말에 좋아하는 지훈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평소에는 듣도 보도 못한 말 거침없이 내뱉던 게 한없이 소심해지는 것 좀 봐라.
"어?"
"이정환?"
속도를 높여 일찍 도착한 과장누나의 집이자 정환의 집 지하 주차장에 아예 주차를 해 놓은 지훈은 과장누나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얼마 안 가 1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의 열리는 문 사이로 양손에 투명한 봉지에 담긴 화분을 들고, 이번엔 고등학교 체육복인지 저번과는 다른 학교 마크가 새겨져 있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정환이 보였다.
"표지훈이다."
문 닫힐세라 우선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본 정환은 지훈의 옆에 있는 누나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살며시 웃으며 지훈에게 안녕, 하고 말했다. 갑작스레 마주친 탓에 당황한 지훈이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
"집까지 무슨 일이야?"
현관문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문을 열며 정환이 지훈에게 물었다. 쭈뼛쭈뼛 서 있던 지훈을 대신해 과장누나가 입을 열었다.
"나한테 뭐 받아갈 거 있어. 찾아올 테니까 둘이 놀고 있어."
엉. 고개를 끄덕인 정환이 방으로 들어가는 누나에게서 시선을 옮겨 집 내부를 신기한 눈으로 둘러보는 지훈을 바라봤다.
"꽃으로 도배를 해놨네."
어쩐지 입구에서부터 꽃향기가 장난이 아니더라. 말을 덧붙인 지훈이 걸음을 옮기며 집 안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그 어디에도 화분이 없는 곳이 없었다.
"꽃집 하는 사촌도 있고, 나도 꽃 많이 좋아하고, 그래."
"장난 아니다."
급하게 어디론가 총총 빠른 걸음으로 가더니 이내 유리 컵에 주스를 따라 자신에게 건네는 정환에게서 컵을 받아든 지훈이 정환과 집 내부를 번갈아 봤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에서 벽지까지 모두 다 이정환을 닮아 산뜻하고 귀여울 줄 알았던 지훈의 예상을 확 깬 내부였다. 아직도 화분들에서 눈을 떼지 못한 지훈이 자세히 보지 못한 화분들을 대충 훑어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정환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내 방."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정환의 방은 예상외로 깔끔했다. 또 한가지 의외였던 것은 화분으로 가득 찼던 거실과는 달리 정환의 방에서 화분 찾기는 쉽지가 않았다.
"왜 화분이 하나밖에 없어."
단 한 개의 화분만을 눈에 담은 지훈이 낑낑대며 책장을 옆으로 밀고 있는 정환을 향해 물었다.
"지인-짜 소중하거나 뜻깊은 화분만 들여놔서 그래."
그럼 저 화분은 뭐가 소중해. 물으려던 지훈이 정환이 힘겹게 옆으로 밀어낸 책장 뒤로 나타나는 엄청난 광경에 얼굴을 찌푸리며 경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지훈을 바라보던 정환이 수줍게 웃으며 지훈이 놀란 엄청난 광경인 서재이자 집필실로 지훈을 안내했다.
"여길 두고 도서관을 다닌 거야, 지금?"
정환의 안내에 서재로 발걸음을 옮긴 지훈은 엄청나게 많은 책에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정환 존나 미스테리다. 생각한 지훈이 이대로 계속 구경하다간 어지럼증세가 악화될 것만 같아 서재 깊숙한 곳에서 활짝 웃고 있는 정환의 손목을 붙잡고는 서재 밖으로 정환과 함께 나왔다. 야, 왜? 너한테 줄 책 고르고 있었는데. 지훈의 행동에 정환이 투덜거렸다.
"됐고, 야. 다시 닫아, 닫아."
별 관심 없는 듯한 지훈의 언행에 정환이 입술을 쭉 내밀고는 밀어낸 책장 옆으로 가서 또다시 힘겹게 책장을 밀어 서재를 닫고 있었다. 그런 정환을 보던 지훈이 표지훈, 집 안 가? 들려오는 누나의 외침에 정환의 옆으로 다가가 정환이 그토록 힘겹게 밀던 책장을 한 번에 원래 위치로 밀어내고는 벙쪄있는 정환을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낼부터 다시 현장 꼬박꼬박 나가고."
넵. 과장누나에게서 서류봉투를 받아든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늦었는데 빨리 가 봐. 누나의 말에 정환이 내가 같이 내려갔다 올 게. 누나에게 말하고는 현관으로 향하는 지훈의 뒤를 따랐다.
"왜 굳이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지훈이 정환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환은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타며 대답 대신 실없이 웃기만 했다. 환한 웃음 뒤에 흐르던 정적을 깨려 지훈이 입을 열었다.
"이제 보니까 너한테 꽃 정원 진짜 잘 어울린다."
자신의 차를 향해 걷는 지훈의 말에 지훈의 뒤에서 걷던 정환이 뒷짐을 지며 웃었다.
"그럼 너가 나중에 내 집도 지어주고 정원도 이쁘게 만들어 줘."
정환이 장난스레 말했지만 앞에서 걷던 지훈의 눈이 반짝였던 것을 정환이 알 리가 없었다.
*
"또 증도 갔다 왔다고?"
마주앉아 정환에게 묻는 진영에 맥주를 들이켜던 정환이 응.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랑. 혼자?"
"아니. 친한 동생이랑."
맨날 혼자 가던 애가 웬일이래. 말한 진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걔 누군데?
"도서관에서도 만났었고, 누나랑 같은 회사 다니는 애."
