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알찬(27세,열성 알파)
L병원에서 근무했지만 스카웃 제의를 받고 이씽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옮겨와 백현의 진료를 맡게 된다.
유독 형인 찬열에 대해 열등감이 심하다.
덕분에 찬열과 사이가 좋지 않고, 내색하지는 않지만 백현도 알찬을 그닥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다.(물론 알찬 도 내색은 안하지만 백현을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다.)
찬열을 만날때마다 입버릇 처럼 '형이 모든걸 잃고 무너졌으면 좋겠어'라 말한다.
...뜬금없이 이걸 올리는 이유가 뭘까요?ㅎㅎㅎ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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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랑이
두부
실밥 모과 짜요짜요
첫눈
찬열아,치즈
뽀송뽀송
밍밍이루루
초두 우니 너구리 빠삐코 진지모드 하튜하튜 팬팬 아이린 슈슈몽 갸또 훠궈 칙촉 백구 빵야 토깽이 핑구 니냐 오구오구 우동 오레오 됴덕이요 가그린 그냥그렇게 |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
"...휴가요?"
"어,어.부모님도 뵙고 오고 잠시 쉴겸 휴가를 좀 길게 냈대.그래도 너 출산할때까진 오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속으로 한구석이 살짝 찔렸지만 첸은 애써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사실 백현은 불규칙한 주기 덕에 출산 예정일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물론 운이 좋으면 정지기간이 끝나고 나서 출산을 할수도 있겠지만 - 첸 과 찬열은 이렇게 되길 간절히 빌고 있다. - 운이 나쁘면 그 전에 산통이 올수도 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에는 흔히들 말하는 칠삭둥이,팔삭둥이 가 되거나 사산되어서 나올수도 있고. 백현은 첸의 말에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물을 한모금 마셨다.
"근데 그러면 저는 다른분한테 진료받아야 되겠네요?"
"글쎄,아마도 그러겠지?얘기 들어보니까 그쪽 병원에서 유능한 의사 하나를 스카웃 해서 우리쪽으로 붙였다고 하더라고."
"진짜요?"
"어.이따 이쪽으로 온다고 했으니깐 그때 보면 되겠네."
백현은 미소를 지으며 언제나 그랬듯이 배를 쓰다듬었다.
"아,맞다.나 친구랑 약속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게.이따 의사분 오시면 인사 드리고,응?"
첸은 근처에 내려놨던 코트를 다시 입으며 밖으로 나갔고 백현은 여전히 침대에 앉은채로 손을 흔들어 첸 을 배웅했다.
* * *
"이씽-!"
"아따,학상.거 집 사는 총각 일주일째 안나오고 있당께!글고 나가 시끄럽다고 한건 워데로 알아들은겨?어?"
자신에게 한바탕 호통을 치고 가시는 아주머니께 죄송하다 인사한뒤 문을 두드려대던 손을 거둔 첸은 한숨을 쉬며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벌써 일주일째 이씽이 집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처음 이삼일은 그러려니 했지만 사일차에 접어들때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이씽의 집을 찾아갔을땐 이씽 대신 며칠째 이씽이 집에서 나오고 있질 않다는 소식 뿐이었다. 혹시나 나쁜 생각을 했을까봐 카톡을 보냈을때 재깍재깍 은 아니지만 1 이 사라지는걸로 보아 해선 안될 행동을 한건 아닌것 같아 한숨 놓을수 있었지만 여전히 나오지 않는 이씽덕에 첸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심지어는 퇴근후에 찬열이 들러서 문을 열라 했음에도 열지 않으니. 첸 은 벌써 이곳에 도착한지 1시간이 넘어감을 알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려 손을 올렸다.
"이씽-!한번만 나와봐!듣고 있어?이씽-!ㅇ,"
순간, 안쪽에서 딸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문이 열리고 전과는 다르게 초췌한 몰골의 이씽이 문 밖으로 나왔다. 첸 은 이씽이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았음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심각한 이씽의 몰골에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 일주일 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목이 늘어난 티와 트레이닝 복 바지를 입고있는것은 그렇다 쳐도 머리카락은 심각할 정도로 푸석해져 있었고 피부는 한번 뒤집어 지기라도 했는지 여드름 비스무리 한것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이씽의 너머로 얼핏 보이는 거실에는 꽤나 많은 양의 술병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무래도,생각보다 받은 충격과 스트레스 가 큰 듯 했다.
"..."
"..."
서로 마주 보고 있음에도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이씽은 말없이 고개를 숙인채 담담하게 서있었고 첸 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결국 찬 바람에 소름이 돋았는지 팔을 몇번 문지른 이씽이 첸 에게 들어오라 말하면서 침묵은 어느정도 깨질수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와 술병을 대충 한쪽으로 치운뒤 자리를 잡고 앉은 첸은 그래도 손님이라고 주스라도 한잔 주겠다 말하는 이씽을 만류한뒤 자리에 앉히고 궁금한 것을 하나둘씩 묻기 시작했다.
