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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서영호] 최악의 이웃 1~2 | 인스티즈 

 


 


 

최악의 이웃 

w. 문달  


 


 


 


 


 


 


 


 


 


 


 


 


 


 


 


 


 


  서영호는 엄마 친구 아들, 딱 그 자리에 굳건하게 이름을 박았다.
진짜 엄마 친구 아들은 아니고 엄마 친구의 친구의 아들이었다. 뭐, 두 다리만 건너면 아는 거니까 엄마 친구 아들로 치는 거다. 사실 이렇게 우긴건  서영호의 엄마와 어떻게든 연을 닿고 싶어 하는 우리 엄마다. 

  엄마는 비록 지금은 가정의 평화를 책임지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한때는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향기를 가지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다.
어쩌다 남자한테 잘못 말려가지고 20년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고 반포기 상태였지만.
엄마의 꿈을 대신 펼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서영호의 엄마셨다.
임지민 조향사님, 조향사님 거리며 정말 잘 아는 사이처럼 굴던 엄마는 당신이 존경하는 조향사님 슬하에 잘난 아들이 하나 있다는 정보를 접수하고 그때부터 조향사님보다 더 큰 비중으로 아드님 얘기를 틈만 나면 해댔다. 


엄마, 주책 맞게 자식 자랑하는 부모 많다지만 엄만 나도 아니고 남의 자식을 갖다가 그렇게 내 새끼인 양 부둥부둥 이야?  


 

그럼 너도 잘나던가. 


 


 


치사해서 나도 잘나보기로 했다. 


  그까짓 서영호가 뭐라고 전교권 아래 노는 성적을 가지고도 엄마는 서영호 보다는 큰 칭찬을 안 해줬다. 나는 무슨 주워 온 애냐고, 나 엄마 딸 아니냐고 한창 질풍노도를 걷고 있을 땐 서러워서 큰 소리도 내봤다. 내 사춘기는 이름으로 밖에 만나지 못하는 서영호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나온 반항만 하다가 지나갔다. 


 

  내가 아는 서영호는 나랑 세 살 차이가 나는 공부도 잘 하고 인물도 훤하고 성격도 너글너글하다는 엄친아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는 그를 처음 알게 됐고-정확하게는 그의 존재다.- 같은 중•고등학교 출신이지만 세 살 터울이기에 학교 선배일 뿐이다 지 오다가다 복도에서 마주친 적은 없었다. 어쩌다 사석에서 엄마가 기회를 잡아 존경하는 임지민 조향사님과 그의 아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두고두고 미련하다고 나무랐다. -
아, 중학교 3학년 때 엄마는 나를 무작정 시카고로 유학 보내려고 했다. 무리의 소속감이 강했던 나는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싫어서 일주일동안 엄마랑 말을 안 하고 살았다. 엄마는 그냥 던져 본 말이 아니었는지 챙겨주던 아침밥에 내 밥그릇을 쏙 빼놨었다. 찬바람 쌩쌩 부는 모녀 사이에 가장 진땀 흘렸던 사람은 새 아빠.
직감적으로 엄마가 시카고를 들먹이며 늘어질 때 나는 알았던 것이다. 시카고에 서영호가 있다는 걸. 


 


엄마 그거 병이야. 광적으로 집착하는거야. 사이비 믿는 사람들이랑 다를 거 하나 없어! 


 


이게 엄마보고 못하는 말이 없네.  


 

아주 험하게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끊으려고 난리였다, 세상에 의지할 건 그래도 엄마밖에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다 서영호 때문이다.
엄마랑 내가 싸우면 늘 서영호가 문제였다. 


 

서영호는 그래서,
내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다 하는 대학에 전체 수석으로 들어갔을 적에는 나의 철천지원수쯤이 되어있었다. 


 


 


  나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꽤 악바리라고 느껴지는 게 중학생 때부터 틈틈이 용돈과 알바비를 모아서 대학에 들어감과 동시에 내 돈으로 원룸을 구해서 자취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자랑할 만 한 건 성적이 내리막길을 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악착같이 공부와 돈 둘 다를 잡으려고 실핏줄 터지는 게 일상이었던 10대를 보냈다. 동기부여는 엄마가 손수 제공해줬다.
좆같은 그놈의 서영호 소리 덜 듣기 위해서라도 성인 되자마자 이 집구석 뜬다고.
난 한다면 반드시 해냈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도는 것도 숨 막히는 좁은 원룸일지언정 돈벌레와 동고동락하는 것이 서영호와 조향사님 밖에 모르는 엄마와 사는 것 보단 훨 배 나았다. 

그 악다구니가 아무래도 적성으로 자리 잡았는지 대학에 들어가 자유로워졌을 때도 돈을 박박 긁어모았다. 사실 전공을 살리는 것보단 돈을 조금씩 모아 태산같이 만들어 서울에 땅이나 건물 하나 있는 백수가 되는 게 나았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는 더욱 말이야. 취준생으로 지내는 기간이나 내 명의 건물 쟁여둔다고 티끌 모으는 기간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서영호는 내가 어릴 때부터 늘 잘난 존재였고, 고딩 때는 시카고로 유학을 가면서 더욱 우월한 사람이 되었으며, 대학 다닐 시절에도 간간히 엄마와의 전화로 소식을 들어야했다. 내 10대와 20대 중반을 차지하는 이름과 명성뿐인 그의 존재감에 내 노력은 엄마 앞에서는 남들 다 하는 '고만고만'한 것이 되었다. 대학 졸업반 때 내 힘으로 서울에서 나름 비싸다는 동네의 어느 아파트에 반 전세로 들어갔지만 그것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서영호 라는 빛을 쐬고 싶어 하는 엄마에게 스물넷 딸의 세미 자수성가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영호 아직 여자 친구가 없단다. 


 


그 얘길 왜 나한테 하는데? 


 


너 좀 그 선머슴 같이 입고만 다니지 말고  샤랄라 한 치마도 좀 입고 다니고, 응? 그래서 어디 시집이나 잘 가겠어? 영호 너 같은 스타일 안 좋아한다. 


