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황금같이 특별한 목요일의 공휴일을 맞아, 밤샘 야근을 하고 왔음에도 새벽 내내 잠을 이루지못했다.
친구들에게 ‘데이트하려면 어떻게 해야해?’ 라고 물으면, 나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에 더 놀라 내가 원하는 대답들을 들어내지도 못할거라 혼자 끙끙 앓다 결국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다.
‘황형사님은 진짜 남친룩의 정석처럼 옷입으시는것 같아요.’
전에 근무하던 경찰서에서 가끔 여순경들이 늘 해주던 칭찬이었다. 그 칭찬이 선의의 거짓말이 아니었길 바라며 긴 갈색코트와 셔츠, 그안에 입을 목티를 챙겼다. 아, 물론 여주에게 줄 핫팩도 잊지않았다.
갑자기 친구가 자기가 못가게 되었다며 영화 시사회 두장을 준다해서 덥썩 받기는 했는데, 이걸 도대체 같이 가자고 어떻게 말한단말인가. 하며 홀로 컴퓨터 화면에 시사회 표를 띄워놓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면 신이 내린 기회처럼 지나가던 여주가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회를 만들기는 했는데, 당장 내일 이라는 사실에 너무 떨리고 설레서 잠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꿈에서는 여주에게 실수를 해서 여주가 화를 내고 도망가는, 그런 악몽을 수없이 반복해서 꾸었다지.
한강도 얼어버릴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네가 좋아하던 향수를 뿌리고 나서는 길은 추위도 못느꼈다면 거짓말일까? 저번에 우연히 경찰서 안에서 마주친 너의 낯선모습. 그때 만큼이나, 아니 오늘은 그때 보다 더 예뻤다. 선배님! 하고 달려오는 너의 미소는 햇살보다 더 따사로운것 같았다.
시사회가 시작되고 주연배우들의 등장에 상영관안의 모든 사람들이 들썩였다. 외국시리즈의 영화라 외국배우들이 등장했고 여주 또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네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 널 보며 그저 웃기만하다 순간, 스쳐가는 생각에 나 또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모두가 사진을 찍는 자연스러운 틈을 타 여주의 사진을 찍었다. 핸드폰 속 너의 행복한 얼굴에 내 얼굴까지 미소가 번졌다.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나는 시리즈물인 이 영화를 한번도 본적이 없었기에 더욱 편안하게 여주를 관람했다. 긴박감 넘치는 장면에서 긴장한듯한 너는 너 스스로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앙 다운 입술까지도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 있는건지. 전에 라이관린씨가 여주의 눈속에 별이 있다고 했던 말이 틀리지않았는지 정말 너의 눈은 저 스크린보다도 초롱초롱 빛이났다.
한창 영화에 집중하던 너는 큰소리에 깜짝 놀라하며 손걸이에 있던 나의 손을 덥썩 잡았다. 덩달아 나까지 깜짝 놀랄정도로. 그런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특유의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며 살짝 손을 떼었다.
더 잡고 있어도 괜찮은데...아쉬운 마음이 들어차면서도 자꾸만 내 눈에 들어오는 너의 손 때문에 내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팔걸이의 끝과 끝.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너의 손 옆으로 슬금 슬금 손을 옮기는게 어찌나 힘이들던지. 그렇게 내손은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옮겨 어느새 조금만 스쳐도 맞닿을거리에 ‘잡아, 바보야!’ 하는 생각과, ‘안돼, 윤형사님이 그만 들이대라고 했잖아!’ 하는 생각이 싸우기 시작했다.
심장아, 진정해.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래, 남자답게! 하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 손을 옮기려하면, 극장안의 사람들이 동시에 웃음과 동시에 여주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기 시작했다.
갈곳을 잃은 민망해진 손에 머리를 정리하는척 홀로 고개를 숙였다. 황민현 이 답답아.
***
영화 다음엔 무얼해야할까 밤새 했던 내 고민들은 생각보다 간단히 해결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와 이렇게 같이 있다는것만으로 너무 좋았으니까.
우리는 자연스럽게 밥을 먹었고, 하루종일 너무 얻어먹기만 했다는 너의 귀여우면서도 강한 주장에 결국 네가 산다는 커피를 먹으러 향했다.
“저 아까 사진찍은거 사람들 머리 때문에 다 가려서 하나도 안보입니다. 아, 선배님이 찍으신 사진은 안가렸겠다!!”
“어...?”
