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분명 내가 아는 클럽은 이런 방이 있는곳이 아니었는데, 어찌되서인지 이곳은 클럽의 손님들을 위한다기 보단 마치 누군가에 맞춤용인듯 자그마한 방에 침대만 딸려있었다. 그리고 밖의 소리가 차단되어 방안에는 조용한 적만만이 울렸고 저 넘어 쿵쿵 리듬소리만 들려왔다.
“안벗고 뭐해요?”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보던 남자는 이내 본색을 드러내며 말을 걸어왔다. 그러니까 내 예상이 맞다면 이 조직원들은 이곳 클럽에서 단체로 성매매를 일삼았으며, 그 여자들은 그 조직에 의해 강압적인 관리를 받고 있는것 같았다. 말이 좋아 관리지, 그냥 감금 또는 협박임이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여자들 틈에 내 발로 기어들어 갔고, 이렇게 처음 보는 남자에게 선택되어 방안에 함께 앉아 있었다. 물론 다니엘도 나를 선택했지만 이 남자의 서열이 더 높은건지 이 남자의 의견이 먼저 적용되었다.
다니엘이 왜 이곳에 있는지도 궁금하고 혼란스러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건 지금 이 상황이라는거다. 최대한 침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조그만한 테이블 의자에 앉아 눈치를 보는 나와, 마이를 벗고 하얀 와이셔츠만 입은 채 침대에 걸터앉아 아까부터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남자.
호랑이굴에 잡혀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그러다가도 안되면 작전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도망가는거지.
남자는 답답한듯 일어나 와이셔츠의 단추를 두개정도 풀었다. 그리고 내가 있는 곳과 가까운쪽의 침대에 살짝 걸터 앉았다. 그는 한쪽 입꼬리만을 살짝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랑 할래요? 아님 말할래요?”
남자는 고개를 숙여 이리저리 움직이면서까지 나와의 시선을 맞추려 노력했다. 딱 봐도 나보다 어려보이는 놈이 건방지게 내 뱉는 말에도 제법 포스가 서려 긴장이 되는듯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쪽에 있는 여자 아니잖아요. 혼자 신호도 모르고, 먼저 벗을줄도 모르고.”
“........ 제가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여기 여자들 돈벌려고 오는거 아닌데, 강제로 잡혀들어오는건데.”
“............”
“자. 이제 말해봐요.”
남자는 자꾸 무언가 안다는듯한 눈빛으로 나를 추궁했다. 하지만 당연히 먼저 입을 열 수 없었고 그럴듯한 변명도 떠오르지가 않아 그저 애먼 입술만 물어 뜯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남자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나에게로 향했다. 어느덧 고개숙인 내 앞에 남자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고 남자는 천천히 손으로 내 고개를 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고개를 들려했지만 긴장하고 있던 나의 몸은 남자의 손길이 닿자마자 본능적으로 그 손을 잡아채 허리 뒤로 꺽어버렸다. 범인들을 제압할 때 가장 좋은 자세이자 남자들이 힘을 써도 나에게 반항하기 힘든 자세.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남자는 더욱 흥미롭다는듯 팔이 아플텐데도 불구하고 씨익 웃어보였다. 그와 제법 어울리는 매력적인 덧니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듯 웃으며 “역시 보통여자가 아니라니까.” 하고 웃는 남자는 내가 팔을 풀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나의 가까이에 있는 침대에 걸터앉기 시작했다.
“경찰? 아니면 TV에만 보던 요원 뭐 이런건가?”
“.............”
“그게 뭐든 말하기 힘들다면, 내 이야기 부터 할게요. 그럼 훨씬 편할테니까.”
남자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우고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자신은 고등학생의 나이에 이 조직에 들어온, 꽤 오래된 조직원인 박우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해왔다.
