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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여우 우지호 third

 

“어디 가? ‥어디 가는데!”

 

묵묵히 앞에서 걷기만 하는 지훈의 뒷통수를 노려다보던 지호가 파다닥 달려가 지훈의 앞을 막아섰다. 지호가 걸치고 있는 민트색 야상 한 쪽이 터져서 솜이 튀어나온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지훈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지호와 시선을 마주했다. 지호의 등 뒤에서 살랑거리던 꼬리는 없어진지 오래였다.

지호는 여우에서 사람으로 변한 뒤에 영문도 모르고 지훈의 손에 의해 집에서 끌려나왔다. 그 전에, 반팔 차림의 지호에게 지훈은 야상을 입혀주었고 지호는 입기싫다며 바락 바락 대들다가 결국 야상이 찢겨져나가버렸다. 불행이라면 지호와 지훈이 실랑이를 벌이며 낑낑거리는 장면을 가정부가 봐버렸고, 다행이라면 가정부는 ‘어머, 도련님 친구 분이신가봐요.’ 하고 넘어갔다는 것이였다. 지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간다.”

“‥학교가 뭔데?”

 

눈을 꿈뻑이는 지호를 바라보는 지훈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너, 바보냐? 잔뜩 인상을 구긴 지호가 아니라고 반박을 하기도 전에, 지훈은 지호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버렸다. 머리를 긁적이던 지호는 지훈을 놓칠세라 다시 급하게 뒤를 쫓아갔다.

버스정류장에 다 다른 지훈이 멈춰섰다. 덩달아 그 뒤를 쫓아가던 지호도 멈춰섰다. 지훈이 뒤를 돌아 무어라 소리라도 치려 입을 여는 것 같길래, 지호는 잔뜩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동정심을 유발했다. 지훈은 열었던 입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돌렸다. 곧 이어 버스 한 대가 도착하고, 지훈은 버스에 올랐다. 지훈이 뒤를 돌아 암묵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너, 따라타면 죽는다. 지호는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지호가 아니였다. 버스가 곧 출발하려 문이 닫기려하자 지훈은 안심하고 고개를 돌렸고, 그 때 재빨리 지호가 버스 문에 뛰어들었다.

 

“요금 안내?!”

 

그대로 요금기를 지나쳐 지훈에게 다가가려던 지호는, 기사 아저씨가 호통치는 바람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문이 닫히려는데 뛰어들더니, 요금까지 까먹고 가려고하니 단단히 화가 나신 것이다. 덩달아 자리에 앉아 지호를 가만 지켜보던 지훈도 깜짝 놀랐다. 요금이‥ 뭐야? 지훈을 바라보는 지호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지호가 애꿎은 입술을 물어뜯으며 가만히 서있자 결국, 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명 더요.”

 

지훈이 교통카드를 한 번 더 찍고 나서야 버스는 출발했다. 지훈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버스 맨뒷자리에 앉았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라도 구경하며 무료하게 등교시간을 보내려 시선을 돌리는데, 앉지않고 비틀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지호에게 아니꼬운 눈빛을 보내는 기사 아저씨가 눈에 안 밟힐리가 없었다. 지훈은 벌써 두번째 한숨을 내쉬었다. 작게 지호에게 손짓을 했다. 지훈과 눈을 마주한 지호가 환하게 표정을 피며 곧바로 지훈의 옆에 달려왔‥

 

“야!”

 

지훈이 소리치며 지호를 급히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지훈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이목이 순식간에 집중됐다. 하, 하하‥ 어색하게 웃는 지훈의 손 밑에는 지호의 꼬리 하나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이거, 안 집어넣어? 지훈이 어금니를 꽉 깨문채 복화술로 말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지호가 금세 꼬리를 숨겼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네.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지훈이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빠르게 달리는 버스 창 밖으로 바쁜 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그 중에는 지훈이 입은 교복과 같은 옷을 입은 학생들도 몇 보였다. 버스가 멈추고, 다시 출발하고, 또 다시 멈추고를 반복하다 지훈이 버스 벨을 눌렀다. 삐, 거리는 소리가 버스 안에 울렸다. 지호는 버스가 달리는 동안 의문이 들 정도로 그저 조용히 지훈의 옆에 앉아있었을 뿐이였다. 지훈이 먼저 일어서고, 지호도 따라 일어섰다. 버스 뒷문이 열리고, 지훈이 내렸다. 지호도 버스에서 내렸다.