그 사진을 보여달라며 해맑게 웃는 네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네가 너무 예뻐서 너를 찍었어 라고 사실대로 이야기 할 수도 없었다.
“아.... 나도 찍은줄 알았는데 사진이 안찍혔더라. 아쉽네..”
그 뒤로도 여주는 양손으로 감싸쥔 머그컵 안에 든 커피를 홀짝이며 영화이야기를 하다 웃긴이야기, 경찰서 이야기등을 하며 이야기를 멈추지않았다. 동시에 나의 웃음도 멈출 줄을 몰랐다.
사랑이라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어떤 이야기에도 꺄르르 웃는 네가 너무 예뻐서 너를 쓰다듬는 내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 만큼이나 신이 나버린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 이렇게 예쁜 너인데, 다른 사람의 눈에도 그저 우리가 예쁜 커플로 보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렇게 너의 눈을 바라보며 한참 이야기를 하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어느새 늦어버린 시간에 너를 데려다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비슷한 동네에 사는 우리는 천천히 걸어 너의 집으로 향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팀의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래서 윤형사님이 완전 밥맛이야, 하시는데 윤형사님은 밥길만 걸으시는 분이 잖아요. 그래서, ......황,황형사님. 저분 혹시 하형사님 아니십니까...?”
신나게 이야기하는 너를 바라보며 혹시 차가오진않을까 너를 인도쪽으로 걷게했다. 그럼에도 불안한 느낌에 가득차있으면 이야기를 하던 네가 말을 멈추고 내 팔뚝을 툭툭 치며 물어왔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하형사의 모습에 동시에 우리의 걸음이 멈추었다.
우리 경찰서내의 걸어다니는 게시판이라고 불리는 하형사님은 인맥이 넓기도 하고, 그 만큼이나 음, 한마디로 입이 싸다. 그걸 모를리 없는 여주도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빠르게 여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일단 바로 옆에 있던 건물쪽으로 다가갔다. 곧바로 몸을 숨기거나 가릴만한 곳을 찾았지만 마땅한곳이 보이지않았다. 그럴수록 하형사님의 목소리를 더욱 가까워져갔다.
“황형사님, 저기요!!”
문을 닫아버린 가게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몸을 숨길 주차되어있는 차도 하나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면 여주, 네가 손에 힘을 주며 나를 당겼다. 너의 손길에 이끌린곳은 빌딩과 빌딩사이 우리 둘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겨우 서있을 수 있는 정도인 넓이의 공간.
망설이기도 잠시 이제는 하형사님의 얼굴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거리가 되었고 망설임없이 틈에 들어가 기대는 여주를 따라 들어갔다.
하형사님 하나 피해보겠다고 이게 무슨 짓인건지. 이 좁디 좁은 곳에서 여주가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애써 몸을 최대한 뒤로 밀착시켰다. 그럼에도 맞닿아 있는 몸에 전신에 화상이라도 입은듯 몸이 타오를것만 같았다. 시선은 또 어디다 두어야하는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너를 보면 딱 내 가슴께 정도에 너의 얼굴이 있었다. 너또한 지금 이 상황이 어색한건지 요리조리 눈을 굴리며 고개를 숙이지도 못하고 애써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쿵-쿵-쿵- 자꾸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내 귓가를 울려대는 심장소리가 너에게도 늘릴것만 같아서 숨을 참기도하고 힘을 줘봐도 니 호흡이 간간이 나에게 닿으면 불난집에 부채질하듯 심장의 펌프질이 불타올랐다.
“야, 담배나 피고가자.”
청천벽력같은 하형사님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여주 또한 깜짝놀랬는지 곧바로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하형사님의 신발끄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다 멈추었다.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는 나와 여주는 서로 눈만을 바라봤다. ‘어떡해요, 황형사님!’ 너의 눈빛을 타고 목소리가 들려오는것만 같았다.
이 빌딩 즉 우리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려는듯 멈춰버린 하형사님의 발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천천히 한손을 들어 여주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하형사님이 보이는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미안.”
여주의 대답을 들을새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틀었다. 숨을 흡-하고 들이마시는 여주의 호흡이 가까이서 느껴졌다. 키스를 하는척 고개를 틀어 서로의 얼굴을 가리고, 키스를 하는 커플 앞에서 황형사님이 담배를 피시진 않으시겠지 하는 나의 판단이었다. 오늘따라 여주를 가릴만한 긴 롱코트를 입은것도, 향수를 뿌리고 나온것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여주의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할 용기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렸을뿐.