“이 조직은 상권장악, 살인청부 같은 잡일부터 시작해서 최근들어 판이 커졌어요. 미국쪽 갱단이랑 손을 잡아서 총기랑 마약밀매에 손을 댔거든. 근데 최근에 내부적인 문제로 경찰한테 꼬리가 밟혀서 다 정리하고 중국으로 넘어갈거에요. 아마 여기 여자들도 같이 팔려가든가, 여기서 죽든가 둘 중 하나에요. 그러니까 그쪽이 뭐든 빨리 여기서 나가요.”
“........ 이런걸 왜 알려주고, 내 정체를 알면서도 나가라고 하죠..?”
“목적이 같으니까. 우리 부모님도 이 조직에 몸바쳐 일하시다 배신당했어요. 옷장에 숨어있는 내 눈앞에서 살해당했거든요. 그때부터 이 조직에 들어가서 그 새끼들 내손으로 다 죽여버린다, 그게 내 목표였어요. 지금은 그 목표를 이루기 직전이고.”
“직전이라니, 그게 무슨 뜻 이에요?”
“알면 다쳐요.”
우진의 솔직한 이야기에 목표를 이루기 직전이라는 대답만 빼고는 많은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경찰이라고 소개하기도 이전에 우진은 확신한다는듯 “경찰이죠? 요즘은 이렇게 위험한 일에 여자를 투입시키나.” 하고 물어왔다.
그리고 팔을 들어올려 손목에 반듯이 걸려있는 시계를 한번 살피더니 이제 슬슬 시간이 다 되었다며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 행동에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남자다움이 묻어났다.
“오늘 새벽에 아주 중요한 마약 거래가 있어요. 물론 막을거에요, 내가. 근데 그새끼들은 밤에 그 여자들부터 없애려고 할테니까 뭔가 일이 터졌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말고 도망가요. 알겠죠?”
우진은 제법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무언가 의지 가득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마이를 나에게 건넸다. 그 마이를 받아들고 멀뚱멀뚱 가만히 있으면 그런 내가 답답하다는듯 본인의 머리를 헝클이며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지금 상황파악이 힘든가본데, 당신 나 아니였으면 그 새끼들한테 이미 당했어요. 그러니까 정신 바짝차려요. 마이 안주머니에 작은 칼이 들어있으니까 위험할 때 써요. 아, 그리고 아까부터 번쩍이는 그 휴대폰부터 좀 어떻게 하고.”
정말로 안주머니에는 반으로 접힌 날카로운 칼이 들어있었고 그 칼에 제법 사람의 손때가 느껴져 더더욱 와닿았다. 1분의 시간을 준다는 우진의 말에 얼른 휴대폰으로 성우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휴대폰을 껐다. 그리고 마이 주머니에 휴대폰을 깊숙이 집어 넣으면 먼저 문을 열고 나가는 우진이었다.
「성매매, 총기밀매중. 오늘밤 마약거래. 여자들 납치,살해예정 지원요청. 위치는 추적해.」
***
조직원들에게 끌려 봉고차에 탑승하자 그들은 모든 여자에게 안대를 씌워 밖을 보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앞을 보지못하고 발걸음이 가는대로 이끌려 한곳에 따라들어가자 이내 철컥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그제서야 여자들은 안대를 내렸다.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지하실안에서 작은 목소리도 벽에 부딫혀 울렸다. 저 위에 달려있는 창문만이 밤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려줬다.
몸을 씻을만한 화장실도 마음대로 물을 마실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지하실 양쪽에 자리한 여자들은 이 사실이 익숙한듯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못보던 사람인데, 누구세요?”
그 여자들 중에서도 꽤나 나이가 있어보이던 여자가 용기를 내 나에게 물어왔다. 모두들 눈치를 보며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낯선 얼굴인 나를 궁금해하면서도 두려워했다.
“경찰입니다.”
내가 경찰임을, 이곳에 잠입한 이유를 밝히자 그제야 여자들은 내 주위로 몰려들며 도망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동안 자신들이 받은 고통, 끔찍한 일들을 털어놓고 있었지만 아까부터 점점 더 소란스러워지는 바깥 상황이 이럴 시간이 없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근데 그새끼들은 밤에 그 여자들부터 없애려고 할테니까 뭔가 일이 터졌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말고 도망가요. 알겠죠?”