 

“여긴, 이 옷 입은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어. 저기 보이지?”

 

지훈이 저 멀리 보이는 교문을 가리켰다. 정말로 약간의 차려입은 모양새는 다르지만, 지훈과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호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제 저길 들어갈거야. 지호가 느리게 고개를 내저었다. 딱콩, 지훈이 지호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지호가 끙끙거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제, 네 집에 가. 우리 집말고, 너네 집. 가만히 서있는 지호의 어깨를 돌려 밀어냈다. 이어 지호의 몸에 하얗게 털이 생겨나고 몸집이 작아지더니 금세 여우로 변해버렸다. 지훈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지호와 지훈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사람은 없었다. 지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훈이 빨리 가라는 손짓을 해보이자 그대로 저 멀리 뛰어가버렸다.

 

“‥네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꿈 꾼거라고 생각할게.”

 

한참동안 지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던 지훈이 몸을 돌렸다. 왠지 모르게 자꾸만 머리가 아파왔다.

 

 

지훈과 헤어졌던 그 장소는 지호의 집과 꽤나 가까운 장소였다. 그래서 지훈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몇 번 봤었기에 그 옷을 입은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지훈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와봤던 기억을 되짚고, 또 집 냄새를 맡아가며 뛰어가다보니 금세 지호의 집이 눈 앞에 나타났다. 지호는 뛰어가는동안에도 자꾸만 지훈이 생각났다. 자신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도 그렇게 담담하게 행동한 사람은 처음이였다.

아니, 따지고보면 지훈도 그다지 담담한 편은 아니였지만‥ 적어도, 구미호라던가 귀신이라던가 소리에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거나 전혀 효능없는 부적을 지호의 이마에 떡하니 붙여놓던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꽤나 담담한 편에 속했다. 다시 볼 수 있을까? 지호의 머릿속에 의문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집 담벼락을 뛰어 넘어간 지호가 안전하게 마당에 착지했다. 마침 화단에 물을 주고있던 엄마가 지호를 발견하곤, 허리에 양 손을 얹은 채 지호에게 몸을 돌렸다. 단단히 뿔이 난 표정이였다.

 

“너‥ 엄마가 외박하지말라그랬지!”

 

사실 지호가 외박하는 일은 더러 있는 경우였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 지호였기에 고양이들과 놀다가 지쳐 고양이 집에서 잘 때도 있었고, 또 지훈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지호를 안아들고 집 안으로 들어간 적도 물론, 한 두번 있는 일이 아니였다. 지호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하더니 마당에 고여져있는 흙탕물에 혓바닥을 내밀었다가 엄마가 호스를 지호에게 향하게 하고 물을 트는 바람에 그대로 물을 뒤집어썼다.

파르르, 몸을 떤 지호가 다시끔 사람으로 변했다. 지호의 머리칼에서 물이 뚝, 뚝 떨어졌다. 민트색 야상도 젖어 진하게 변해있었다.

 

“아, 뭐야. 엄마!”

 

엄마는 능청스럽게도 다시끔 호스를 돌려 화단에 물을 주는 척했다. 힐끔 지호를 쳐다본 엄마가 말했다. 너, 옷 안입잖아. 불편하다고. 엄마가 손을 뻗어 지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선 야상을 벗겨내었다.

 

“그냥‥ 어떤 사람이 줬어. 근데, 엄마.”