"...괜찮아?"
"...예상 못한거는 아닌데,직접 당하니깐..."
이씽은 말을 더 잇지 못하고 헛웃음만 지었다. 무어라 위로해줄 말도,분위기를 바꿀 말도 없었던 첸 은 마른 입술을 혀로 살짝 축이고 말없이 앉아있는 것 외에는 할수 있는게 없었다. 대화거리를 찾아보려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던 첸 은 자신이 치워놨던 술병들이 생각났는지 이씽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술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평소에는 속 버린다고 많이도 안마시더니."
"그냥...마시게 되더라구요..."
더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씽에 자신이 주제 선정을 잘못했다는걸 깨달은 첸 은 어찌할줄을 몰라 하며 다른 주제를 찾으려 애썼지만 마땅히 말할것이 없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씽은 고개를 숙인채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 * *
"그래서,오늘 그 의사가 오늘 온다고?"
[어.첸 형이 오늘 온다고 말해줬어. 근데 너도 진짜 누군지 몰라?]
"나도 그 부분은 들은게 없어."
그렇구나,하며 우물 거리는 백현의 목소리에 찬열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진작에 오해하지 말고 잘 해줄걸,하는 후회까지 들 정도 였다. 또 다시 잠이 오는지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백현에게 자라고 말한뒤 전화를 끊은 찬열은 하고 있던 서류 작업을 이어서 하려 잠시 벗어놨던 안경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때, 찬열의 휴대전화가 다시 부르르- 진동소리를 내며 떨렸다. 백현이 다시 전화한것인가 싶어 액정을 확인했지만 안타깝게도 백현은 아니었다. 찬열은 아까전까지만 했어도 웃고 있던 표정을 굳힌뒤 전화를 받았다.
"박찬열 입니다."
[접니다.]
병원장이었다.
[말씀 하셨던 대로 저희 측에서 최고의 의사분을 스카웃 해서 전담 주치의로 배치 했습니다. 지금 간단히 인사도 드릴겸 댁으로 가고 있으니 알아 두시라고 전화드렸습니다.]
자신보다 30살이나 어린 사람에게 존대를 쓰며 굽신거리는 꼴이 영 껄끄러웠다.
"알겠습니다. 혹시 그 의사분이 누군지 알수 있을까요?"
[아...그게,그 분이 사실 어차피 구면이니깐 안 말해도 상관없을거라고,]
"구면?"
[ㄴ,네,네.그리고 우선 그분이 자기에 대해서 말해드리는걸 거부하셨습니다.]
병원측에서 스카웃 한 의사면 분명 초면이 틀림 없을텐데,게다가 자신은 이씽을 포함한 5명의 전담 주치의 를 제외 하곤 딱히 의사들을 만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고로 그 의사와 자신이 구면 일수는 없었다. 찬열은 병원장의 말을 잠시 곰곰히 생각해 보다가 결국 이렇다 할 사람이 없었는지 전화를 끊고선 다시 일에 열중했다.
* * *
[어머,어머.잘됐다-.그러면 마침 너 집이랑 병원이랑 멀다고 했으니깐 찬열이네 집 들어가서 살면 되겠네-.]
가증스럽다.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도 열매랑 잘 살고 있으니깐."
[그래?그럼 니 마음대로 해.]
역겹다.
"...지금 집 앞이에요.끊을게요."
[어,그래-.찬열이 만나고 나중에 또 전화 줘-.]
자신의 형은 자신에게 관심도 없는데 자신은 그런 형을 위한 전담 의사가 되서 형을 도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올라오는 역겨운 기분에 알찬은 들고있던 가방을 다시 고쳐맸다. 우성알파로 태어난 형,그리고 열성으로 태어난 자신과 쌍둥이 동생 열매. 형에게만 쏠리는 막대한 관심과 지원에 자신도 어떻게든 형처럼 되어보려 악착같이 공부했고 끝내 의사 라는 직업을 얻었지만 결국 얻은 것은 '어머-,우리 아들 대단하네'하는 어머니의 관심과 간혹가다 어떻게 지내냐는 짧은 안부전화 몇통,그게 끝이었다. 그나마도 사진작가 가 된 열매 는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그리고 그 짧은 안부전화 속에서도 어머니는 언제나 '찬열'을 언급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어디서 사는지, 심지어는 몇살인지도 모를 그 형 이 뭐가 좋다고! 매일 같이 입버릇 처럼 되새기던 '형이 모든걸 잃고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알찬은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네,누구세요?]
"...이번에 주치의 를 맡은 사람입니다."
끼익-하는 소리 와 함께 자신의 키보다 더 커다란 현관문이 열렸다. 알찬은 방금전에도 고쳐 맨 가방을 다시한번 고쳐매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언젠간 형의 눈앞에서 자신이 매일 곱씹었던 말을 할수 있길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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