그 생각이 들기 무섭게 밖에서 굳게 잠긴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이년들 다 죽이면 되는거지?”
한손으로 칼을 빙빙 돌리며 들어오는 남자의 모습에 모든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지하실 깊숙한 안쪽으로 도망갔다. 자연스럽게 문 가까이에는 나 혼자만 서있었고 칼을 손에 든 남자는 혼자 도망 가지 않는 내가 흥미로운듯 점점 나에게 칼을 겨누며 다가왔다.
그리고 남자가 가장 나에게 가까워진 순간, 빠르게 한손으로는 남자의 팔을 잡았고 한손으로는 손목의 혈을 강하게 내리쳐 손에 들린 칼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빠르게 업어치기를해 남자를 넘어트렸지만 이내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였고, 결국 나의 발차기에 머리를 강하게 맞은 남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뒤쪽의 또 다른 남자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사라져 버렸다. 겁에 질린 여자들은 지하실 안쪽에 여전히 덜덜 떨며 나를 바라봤다. 도망간 남자가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기 전에 여자들을 먼저 도망보내야 했다. 하지만 매번 안대를 쓰고 여기까지 들어오는 여자들이 이곳 건물의 구조를 제대로 알리 없었다.
“잠시 나가서 밖에 보고 올게요.”
밖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어디 갔어? 찾아!” 하는 말들이 계속해서 들려왔고 무언가를 찾기 위해 꽤나 바빠보였다. 지하에 이정도의 사람들이 있는거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여자들이 있는 지하실로 돌아가려 하면, 나에게로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바쁜 발걸음도 아니고, 여유로우면서도 간결한 발걸음 소리에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둥 옆으로 몸을 숨겼다. 그냥 지나가라, 제발.
“짭새라...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남자는 내가 이곳에 들어온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다. 그 발걸음은 나를 찾아 걷는게 분명했고 노래를 부르는 소름끼치는 소리에 작은 숨소리라도 새어나갈까 두려워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또각,또각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남자의 구두 굽 소리는 천천히 멈추었고 그 정적이 긴장감을 더했다. 금방이라도 터질것같은 심장에 숨쉬는것도 멈추면,
“왜 왔니.”
어느새 기둥 앞으로 갑자기 등장한 남자는 동요의 마지막 부분을 짧게 부르며 칼을 들고 나를 향해 내리찍었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공격을 겨우 고개를 숙여 피했다. 그 공격에 어찌나 힘이 실렸는지 손에 든 칼은 벽에 꽂히며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두동강이 났다. 남자는 쓸모없어진 칼을 바닥에 던지듯 버렸고 이내 다시 나를 향해 팔을 뻗었다.
나를 향해 힘이 가득 실린 주먹이 날아왔고 아슬아슬하게 그 주먹을 피한 뒤 남자의 무릎 뒤쪽을 강하게 발로 찼다. 남자는 순식간에 다리가 풀려 바닥으로 넘어졌다. 그 틈에 복도 끝에 위치한 소화기를 빼들었고 남자가 다시 나의 뒤로 왔을 때, 눈을 질끈 감고 크게 소화기를 휘둘렀다.
쿵-
굵직한 소리와 함께 손끝에도 아릿한 감각이 전해졌다. 하지만 분명 그 큰 충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피가 흘러내리는 머리를 손으로 잡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에게 달려들어 나를 벽에 밀치고 한손으로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점점 강하게 조여오는 남자의 악력을 이길 수 없었고 숨이 쉬어지지않는것을 물론 끊어질듯한 고통에 앞이 새까매져왔다. 남자의 힘을 이기지 못한 나는 그저 남자의 손에 매달려 발만 버둥거릴 뿐이었다.
퍽-
정신이 희미해져갈 무렵, 뒤에서 등장한 다른 남자의 발에 머리를 맞은 남자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남자와 함께 나도 바닥에 주저앉아 목을 감싸쥐었다. 콜록거리는 기침과 함께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아찔했던 순간 때문인지, 숨을 쉴 수 없어 나오는 고통 때문인지 눈가에 촉촉한 눈물이 차올라있었다.