 

엄마 방금 한 말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그렇다? 내가 씨, 엄마라고 그래도 앞에서 상스러운 표현은 못하겠고. 그리고 누가 걔한테 시집간대? 간다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 전에 걔한테 가고 싶지도 않아! 지가 나한테 장가 들면 들었지 내가 걔한테 왜 가? 아니지? 아 진짜 짜증난다. 


 

말도 예쁘게 해! 지민 언니가 얼마나 말에 기품이 넘치고 격식 있는지 모른다. 너 나중에 조향사님 만나뵙게 되면 절대 이렇게 입고 있지 말고! 말도 조곤조곤 해야 된다. 


 

엄마랑 10분만 대화해도 타이레놀을 탈탈 털어먹어야 할 지경이었다. 


 

유전인가. 엄마는 기어코 야심찬 욕망을 이루고야 말았다.
서영호는 엄마 친구 친구의 아들이 아닌 진짜 엄마 친구의 아들이 되었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엄마 지인이 더 맞겠다. 호칭이 지민 언니로 바뀐걸 보면. 조향사님이나 지민 언니나 내 귀엔 거기서 거기였다. 똑같이 내 고막을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주범 정도밖엔 못됐다.
일주일에 한 번, 그래도 엄마라고 주말마다 본가라 칭하는 곳에 가서 내가 얻어먹는 건 엄마가 해준 밥보다는 그놈의, 왜, 이제 말 안 해도 알잖아. 서영호 소리. 

언젠가 직접 만나게 된다면 일단 인사는 싸대기고 번호를 교환한다면 반드시 빌어먹을 서영호 라고 저장하리라. 


  내 컴플렉스는 제대로 된 아빠 없이 자란 것이다.
어물쩡 인생을 살다가 크게 삐끗해버린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 10년은 친부라는 작자에게 폭력이란 폭력은 골고루 다 당하고 살았고, 내가 태어나고 나서 10년은 엄마 식 표현으로 찢어 갈길 새끼와의 법정 공방, 싸움, 승리, 그리고 난리 통에 새 아빠와 연애, 새 출발이었다. 불안정한 유년기. 아빠를 잠깐 잃어버렸던 나는 집안에 큰 소리 쳐 줄, 튼실한 남자가 없었기에 혼자서 강하게 자랐다. 그래서 남자 도움 없어도, 아빠 도움 없어도 뭐든 할 수 있게끔. 엄마가 가르쳐 준건 딱히 없었다. 솔직히 엄마는 아직 어리고, 어린 나이에 상처도 많이 입었기에 철도 없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더욱 내가 잘해야겠다. 나도 지키고 엄마도 지켜야겠다. 라는 의식을 가지고 자랐던 것 같다.
내 앞가림하기도 힘든 주제에.
오지랖이 넓은 걸 수도 있겠다. 나 이렇게 힘들지만 당신도 나랑 비슷하게 힘들어 보이니 우리 서로 으쌰으쌰 하자고. 

정의구현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난처한 상황에 있는 남을 도와주는 게 흔한 일도 아니다. 다들 눈치 보기 바쁘고 떠넘기기에 급급하지.
나의 이런 배경과 쌓이면서 형성된 성격으로 인해 지금 시야에 가득하게 들어오는 건 곤란한 표정을 하고서 뒤를 슬쩍슬쩍 돌아보는 긴 허우대의 미남이다.
처음엔 유독 남들보다 머리가 솟아있고 모델같이 잘생겼길래 역시 잘생긴 게 제일 재밌어 하며 텔레비전 보듯이 너머로 보고 있는데, 자꾸 뒤를 보면서 눈썹이 팔자로 처지는 게 필시 무슨 일이 생긴 사람 같았다.
아직 내리려면 멀었지만 편하게 앉아 가기를 포기하고 일어나 남자 가까이로 슬금슬금 이동하는데 그의 허리 아래쪽으로 웬 손이 왔다갔다 거렸다. 순간 눈을 의심하며 카메라를 켜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폰 카메라 까딱 잘못 켰다간 몰카범으로 오인 받을 수도 있지만 앞에 수상한 손길이 있는데 도무지 못 본 척 넘어갈 수가 없었다. 무음 카메라로 멀리서부터 확대시켜가며 여러 장 물증을 확보한 뒤에 전철이 멈추려고 기울어지는 순간 남자의 엉덩이에 손을 올린 치한의 손목을 콱 움켜쥐었다.  


 


 

"지금 누구 엉덩일 조물락 대고 있는거예요?" 


 


 

"..에? 네? 무,무슨 소릴 하시는지.." 


 


치한이 쓰고있던 안경을 고쳐 올려 쓰며 나에게 붙잡힌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줬다. 나는 마찬가지로 이를 악물고 못 빠져나가게 붙잡았다. 많은 인파가 들어오고 있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고 오른손으론 치한의 손목을,왼손으론 불쌍하게 당하고 있던 잘생긴 청년의 실한 팔뚝을 잡고 다리를 벌리고 섰다.  


 


"이 아가씨가 진짜! 사람 그렇게 몰아가는 거 아니에요! 당,당, 당신이 뭐, 경찰이라도 돼?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난 의로운 시민이고 경찰은 좀 있다 만나세요. 그쪽은 피해자니까 가야 하고, 나는 물증을 갖고있는 목격자라 따라가야 해요. 저기요, 이 새끼 선처해주지 마세요. 동성 간이라도 이건 명백한 범죄예요. " 


 


나는 그 다음 역에서 아니라고 잡아떼는 남자와 떨떠름함에 얼빠져있는 남자를 양 옆에 끼고 쿵쾅대며 발을 굴렸다. 


 


 

"저..제 발로 가는 거니까 어떻게 좀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끌고 가는건데 뭘 제 발로 가요. 그리고 저한테 말고 엉덩이 주인께 하세요." 


