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04
지이잉- 지이잉-
당장 확인하지 않으면 터져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듯 요란하게 울려대는 핸드폰에 오늘도 성운이가 깨우기 전에 잠에서 깼다. 아침부터 누구야...... 옹씨?
옹씨
-미국 도착
-밥먹자
-밥사줘
미국.. 미국? 네가 미국에 왜 와? 자고 일어나 흐려진 시야에 잘못 본건 아닌지, 눈을 벅벅 비비며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다시 화면을 봐도, 잘 있냐는 말 한마디 없이 미국 도착, 밥먹자, 밥사줘. 이 세 개의 카톡으로 안부인사를 전하는 옹성우에 무슨 미국이냐며 답장을 보내자 3분이나 핸드폰을 붙잡고 기다리게 만든다.
옹씨
-지금 공항 나왔다
-뉴욕
-너 뉴욕 아니야?
뉴욕, 뉴욕이긴 한데. 여기가 뉴욕이 맞는지. 왜 왔냐는 톡을 보내고 또 몇 분 기다리고 있는데, 턱- 하고 침대에 걸터앉는 성운이.
“이제 혼자서도 잘 일어나네, 안 깨워줘도 되겠다?”
“왜- 깨워줘.”
아침부터 친구한테 연락 와서, 미국 왔대. 하며 화면을 보여주니 옹씨? 한다.
“아, 옹성우라고. 나 대학 다닐 때 친구!”
“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늦겠다. 하며 급히 자리를 뜬다.
옹씨
-어디서 만나
-나도 여기 잘 몰라
-너 왜 왔어 진짜
옹씨
-만나서 얘기해 ㅡㅡ
겨우겨우 약속 장소를 잡았는데, 여기가 어딘지. 그 때 깜박- 하고 꺼졌다 켜지는 불에 총총 걸어가 문을 열었더니 벌써 나갈 건지 가방까지 메고 서있는 성운이가 보였다.
“오늘 외근이라 지금 가봐야 돼. 아침 꼭 먹어.”
“아, 응!”
“꼭 먹어.”
알았다고- 하며 째려보자 내 볼 한 쪽을 잡고 대답은 잘해요. 하며 한 번 늘려보고 놓는다. 갈게, 밥 먹어. 하고 나가는 성운이를 현관에서 배웅하고 식탁으로 가 시리얼을 대충 그릇에 부어놓고 다시 핸드폰을 봤다. 일단 약속을 잡긴 했는데, 여길 혼자 어떻게 가냐. 잠시동안 생각을 하다가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시리얼 위에 우유를 부어버렸다.
밖에 나오니 긴장이 500배는 더 해지는 것 같았다. 사고라도 나면, 이라는 끔찍한 생각도 머리에 맴돌았고, 그래서 더더욱 조심하기로 다짐, 또 다짐했다. 마을버스를 타야 되는데, 타야 되는데.. 구글에 검색해봤지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구글 너 마저도.....
“Excuse me." (실례합니다.)
결국 지나가는 할머니 한 분을 붙잡고 길을 물었다. 버스정류장이 어딘가요? 하니 뭐라 말씀하시는데, 한국어는 입모양으로 알아듣는다 해도, 직접 들어도 못 알아들을 것 같은 영어를 입모양으로 알아들을 리가.
“Um.. Sorry, I'm deaf." (음.. 죄송해요, 저는 청각장애인입니다.)
조금 놀라신 듯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는 할머니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 써주실 수 있냐고 묻자 그림까지 그려주시며 열심히 알려주신다. 아, 이 길로 쭉 가서 왼쪽.
“Thank you for your time, ma'am."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인.)
Not at all(천만에요). 이라고 종이에 적은 뒤 친절한 미소를 보내오는 할머니에 감동을 받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조금 기다리다가 버스에 탔는데, 전광판만 뚫어져라보다가 내릴 때가 된 것 같아 벨을 찾았다. 이거 어떻게 내리는 걸까, 벨이 없어. 당황하며 헤매다가 어떤 아저씨가 내릴 때 같이 내릴 수 있었다. 나중에 성운이한테 들어보니까 벨 대신 무슨 노란 줄을 당겨야 되고, 문도 수동으로 열어야 된다고.