남자는 주저앉아있는 나에게 아무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천천히 고개를 들면, 제법 거친 호흡을 내뱉는 우진이 있었다.
“늦은건 아니죠?”
먼저 손을 내민 우진의 손을 잡자, 우진은 가볍게 나를 당겨 일으켜주었다. 이리저리 방황하는 그의 눈빛이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있었지만 그의 입은 그 질문마저도 오글거리는지 입술만 달싹거릴뿐 차마 입밖으로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 여자들한테 가봐요. 나는 내려오는 놈들 막고 있을테니까.”
아무렇지않게 건네는 우진의 말에 그제야 여자들을 데리고 빨리 밖을 나가야한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빠르게 여자들이 있는 지하실로 향해야한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면, 빠르게 우진이 나의 손목을 턱- 하고 잡아왔다.
“이런건 경찰한테 있어야 어울리죠.”
그의 손에는 은색깔의 작은 총이 들려있었다. 경찰용 권총도 몇번이나 잠금장치가 잠겨있는지 확인하고 허리춤에 차는 나지만, 급박한 이 상황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대충 손의 감각으로 잠금장치를 확인하며 총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이 조직들이 총기를 사용한다는 중요한 단서였다.
총을 주머니에 넣은 나를 확인한 우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작게 웃어보였고 얼른 가보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또한 그에 맞게 몸을 돌려 여자들이 있는 지하실로 향했다.
얼마 되지않는 거리를 빠르게 달려가면 지하실의 입구에서 서성이는 한 남자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깊게 넣어두었던 우진이 준 칼을 꺼내들었다. 이곳에서는 법이고 내가 경찰이고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저 여기서 무사히 저 여자들을 데리고 도망간다는게 중요했다.
최대한 발걸음 소리를 줄여 남자의 뒤로 따라 붙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칼을 남자의 목 뒤에 겨누었다.
“멈춰.”
남자는 나의 목소리에 빠르게 뒤로 돌았지만 칼을 피한다거나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뒤를 돌아본 그의 얼굴이 제법 익숙했다.
“누나, 괜찮아요?”
다니엘을 향해 겨누었던 칼을 든 손이 점점 흔들렸다. 다니엘은 제 목에 겨누어진 칼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건지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 몸을 살폈다.
“너, 대체 뭐야.”
아직도 다니엘이 왜 이곳에 있는지, 연락은 왜 안되는지 궁금한것 투성이였고 알아낸것 하나 없이 혼란스러웠지만 차마 칼을 든손은 다니엘에게 겨눠지지 못하고 힘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다니엘의 정체가 설사 조직원이라 하더라도 나는 분명 그를 해치지 못할것임이 분명했다.
“말하자면 쫌 길어요, 내 나중에 다 설명해줄게. 일단 이 여자들 내보야죠.”
매번 형사인 나보다도 냉정한 판단을 가진 다니엘은 혼란에 빠진 나를 다시 현실로 데려왔다. 검은 정장을 입은 다니엘의 등장에 잔뜩 움츠려있던 여자들은 내가 모습을 보이자 안심하는듯 모두 지하실 밖으로 따라나왔다.
“다니엘, 먼저 가있어.”
“같이 가야지. 무슨 소리에요, 그게. 지금 거래할 마약도 사라지고 누나가 잠입한거 알아서 난리다. 곧 일로 다 몰려올꺼니까 빨리 가요.”
우리의 탈출을 돕기라도 하듯 건물 밖에서 사이렌 소리가 강하게 울렸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지는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성우가 제대로 해낸 모양이었다.
“데리고 갈 사람이 있어. 금방 따라갈게, 여자들 데리고 먼저 가.”
짧은 말을 남기고 등을 돌려 긴 복도를 달렸다. 나를 붙잡아야 하나, 이 많은 여자들을 밖으로 안전하게 내보내야 하나 고민에 빠졌던 다니엘은 이내 여자들을 데리고 빠르게 밖을 향해 달려갔다.