 


 

내가 말해놓고 조금 수치심이 드는 표현이긴 했다. 엉덩이 주인이라니. 나는 늦게 서야 그의 눈치를 봤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현실 감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경찰서에 가서도 피해자를 대신하여 열심히 상황을 설명하고 말을 전달하느라고 목이 다 메였다. 코피 쏟아가며 따낸 자격증만큼이나 좌르륵 펼쳐 읊을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전과를 자랑하는 치한을 넘겨주고 나오는 길에 손을 털며 뿌듯함을 느꼈다.
출근 시간이 지나 한산해진 지하철을 둘러보니 한구석이 공허하고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러고 보니 나 아침 일찍부터 바삐 어딜 갔지.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막 시간을 확인하려는데 뒤에서 저기요 소리가 들렸다. 


 


"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일은 처음이라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구해주셔서 진짜 진짜 감사해요." 


 


그는 체구에 맞지 않게 두 손을 꼭 모으고 어깨를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진짜 진짜에 악센트를 주는 부분에서 억양에 외국물을 마시고 온 냄새가 났다. 


 


 

"저도 남자가 남자 엉덩이 그렇게 만지는 거 본 건 처음이에요.. 잘 해결됐으니 다행이죠. 그러면 저는 가볼게요!" 


 


 

그와 말하는 도중에 생각이 났다. 내가 이 남자에게 더는 시간을 줄 수 없는 이유를. 오늘은 내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뜨는 날이다.
좋은 일을 했는데 기분이 아주 바닥을 내리쳤다. 안전 바가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출발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나는 뭐 마려운 사람처럼 발을 동동 굴리며 대충 목례를 하고 공항 가는 택시라도 잡아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올라갔다.
비행기 시간까지 딱 50분이 남아 있었다.
시발.  


 

  아슬아슬하게 비행기를 놓쳤고, 원망은 왜 슬로우 라이프가 인생 모토인 듯한 택시 기사님도, 차들로 꽉 막힌 도로도, 치한도 아닌 엉덩이 주인에게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가 나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그 몇 분을 벌어 탈 수 있었을 거라는 무의식이 나를 좀먹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와이파이 도시락이고 뭐고 다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비행기를 떠나보낸 나는 돈도 희망도 잃어서는 공항 화장실에서 볼 일만 보고 처량하게 나왔다.  


 

"여보세요.." 


 

-얘 너 어디니-?! 


엄마라는 두 글자가 뜨는 걸 보고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또 어떤 서영호 소식으로 내 목을 조르려고 그러나 싶어 최대한 바쁜 척을 하며 끊을 준빌했다.  


 

-안 바쁜거 아니까 하루종일 놀고 먹지만 말고 집에 좀 들려라. 진짜 진짜 중요하게 할 말이 있거든? 


 

진짜 진짜. 

일전에 진짜 진짜 고맙다며 일직선으로 접히던 기다란 눈꼬리가 떠올랐다. 동시에 묘하게 이국적이게 들리던 그의 발음도.  


 


"무슨 일인데? 전화로 못 해?" 


 


-응. 빨리 와! 점심 먹지 말고 바로 와. 와서 아빠랑 엄마랑 같이 먹자. 


 


겉으로 둘러댈 적당한 직업을 가져야 엄마가 시도 때도 없이 날 불러대는 걸 그만둘까 싶었다.
나 지금 비행기 탔으면 막무가내로 내리라고 언성 높일 사람이 바로 엄마다. 


 


 

"죽으러 왔냐? 오자마자 표정이 왜 그래? 아빠한테 가서 왔다고 인사 해." 


 


앞치마를 두르고 점심 준비를 하고 있던 엄마가 부엌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방 안을 가리켰다. 나는 홧김에 2주간 머리 싸매고 일정 짜고 공부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던 게 엉덩이 때문에 헛수고 된 게 아까워서 죽고 싶다고 말하려다 개싸움만 날 것 같아 크게 숨만 들이쉬었다. 새 아빠는 보나마나 방 안에 틀어박혀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계시겠지. 


 


"아저씨, 저 왔어요." 


 


"오, 우린 양 왔어요? 어쩐 일이에요." 


 

새 아빠와 나 사이의 호칭은 아저씨-우린 양 이었다.
엄마 못지않게 나 나름대로의 상처를 가지고 있던 난 아문지 얼마 안된 흉터를 무기삼아 새 아빠에게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었다. 난 아빠가 필요 없다고. 없어도 잘만 살아왔고, 살고 있다고.  


 

우린 양, 키다리 아저씨라고 알아요? 


 


새 아빠는 내게 아빠라는 권위를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약간의 서운함을 가지고서 내가 편하게  새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기 전까지 말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치셨다.
사실 새 아빠의 둥글게 내려간 뒷모습을 보면 아빠라고 부르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끝끝내 삼켜버리고 아빠 대신 아저씨라는 소리로 뒤를 돌아보시게 만들었다. 


 

"엄마가 무슨 할 말이 있다구..불렀어요." 


 


"중요한..아이구. 그래, 밥은 잘 챙겨먹고 다녀요? 우린 양 갈수록 살이 빠지는 것 같아요." 


 


언급은 안했다만 엄마에게 있어 중요한 거라면 바로 생각나는 게 새 아빠도 나와 똑같은 걸 떠올리고서 아이고 하는 한숨이  나온 것 일거다. 새 아빠는 미간을 찡긋하며 눈빛으로 위로했다. 엄마 옆에 이런 사람이 있어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새 아빠가 안타깝기도 했다.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텐데 하며.
밖에서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엄마의 밥 먹으러 오라는 소리에  새 아빠는 읽고 있던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덮어 책상 위에 올려놨다. 나는 그가 올려둔 책처럼 마찬가지로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 포개진 두 손까지 보고서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끌었다.  


 


"밥 먹으면서 얘기할까?" 


 


엄마는 빨리 말하고 싶어 죽겠는지 먹긴 먹으면서도 눈은 나에게로 꽂았다. 본격적으로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체할 지경이었다. 나를 대신해 새 아빠가 엄마를 나무랐다.  


 


"그러다 체해. 밥 다 먹고 얘기해도 늦지 않아." 


 


 


 


"그렇게 거창한 거 아닌데 뭐." 


 


 


 


"거창한 거 아니면 아까 통화할 때는 왜 거짓말 쳤대?" 


 


 


 


"너 안 올까봐!" 