“어이구, 왜 길에서 이런데? 하여간 요즘애들이란... 야, 절로 가자.”
하형사님의 목소리만 듣는것일 뿐인데도, 그 얼굴표정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하형사님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그에 따라 천천히 감고있던 눈을 떴다. 하얀피부, 짙은 속눈썹, 진한 갈색 눈동자. 생각보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 여주의 모든것이 눈에 담겼다.
'미안해, 너무 급해서.'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움직였다간 그대로 입술이 맞닿아버릴것만 같았다. 여주의 깊은 눈을 한번, 빨간 입술을 한번 쳐다보았다.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피하지않고 그렇게 끊이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쉽지만 천천히, 조금씩 너에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 정도도 단 두뼘 정도의 길이 일뿐, 결코 먼 거리가 아니었다. 여전히 우리의 시선은 서로의 눈을 벗어나지 못했고 참아온 숨을 들이쉬려 살짝 입을 벌리면, 꽁꽁 묶어놓지못한 내 마음이 멋대로 튀어나와 너에게로 향했다.
“좋아해, 여주야.”
***
베개를 안고 침대에 엎드려 소위 말하는 이불킥을 하다가도 다시 몸을 배배 꼬며 베개를 안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좋아해....좋아해....?좋아해.....!”
마치 꿈을 꾼듯, 아득한 기억이었지만 분명했다.
알수없는 분위기에 우리는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못하고 눈을 바라봤고, 황형사님의 입에서 ‘좋아해’ 라는 말이 나왔다.
저두요?, 좋아요, 오늘부터 1일이에요? 차라리 이런말이면 좋았을것을 내입에서는 “안아주시면 안됩니까?” 라는 발칙한 말이 튀어나왔다. 물론 그 스윗함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신 황형사님 이셨고 그 품에서 황형사님의 온기와 향기에 취해버려 정신을 차리고보니 우리가 집에 가고 있더라.
물론 그렇다고 그냥 집에 오기만 한건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가장 공통적인것은 아무도 모르게 하자는거였다. 우리의 감정과 이 관계가 팀내에서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끼칠게 분명했으니까.
나는 황형사님 정말 많이 좋아했었다, 물론 그게 나 혼자만의 감정인줄알았다는 이야기를 주로 했고, 황형사님은 그 무엇보다 일이 먼저고, 이성적인 생각이 먼저였던 자신이 이렇게 될줄은 몰랐다는,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감정이 너무도 커서 힘들었다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사실 가장 신경이 쓰였던건 서로의 속마음이 아니라, 자꾸만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손끝이었다. 그렇게 내가 어떻게 걷고있는지도 모를 만큼 온 신경이 손끝으로 몰리면,
빵-
크게 경적을 울리며 내옆으로 빠르게 자동차가 지나갔고, 그 경적소리보다 빠르게 황형사님이 나를 당겨 안으셨다.
“괜찮아?”
이제는 무언가 익숙한것 같은(사고를 많이 쳐서) 황형사님의 걱정어린 눈빛이 흔들렸다.
“미안해, 안쪽으로 걷게 했어야했는데 내가 신경을 다른데다 두고...아..그러니까,”
알아요. 황형사님이라고 신경이 안쓰였을리가 없지, 아마 나보다 몇배는 더 긴장하고 고민했겠지. 나를 품에 안듯 감싸고 자신이 한말에 놀라 더 횡설수설하고 있는 황형사님의 품에 그대로 폭- 하고 얼굴을 묻었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안겼잖아요.”
그러면, 제 품 만큼이나 따뜩하게 안아오는 황형사님 이셨고 한손으로는 머리를 감싸안아 쓰다듬어주셨다. 쿵-쿵- 내 심장소리인지, 황형사님 심장소리인지 모를 기분좋은 노랫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이렇게 자꾸만 설레게 만드는 남자라서, 밤새 잠도 못자고 베개만 끌어안을뿐이었다.
***
“좋은아침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좋은아침이었다. 영하 10도의 얼어붙을듯한 차가운 공기도 봄바람처럼 따사롭게 보였다. 주말동안 목이 말랐을 꽃들에게 물을 칙칙 뿌려주면서도 흥얼흥얼 콧노래가 멈추질않았다. 누가봐도 기분이 좋은 모습인데, 무슨 좋은일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저 능청스럽게 아니? 하고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럼 저 멀리서 그 좋은일이 부끄럽다는듯이 웃어보였다. 그렇게 잠깐 잠깐 통하는 눈빛마저도 전기가 통하는듯 아찔했다.
