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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 마음




지금 이대로

08



고백 사건(?)이 있고나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다정했던 성운이가 조금 더 다정해졌다는 점? 그리고 오글거리는 말들을 서슴지 않게 한다는 점.


“이따 봐.”


여느 때와 같이 나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준 성운이에게 빠빠이- 하고 내리려고 하자 성운이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워너원/하성운] 지금 이대로 08 | 인스티즈

“좀만 더 보고 싶다. 안 가면 안 돼?”

“너 진짜 느글느글 해졌어.”


내 말에 삐져가지곤 입이 댓발 나와 있는 성운이가 귀여워서 삐죽, 튀어나와있는 입에 짧게 쪽- 하고 뽀뽀했더니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누구한테 배웠는데?”


아오 진짜- 하면서 또 내 볼을 자기 두 손으로 잡고 거의 반죽을 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차에서 내렸는데 나를 기다리는 황민현이 보였다. 다 봤나. 뭐, 봤던 안 봤던 상관은 없지만 약간 당황한 듯한 황민현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 편에 미안함이 생겼다.


“나 연애한다.”


어색한 공기를 깬 건 나였다.


[워너원/하성운] 지금 이대로 08 | 인스티즈

“왠지 오늘따라 예쁘더라.”


이렇게 대답하고는 또 내 머리를 쓰다듬는 황민현을 쳐다보고 있자 황민현은 황급히 손을 떼며 아, 이런 건 불편하나 이제. 하고 말했다. 그동안 내가 착각했던 건가. 그래, 얘는 원래 그런 애고 나한테 아무 감정 없었던 걸 수도 있잖아. 괜히,


“아쉽다 그래도, 고백 한 번 못해보고 끝내는 건.”

“너는! 좋은 애야!”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말한 나도, 들은 황민현도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왜 하냐 이 멍청아....


“그러니까···”


[워너원/하성운] 지금 이대로 08 | 인스티즈

“아, 괜찮아. 마음정리는 나 혼자 해.”


웃으며 말하고는 걸음을 옮기는 황민현을 잠깐 바라보다 나도 뒤따라갔다.






“후아··· 어떻게 해 너무 떨려···.”


드디어 황민현의 졸업 공연 날이 되었다. 반차를 쓰고 보러오겠다는 성운이 때문에 긴장감이 백배는 커진 것 같다. 으어어어- 하며 물만 마셔대는 내 옆에서 ‘검은색 진짜 잘 받는다.’, ‘원피스 너무 예뻐.’라며 내 사진을 찍어대는 황민현... 우리 엄마세요...? (그날 이후로 황민현은 좋아하는 거랑 별개로 원래 이런 칭찬을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잉-


옹씨

-나 들어왔다

-잘해라

-하성운씨 만남

-망했어으어어어어어


지잉-

❤우리 성운이❤

-열심히 했으니까 떨지 말고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러가자

-사랑해 파이팅

-나 너무 떨려 못하게써ㅠㅠ


멋있는 척 좀 하려다가 내가 찡찡 대자 바로 원래 말투로 돌아오는 성운이.


❤우리 성운이❤

-내가 응원하고 있으께 ㅠㅠ

-너무 부담 갖지마ㅠㅠ

-웅 ㅠㅠ 나 곧 올라간당


[워너원/하성운] 지금 이대로 08 | 인스티즈

“너 심장 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망쳐도 나 미워하면 안돼..”

“내가 너를 왜 미워해, 그동안 도와줘서 너무 고마웠고, 오늘 잘 마무리하자. 실수해도 괜찮아. 많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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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된다.”




무대에 올라가면, 관객석이 하나도 안 보인다. 조명 때문이 아니라, 아무리 내가 찾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무대 위에서는 그 중압감과, 긴장감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다. 성운이를 찾고 싶다. 관객석을 쭉 봤지만 역시, 그냥 다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었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얼굴에 미소를 띠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처음 싸웠던 날, 나를 찾아 뛰어 왔을 때처럼, 핸드폰 후레쉬를 깜빡거리는 성운이가 보였다.


황민현과 눈을 맞추고 연주의 시작을 알렸다. 들리지는 않지만, 연습했던 대로, 손끝의 감각 하나하나를 믿고, 머릿속으로 메트로놈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그렇게 한 마디에 정성을 담아 연주했다. 내 생각에 큰 실수 없이 연주를 마치고, 일어나 인사를 하고 성운이쪽을 보니, 옹성우와 둘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미치겠다...




“내 졸업도 아닌데···.”


모든 공연이 끝나고 나오자 꽃다발을 안겨주는 성운이에게 이런 걸 왜 사왔냐고 말하자 성운이는 자기도 이런 거 한 번 해보고 싶었다며 헤실헤실 웃었다. 그 때 내 어깨를 툭툭- 치는 게, 옹성우.


[워너원/하성운] 지금 이대로 08 | 인스티즈

“나는 사오긴 했는데 누굴 줘야 되냐. 황민현, 너 줄까?”