 


엄마가 내 쪽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아랫입술을 댓 발 내민 엄마를 새아빠는 등을 토닥여주며 밥이나 마저 먹으라고 얼렀다. 


밥을 다 먹고 자기가 과일을 깎아오겠다는 새아빠를 극구 말려 엄마는 내게 과도를 쥐어줬다. 


 


"과일 예쁘게 잘 깎아야 어른들한테 사랑 받는다." 


 


"참나 어떤 어른들." 


 


"그야 영,"
"서영호 얘기하면 나 뛰쳐나간다?" 


 


평강 공주도 이만큼은 아니었을 거다. 걔네 아빠는 적어도 웃자고 한 말에 평강이가 죽자고 달려든거고.
보다못한 새 아빠가 나를 감싸며 말했다. 


"우린 양은 영호 군 본 적 있어요? 둘이 아는 사이도 아니고 서로 모를 텐데 왜 자꾸 엮으려들어." 


 


"차차 알아가면 돼. 당신은 신경쓰지 마." 


 


"뭘 차차 알아가! 평생 알고 싶지 않은데 엄마가 어릴 때부터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거잖아!" 


 


늘 이렇다. 정작 그 가족은 우릴 단 1초라도 생각지도 않을건데 우리만 그 사람들을 가지고 싸워댄다. 마치 내가 살아있는 줄도 모르는데 가수 뫄뫄를 가지고 내꺼니 여자 친구는 나니 어쩌니 하는 꼴이었다. 당사자가 들으면 얼마나 기가차고 같잖을 지, 생각만으로도 수치심이 들었다. 


 


 


 

"아 몰라! 모르겠고! 길우린 너 허구한 날 알바나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직장 얻어. 안 그럼 지금 혼자 사는 집 처분하고 엄마 아빠랑 같이 귀농이나 할 줄 알아!" 


 


 


 


"아니, 엄마가 뭔데 내 집을 마음대로 정리한다고 그래? 그리고 제대로 된 직장은 어떤 직장인데? 아르바이트도 정규직이면 제대로 된 직장이야!" 


 


 


 


진짜 진짜 중요하다는게 이거였나보다. 진짜 진짜 괜히 왔다 싶어 씩씩거리며 가방을 챙겼다. 


 


"야! 너 어디 가!" 


 


"엄마 마음대로 정리 못 하는 내 집 간다!"
   


 


 


 


 


엄마는 나의 약점이다. 카톡으로 보내 온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보인 모 그룹 계열 회사의 채용 정보를 보고 일차적으로 엄마 욕을 하다가 무슨 일을 하는지 확인하는 나를 보면. 어차피 보이기 식으로 위장할 거라면 아예 엄마가 원하는 큰 걸 물어다 주고 그 뒤에서 내 멋대로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은 거추장스럽고 인턴 정도면 일에 치여 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오래 붙어있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는데 난 그러고 싶지도 않고. 딱 엄마에게 나 여기 다닌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라 정도만 해주면 된다고. 


어릴 때부터 그래왔듯 나는 이까짓 거 별 거 아니라는 듯의 말투로 엄마에게 통보했다. 

나 모의고사 전국2등이래
이번에 전교1등 했어
경시대회 1등 먹었어. 


 

"엄마, 나 붙었어,그 회사." 


 


"그래, 축하해."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 이상은 없었다. 


 


 


 


 


 


 


 


 


 


 


 


 


 


 


 


 


 


 


 


 


 


 


 


 


 


 


 


 


 


 


 


 


 


 


 


 


 


 

[NCT/서영호] 최악의 이웃 1~2 | 인스티즈 


 


 

 오늘 그리고 내일만 지나면 월요일부터는 알바생이 아닌 손님으로도 어쩌다 몇 번 가는 백화점으로 출근하게 된다.
정확하게는 그 면세점의 기획전략팀 이지만 백화점 안에 있고 일은 비슷할 테니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내 마지막 이틀을 결코 평화롭게 보내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는지 새벽부터 시끄러운 옆집이었다. 전에 살던 교사 부부가 지난주에 떠나고 새로 들어오는지 이사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하필이면 그게 새벽이라니, 참도 부지런 하구나 여기며 이해하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올렸는데 한 번 긁힌 신경이 계속 거슬렸다. 오후 3시에 알람을 맞춰놓은게 무색하게 오전 중에 일어난 나는 거적때기라도 붙인 것 마냥 이물감이 드는 눈두덩이를 세게 문질렀다. 뻑-뻑, 눈알이 건조하게 만져지는 소리에 충전이 더 필요하다는 몸의 외침이 들렸다. 커피의 씁쓸한 결말을 싫어하기에 커피포트에 끓인 물로 우엉차를 타 마셨다. 가을도 얼마 안됐는데 찬바람 쌩쌩 부는 초겨울이 들이닥쳤다. 입고 있던 가디건으로 몸을 더 감싸고 거실에 내리깐 암막 커튼의 어둠을 걷어냈다. 

쿵-  

무거운 가구를 내려놓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차라리 밤에 저러지 않는 게 다행이려나.
소리가 난 쪽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봤자 옆집이 보이는 건 아니다만.
아마도 우리 집 구조와 데칼코마니처럼 마주 본 구조일 옆집의 이사는 오후 3시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고도 십여분 뒤에야 끝이 났다.  


 

 주먹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현관문에서 났다.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건 배달음식 아님 택배인데. 설마 옆집인가 하고 감지도 않은 머리를 급하게 묶었다.  


"누구세요?" 


 


"옆집인데요-" 


 


인터폰에 비친 옆집 사는 사람은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였다. 부모님이 떡이라도 돌리라고 시켰나 싶었지만 아이 손에 들린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갸우뚱거리며 눈만 보일 정도로 문을 열었고, 그 애는 문고리를 잡고 확 열어젖혔다.
그 행동에 당황스러워 안쪽 문고리를 잡고 슬금슬금 안으로 당겼다. 


 


"무, 무슨 일인데요?" 


 


 

"어, 저희 오늘 이사왔어요!" 