“야, 성우야. 요새 네 또래 애들은 막 길에서 키스하고 그러냐?”
“갑자기 무슨 소리십니까?”
“아니, 내가 주말에 집앞에 나갔는데 황민현 같은 애가 여자랑 있는거야. 그래가지고 몰래 가까이 갔더니 벽에 기대서 막 키스를 하길래 아, 황민현은 아니네 싶었지.”
“야, 그게 황민현이면 내가 경찰 그만두고 연예인을 한다.”
“저는 경찰시험을 한번 더 치겠습니다.”
“황민현이 길에서 그러고 있을 애가 절대 아니니까, 아니구나 싶어서 그냥 바로 갔어.”
“.....아침 공지사항 전달하겠습니다. 회의실로 모여주세요.”
저번주 회의 때, 여주가 브리핑해준 블랙파. 이번엔 내부적으로 단단히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블랙파안에서 각 지역별 대표들 중 한명이던 이사람, 이번에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한강이 중간 중간 얼어서 얼음에 걸린채로 발견되 신고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지금 감식반이 출동 중인데, 곧바로 우리 팀도 현장조사하러 출동하겠습니다. 일단 현장에 제가 가있을텐데, 또 현장조사 누가하러하시겠습니까?
“제가 가겠습니다!!”
이제는 당연하다는듯 내가 현장조사를 하는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었고, 오히려 이 추운날 매번 현장에 나가는 내가 막내라서, 선배들을 위해 그런다며 칭찬하시 분들도 많았다. 그런 생각을 다 뒤로 제쳐놓고 서류를 펼처들었다.
꿈에서 본 그 남자, 나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서 살았던 그남자. 미래를 바꾼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한걸음을 내딛으려 물에 참방 뛰어들면 그 물이 퍼져가며 멀리 번지듯, 겨우 내딛은 한걸음으로 크게 달라지는 미래가 아니었다. 애초에 바꾼다라는건 무리였을까?
다니엘을 만나고 용기를 얻어 첫걸음을 내딛었다. 물론 그날 그 남자의 목숨을 구한건 나의 의지가 아니엇지만 결과적으로 남자는 그날, 그곳에서 죽지않았다. 그렇게 아직 미래는 완벽히 바뀌지않았다. 미래를 바꿔보려고 내딛었던 그 첫걸음이 나비효과처럼 커지고 커져 수많은 변화를 일으킨다는걸, 그때는 몰랐다.
홀로 먼저 조수석에 앉아 서류를 살피고있으면, 출동보고를 마치셨는지 차가운 바람과 함께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타시는 ##황형사님 이셨다. 그리고 이내 부드럽게 차를 몰아 경찰서안을 빠져나갔다. 운전하는 황형사님이라니, 전에도 봤지만 옆에도 봐도 잘생겼고, 잠깐씩 움직여대는 저 팔근육이랑 손에 힘줄까지. 아무리봐도 너무 잘나서 절대 여자가 황민현 옆자리에 타는일은 없게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또 혼자 황형사님에 빠져 허우적대고있으면 먼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시는 황형사님이셨다.
“조용하던 놈들이 갑자기 왜 그럴까?”
“조직을 나가려해서 그럽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처참히 죽일줄이야...”
“어떻게 알아?”
“네? 아... 그, 강한 추측입니다... 하하,”
너무 잘 안다는듯이 이야기해버려, 급히 추측이라고 둘러댔다. 추측이라기엔 이미 다 안다는듯 확신 가득한 말투로 말해버렸지만 더이상 물어오시지않았다.
“전입하고 시체는 민아 이후로 처음 보지?”
“네..”
“물에서 발견된 시체라, 보기 좀 힘들수도 있어.”
“괜찮습니다. 저 비위 강합니다.”
늘 그랬듯 씩씩하게 대답하면 마치 못말린다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으시다 이내 살짝 고개를 저으시는 황형사님이셨다.
“황형사님, 지금 그 웃음의 의미가 뭡니까? 뭔가 이상합니다?”
내 말에 황형사님은 그저 웃으시다가 이내 왼손을 창틀에 괴시고는 긴 손가락으로 입술을 쓸어내리시며 잠시 생각에 잠기시는듯 했다.
