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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태용] 이태용 is 단짠단짠_(a) | 인스티즈 

 

 

 

 

 

 

 

이태용 is 단짠단짠 

w.문달 

 

 

 

 

 

 

 

 

 

 

 

 

 

 

 

 

 

 

 

 

 

 

 

 

 

 

 

 

 

 

♡ 

 

 

 

 

그는 학부에서 만든 작은 극단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뭔 유령 극단이랬나. 자세한 이름은 가물가물하다. 뮤지컬 전공이지만 연극에도 관심 있던 터라 들어간 곳이랬다. 그 극단 사람들끼리는 아주 단란하고 빽빽해서 도저히 낄 틈이 없더라. 그래서 나는 극단 스텝으로도 들어가는 걸 포기하고 대신 그가 그렇게 좋아라 하는 -그렇지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체홉의 유명한 작품들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익혀간 후에 당당하게 아는 척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라도 공감대를 형성해야 그 잘나빠진 얼굴로 날 봐줄테니까. 그리고 나는 아주 정확하게 그의 취향을 뚫었다. 그는 어린애처럼 신이 나서 열흘 동안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을 조금 각색해서 대학로에서 3일간 공연하는데 자기가 라네프스카야 역을 맡게 되었으니 시간 되면 오시라고 내 손을 꼭 잡아주곤 예술관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후! 스키든 스카든 알게뭐야. 암튼 점수땄다 임제인!" 

 

 

 

그를 좋아하게 된건 우연히 본 예술학부 뮤지컬 전공 1학년 공연이었다. 나는 운 좋게 거의 앞 줄을 차지했고, 거기서 그를 만났다.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공연이 이어지는 내내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단 얼굴부터 나를 치고 지나갔고, 춤을 출 때 그가 온 몸으로 그리는 선은 가벼우면서도 우아하기까지 했다. 남들과 섞여서 다같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 때도 내게만 보이는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쏘고 있었다. 

얼빠 임제인 인생에 오랜만에 찾아온 사랑이었다. 

같은 공연을 두 번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 

 

 

무대 위에서 제일 빛나는 저만의 스타셨어요... 

 

밤 공연을 보고나서 빽빽한 그의 롤링 페이퍼에 작게 쓴 진심 이백프로 추출물이었다. 

매 학기, 많이 해봐야 두 번 정도 하는 터라 나는 그렇게 종강을 해야했다.  

많은 의미로 혹독했던 겨울을 지나 1학기의 봄. 혹시라도 군대에 가셨을까, 휴학이라도 했으면 어쩌지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개강을 맞았다. 

이제는 2학년이 된 그의 첫 개강 공연을 보고 나서 꽃다발과 함께 그에게 달려갔다. 조명 오퍼를 보는 친한 언니에게 원래는 막공을 보고나서 불러달라 부탁을 했지만 마지막 공연 때는 그가 주연이 아닌 앙상블로 들어가는 데다가 쫑파티까지 해서 정신 없는 와중이라 못 불러낼 것 같으니 도중에 오는게 낫다 말했다.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마치고 학교에서 조금 벗어나야 나오는 꽃집으로 가서 급하게 미니 꽃다발을 사왔다.  

 

 

 

"저,배,배우님!" 

 

 

 

여기저기 지인들과 사진 찍고 인사 한다고 바쁜 그가 나를 못 보고 극장이 있는 위로 올라가려기에 서둘러 따라 올라갔다. 거기서 같이 공연하는 동기들과 얘기를 나누는 걸 기둥 뒤에 숨어 지켜보다 틈이 생긴 걸 보고 후다닥 달려갔다.  

 

[NCT/태용] 이태용 is 단짠단짠_(a) | 인스티즈 

 

 

 

 

"어! 내 1호팬! 아까 공연 잘 봤어요? 나 진짜 쩔었는데." 

 

 

 

 

그렇다. 나는 그의 1호 팬이다. 내가 바로 성덕이다! 진하게 무대용 화장을 하고서 웃어주는데 거기에 또 한 번 넘어갔다. 몇 번을 봐도 잘생겼다. 

 

 

 

 

"아..그때 수업이 있어가주구..죄송해요. 엄청 보고 싶었는데 전필이라 못 빠졌어요." 

 

 

 

 

 

"어,이거 뭐예요. 나 주는 거예요?" 