 


 

"와..그렇구나. 네. " 


 


박수라도 쳐달라는건가 싶어 억지로 입꼬리를 위로 끌어당겨 웃어줬다. 아이는 짙은 눈썹을 들썩이며 헤실거렸다. 


 


 


 


"짜장면 시켜먹으려는데 여기 중국 집을 몰라서요. 번호 아세요?" 


 


 


 

목적은 이사떡을 돌리러 온 게 아닌 중국집 번호였다.
약간의 허탈함에서 나온 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에서 연락처를 찾았다. 얼마나 많이 시켜먹으면 내가 저장까지 하겠어.  


 


 


 

"이사 잘 하셨어요? 되게 일찍부터 하시던데." 


 


 


 


"아! 네.너무 힘들었어요. 저 이사 이렇게 하는 거 처음이거든요." 


 

그저 예의상 물어본 건데 안 물어봤으면 섭섭할 정도로 큰 리액션을 보여서 뒤로 주춤거렸다.
계속 들어줬다간 아예 들어와서 모험담 늘어놓듯 길고 장엄한 얘기를 나눌 것 같아서 문을 닫으며 그러면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지나치게 밝아 피곤한 타입이었다.
턱이 빠져라 하품을 하며 오전에 못 잔 잠을 청해볼까 하며 침대 위로 엎어져선 내리 두 세 시간을 핸드폰만 만졌다. 누군갈 만나 놀기엔 준비하는 과정이 귀찮았고, 텔레비전을 켜도 딱히 끌리는 게 없었다. 보통 이 시간쯤이면 주말 알바를 하느라 한참 바빴을 텐데.
이제 진짜 자야겠다 생각하고 뜨끈한 핸드폰을 그대로 내려놨다. 제대로 천장을 향한 채 누우니 폰을 만진다고 경직된 몸이 찌뿌둥했다. 팔 다리를 쭉쭉 뻗어 기지개를 켜주자 근육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다.  


흐앗- 


앓는 소리를 내려다 숨 쉬기를 멈춘건 그때였다.
어디선가 들린 가냘픈 신음에 내가 냈나 싶어 기겁하며 호흡을 멈춘 와중에도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더 더 더 거기  


 

입안이 말랐다. 베개 근처에 던져 놓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앙  


 

초저녁부터 섹스라니.
분명한 신음 소리에 나는 벽에 귀를 갖다 붙인 채 아까의 해맑던 소년의 얼굴을 떠올렸다. 설마. 


 


형? 누나? ..아빠?
그 어린 녀석이 설마 그럴 리가 없을 것이고, 보통 가족단위로 있는 경우가 아직까진 흔하니까 형이 야동을 보고 있던지, 여자 친구를 불러 진짜 하고 있던지, 누나가 남친을 불렀던지, 보고 있던지, 그것도 아니면 부모님 금슬,  

거기까지 가지를 뻗쳐 나가다가 이불 위로 쓰러졌다.
나랑 무슨 상관이야.
건강한 성생활 하라지.
이웃집에서 떡 치는 소리가 들리건말건 그것보다 중요한건 꽤 거한 값을 치른 집 치고 - 내 딴에는 비쌌다- 방음이 정도 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아침엔 이사해, 밤엔 섹스해. 아주 밤낮으로 챙겨주는 이웃집에 토요일은 하루종일 예민해진 상태로 날을 보내버렸다.
새벽까지 공부한 애도 아니고 잠도 설쳐서 눈 아래가 거뭇거뭇했다.
바로 내일이면 이 여유롭고 무상한 날도 끝인데 뭘 하며 보낼까 하던 중 어제의 그 신음 소리가 또 들렸다. 


 


 


"아..미친 게 아닌가아.." 


 


 


오늘은 아침부터 즐긴다 이거지? 

누운 상태로 발차기를 하며 한 바퀴 돌아도 보고, 손 마디마디 힘을 줘 부들부들 떨어도 보고, 이를 갈기도 했으나 어째 여자의 신음 소리는 더 달뜨고, 간간히 밭은 숨을 내쉬는 남자의 신음 역시 서라운드로 잘 들렸다. 

그다지 참을성이 없는지라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씩씩거리며 문을 확 열고 나갔다. 힘이 넘치게 젖히는 바람에 벽에 부딪혀 난 소리에 내가 다 움츠러들었다.
마지막 날에 나는 이웃과 대판 싸워 에너지를 소비하기로 일정을 바꿨다.
그윽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빡침을 초인종 한 번에 응축시켰다. 한 번으로는 미동도 안 오는지 아무런 응답이 없길래 콧김을 세게 불며 누르는 손가락에 힘을 실어 눌렀다.  


누구세요- 


 

"1208호요." 


그러자 안에서 우당탕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별안간 남자의 고함이 짧게 들리고 문이 열렸다. 아주 야단법석이구나 하며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 있다가 나온 얼굴을 확인하고선 절로 두 발이 모아졌다. 


1209호 사는 나의 이웃은 다름 아닌 2호선 엉덩이 주인이었다.  


 


 

"아..안녕하세요.." 


 

설마 나만 그 때의 일을 기억하는가 싶어 일단 눈은 맞추면서 인사를 했다. 편안한 홈웨어 차림의 그는 내려온 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인상을 썼다.
그러더니 나를 딱 가리키며 생각났다는 듯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반가운 소릴 냈다. 


 


 


"지하철 원더우먼!" 


 


 


 


"에? 아아..하하하! "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오르며 절로 손부채질을 하게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를 괴롭혔던 남자애가 졸업하고 멀리 이사를 갔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던 것 다음으로 대한민국 존나 좁고 지구는 존나 둥글다를 실감하는 중이었다.
놀라운 건 놀라운 거고 나는 하마터면 본래 목적을 잃고 반갑다며 인사만 하고 돌아갈 뻔 한 것에 심장 부근을 부여잡으며 숨을 내쉬었다. 잠깐 안을 기웃거려 봤지만 어제의 그 얼굴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뭐, 형제라고 다 닮기만 한 것도 아니지.  