“나도 막내시절에 그랬어. 뭐든 물 불 안가리고 뛰어들고, 인정받고 싶어서 죽어라 일하고. 그래서 인정받고 이 자리까지 빠르게 왔는데 날 칭하는 말은 완벽주의자, 일과 사랑에 빠진애 줄여서 일사빠, 뭐 그런거였어. 그런거보면 네가 나보다 훨씬 잘하고있는것 같아서. “
“제가요??”
“응. 일도 척척 잘하는데, 주위사람들한테 예쁨도 받잖아. 물론 너무 예쁨받아서 문제기는 해.”
뜻밖의 칭찬과 함께 황형사님이 한손을 뻣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비록 꿈으로 미래를 보고 해결한 사건이 많아서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그래도 인정받는다는건 기분이 좋았다.
“근데, 또 그 모습에 내가 빠졌지.”
“황형사님, 빠지신곳이 너무 깊어서 못헤어 나올실텐데 괜찮습니까?”
“잠수해서 더 깊이 들어가 보려했는데?”
매번 이렇게 놀리면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시던 황형사님은 어디가시고, 어느새 능글맞게 받아치시는 황형사님이셨다. 그 모습에 내가 얼굴이 빨개질것만 같아 애써 웃음을 누르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기어에 손을 올려놓으셨던 황형사님이 천천히 내손을 잡아오셨다. 손을 바라보다 황형사님을 바라보면, 내 시선을 느끼신 황형사님도 앞을 보시다 잠시 나를 바라보셨다.
이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가 앞으로 돌아갔고, 내손 위에 올려져있던 손은 천천히 움직여 손깍지를 껴왔다.
연애를 처음하는것도, 남자와 처음 손을 잡는것도 아닌데 손잡는것 만으로도 이렇게 떨릴일이라니. 지금은 살인현장을 보러가는길이다. 이렇게 마음을 진정시키려해도 자꾸만 설레는 마음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손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으면, 엄지손가락으로 내 손을 쓰다듬듯 부드럽게 만지는 황형사님의 손길이 마치 내 얼굴을 쓰다듬는것만 같아 얼굴이 빨개져 결국 고개를 숙였다.
황형사님. 저 이러다 심장이 터져죽거나, 혈압으로 죽을것같아요. 어떡하죠?
***
따뜻한 차안에서 문을 열고 내리면, 차가운 강바람이 먼저 얼굴을 세차게 때려왔다. 갈피를 못잡고 이리저리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손목에 있던 고무줄로 머리를 묶으려 끈을 입에 잠시 물었다.
“원래 여자가 갑자기 머리를 묶으면 설레는건가?”
입에 고무줄이 물려있는 까닥에 손으로는 머리를 빗어올리고 눈으로 무슨뜻이냐고 물으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등지고 서서 바람을 막아주고 계시던 황형사님은 그저 웃기만 하셨다.
“다 묶었습니다, 가시죠!”
“사건에 집중해야하는데 어떡하지, 되게 예쁘네.”
자꾸 아무렇지않게 사람 설레게 하지 말라구요! 속으로 외치면, 이내 손으로 자신의 뺨을 아프지않게 치며 “집중하자, 황민현!” 하고 외치시는 황형사님이셨다.
황형사님을 따라 길게 자란 풀들 사이로 조금 걸어들어가면 노란 폴리스라인이 쳐져있는 곳이 보였고 먼저 도착한 감식반과 파출소 순경분들이 나와계셨다.
파출소분들은 황형사님을 먼저 알아보시고 각잡힌 경례를 보냈고 황형사님도 그에 가볍게 응답했다. 그리고 폴리스라인을 손으로 가볍게 눌러 긴다리로 한번에 넘어 통과하셨고, 이내 나를 위해 폴리스라인을 위로 들어주셨다. 하지만 이런 매너에 마냥 좋아하기엔 하건 현장의 분위기가 싸했다.
찰칵찰칵 무겁게 들려오는 셔터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 한 남자가 차갑게 누워있었고 그 주변 증거들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 감식반이었다.
“괜찮겠어?”
시체를 보기 전 한번 더 걱정해주시는 황형사님이셨고 이미 하얗게 부르터버린 시체의 하얀손이 살짝 보였지만 씩씩하게 괜찮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시체에게 다가가자 감식반은 장갑을 낀 손으로 시체를 가리고 있던 천을 치웠고 황형사님은 주머니에서 하얀 새 장갑을 꺼내 하나를 나에게 건네셨다.