 

 

 

 

 

"아, 네! 이따 밤 공연 꼭 볼게요.." 

 

 

 

 

 

"아아잉, 나 밤공 앙상블이라 구석 신센데. 잘 보이게 앞에 앉기." 

 

 

 

 

 

수줍게 건넨 꽃다발을 받아든 그가 고맙다고 웃으며 손인사를 했다. 나는 멍청한 얼굴을 하고서 따라 흔들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다.  

 

 

 

 

"저..! 저도! 저도 좋아해요,체홉!" 

 

 

 

 

왜냐하면 나는 그와 단순히 배우와 팬 사이로 남는 게 싫으니까. 

조금이라도 관계가 진전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는 뜬금없이 뱉은 내 말에도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래 그래. 우리 이렇게만 갑시다! 

 

 

 

 

 

 

 

 

 

 

♡ 

 

 

 

 

 

 

 

 

공강 시간 동안은 할 게 지지리도 없었다. 인생 외길을 걷는 나는 더욱 더.  

도서관에서 책을 보기엔 나와 책 사이엔 엄청난 거리감이 있었고, 기숙사까지 가기는 그 언덕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교양은 모두 독강이라 지금 이 한가로운 때에 동기들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딱히 누구에게 연락을 하야 할 지도 몰라 그저 배회했다. 배가 고프지도 부르지도 않았지만 누가봐도 갈 곳 없어 서성거리는 모습으로 보이기 싫어 차라리 편의점으로 향했다. 

 

 

 

 

 

"저 , 그때 예술관 제 2극장에서 신데렐라의 남자들 하셨던 배우님 맞으시죠..?" 

 

 

 

 

 

 

"아아, 네." 

 

 

 

 

 

 

 

"제, 제가 그때 공연 보고 배우님한테 반했거든요. 혹시 여자친구 없으시면 번호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어쩌다 공감성수치를 겪기 좋은 현장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내가 고백하는 건 아니지만 속으로 천 번은 하고도 남았던 그 말들이라 내가 더 긴장을 했다.  

나는 발을 조심성 있게 굴렸다. 그러다 나와 마주보는 방향으로 서 있는 배우님과 시선이 맞아버렸다. 

 

 

 

[NCT/태용] 이태용 is 단짠단짠_(a) | 인스티즈 

 

 

 

"아아..네! 감사합니다.." 

 

 

 

 

 

"와아!저 진짜 진짜..공연 보고 반했어요. 너무 멋있으세요." 

 

 

 

 

 

"하하 감사합니다." 

 

 

 

 

더는 거기에 발이 묶여 있을 수 없었다. 편의점 문을 황급히 열고 들어왔다. 숨막히는 몇 초였다. 내가 좋아하는 그 눈웃음을 보이며 핸드폰을 받아드는 그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뒤를 돌아보면 그와 여자분이 아직 있을까. 

왜 나는 용기 있게 좋아한다 고백하지 못했을까.  

 

넌 그냥 영원히 1호 팬 밖에 못될 것 같다 제인아. 

그렇게 말해봐도 말만 그렇지 체념한 게 아니었다. 급속도로 우울해졌다.  

나도 좋아하는데.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마음이 커봤자 넘치기만 했다. 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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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교양 몰빵 데이다. 마지막 교양 수업을 들으러 학생회관 건물 앞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과 사람들과 얘기를 하며 내쪽으로 걸어오는 그가 보였다.  

내 몰골이 어떻더라... 보나마나한 까만 핸드폰 액정으로 못난 얼굴을 비춰주곤 점점 가까워지는 그를 맹렬하게 쳐다봤다. 혼자라면 모를까 여럿이라면 더 긴장되고 더 움츠리게 된다. 사람이 많은건 질색이었다. 그래서 내가 자발적으로 고독을 추구한 것도 있다. 새로 들어온 우리 과 새내기들 이름도 다 모르면서 그와 함께 다니는 타과 무리들 얼굴과 이름은 알고 있었다. 박뫄뫄 정솨솨 등등 저쪽 입장에선 무섭고 내 입장에선 짝사랑 생존 법칙 중 하나이다.  

 

 

 

240 미리의 발을 가진 내 걸음 수로 대략 열 걸음을 남기고 그가 있다. 