 


"네, 그건 그렇고 참 제 입으로도 말하기 거시기한데 지나친 것 같아서 부끄러움 무릅쓰고 말할게요. 여기가 모텔도 아니고 벽 하나 가지고 옆으로 갈린 사인데 좀 살살, 조용히 해주시면 안될까요? 여자 친구 분 신음 소리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거든요. 그리고, 오지랖이라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동생분이랑 같이 사시는 것 같은데 동생분은 뭐라 안 해요? 아직 미성년자인데 벌써부터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보여서요. 아무튼 좀 조심해주세요." 


 


말하는 내내 손이 떨려서 일부러 뒷짐을 진 자세로 따발총처럼 말을 우다다 뱉었다. 폭풍처럼 휘몰아친 내 말에 그 역시 소화하기 버거웠는지 입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그는 아아- 하는 탄식에 가까운 소릴 내더니 아까처럼 머리를 연거푸 쓸어 올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다 이해하기 너무 어렵네요. 오해가 살짝 생긴 것 같아요, 우리 둘 사이에." 


 


 


 


"무슨 오해요?" 


 


이건 뭐하는 오리발인가 싶어 기가 찼다. 아까보다 언성을 높이며 본격적으로 과감한 어휘 선택을 시작하려는데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자연스럽게 돌아본 1207호의 열린 문으로 어제 내게 중국집 번호를 물어봤던 해말간 얼굴의 남자애가 저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자와 시시덕거리며 나오는 게 보였다.
맙소사, 설마. 

경악을 금치 못하고 쇼크에 빠져 두 손을 모으고 입을 막고 있는 나에게 앞에 있던 그가 태연자약한 소릴 꺼냈다. 


 


"아, 토요일에 많이 시끄러우셨겠다. 1207호도 같이 이사했거든요. 물론 제가 더 일찍 시작했지만." 


 


죄송하다 못해 죄를 지어서 엎드려 뻗쳐라도 하고 싶었다.
나는 계속 고개만 수그리며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고, 남자는 손사레를 치며 같이 고개를 숙였다. 


 


"그럴 수도 있죠, 괜찮아요. 이제 그만 사과하셔도 돼요. 지하철에서 저 구해주셨는데." 


 


 


 


"그게 지금 문제가 아니잖아요오..죄송합니다 정말.." 


 


 


만약 1207호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나는 어디까지 후폭풍을 겪었을까 상상하니 당장에 뛰어내리고 싶었다.
뒷걸음질로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현관에서 무릎부터 썰렸다. 나 이제 절대 1209호 사람 못 봐..
그 샛노랗게 어린 새끼는 어떤 무개념으로 똘똘 찼길래 그런 문란한 생활을 이사오자마자 즐기는지에 분노가 일었다. 천진하게 이사 왔다고 말하는 그 눈빛에 속아 넘어가선 안됐다.
어딘가에 나동그라져 있을 핸드폰의 진동음이 들렸다. 일어날 기력은 없고 엉금엉금 걸어서 애타게 떨고 있는 핸드폰을 찾아 다녔다. 


 


"..후..뭐." 


 


 


 


너는 어째 엄마 전화를 그따구로 받냐? 


 


 


 


"나 원래 싸가지 없는 거 알잖아. 또 뭔데?" 


 


 


 


어~ 지민 언니네 들렸다가 너 서존 백화점 들어갔다고 하니까 선물을 줬지 뭐야. 주기 싫은데 그래도 딸이라고 내가 준다. 


 


 


 


"아이고 고마워라~ 안 빼돌리고 주셔서 가암사합니다~그리고 백화점 아니고 면세점이거든,나?" 


 


엄마가 뭐라고 더 바가지를 긁는 것을 듣기가 싫어 에베베 거리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가뜩이나 기 쏙 빨렸는데.
찬 바닥에 누워 쪽팔림에 달아올라 후끈거리던 얼굴이 식을 때까지 멍을 때리고 있다가 생각이 나버렸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 제일 눈에 띄던 곤란한 고양이 눈매, 목이 훤히 드러난 카키색 브이넥 티를 입은, 아침이라 청초하고 희멀건 얼굴에 내려다보는 나른한 눈이.  


 


"아! 쪽팔려!"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다리를 파닥거렸다. 딱딱 닿는 신발 앞코가 바닥과 부딪치면서 발톱이 아렸다.
엎드린 상태 그대로 다리만 들어 올려 신발을 벗어 던졌다.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엄마가 집 근처에 도착했나보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거의 일어나자마자 옆집으로 쳐들어갔, 

갓.
갓뎀. 


파워 지성은 얼굴에 둥둥 뜬 기름과 떡 지고 갈고리 모양으로 휘어진 반곱슬 머리에 경악을 합니다.
반쯤밖에 없는 숯 없는 눈썹이 울고 있었다.
이러고 원더우먼 소릴 들었다.
붙잡고 있던 세면대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쪼그려 앉았다. 


전화도 안 받고-! 문 열어 못난 기지배야- 


경박스럽게 문을 두들기며 소릴 지르는 엄마 때문에라도 패닉에서 얼른 벗어나 현관문을 열러 가야했다. 


 


 


"꼬라지 봐라. 이러니까 남자친구도 없지." 


 


 


 


 

"나도 지금 내 얼굴 말 아닌거 아니까 그만 하지?" 


엄마는 어디 쓰레기장에라도 발을 들인 양, 팔자주름이 지게 얼굴을 구기며 발 앞에 치이는 내 물건들을 걷어차고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내일이 당장 출근이라는 애가 이렇게 있어도 돼?" 


 


 


 


 


"뭐, 내일이 출근이면 지금부터 옷 입고 있어야 돼?" 


 


 


 


 


"어휴,말을 말자." 


 


 


 


 


"그래. 엄마는 말을 하지 마. 내가 남의 집 귀한 자식이었으면 진작에 어화둥둥의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을텐데 어쩌다 엄마 딸을 해가지고." 


 


 


 


 


"이게 말로 불효를 다 하고 앉았네. 기껏 낳아줬더니!" 


 


 


 


 


"낳아주면 다야? 내가 낳아달래? " 


 


눈만 마주쳐도 아웅 대기 바쁜데 내가 따로 떨어져 나와 혼자 살게 된 건 정말 백번을 돌아봐도 잘한 짓이었다. 