“어우, 왜이래.”


옹성우는 질색하는 황민현을 한 번 보더니 나에게 꽃다발을 주었다.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안개꽃다발. 역시 내 취향을 잘 알고 있다.


“취향저격이지?”

“어, 쫌? 근데 나는 오늘부터 핑크가 좋아.”


성운이가 준 핑크색 장미꽃다발을 들어 보이니까 성운이는 이뻐죽겠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옹성우는 그치.. 우정보단 사랑이지.. 라며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굳이굳이 같이 밥을 먹으러 가겠다는 옹성우와 너네만 괜찮다면 따라가겠다는 황민현을 데리고 치킨집에 앉았다.


“다들 말 놓자, 동갑인데!”


성운이는 자기를 바라보고 말하는 옹성우를 힐끔 보고 자기 앞에 놓인 맥주잔을 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현은 자기가 술을 잘 못한다며 한 잔만 가지고 홀짝 대고 있었고, 성운이, 옹성우, 나 이렇게 세 명이서 맥주 5병째. 그렇게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부어라 마셔라 하니까 얼마 있지 않아 내가 취해버린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다시 잔을 들려하자 옆에서 낚아채는 성운이를 째려보자 성운이가 뭐라고 말했다. 그만 마시라는 것 같다.


“성우나 우리 지짜 오래 가즈아... 겨로나자.. 조아해..”


그 후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눈을 떴을 땐 머리가 띵한 기분이 들었고 주섬주섬 핸드폰을 찾아 화면을 켜자 토요일 오전 7:00. 오늘 토요일이었구나, 주말이면 늦잠을 자는 성운이를 깨우러 방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한 대 맞은 것처럼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고 해장국이나 끓일까, 라는 생각으로 냉장고를 열었는데 텅 비었다. 장보러 가자고 해야겠다.


“하성운씨 일어나세요-.”


[워너원/하성운] 지금 이대로 08 | 인스티즈


이불을 발로 뭉개면서 뒤척거리는 성운이 얼굴을 양손으로 잡아서 일어나라고 재촉하니까 성운이는 비몽사몽한 얼굴로 겨우 실눈을 떴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자기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싫어, 빨리 일어나기나 해.”


나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올라가 있던 상태였는데, 성운이는 그대로 내 허리를 끌어안아 자기 옆으로 나를 눕혔다.


“못된 것만 배워가지구.”


눈을 슥슥 비비고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누구한테 배웠는데? 라고 하길래 할 말이 없어 눈을 피했는데 팔을 내 목 밑으로 꾸역꾸역 넣더니 나를 꼭 끌어안는다. 설레는 마음에 흐흥, 하면서 작게 웃고 잠시 그렇게 안겨있는데 눈앞에 성운이의 빨개진 귀가 보여서 터지는 웃음을 참다가 결국 프하하- 하고 웃었더니 내 어깨를 잡아 품에서 떼어내 얼굴을 보고 왜, 왜 웃어. 한다.


“몰라-.”

“뭐야!”

“아, 성운아. 장 보러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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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돌리는 거 봐. 왜?”

“냉장고가 텅텅 비었어.”


나랑 데이트하고 싶어서 아니고? 하는 말에 아우 진짜. 하면서 팔을 한 대 퍽치고 몸을 일으켰다.


“진짜 텅 비었네, 우리 둘 다 맨날 나가있어서 신경을 못 썼구나.”

“장 보러 갑시당- 대형마트 갑시당- 흐흐”


아침 겸 점심으로 푸드코트에서 아무거나 사먹기로 하고 서둘러 출발했다. 마트 가는 건 좋은데, 차타고 가려면 또 지루하게 바깥만 바라보고 있어야 된다는 사실에 벌써 피곤해졌다.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봐봐.”


핸드폰에 대고 뭐라 말하더니 나한테 건넨다. 핸드폰 메모장에 써있는 글씨를 보니까 괜히 마음이 간질거렸다.


‘성이름 좋아합니다’


그렇게 차를 타고 가면서 불편하긴 해도 음성메모로 계속 대화할 수 있었다. 내가 말하고 핸드폰을 가져다 대주면 성운이가 대답하고. ‘거의 다 왔다’가 ‘거위 다이어트’로 입력되는 것과 같은 불상사가 생기긴 했지만, 처음으로 지루하지 않게 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배려해주는 남자친구가 어딨을까.



마트에 도착해서 푸드코트로 달려가 국수를 먹고 이것저것 장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끌래!”

“내가 끌게!”

“나 카트 끄는 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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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혼자 끌고 다니는 걸 어떻게 봐!”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눈칫밥을 먹었을 만한 말들을 자유롭게 하면서 말이다. 결국 꼭 붙어서 같이 카트 손잡이를 잡고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소세지, 달걀, 우유, 시리얼, 베이컨, 당근, 케첩, 마요네즈. 이런 것들을 잔뜩 사고 이쯤이면 됐겠다 싶어서 가려고 하는데 눈에 띈 건.