 

 

 

 

 

 

 

"어, 안녕하세요~" 

 

 

 

 

 

반갑게 손을 흔들어 오는 통에 그의 주변 사람들의 이목까지 모두 내게 쏠렸다. 관심 받으니까 토가 다 쏠렸다. 나는 어색하게 그를 따라 손을 머리 위로 힘없이 흔들었다. 그는 나를 스쳐지나가며 하이파이브를 해줬다. 

 

 

 

 

"대학로에서 볼 수 있는거죠? 이번주예요,이번주." 

 

 

 

 

 

 

"네..!" 

 

 

 

 

평소에는 잘 못 보는 얼굴이었다. 마주쳐라, 좀 마주쳐라 염불 외우듯 중얼거리던 말이 이루어졌는데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 

 

 

 

 

 

 

 

 

 

 

 

 

눈에 띄기 싫어 무채색을 입고 다녔는데 컬러풀한 개성들 속에 오히려 무채색이 더 튀었다. 나홀로 음침한 분위기를 내며 강의실 맨 앞줄 가장자리에 앉았다. 쉽고 얕게 배우는 천문학 강의래서 흥미롭다 여기며 들었더만 쉬운 것은 같은데 교수님이 샛길 성애자셨다. 덕분에 출튀러가 제일 많고 실제로 경청하는 학생은 몇 없었지만 그래서 인기가 많았다. 비싸기만 더럽게 비싸고 몇 장 진도도 안 나가는 깨끗한 교재만 설렁설렁 넘기다가 흥미를 잃고, 출석을 부르는 교수님의 몇 없는 머리가닥 수만 셌다.  

 

 

 

 

"이태용." 

 

 

 

 

 

그래. 내가 이 강의를 정정 기간 때도 붙잡고 있던 이유다. 

덕후가 계를 탈 수 있는 수업이기 때문이다. 

공연 때문에 바빠 3-4주차에 접어드는 지금까지 들어오지 않았지만 매주 올 때마다 혹시 오늘은 하고 기대를 하게 된다. 

 

 

 

 

"네." 

 

 

 

 

마침내 많이 들어봐서 익숙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왔다 드디어. 

그러나 뒤를 돌아보진 못했다. 내 뒤에 앉아있는 수많은 학생들이 무서웠다. 혹시 시선 공포증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임제인." 

 

 

 

 

그렇지만 보고싶다. 오늘은 또 어떻게 잘생겼는지 아주 열렬히 강력하게 보고싶다.  

 

 

 

 

 

"임제인?" 

 

 

 

 

 

 

"...네? 네네!" 

 

 

 

 

 

 

"네네 치킨 먹고싶다." 

 

 

 

 

 

 

 

 

근본 없는 누군가의 치킨 발언에 여기저기서 찔끔찔끔 웃음이 터졌다.  

문제는 개그코드가 교수님이랑 잘 맞는지 교수님도 뻘하게 웃음을 터트리셨다.  

나만 빼고 재밌는 분위기에 기분이 나빴지만 누가 고독한 이의 기분 따위를 고려해주겠나. 그저 중고등학생 때의 유치한 장난을 못버리고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게 된 사람이라 여기기로 했다.  

 

 

 

 

 

 

"...그래서 원래는 내가 이런걸 좀 싫어하는데 조별 과제를 주려고 합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모두가 섬나라 예능 방청객 리액션을 했다. 당연히 예상한 반응이었다는 듯 교수님은 학생들의 투정 섞인 원성을 깔끔히 무시하고 출석부대로 조를 잘랐다. 내 기분은 식스센스급이었다. 이런 비극적인 결말을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출석부가 마치 살생부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의외로 성씨들 간 텀이 있어 같은 자음으로만 이루어진 경우보단 두루 섞였다. 나는 부디 배우님과 같은 조가 되길 바라며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3조 백재빈,서수진,신형운,이태용,이하나" 

 

 

세상 

시발. 

 

 

 

"4조 이주안,임제인,전지은,정선우... 

 

 

거의 앞에서 잘려버렸다. 이쯤 되면 하늘이 내린 형벌이라 여기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게 나을 것 같았다.  

 

 

 

 

배우님이랑 같이 팀플하는 사람들은 좋겠다. 벌써부터 옹기종기 앉아 회의를 하고 있을 그를 상상하니 갑자기 손이 다 떨렸다. 

나 진짜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냐. 