 


"너 서존에 누가 있는지는 알아?" 


 


 


 


"누가 있는데,그 대단하신 서영호라도 있어?" 


 


 


 


"어. 야, 만나면 잘 해봐라. 응? 알겠냐구우! " 


 


 

가기도 전에 퇴사의 욕구가 들었다. 인턴 삼개월도 못 버틸 것 같은데. 


 


"그래. 선물 잘 전달 받았고 이제 가주겠어? 난 엄마 말대로 내일 회사 갈 준비를 해야겠어." 


 


 


 


 


"어차피 오래 있을 생각 없었거든? 흥. 내일 출근 잘 하고. 영호 보면 꼭 아는척 해! 엄마가 특별히 네 얘기 다 해놨으니까." 


 


 


 


 


"...아!! 아아!! 무슨 얘기를! 하, 미쳤어..미쳤어,미쳤어어!" 


 


손에 들린 상자 안에 무언가가 출렁거렸다. 


 


쟈니 디어 러버  

취향의 객체가 매우 드러나는게 향수인지라 싫어하는 향이면 어쩌나 걱정스럽지만 어머님 말씀을 들어보니 우린 양은 매우 사랑스러운 사람 같아서 제가 멋대로 생각하는 우린양을 닮은 아이를 보냅니다.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임지민 


 


 


 


 


 수시 면접 때도 안 했던 긴장을 지금 와서야 하고 앉았다.
아직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지만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가에 올라 타 1층을 누른 뒤 닫힘 버튼을 눌렀는데  닫히기 무섭게 다시 열렸다. 


 


"어어.." 


 


 


 


"안녕하세요. 출근하시나봐요?" 


 


 


 


"네!" 


 

자꾸 이 사람이랑 마주친다. 그것도 범상치 않은 인연으로만. 얼기설기 엮어진다.
지하철에서 처음 봤을 때처럼 단정한 슈트 차림의 1209호 그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갔다. 

바짝 군기가 서서 있는 내 옆에서 여유롭게 거울을 보고 있던 그가 말했다. 


 


"향수, 쟈니 쓰세요?" 


 


 


 


"아, 네." 


 


 


개코인가, 어떻게 알았지. 속으로 흠칫하며 대답하자 그가 물었다.  


 


 


 

"그 향 좋아해요?" 


 


 


 


"어..사실 선물 받은 건데 괜찮은 거  같아요." 


 


 


 


"저도 그 향 좋아해요." 


 


문이 열리고 그가 먼저 밖을 나섰다.  


 


"잘 빠지긴 진짜 잘 빠졌다..." 


 


쭉쭉 뻗은 뒷모습을 넋 놓고 쳐다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출근 화이팅^^
영호 만나면 꼭!☆☆ 


그럼 그렇지. 평소 안 하던 짓을 갑자기 한다는건 우리 엄마가 드디어 노망이 났다는 증거일거다. 엄마가 서영호 얘기 안 하는 날이 바로 그 날이렷다. 나는 그가 부디 날 우연히라도 마주치질 않길 바란다. 우리들의 첫인사가 -특히 나의- 어느정도로 흉할 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자존감을 마구 갉아먹는 나의 원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갔다. 준수 복장은 교복 같은 카라핏을 가진 흰색 와이셔츠에 어두운 계열의 H라인 치마이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그것도 대기업이 아직도 그런 구시대적인 규율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슬랙스를 꺼내 입었다. 꾸중이야 듣지 뭐. 어떻게 치마를 입고 일을 하냐, 불편하게. 엄마가 검사를 한다면 실로 기함할 복장일 수 있겠다. 일부러 굽이 낮은 구두를 신었는데도 불구하고 발을 대는게 편하지는 않았다. 줄기차게 페달을 밟아 오니 맞춰가야 하는 시간까지 삼십 여분 이라는 여유가 남아 있었다.
역시 길우린 하면 순조로움이지 하며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샀다. 14층 로비에 집합이라는데 커피까지 주문해서 받아가다 보니 그렇게 많이 남은 것도 아니게 됐다. 저만치 몰려있는 사람들 앞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 빠른 걸음으로 오직 한 곳만을 바라보며 걸어가는데 왼편으로 오는 사람을 피하려다 오른쪽에서 오는 사람을 신경 쓰지 못하고 부딪혔다.  


 


 


 

"으엑!" 


 


 


 

예상치 못해서 터져 나온 괴음과 동시에 커피까지 쏟았다.
잘 나가다가 여기서 막힌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청소 하시는 직원분이 바닥은 닦으실 거예요, 괜찮습니다." 


 


 


 


 

어두운 색이라 잘 안 보이지만 분명히 상대의 바지에 커피가 튀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같은 말만 반복하며 절반도 남지 않고 겉면이 젖어버린 일회용 컵을 들고 일어났다.  


 


 


 


 


"정말 죄송,헐." 


 


 


 


 


"우리 또 만나네요, 원더우먼." 


 


과장해서 얼굴의 반은 차지하는 것 같은 기다란 선이 호를 그리며 예쁘게도 웃는다.
자연스럽게 내밀어진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그가 작게 당황하며 손 말고 컵을 달라고 했다. 나는 황급히 손을 내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에요. 제가 버리고 화장실 가서 손 씻으면 돼요."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도요. 아,저는 그럼 이만! 정말 죄송합니다." 


 


저번에 대만 비행기를 놓친게 생각났다. 오늘도 시간을 순삭 당한다면 정말 큰일날 수도 있으므로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가볍게 목례로 인사해주었다.
이미 엘리베이터는 올라간 뒤였고, 시간은 막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던 내 발을 바쁘게 만들었다. 


첫날부터 계단이라니. 특히나 이렇게 분주하게 올라가야하는 계단은 정말 달갑지 않다. 도중에 엘리베이터를 잡아 숨을 골랐다.
14층이라는 숫자과 뜸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눈앞엔 일렬로 뻘쭘하게 서서 오늘 처음 온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줄의 끝에 얼른 가 서서 옆 사람에게 말을 붙였다. 


 


"어디 지원하셨어요?" 