대체 어떻길래 외길인생 살아오신 이정환과의 여행길을 같이 하셨대. 궁금증이 증폭된 진영이 정환을 바라보다 문득 스쳐 가는 생각에 정환에게 말했다. 안 바쁘면 걔 여기로 부르자.
*
하도 닦달을 해대는 진영에 어쩔 수 없이 조심스레 지훈에게 부름을 요청한 정환에 비해 집에서 딩가딩가 놀고만 있었던 지훈은 당연히 오케이,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누구 부름인데 안 가고 버틸 수 있으랴. 지훈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정환 덕에 지훈은 재빠르게 달려갈 수 있었다.
"너는 정환이보다 어리면서 진짜 편하게 대한다."
덕분에 끝도 없이 마시며 친해진 진영과 지훈 둘의 이야기 중심엔 항상 정환이 있었다. 이정환은 아닌데 넌 진짜 남자답게 생겼다, 누가 보면 네가 형인 줄 알겠다, 목소리 대박이다, 진영의 감탄사 뒤에는 지훈의 자신감 넘치는 웃음이 있었다. 그 뒤엔 정환의 비웃음이 있었지만 말이다.
"내 말이. 이제부터 관리 좀 해야겠다."
자신의 옆에 앉아 진영의 말에 맞받아치는 정환에 지훈은 여유롭게 웃으며 정환을 바라봤다. 관리는 얼어 죽을. 죽어도 너한테 형이라 칭하는 일 없을 거다. 코웃음을 친 지훈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한 번 바라본 정환의 얼굴에서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형 취급 안 하면 혼날 줄 알아."
혼나긴 개뿔. 목까지 차오른 말을 삼킨 지훈이 취기가 많이 도는 것 같은 진영의 앞에 놓인 잔에 술을 따랐다. 땡큐, 말한 진영은 잔에 담긴 술을 깔끔하게 원샷으로 비웠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그 횟수를 세자니 수의 끝이 없던 것 같다. 술도 약한 주제에 잘도 마신다…… 한심한 눈으로 진영을 바라보던 정환이 자신을 바라보는 지훈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 지훈과 눈을 마주했다.
"뭐."
"엉?"
"너도 조금만 마셔."
무작정 마셔 놓곤 아무한테나 키스 퍼붓지 말고……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한 정환이 술잔 옆에 있는 콜라를 들이켰다. 또 생각났어.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안주를 집던 정환이 맞은편에서 나는 쿵-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진영을 바라봤다.
"뻗으셨네."
정환과 같이 진영을 바라보던 지훈이 말했다. 딱딱한 나무로 된 칸막이에 머리를 기대 눈을 감은 진영을 본 정환이 시선을 돌려 지훈을 바라봤다. 너도 저렇게 되면 나한테 죽어.
"난 잘 못 마신다고 쳐도 넌 주량의 끝이 어디냐."
나두 몰라. 시선을 내리깔고 대충 대답한 정환의 기운 없는 말 뒤에는 정적이 흘렀다. 조용해진 분위기 덕에 지훈은 호프집 스피커에서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인제야 인식했다. 사실 술 이야기가 나오면 정환에게 키스를 퍼부었던 그날 밤이 기억나는 건 지훈도 정환과 마찬가지였다. 흘러나오는 재즈 리듬에 맞춰 술잔을 흔들며 곰곰이 생각하던 지훈이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야."
지훈의 목소리에 정환이 고개를 들어 지훈을 바라봤다. 주량이 많은 정환도, 별로 마시지 않은 지훈도 절대 취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보였다. 그날 밤을 생각하는 어색한 눈빛에 몽롱한 눈빛이 가려져 그렇게 보였다.
"키스해서 미안해."
갑작스러운 지훈의 말에 정환은 고개를 돌려 지훈의 시선을 피했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자신에게 사과하는 지훈에게 오히려 자신이 미안해진 정환은 애써 말을 돌렸다.
"내가 형 취급하랬지. 정환이 형, 이렇게 한 번만 불러 봐."
대충 웃어넘기려 말한 정환을 보던 지훈은 웃을 수가 없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웃던 정환은 지훈이 아무 말도 내뱉지 않자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봤다. 지훈아, 제발. 간절하게 바라며 정환은 다시 한 번 웃으며 말했다.
"형이라고 할 거야, 안 할 거야?"
"안 할 거야."
단호한 지훈의 대답에 정환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정환이 형, 이렇게 할 거야, 안 할 거야?"
"안 할 거라고."
끝까지 단호한 지훈의 어투에 정환이 입술을 깨물었다.
"야, 그럼 뭐 할 건데?"
삐딱하게 묻는 정환에 지훈은 여전히 정환과 눈을 마주한 채 아무 말도 없었다. 또다시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지만 흥겨운 재즈 음악은 끝자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애인 대우."
정적과 재즈 음악, 그리고 곤히 잠든 진영의 숨소리만이 공존하는 둘 사이에서 지훈이 무표정을 유지하며 정환에게 말했다. 좋지 않았던 정환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너한테 사과할 때 문득 생각났는데."
"……."
"이정환한테 키스해도 미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훈의 말에 지훈과 마주하던 정환의 시선이 서서히 내려가 의자 시트를 꽉 부여잡고 있는 지훈의 손에 닿았다.
"안 취했고, 안 미안해. 멀쩡하니까 말할 게."
"……."
"사귀자.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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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항ㅎㄱㅎㄲㅎ걓ㄱㅎㄱ 표지훈 일냈대여!!!!!
보람찬 한 주 정원과 함께 보내시길 바라며
들리는 최대한 빨리 벌써 다음편이 7송이가 돼버린 정원 들고 오겠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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