시체의 모습은 황형사님이 왜 걱정하셨는지 알만했다. 늘 비위가 강했던 나이기에 눈을 찌푸리며 견뎌냈지만 분명 비위가 약한 옹성우라면 견디지 못할만도 했다. 나중에야 들었던 이야기지만, 실제로 물에 빠진 시체를 처음 보는 경찰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서 토를 하고 휴유증을 겪는다고 했다. 비위가 약한 형사들은 경력이 오래 되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황형사님은 차가운 눈빛으로 시체를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이내 미세하게 눈꺼풀이 움찍거리며 움직였다. 그러더니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시체의 목을 살피셨다. 황형사님의 하얀 장갑끝을 따라가면 목은 칼같이 날카로운 것에 의해 베여진듯한 상처로 덮여있었고, 살점이 벌어져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몸의 피가 새어나온것일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하얗고 창백한 피부색깔이 말해주고 있었다.
수첩을 꺼내들고 시체의 상태에 대해서 적기 시작하면 황형사님이 먼저 말을 꺼내셨다.
“정확하게 동맥을 갈랐어. 손가락이 뭉개지고, 부러졌는데도 반항한 흔적이 하나없어. 피해자는 여러명에 의해서 포박당하거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을꺼야. 전문가들 소행이라는건데... 여주 네 말대로 그 조직안에서 일어난 일 일수도 있겠다.”
“이 거지같이 더러운데서, 손에 더러운 피는 다묻힌 니가 여자 때문에 이 조직을 나간다는게 어이가 없는데,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신입새끼들 10명 데꼬왔다. 조건대로 이 새끼들 혼자 다 이기면 내보내줄게."
비겁하게, 10명 다이기면 보내준다고 했으면서 꿈에서도 등 뒤에 칼을 꽂아죽이더니, 이번에도 손가락을 부수며 괴롭히다 죽여버린게 틀림없었다. 혹시 나로 인해 바뀌어버린 운명 때문에 더 괴로웠던건 아닐까, 원래의 운명대로 생을 마감하는게 맞았던건 아니였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시체를 훑어보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맞아. 여자때문에 조직을 나간다고 했고, 조직을 나가려했기 때문에 죽음을 맞은거야. 나는 이 사실을 알지만 도대체 이 사실을 황형사님께 어떻게 알리고 증명 시켜야 하는건지 막막해져 한숨을 내뱉으면 고민의 깊이 만큼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저... 황형사님. 이 남자가 끼고 있는 반지, 완전 새거 같습니다. 딱 봐도 결혼반지인데 피해자 집에 가서 조사해보는건 어떨까요?”
제법이라는 황형사님의 칭찬과 함께 한번 더 시체를 꼼꼼히 체크했고 시체는 부검을 위해 국과수에 보내졌다. 그리고 황형사님은 전해받은 피해자의 기본정보를 보고 피해자의 집으로 차를 출발시켰다. 직접 본 시체의 모습이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을까 아까 달달했던 차안의 모습과는 다르게 각자의 생각에 사로잡힌 황형사님과 나였다.
차에서 내린 뒤로도 쭉 이어진 높은 언덕과 급격한 경사에 체력이 딸린 내가 점점 걸음이 느려지면 황형사님이 손을 잡고 이끌어주셨다. 그렇게 이끌리듯 도착한 집앞에서 겨우 숨을 고르다 황형사님이 문을 열려고 하면, 그와 동시에 문을 열고 나오다 우리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며 집안으로 도망가는 여자가 있었다.
우리는 빠르게 그 집안으로 따라 들어갔고 여자는 두려운 표정을 하고서 손에 칼을 들고 우리에게 겨누며 “오지마!” 라고 외치고 있었다.
“괜찮아요, 진정하세요.” 라고 부드럽게 말하는 황형사님을 따라 뒤에서 모습을 보인 내가 경찰증을 보여주며 “안심하세요, 경찰입니다. 괜찮아요.” 라고 말해주었다. 손에 살림살이를 한가득 들고 나오던 여자였으니 분명 조직을 피해 도망가려했던 참이였을테고, 그에 맞게 등장한 황형사님을 먼저 보고는 조직원이라고 생각해 두려워했을테니.
나의 생각이 맞았는지 여자는 안심하며 손에서 칼을 떨어트렸다. 황형사님은 빠르게 칼을 집어들어 치웠고 나는 여자를 부축해 앉혔다.
잠시후 진정된듯한 여자는 조심스럽게 먼저 입을 열었다.