이곳을 나가기 전, 우진을 데리고 가야한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 덕에 여자들을 안전하게 내보낼 수 있었던것도 사실 이지만 그의 알 수 없는 눈빛이 자꾸만 불안 했다. 마지막으로 우진을 만났던 곳으로 달려가면, 그곳에서 내려오는 놈들을 막겠다던 우진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대신 창문 너머 건물 밖에 도착한 경찰차 앞에 여자들이 모여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 입구에서는 경찰들과 조직들의 싸움이 대립되고 있었지만 여자들이 탈출 했으니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짭새가 여기 있었네.”
창문 밖의 상황에 너무 신경을 썼을까, 어느덧 내 앞에 쇠파이프를 어깨에 걸치고 나를 보는 조직원이 눈앞에 들어왔다. 아무리 혼자라지만 그를 상대하다 소란스러워지면 다른 조직원들이 몰릴까 두려워 빠르게 뒤를 돌아 달렸다.
하지만 곧 뒤쪽을 막아서는 또 다른 조직원으로 인해 내 발걸음은 얼마 가지못하고 멈추어 섰다.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들여.”
“생각보다 너무 더러워서 발을 들일곳이 못되긴 하더라.”
앞,뒤 모두가 자신들에 의해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오히려 도발적인 나의 태도에 한 조직원이 땅에 침을 퉤-하고 뱉었다.
“밖에 이미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어. 괜한 힘빼지말고 순순히 따라온다면, 적극적인 수사 협조로 형량 정도는 적게 받아내줄 수 있어.”
어떤 상황에서든 절대 범인에게 기가 꺾여서는 안된다는 선배들의 가르침 때문일까, 두려운 마음과는 달리 도발적이고 강한말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말에 자극을 받은 남자는 결국 입에 욕을 담으며 쇠파이프를 나를 향해 휘둘렀다.
몸을 옆으로 해 겨우겨우 쇠파이프를 피하면, 또 다른 한 남자가 곧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코끝을 스칠것같은 아슬아슬한 거기로 주먹까지 피했고, 작은 틈으로 그의 명치까지 강하게 내려쳤지만 강한 맷집으로 다져졌을것 같은 그는 잠시 콜록거릴뿐 이내 멀쩡해졌다. 그리고 그런 나의 공격에 더 화가 뻗친듯한 남자가 나를 향해 다시한번 주먹을 올렸다.
“이년이!”
퍽-
그 남자가 나에게 다가오기 이전에 남자는 뒤에서 날아오듯 발차기를 날린 다니엘에 의해 앞으로 고꾸라졌다.
“뭐야. 너 이새끼, 한 편이였어?!”
또 다른 남자는 자신들을 공격하는 다니엘을 보고 흥분한듯 이리저리 쇠파이프를 흔들었지만 곧바로 쇠파이프를 잡아 그것으로 자신을 공격해오는 다니엘에 의해 정신을 잃었다.
더이상 남자들이 일어서지 못하자 다니엘은 쇠파이프를 그대로 바닥에 던졌고 파이프는 바닥에 떨어지며 제법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러든 말든 다니엘은 내 손목을 잡고 빠르게 출입문쪽으로 향해 달렸다.
“거기까지 하시지.”
코너를 돌아 출입문 하나만을 남겨두었을 때, 입구쪽에는 두,세명의 남자들이 입구를 지켰고 그 뒤로 스무명은 되어보이는 남자들이 기다렸다는듯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그 남자들 옆에는 피투성이가 된 우진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용기가 가상하긴 한데, 이제 물건을 돌려줘야 겠어.”
내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하자 이내 남자는 우진의 머리채를 잡으며 “이 새끼가 빼돌린 물건.” 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그제야 우진이 이런건 경찰에게 잘 어울린다며 건네주었던 총이 생각났다.