세게 쥔 볼펜의 고무 부분이 따끈따끈했다. 부럽다. 미친듯이 부럽다. 

안 그래도 싫은 팀플, 할 의지까지 잃었다. 

 

사실 교수님의 본명은 김샛길 이실지도 모른다. 내주신 조별과제마저 이 강의명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사실 정말 상관 없는데 당신이 그래도 교수니까 1프로의 연관성이라도 있게 욱여넣은 것 같았다. 아니 그렇다!  

 

여름철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를 재구성 해서 짧게 역할극을 준비해오라는데 처음엔 듣자마자 혹시 이 과목이 예술학부 교양 필수 과목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엮기엔 천문학 교양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전공이 통일성 없었다. 기함이 나오는 과제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교수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대한다며 자리를 뜨셨고, 개인 플레이가 강했던 -그래서 듣길 잘했다고 쭉 생각하고 있었다- 천문학 강의에 떨어진 조별과제라는 운석에 모두들 굳어선 강의실 밖으로 나갈 생각을 못했다.  

 

 

 

생각지도 못했다 진짜. 

 

 

 

 

여기저기서 우레와 같은 욕소리가 나왔다. 마르지 않은 샘처럼 솟아나오는 육두문자엔 허탈함이 가득했다.  

 

 

 

 

 

 

"4조 맞죠? 번호 좀 주세요!" 

 

 

 

 

 

짐을 싸던 나는 버퍼링 걸린 동영상마냥 버벅대며 다가온 여자 분의 폰을 받았다. 멀리 문 쪽에서 사람들과 함께 나가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피곤한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제가 이따가 단톡에 초대할게요." 

 

 

 

 

 

"아아.." 

 

 

 

 

 

결국 그는 놓쳤고, 일부러 내 앞길을 막아선 건 아니지만 생글생글 웃는 그녀에게 작은 원망이 생겼다. 목만 까딱거리고 지나가려는데 그녀가 잊었다는 듯 덧붙여 말했다. 

 

 

 

 

"아, 이름 진짜 예쁘세요! 아까 출석 부를 때 듣고선 그 생각 했어요. 그냥, 말해주고 싶어서. 다음에 봐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북적대던 강의실엔 금세 적막이 들어찼다.파도가 제멋대로 들어와 몸을 적셨다가 붙잡기도 전에 바다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어제 오늘 기분이 말이 아니다. 

 

 

 

 

 

 

 

 

4조 단톡! 

 

 

 

 

 

 

그날 저녁 낯선 이로부터 카톡이 왔다. 상단바에 뜬 카카오톡 아이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양 손으로 핸드폰을 부여잡았다. 엎드려선 다리를 팔랑거리며 고민하다 대화 창을 눌렀다. 읽어버렸다. 단톡이었다.  

 

안녕하세요 ㅎㅎ 까지만 보내고 그 뒤로 비슷하지만 각자의 말투로 인사가 오갔다. 그 뒤로는 다들 말이 없었다. 참을 수 없는 어색함에 침대에 엎드려 있다 다리를 파닥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와 같은 조에 못 든게 아쉬웠다. 

한숨을 쉬자 룸메가 이만 불을 끄겠다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불을 덮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방이 어두워졌지만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밤이었다. 나는 두 손을 꼭 모으고 부디 잠들어야 나야, 하고 스스로를 열심히 달랬다.  

 

 

 

 

 

 

 

 

 

 

 

 

 

 

 

 

 

 

 

 

 

 

♡ 

 

 

 

 

 

 

 

 

하루가 너무 길었다. 아직 해는 쨍쨍거리며 집에 가지 않겠다며 땡깡을 부렸지만 나는 내맘대로 하루의 끝을 죽 그었다. 입맛도 없고 해서 바로 기숙사로 올라가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으아아...!" 

 

 

 

 

 

 

 

"왜 그렇게 놀래요? 안 잡아먹어요." 

 

 

 

 

 

 

 

"아,안녕하세요! 안경..쓰셨네요." 

 

 

 

 

 

 

 

"아아, 네. 가끔 안경 쓰고 다녀요." 

 

 

 

 

 

그렇게 말을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같이 걷게 되었다. 기가 빨리는 걸로도 모자라 세포까지 시름시름 앓는것 같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없이 언덕을 올랐다. 걸어가는 동안 말주변도 숫기도 없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하고 눈치를 봐야하는 이 상황이 지옥같았다. 