“경찰이 여긴 어떻게...”
“남편분이 사망하셨습니다.”
여자는 예상했다는듯 크게 놀라하지는 않았지만, 오열하며 온 몸으로 슬픔을 표현했다. 그 여자가 진정될 때 까지 기다려주는것도 우리의 몫이었고, 그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는것도 우리의 몫이었다.
“남편분이 살해당했습니다. 조직에서 일하시는것도 알고있습니다. 그러니까 숨기지 마시고 저희에게 알고 계신것들 이야기해주세요. 그래야 남편을 죽인사람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 못 잡아요.”
“그 사람들이 누굽니까?”
황형사님의 질문에도 여자는 몸을 떨며 계속해서 그 사람들 못잡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첩에 여자의 말을 따라 적어가던 내가 결국 입을 열었다.
“남편분에게 조직에서 나오라는 이야기를 하신적이 계시거나, 남편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신적이 있으신가요?”
수사는 어떤 한곳에 휩쓸리지않고 여러 가능성에 문을 열어두고 수사를 해야하는것이 기본이지만, 그 분이 살해당한 이유를 아는 나로써는 한쪽으로 생각이 쏠릴 수 밖에 없었고 황형사님의 눈치를 보다 답을 제시하며 질문을 던졌다.
내 질문에 눈이 커진 여자는 결국 천천히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다.
남편이 이제는 저와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조직을 나갈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조직을 나간다고 말하기로 한 날, 느낌이 너무 안좋아서 그냥 우리 말하지말고 도망가면 안되냐고 말렸어요. 근데 남편이 괜찮다고 그러면서도 혹시 자기가 아침까지 안들어오면 먼저 짐을 싸고 도망가라고 했어요.
너무 불안해서 짐을 다 싸놓고 기다렸는데 12시가 되도 남편이 안오는거에요.. 저 임신했다고, 뱃속에 아이를 가졌다고 말도 못했는데....
근데 거짓말처럼 새벽에 남편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같이 애기용품도 사고 잘 지내다가... 바로 어제, 남편이 먼저 도망가자고 이야기했어요. 저 멀리 섬에 가서 살자고. 그래서 알겠다고 오늘 당장 떠나자 약속했는데, 그날 밤 이후로 남편이 집에 들어오질 않았어요... 그래서 혼자 도망가려다가 형사님들보고 조직사람들인줄 알고 그렇게 놀랐어요...
힘겹게 이야기 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면서 든 첫생각은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내 생각이었다. 내가 바꾸려한 미래덕에 그래도 이 남자가 임신소식을 들었고, 조금은 행복한 시간을 더 보냈던건 아닐까 하는.
여자는 울며 이야기를 마무리했고, 자신이 아는건 이게 끝이라하면서도 그 사람들은 못잡는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럴수록 더 오기가 들었다. 우리도 물론 그 조직에 대해서 잘 알고, 관리해왔지만 절대 못잡을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기필코 그 놈들을 다 잡아서 한명의 피해자도 추가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마구마구 샘솟았다.
***
순탄하게 흘러간 조사덕에 조직내에서 일어난 일이라는걸 밝혀낼 수 있었고, 계장님께 보고를 드리자 계장님은 잠시 자리를 비우시더니 강력2팀이 수사를 지원해서 그 조직을 뿌리채 뽑아낸다는 엄청난 결과를 들고 오셨다.
그 덕에 잘해보자는 의미로 1팀과 2팀의 회식자리가 마련되었다. 목요일에 있는 공휴일을 즐기고 왔는데 오늘만 지나면 또 주말이라 당직인원 이외의 사람들을 신이나서 술을 시켜댔다.
이리저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안타깝게도 여주 옆에 앉겠다는 눈치 작전에 실패했고, 저 멀리 여주는 신이난듯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즐거워했다. 제일 막내인 주제에 어찌 저렇게 사람들을 잘 대하고 좋아하는지 한눈에 봐도 술기운이 조금 올라와보였다.
「많이 마시지마.」
얼씨구, 카톡을 보냈지만 휴대폰을 보지도 않는 여주의 모습에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듯 눈빛을 보냈다. 그러면 내 쪽을 보는것 같다가도 이내 말을 걸어오는 남자들 때문에 다시 시선을 거두는 여주였다.
안그래도 득실득실한 남자들 때문에 걱정이 한가득인데, 남자에 대한 경계심은 제로인듯 늘 해맑게 웃어보이는 여주라서 불이나듯 타들어가는 속을 진정시키려 옆에 있는 물을 한번에 입으로 들이부었다.