 


 


 


 

"어, 다 전략기획팀 아닌가요?" 


 


 


 


 

"그 마지막에 희망 부서 쓸 때 쓴 1지망 부서 경쟁 많으면 2군으로 갈 수도 있대요." 


 


전략기획 말고는 딱히 관심이 없어 2지망부터는 아무렇게나 써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지난날을 반성하고 있는데 줄의 앞에서부터 웅성거림이 들리더니 저 멀리서 딱 봐도  

상사 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는 서존의 신입 인턴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오티 지도를 맡게 된 상품 전략팀의 오창균 대리입니다, 반갑습니다." 


 


내가 누구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계급사회에 첨벙 뛰어들게 되고 말이야.
집에서 편하게 발 뻗고 새 아빠랑 도란거리고 있을 얄미운 엄마를 떠올리며 멍청하게 거기 서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제 막 시작인데 귀가본능이 솟구쳤다. 집순이의 DNA 는 멀리 안 나간다. 


 


"길우린씨?" 


 


 


 


"네?" 


 


 


 


"길우린씨는 그쪽 아니고 마케팅팀입니다. "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흩어지길래 방황하다 아무 사람 뒤나 엉거주춤 따라가고 있는데 아까 앞에서 오티를 하시던 오창균 대리님이 나를 불러 내가 가고 있는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어어..그런데 저는 지원 할 때부터 계속 기획 전략으로," 


 


 


 


 


" 어차피 면세점 쪽은 부서들이 거의 신생이라 완전 조직적이지 않아서 일단 제일 심지 굳은 마케팅에 우선 배치하고 나중에 거기로 가든지 할거예요." 


 


 


 


 

그는 자기 할 말만 딱 끝내고 돌아서버렸다. 그렇게 무책임해도 돼요? 

일간 까라니까 까는데 다시금 목에 힘이 들어갔다.
제발 괜찮은 사수 만나게 해주세요. 


면세점 쪽 부서들이 한창 서존 그룹에서 밀어주려는 블루오션인 걸 알지만 그만큼 아직까지 확립된 부서들이 몇 없어 부서는 열다섯 개지만 실제적으로는 다섯 팀이 여러 종류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앞서 걸어가던 남자가 걸음을 멈춰서더니 주변만 서성이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 그제야 내 옆에 서서 안도하는 표정으로 걷는다. 


 


"먼저 들어간 두 명은 알고보니 중학교 동창이었대요. 뭔가 저 혼자 동 떨어져 있는게 그렇더라구요." 


 


셋 중 둘만 친하면 남은 한 명이 소외감을 느끼는건 이해하지만 어쩐지 친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은 사람 이었다. 내 촉이 친하게 지내지 말라했다, 흥.
그러려니 하고 들어가자마자 내 시각을 의심하게 만드는 존재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마케팅팀 부서장 서 영호라고 합니다." 


 


 


 

그 다음으론 귀를 의심하다 못해 잘라내야 했다.  


 


 


 


 


 


 


 


 


더보기

최악의 이웃 재업! 앞으로 매주 일요일 마다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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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자까님 저 김피디.......! 일등이네요 헤헷 앞으로 일주일 마무리가 즐겁겠어요!
6년 전
문달
헉 김피디님 ㅠㅠㅠㅠ왜케 오랜만이죵? ㅠㅠㅠㅠ넘우 반가워용 우리 일요일마다 봐용!!!
6년 전
독자2
히히.... 앞으로 일요일이 매우 기다려 질거 같아요
6년 전
문달
ㅎㅎㅎ 저도 매주 일요일마다 설렐 것 같습니다 ㅎㅎㅎ
6년 전
독자3
와 작가님 진짜 내용도 장난아니고 분량도 이게 실화입니까...? 너무 좋잖아여 ㅠㅠㅠㅠ 진짜 시간가는줄모르고 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 앞으로 일요일만 기다리게생겼네요..
6년 전
문달
분량..재업의 장점인가욬ㅋㅋㅋㅋㅋ ㅎㅎ 이번주 일요일에 봅시다 ㅎㅎㅎ
6년 전
비회원78.31
청각입니다! 이제 일요일마다 프로페셔널한 서영호 볼 수 있다!!!! 글 읽으면서 새삼 슈트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진짜로 만약에 아이돌 하지 않았으면 약간 머리 좋고 매너 좋고 다 갖춘 부서장 같았을 것 같아서 막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물론 엔시티 쟈니가 더좋지만요ㅎㅎㅎ그리고 사실 저는 전에도 함께 달렸고 오늘 또다시 읽었는데도 그때 느꼈던 설렘도 있고 새롭게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두근두근해요 일요일마다 기다리고 있을 저를 예상해봅니다!!!
6년 전
문달
저도 완결 내고 오랜만에 읽어보는데 또 새롭네요 ㅎㅎㅎ 이야 이렇게 못 썼구나 발전 1도 없네~~ 싶고 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올리는 글이니만큼 전보다 더 맛깔난 요소를 추가해야 한 번 읽으셨던 분들도 재미가 있으실텐데 하핳 ...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ㅎ 감사해용
6년 전
비회원232.100
헐 최악의 이웃 오랜만이에요 진짜 넘 재밌었는데ㅠㅠㅠㅠㅠ일요일만 기다려지겠네요 작가님ㅠㅠㅠㅠㅠ퓨
6년 전
문달
웰컴백~!~! 매주 일요일마다 보아용 ㅎㅎㅎ
6년 전
독자4
헉 재업이었군요!!!! 초록글 뜬거보고 읭!?!?!? 하구 들어와서 봤는데 익숙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인데ㅜㅠㅜㅜㅜㅠㅜㅠㅜㅠㅜㅠ 늦었지만 지금까지 올라온글 정주행 하면서 앞으로 글도 기대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6년 전
독자5
너무 재밌어요ㅜㅜㅜ 이글을 왜 이제야 봤는지ㅜㅜ
4년 전
독자6
이 재밌는걸 이제서야 보다니ㅜㅜㅜ 너무너무 재밌게 읽고 있어요!! 영호 부서장님 넘나 섹시ㅜㅜ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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