 

 

 

 

 

"좀 있다 기숙사 올라가는 셔틀 있는데 왜 굳이 걸어가는 고생을 해요?" 

 

 

 

 

 

 

 

"걷,걸으면 건강..시간이 남아서.." 

 

 

 

 

정말 말 하나 제대로 하기 어렵다. 극장 앞이면 기둥 뒤에라도 숨지 휑한 도로 아님 인도 한 가운데 내 몸 하나 가릴 나무가 심어져 있을리가 없다. 

 

 

 

 

"아아 건강~ 그죠, 걷는게 건강에 좋죠." 

 

 

 

 

그는 내 시원찮은 말에도 일일히 반응해주었다. 망했음을 느끼며 그러는 배우님은 왜 셔틀 안 기다리시고 걸으시냐 물었다. 질문을 하고나서 스스로가 대화 흐름을 잘 이은 것 같다고 셀프 칭찬을 했다. 

 

 

 

 

"워낙에 사서 고생하는거 좋아해서." 

 

 

 

나는 내 말버릇이 그렇구나.. 인 줄 오늘 처음 알았다. 뭐만 하면 그렇구나 거려서 방금 내가 그렇구나 라고 말했나 하고 두 번 연속 그렇구나를 추임새처럼 넣기도 했다. 여중 여고의 정석을 밟아 남자와는, 특히나 좋아하는 남자와는 말을 섞어본 적이 없는 게 이토록 큰 리스크로 다가올 줄 몰랐다. 내가 하는 단답은 철벽이 아닌 '어쩔 줄 모르겠음' 에서 기인한 것임을. 배우님은 모르겠지. 그러다가 정말 단답마저 해주고 싶어도 못해줄 정도로 언덕의 절정까지 올라왔다. 언덕을 슬라이스 쳐버리고 싶다. 

학교가 정말 가혹한 게 기숙사에 엘리베이터를 아예 설치를 해주질 않았다. 

이거 완전 학생 인권을 개미 똥으로 보는거 아닙니까. 

 

 

 

 

 

"우와, 다 왔다." 

 

 

 

 

 

대뜸 머리 위에 뜨거운 기운이 퍼졌다. 눈알을 위로 굴리니 그가 내 정수리에 손을 대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메두사라도 본 것처럼 굳어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를 알게 되고 여태 인사 정도만 하다가 갑자기 찾아온 스킨쉽이었다. 무려 이것은 최초의 접촉이었다. 

 

 

 

 

 

 

"잘 가요." 

 

 

 

 

 

그리고는 남자 기숙사로 향하는게 아니라 왔던 길로 몸을 튼다.  

왜 다시 내려가는 거냐고 물었지만 웅얼거림에 그의 귀까지 닿지 못했는지 거침없이 걸어갔다. 뭘 두고 오셨나, 라는 생각에 그쳐야 했다. 

그가 손을 얹었던 머리에 내 손을 올렸다. 자꾸 떠올라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 

 

 

 

 

 

"왜." 

 

 

 

 

전화 좀 불량스럽게 받지 좀 말라는 친구 말에 태용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통화도 아니고 음성통화인데 보기라도 한다는 것처럼.  

발가락 끝이 아플정도로 경사진 언덕은 내려오는 것도 올라가는 것만큼 힘들었다. 아프든 말든 터덜터덜 내려가며 태용은 친구의 핀잔 아닌 핀잔을 한귀로 듣고 흘렸다. 

 

 

 

 

 

"기숙사 갔다 내려오는길이라고 두 번째 말한다. 어어 그래. 그러게. 왜 올라갔지, 나..몰라. 생각하는거 적성에 안맞아. 창중이네 먼저 가 있어." 

 

 

 

 

 

 

 

 

♡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재미없는 것도 매력이라고 치자. 호 불호가 강한 작품이라고는 익히 들었지만 나한테 이 정도로 불호일줄은 몰랐다. 그래도 그 앞에서는 애써 웃으며 너무 감명 깊었다고 했다. 부디 꾸벅꾸벅 졸던 모습은 못 봤길 바라면서. 

 

 

 

 

 

 

 

 

"제인씨! 와줘서 진짜 진짜 고마워요." 