어떻게 어떻게 환승을 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조금 걷는데 갑자기 누가 내 어깨를 잡고 휙 돌렸다. 갑자기 건드려서 놀란 것도 있지만, 내 앞에 인상을 찌푸리며 서있는 남자 때문에 거의 기절할 뻔 했다. 화난 표정으로 나에게 뭐라고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도 없고. 그 순간이 너무 공포스러웠다.
그 때 또 다른 누군가가 뒤에서 내 팔을 잡아챘다. 놀라서 으학, 하며 시선을 돌린 곳에는 나보다 더 놀란 표정의 옹성우가 서있었다.
“뭐해 여기서? 이 남자 누구야?”
“몰라...”
거의 울기 직전의 나를 자기 옆으로 세워 놓고 그 남자와 얘기를 하는 옹성우.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와는 다른 표정으로. 알고 보니 내가 걸어가고 있을 때 뒤에서 차를 타고 오다가 경적을 아무리 울려도 비키지 않아 얘기를 하러 왔다는 남자. 그제야 뒤를 돌아 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I'm sorry." (미안합니다.)
사과를 하는 나에게 큰 손바닥 두 개를 펼치고 무어라 말하는데, 괜찮다는 뜻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기 차를 가지고 떠나는 남자를 보며 긴장이 풀려 어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냥 내가 갈 걸 그랬다.”
“몰라, 일단 어디 좀 앉자. 힘들어..”
“남자랑? 미쳤어?”
눈에 보이는 피자집에 들어가 대충 주문하고 잘 지냈냐, 뭐하면서 사냐는 물음에 성운이랑 둘이 살고 있다고 얘기하니 버럭 화를 낸다.
“아.. 아무 일도 없었어..”
“이게 미쳤네 진짜, @#$%&*”
“어? 말 좀 천천히 해. 못 알아듣겠다.”
성운이가 되게 천천히 말하는 거구나···. 하고 나와 얘기할 때 온갖 표정을 다 짓는 성운이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는지. 휙휙- 내 얼굴 앞에 손을 두어번 흔들더니 웃어? 하는 옹성우.
“교수님은, 아셔?”
“아니···. 아, 근데 나 걔 좋아하는 것 같아.”
내 말에 더 어이가 없는지 몸을 뒤로 확 젖히더니 와- 하고 멍을 때리는 옹성우에 데이트했던 거랑 손잡은 것까지 말해줬더니 이번엔 꽤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그래, 근데 여자든 남자든, 자기 몸은 자기가 챙기는 거다.”
“알겠다-, 아 근데 너 왜 왔어?”
"너 보고싶어서?”
눈을 크게 뜨고 깜빡깜빡거리며 귀여운 척을 해대는 옹성우를 더는 봐줄 수가 없어서 아 쫌, 하며 때리려고 하자 그제서야 멈춘다.
“연주회 때문에도 있고, 너한테 부탁할 것도 있고.”
“뭐?”
“그,”
“다시 할 생각 없냐, 첼로.”
Epilogue.
옹씨, 대학 친구라며 신나게 소개하는 너를 보는데 왜 심술이 날까. '뭐, 대학 친구라고. 그거 빼고 없잖아.' 생각은 해도 나는 알고 있었다, 내 표정이 굳어진 것을. 아무튼 포커페이스가 안돼. 표정이 더 굳어지기전에 자리를 떴다.
외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밥이라도 먹고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건물을 나서자마자 보이는게 하필 너냐. 그것도 너랑 알콩달콩(!) 얘기하는 옹씨...?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너랑 얘기하고 싶은데, 왠지 발걸음이 안 떨어져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 떡밥 회수 중입니다ㅎㅎ 저번주에 정말 진짜 완전 대박 리얼 헐 을 만든 친구 등장 ㅎㅎㅎㅎㅎ 그리고 또 다른 떡밥이 던져졌습니당 ㅎㅎ
일단 방향성 확실히 잡힌 지금이대로부터 쭉 연재를 해야할 것 같아요! 등산동아리는 ㅠㅠㅠㅠ 아직 스토리가 부족한 것 같아서 잠시.. 스토리 구상도 하고.. 지금이대로 먼저 끝내는게 어떨까 .... 헤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암호닉 신청은[암호닉] 이렇게!
암호닉
구르밍 데이 하핫종현 0209 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