“누나, 도망가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익숙한 말이 들려왔다. 다니엘을 바라보면, 그때 그 눈빛, 그 말투, 입고 있는 옷 모든것이 똑같았다. 바보같이 왜 몰랐을까, 그제야 내가 어떤일에 뛰어든건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의 주머니에 든 총이 어떤 총이인지도, 그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그리고 다니엘이 곧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지도. 왜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건지, 바보같이 왜 이제야 깨달아버린건지. 눈앞에 놓인 상황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누나, 입구에는 사람 별로 없으니까 내가 시간 벌어주면 누나가 도망가요.”
자꾸만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꿈에서 만난 다니엘의 모습이 눈물이 차오르면서 저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내가 봤단말이야, 내가 봤는데 어떻게 그래. 다니엘의 팔을 잡은 손에 다니엘을 놓치지않겠다는 마음처럼 힘이 꽉 들어갔다.
떨리는 나의 손을 본 다니엘이 따뜻하게 나의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내 눈높이를 맞추며 말을 건넸다.
“누나가 여기 있는것보다 혼자 싸우는게 편해요. 그리고 누나가 빨리 나가서 밖에 경찰들 불러오는게 내를 위한 거에요. 그리고 그 마약든 총 진짜 누나가 들고 있으면, 더더욱 나가서 증거로 제출해야죠.”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다니엘은 마치 아이를 다루는 양 나를 달래왔다. 이상하리만큼 늘 다니엘에게 의지하게 되고, 다니엘 앞에서는 냉정한 판단을 잃고 바보같은 행동을 하는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했다. 이 총을 빼앗길 수 없었고, 이 총을 뺏긴다면 다니엘도...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게 분명 했다.
“그러게 도망가라고 했을 때 갔으면, 쟤도 정신 잃는걸로 끝났을텐데 너 때문에 죽어버렸잖아.”
저런 놈들의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다니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저 남자의 말대로 도망가는것, 총을 뺏기지 않는것,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경찰을 불러오는것이었다.
조직원들은 그런 우리가 가소롭다는듯 쳐다보고 있었고, 이 상황에서도 특유의 미소를 잃지않는 다니엘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제야 다니엘은 “착하다.”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그 손길을 놓을 수 없어서 더 강하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둘,셋.”
다니엘이 짧게 신호를 보냈고 그와 동시에 다니엘은 입구를 막고 있는 남자들을, 나는 그 틈을 헤집고 달렸다. 다니엘은 빠르게 두명을 쓰러트렸고 도망가는 나를 잡아오는 한명은 빠르게 뒤돌아 손을 쳐낸 내가 급소를 차버리자 꼼짝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엎어졌다. 그리고 고민할 틈도 없이 문 밖을 향해 달렸다.
출입문 유리문에 비친 다니엘은 홀로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내고 있었다. 그런 다니엘을 돌아볼 틈도 없이 문을 열자, 문 밖에는 조직원들과 경찰들이 모두 섞여 들어가기 위한, 막아내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문쪽을 지키던 조직원들이 안에서 튀어나오는 나를 발견하자 나에게 달려들었다. 한명은 배를 발로차 밀어냈고, 한명은 옆에 있던 쇠파이프를 던져 나에게 오는 것을 잠시 밀어냈으나 안에서부터 꽤 많은 놈들을 상대해온 나라서 이제는 힘이 딸리는게 느껴졌다.
또 다른 한 남자가 나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이번에는 결국 그 주먹을 빠르게 피하지못했고 그 주먹을 맞자, 남자는 넘어진 나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높이 들었다. 꼼짝 없이 저 주먹을 그대로 담아내야했다.
빠르게 내려오는 주먹에 눈을 꼭 감으면,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 대신 다른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면, 나를 때리려던 남자는 바닥에 넘어져 있었고 그 남자위에 올라탄 황형사님은 그대로 주먹을 그 남자에게 내리 꽂았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다른 조직원들도 왜 황형사님이 현장 담당인지를 보여주듯 긴다리를 이용한 발차기와 빠른 주먹으로 순식간에 제압해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넘어져있는 나에게 다가온 황형사님은 조심스럽게 나를 일으켜 경찰차쪽으로 부축했다. 하지만 경찰차를 향해 가는 동안도 내가 그 총에 든 마약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은건지 많은 조직원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 때문에 몇걸음 가지도 못하고 황형사님은 홀로 몰려드는 조직원들을 감당해내고 있었다. 나 또한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다가오는 조직원들을 상대하면, 빠르게 나의 뒤로 나가오던 남자가 옆에서 강하게 발로 차버린 누군가에 의해 날아나듯 밀려났다.