 

 

 

 

 

 

 

"아니에요. 당연히 와야죠. 1호 팬인데." 

 

 

 

1호에 부러 힘을 실었다. 나 당신 일순윕니다. 일순위요! 

그가 쌍 엄지를 세우더니 이내 검지를 곧게 펴서 총알을 따-당 쏘는 시늉을 했다. 에로스는 곱게 활 내려놔라 할 정도의 사랑의 총알 빵야 빵야 였다. 

 

 

 

 

"어땠어요? 저 연기 잘 했어요? 아까 대사 한 줄 씹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그가 칭찬 받고 싶어하는 대형견 같이 느껴졌다. 

잠깐 시간을 멈춘 다음 쭈왑쭈왑내새끼세상에서제일예뽀 라고 오구오구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아아 그래요? 좋았어요! 진짜 잘했어요." 

 

 

 

 

그가 갑자기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이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하며 고개를 살짝 젖혔다.  

 

 

 

 

"윤영누나가 그러던데. 제인씨 거짓말하면 귀 만지는 버릇 있다고." 

 

 

 

 

귀엣가로 올라가 있는 손을 황급히 내려보았지만 이미 다 들통이 나버렸다. 

 

 

 

"졸았죠?" 

 

 

 

 

 

 

"ㄴ..네. 죄송해여.."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 내 1호 팬이 잘 수도 있지. 내가 주연인 공연을 보면서~" 

 

 

 

잔뜩 놀려대는 투로 시무룩해지지 말라고 내 어깨를 두드렸지만 이미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우는 거 아니죠? 장난이에요. 괜찮아요." 

 

 

 

 

"아 진짜, 진짜 죄송해요." 

 

 

 

 

"아냐아냐. 미안해하지 마요!" 

 

 

 

눈물은 왜 이리 헤픈지. 그가 더 미안해지게 주룩 새어나오고 말았다. 

나도 놀라고 그도 놀래서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소매로 닦아내버리고 안심하라는 듯 웃어보였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게 대단한게, 대학로 삼 일 공연 내내 나는 자리를 지키고 앉았다. 물론 계속 같은 구간에서 졸긴 했지만 어찌됐건 중요한 건 그 재미없는 벚꽃동산을 하루에 두 번, 총 여섯 번을 봤다는 것이다. 내가 이 정도로 깊이 있게 좋아하다니.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마지막 공연 날이라 단체 회식을 한다고 나를 챙겨주지 못하는 걸 무척이나 미안해했다. 챙김 받는 걸 전혀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가 다감하게도 먼저 그 말을 꺼내오며 미안해했다. 그러나 저 다정함이 막 반갑지는 않다. 그게 다 나를 단자 팬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안다. 

나는 손만 세차게 흔들곤 동료들에게 끌려가다시피하는 그의 뒷통수가 점이 될 때까지 숫자를 셌다.  

 

 

학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 윤영 언니와 카톡을 주고 받았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맨 처음 알게 된 사람이다. 물론 헤드윅 공연을 같이 올렸던 우리 과 동기 몇 명도 다 안다. 내가 적당히 티를 냈어야지. 

대학로 공연하는 내내 수업도 살짝씩 빼먹으며 봤다고 자랑처럼 얘기하다가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언니 

태용씨가 언니한테 나 거짓말하면 귀 만지는 버릇 있다고 들었다는데 

 

 

 

 

아  

그거 막공 끝나고 스트라이크 할 때 

태용이가 너에 대해서 물어보길래 얘기하다가 나옴 

 

 

 

 

 

헐?? ㅁㅊ 나에 대해서 물었다고? 

뭐무ㅜ뭐? 

뭐 어떻게? 

 

 

 

 

그냥 뭐 너 어떻냐고? 

자기네 과 공연 자주 보냐고 뭐 그런거 

 

 

 

 

버스가 신호를 보고 멈춰섰다. 복잡한 X자 교차로 만큼이나 많은 신호등의 빨간 불들이 오늘따라 하트처럼 보였다. 좋은 징조다. 상대가 먼저 나를 궁금해한다는거, 그거 좋은거 아니야? 지금 이 기세로 로또를 사면 1등이든 3등이든 무조건 당첨이다. 