“삼겹살!”

“저녁에 삼겹살 구워먹을까?”

“좋아! 정말 진짜 완전 대박 리얼 헐 좋아!”

“내가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애를 키운다.”

“가자 아빠!”


어이구, 하면서 이번엔 한 손으로 양쪽 볼을 잡아서 붕어처럼 만든다. 잡은 손을 찰싹찰싹 때려서 떼게 하자 아포.. 라며 울상을 짓는 게 너무 귀엽다.

그냥, 지금 이 순간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특별하다. 



Epilogue.


“성우나 우리 지짜 오래 가즈아... 겨로나자.. 조아해..”

"컥..."


뜬금없이 나온 '결혼'이라는 말에 맥주가 뇌로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술김에 한 말이겠지만, 결혼이라니. 가끔 이름이랑 있을 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 먼 얘기인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나에게 훅 다가온 기분이 들었다. 괜히 의미부여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옹성우가 물었다.


[워너원/하성운] 지금 이대로 08 | 인스티즈

"성이름이랑 결혼 할거야?"


옹성우는 장난식으로 말했지만 그 속에 담긴 복잡한 심경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라고 하지만 이름이에게는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가족, 친오빠 같은 존재니까. 자기 말고, 이름이한테 잘해주고, 평생 아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에게 확신을 받고 싶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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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만 좋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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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꺅 아니 저런 친구 남자친구 남편 다좋다ㅜㅜㅜㅜㅜ 서로를 아끼는 모습 너무 보기좋아요ㅠㅠㅠㅠ 늘 행복했으면 ㅠ
6년 전
기룸
독자님도 저도 곁에 이런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어용???
6년 전
독자2
응 난 좋아..♡
6년 전
기룸
저두 환영입니다,, 성운이라면 ㅠㅠㅠㅠ❤❤
6년 전
독자3
꺅......성우니 좋아 결혼 조하
6년 전
기룸
어서 빨리 결혼 하라 ..... 둘이 ....!???
6년 전
독자4
캬ㅑㅠㅠㅠㅠ 작가님 신알신 하고 갑니다...❤️ 성우나 겨론조하..
6년 전
기룸
신알신 감사합니당!! 겨론 조아....??
6년 전
독자5
구르밍입니다❤❤ㅠㅠ아 제가 인티 접속중일 땐 왜,,,헝 1등하고싶었는데 또또또 늦었어요ㅠㅠㅠㅠㅠㅠ으어엉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난!죠!와!얼른 겨로나쟈 성운아.... 어흑 작가님 이번화 달아요 넘 달아요ㅠㅠㅠㅠㅠ><꺄아! 이렇게 스윗한 거위 다이어트가 또 있을까여,,,완결은 거위 다이어트 아니었으면 좋겠어요(???)ㅠㅠㅜ 장보는거 진짜지짜 설레여 가자 아빠! 여기 왜이렇게 귀엽죸ㅋㅋㅋㅋㅋㅋㅋㅋ어휴휴 넘 조타... 진짜 지금 이대로 넘 좋아요 작가님 최고예요ㅠㅠㅠ❤❤❤
6년 전
기룸
구르밍님 댓글에 정성이 ㅠㅠㅠㅜ 감동이에요 성운이랑 결혼 가즈아 ㅠㅠㅜ???
6년 전
비회원179.84
ㅅ......심장이 아파여...어레스트!!!!!!!ㅠㅜㅠㅠㅠㅜㅠㅠㅜ아 분위기 너무 조아여 진짜ㅠㅠㅜㅠㅜㅜ최고에여!!암호닉 신청은 끝난거죠..?
6년 전
기룸
넵 ㅠㅠ 암호닉 신청은 끝났습니다 ㅠㅠ
6년 전
독자6
헐 저 뿜뿜이인데여ㅠㅠㅠㅠ아니 이결혼 진짜 적극 찬성이에여 저는..다른게 뭐가 중요합니까!!!!!둘이 좋다는데!!!!!
6년 전
기룸
뿜뿜이님ㅠㅠㅠ 저도 이 결혼 찬성입니다 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231.235
겨론해 짝!겨론해 짝!ㅎㅎㅎ작가님 이번편도 너무 설렌거 아닙니까ㅠㅠㅠㅠㅠ구름이...진짜 너무 좋아요 둘이서 꽁녕꽁냥하는 거 보니가 제가 원래 커플을 잘 안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이커플언 대찬성입니다 대차넝
6년 전
비회원123.71
ㅠ 아 달달하고 좋아여.. 거위 다이어트 ㅋㅋㅋㅋㅋㅋㅋㅋ 킬포 ㅋㅋㅋㅋㅋㅋㅋㅋ
6년 전
독자7
ㅠㅠㅠㅜㅜㅜ둘이결혼해ㅐㅠㅠㅠㅠ저런남편있으면 너뮤좋겠네요...ㅎㅎ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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