가장 먼저 성우가 달려와 다른 조직원들을 상대했다. 괜찮냐는 그런 말들 보다도 수많은 말을 담고 있는 성우의 눈빛을 보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성우의 뒤를 이어 하형사님도, 다른 형사님들도 이내 대형을 정비해 나를 보호해주셨다. 덕분에 빠르게 경찰차가 있는 안전한 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빠져나와 한데 섞여 싸우는 그들을 바라보자, 정말 아비규환 그 자체 였다. 물론 인원수에 밀리는 조직원들은 하나, 둘 건물 안으로 도망가고 있었지만.
“괜찮아?”
아까 맞은 주먹으로 인해 조금씩 피가 새어나오는 입술을 보며 황형사님이 조심스럽게 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눈이 마주치자 나처럼 피어오르는 감정을 감당해내지 못하는걸까, 황형사님은 아무말없이 나를 꼬옥 안아왔다.
둘 다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었지만 황형사님의 따뜻한 온기가 이제 끝났다고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황형사님, 안에 다니엘이 혼자 싸우고 있어요. 얼른 구해야..”
“알아. 내가 할게.”
다급한 나의 말에도 나를 먼저 경찰차 안으로 들어가게한 황형사님은 블루투스 무전으로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황형사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놈들의 건물안으로 많은 경찰들과 특수부대가 들어갔다. 많은 조직원들이 힘없이 검거되는걸 눈으로 보고서야 안심이 되어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제야, 깊은 한숨과 함께 긴장이 풀렸다. 뒤늦게 느껴지는 아픔들과 아찔해지는 정신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형사님들을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거칠게 일어난 흙먼지가 차분해지듯 이내 나의 숨소리도 점점 차분해지고 있었다.
❤️소중한암호닉❤️
[정태풍][꼬꼬망][@불가사리][참새랑]
[여울][마요][꼼데민현][강댕땡]
[배낭맨소녀][후렌치후라이][강낭][문달]
[황달][녤니짱][새벽이슬][백지]
[809][지오][포로링][루지]
[0209][황소][뜻산][0118]
[황밍횽][민민][뿡치버섯][듐]
[1010][구르밍][친9][릴라이]
[9094][여름][어도러블][몽구]
[킹제77][푸린][박쏠로][체리콕]
[맑음][꾸까][소리없는아우성]
[발암과함께사라지다][0226][센터]
[뿜뿜이][그리즐리][블루22][째로베로스]
[우리샘][영휴][복숭아자두][금우]
[황제호빵][포테이토피자][굥뷰죰햬][홈런볼]
[콩너블][코난][포도][퍼플]
[얼음][몰랑몰랑][두부햄찌][우리원부인]
[CR][슈퍼파워황제][뱃살공주][블루황]
[리본][톨비][도리][곱대][머스크]
[1232][홀롤로][황형사의향수][녜리요정]
[황꽃][황배박하][쥬니랍][지망]
[수다링] [전지적여우시점][만두만두][마니]
[짱요][비누냄새][ㅇㅇㅈ][쿱]
[사용불가][줄리][안눙눙][둥둥]
[샤프] [feat.][배배][비회원]
[즈쿠][나나나][다니][너끼돈]
[옹성우][#0809][토마토마조아][박참새짹]
[버드][다니][뷔밀병기][오늘도행복해]
[온새미][초록딸기][촬뤼][밀혜]
[겨울][텍스트황][코코][뿐뿌니가조아요]
[탱자][파랑토끼][황베리][옹황]
[다민][봐봐봐][당근][월이]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댓글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