 

 

 

 

 

 

 

 

 

 

 

 

 

 

 

 

 

 

 

 

 

 

 

 

 

 

 

 

 

태용이 얼굴이 참 뮤지컬 하게 생겼더라구요..제 주관 ㅎ 

분량은 항상 조절 못하겠어요 후슈슈ㅠ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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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학 너무 ㅠㅠㅠㅠ 뮤지컬 배우 태용 상상만해도 너무 잘생겼어요ㅜㅜㅜㅠㅜㅜㅠㅠㅠㅠ
6년 전
문달
그죠 ㅠㅠㅠㅠㅠ진한 무대 화장하고 탑 조명 아래서 연기하는 태용 상상하니까 좋더라구요ㅠㅠㅠ뮤지컬 전공 어울릴 거 같아서 썼어용 ㅎㅎ
6년 전
독자2
흐아ㅜㅜㅜㅠ정말 태용이랑 컨셉 찰떡이네여ㅜㅜ
6년 전
문달
그조그죠 하..문달 이번에도 캐스팅 잘 한 거 같다 히히 ㅋㅋㅋ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3
헐 와웅 작가님 대박이에요 ㅠㅠㅠ 태용이랑 대박 잘어울려요 ㅠㅠㅠㅠ
6년 전
문달
와웅 튀지 않아서 다행이에용 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감사해요~~~
6년 전
비회원15.111
완전재밌어요..........
6년 전
문달
아..저만 재밌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에용 ㅎㅎㅎ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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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문달
저도 사랑해용!!!!ㅎㅎ
6년 전
독자5
우리 댕댕이❤️ 너무 귀여워요 ㅠ ㅠ진짜 태용이는 뮤지컬 마져도 잘 어울리네요 ㅠ
6년 전
문달
그조 우리 띠용이ㅠㅠㅠ 이목구비 주장 확실한게 무대용 메이크업 받으면 바로 지킬앤하이드 헤드윅 가능할 것 같은 ㅋㅋㅋㅋㅋ
6년 전
독자6
으아ㅠㅠㅠ 태용이 글 최고에요! ㅠ 분량도 정말 최고구 작가님 정말 사랑합니다 작가님 글은 사랑이여요
6년 전
문달
흐앗 ㅠㅜ 분량 문달 태용..사랑..도짜님이 그 중 제일입니다
6년 전
비회원78.31
청각입니다!! 뮤지컬 하는 태용이는 상상 못했었는데 진짜 찰떡인데요 작가님 진짜 캐스팅 예의 큰손같군요ㅎㅎㅎ모든 글마다 주인공이랑 맞는 역할이라서 보면서 행복하답니다 진짜 뮤지컬과 이태용이랑 같이 학교 다니는 중인 것처럼 너무너무 설레요
6년 전
비회원8.114
작가님 이야기 듣고보니 우리 태용이 뮤지컬도 참 잘 어울리네요 역시 얼굴천재 !
제인이 넘 귀여워요 여중여고 루트가 어느정도 공감되어서 슬프네용 ㅋㅋㅋㅋㅋ

6년 전
독자7
분량 대혜자 감동입니다 ㅜㅜㅜㅜㅜㅜ 태용이 번호주다니 슬프네요 ㅜㅜ 그래도 언덕도 같이 올라가주고 관심은 있는거겠죠?
6년 전
독자8
오 캐릭터 너무 잘어울려요 이태용 이즈 뭔들....
6년 전
독자9
태용이 뮤지컬.. 주연.. 대박이에요 ㅎㅎㅎㅎㅎㅎㅎ💛
6년 전
독자10
문달 작가님의 종이 호랑이를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독방에서 이 글을 추천받았어요!그래서 기대되는 마음으로 정주행 시작합니다💚
5년 전
독자11
으아ㅠㅠ 넘 설레는 글이네요 뮤배 태용이라니 기대되요ㅠ
5년 전
독자12
작가님 ㅠㅠ 이제서야 알게되어 봅니다 ㅠㅠ!
5년 전
독자13
진짜 뮤지컬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ㅠㅠㅠㅠㅠ뮤지컬배우로 나오는 건 처음이라 참신하고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5년 전
독자14
뮤지컬 배우 이태용이라뇨 쓰앵ㅇ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역대급이에영 ㅠㅠㅠㅠㅠ 제가 넘 뒷북치는 것 같긴한데 ㅠㅠㅠ 명작이라고 소문나서 왔어용 (속닥)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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