“야, 황민현. 그거 술이야!!!”
푸웁-
몸에 잘 맞지않고, 워낙 못하는 술이라 술을 입에 덴적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한데 실수로 마신 술은 너무나도 썼다. 몇번이고 물로 입을 행궈내도 특유의 알코올맛이 가시질않았다. 큰일났다.
나의 작은 소란에 드디어 나를 본 여주는 걱정스러운 눈빛과 함께 카톡을 남겼다.
「괜찮아요??」
귓가에 들리는것만 같은 목소리와, 복숭아가 무릎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마저 여주와 똑 닮아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절대, 취해서 웃는건 아니다.
벌컥벌컥 마시느라 꽤나 한번에 술을 먹어버려서 일까 올라오는 술기운에 가만히 앉아 물만 마셨다. 그러면 술기운이 오르는건 나뿐만이 아닌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굴이 빨개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발음이 뭉개져있었다.
“어, 윤형사님. 성우 어디갔습니까?”
“성우 감기기운 있어서 일찍 갔잖아. 취했네, 취했어.”
아,맞다. 머쓱함에 한번 웃어보이고 여주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여주도 취한건지 테이블에 턱을 괴고 눈을 감고 있었다.
결국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여주를 깨우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향해 먼저 가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전부 유일한 홍일점인 여주를 걱정했고, 집 방향이 비슷해서 데려다준다고 이야기를 해서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차갑게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 여주의 코트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주었다. 오늘 하루종일 밖으로 돌아다닌터라 평소보다 더 빨리 취한것 같은 여주가 혹시 감기는 걸리지않을까 걱정 되어 빠르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주는 길을 가다 갑자기 “어! 황형사님이다!!!!” 하며 나에게 안겨왔고 또 그 거절할 수 없는 기분 좋음에 겨우 입꼬리를 달래가며 여주의 집앞에 도착했다.
“여주야, 비밀번호 뭐야?”
“음.... 잘 모르겠쒀요. 흐헤헤”
요즘 유행하는 말투를 따라하던 여주가 웃으며 내 품에 또 안겨왔다. 바보같은 귀여운 웃음을 흘리면서 자꾸만 품안에서 비비적 거리는 행동이 아기같아 사랑스럽다가도 빨리 집에 들여보내야한다는 걱정이 앞섰다.
“근데.... 진짜 비밀번호 모르겠어요....어떡하지이....”
내 품에서 고개만 빼곰 들더니, 금세 울것같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여주에게 애써 “괜찮아, 괜찮아.” 하며 달랬다. 아니, 황민현. 이 상황에서 괜찮아는 또 뭔데? 그리고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도저히 비밀번호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여주를 데리고 여주의 생일, 전화번호 등등을 다 조합해봤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릴줄을 몰랐다.
“추워요오....”
30분을 넘게 문과 씨름했을까, 여주가 춥다고 말하며 더 내품으로 파고 들었다. 오르는 술기운에 머리가 댕-한 기분에도 여주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텨 여기까지 걸어왔지만, 나도 더이상은 무리였다.
“여주야, 정말 기억 안나?”
“........(끄덕)”
“하.... 그럼 우리집으로 가자. 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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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쨔님들, 신알신이 650을 돌파했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답글을 조금 늦게 달아도 한분 한분 다 보고 감사해하고 있으니까 이해부탁드릴게요..사랑합니다 ♥ ❤️소중한암호닉❤️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뜻산][0118] [황밍횽][민민][뿡치버섯][듐] [1010][구르밍][친9][릴라이] [9094][여름][어도러블][몽구] [킹제77][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함께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 [우리샘][영휴][복숭아자두][금우] [황제호빵][포테이토피자][굥뷰죰햬][홈런볼] [콩너블][코난][포도][퍼플] [얼음][몰랑몰랑][두부햄찌][우리원부인] [CR][슈퍼파워황제][뱃살공주][블루황] [리본][톨비][도리][곱대][머스크] [1232][홀롤로][황형사의향수][녜리요정] [황꽃][황배박하][쥬니랍][지망] [수다링] [전지적여우시점][만두만두][마니] [짱요][비누냄새][ㅇㅇㅈ][쿱] [사용불가][줄리][안눙눙][둥둥] [샤프] [feat.][배배][비회원] [즈쿠][나나나][다니][너끼돈] [옹성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