 

물을 먹어 무겁던 야상이 벗겨지자 지호는 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호는 야상을 들고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뒤를 쫓았다. 집 안으로 들어간 엄마는 오븐에서 커다란 오븐용 접시를 꺼냈다. 지호는 식탁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 옷 좀 갈아입고 와. 물 떨어지잖니. 쿠키 먹을래? 지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엄마가 젖게 해놓고선‥. 지호가 투덜거렸다.

 

“엄마, 학교가 뭐야?”

“인간들이 수업 받는 곳.”

 

엄마가 쿠키를 예쁘게 접시에 담아내더니 커피를 따라와 지호의 맞은 편에 앉았다. 안 먹는다고 했지만, 막상 눈 앞에 쿠키가 놓이니 군침이 도는 지호였다. 은근슬쩍 쿠키에 손을 대니, 엄마가 지호의 손을 내치며 말했다. 어디서 젖은 손으로. 당장 가서 옷도 갈아입고! 손도 닦고! 지호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근데, 나도 거기 들어갈 수 있어?”

“학교? 거긴 인간들만 갈 수 있는데‥ 지호, 너. 인간 되고싶구나?”

 

엄마의 말에 지호가 발작하듯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미쳤어? 내가 멍청한 인간따위가 왜 되고 싶어해!”

 

빽 소리를 지른 지호가 급하게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아님 아닌거지‥. 지호의 엄마가 고고하게 커피잔에 입을 가져갔다.

벽 전체가 통 유리로 되어있는 곳으로 햇살이 들어와 거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웠다.

 

 

 


트리플망고

 

 

천년여우 우지호 암호닉

♥떡덕후님♥ ♥바게트님♥ ♥주황님♥ ♥뽀뽀틴님♥ ♥규요미님♥

♥폰님♥ ♥앨리스님♥ ♥이불님♥ ♥해바라기님♥

암호닉은 연재하는 픽에 따로따로 다 받고있어요☞☜..

혹시나 안보시는 픽인데 암호닉 올리면 조금 그렇지않을까해서..

하여튼! 비회원님들도, 어떤 암호닉도 다 받고있으니

언제나 암호닉 신청해주세요(^-^)

 

지난 화에 덧글 달아주신 15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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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떡덕후예요 ㅋㅋ 코코콬코 재미이ㅛ어라ㅠㅠㅠ짱이에요 ㅎㅎ
11년 전
독자2
ㅋㅋㅋㅋㅋㅋ아재밌어요 작가님 지로도 학교 다녀랄힣힐
11년 전
독자3
글글마다 암호닉식청을 해야....글에 써지는군요....고빠로 신청함미다....블락비팬픽은 처음보는 연재라 더더욱 기대댐미다!!!
11년 전
독자4
아 진짜 완전 좋다 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5
헐 천년여우 우지허 업뎃되서 싱나라하고 보고있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 마지막에 비회원도 암호니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겨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겨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 군만두로 신청할께여!ㅠㅠㅠ 암호닉이 군만두인 이유는 작가님제방에 납치해와서 군만두맥이면서 글보고 싶어섷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비회원까지 받는다니 감자함니다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6
으앟ㅎㅎㅎㅎㅎㅎ 완전귀엽네요지호ㅋㅋㅋ 잘보고갑니당ㅎㅎ 잇힝
11년 전
독자7
아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재밌어요ㅠㅠ지호진짜귀여워요ㅠㅠㅠㅠㅠ저 암호닉신청할께요!!노랭이요!!지호가 지훈이랑 학교다니면 재밌겠어욬ㅋㅋㅋ기다릴께요!!잘보고가요~
11년 전
독자8
이야 지호가 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유ㅓ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너무 지호귀여워요 ㅋㅋㅋㅌㅋㅋㅋ
11년 전
독자9
앨리스예요~ 지호 귀요미 저런 여우라면 키우고 싶을것 같아요ㅜㅜㅜㅜㅜㅜ 진짜 너무 좋아요 잘보고가요~
11년 전
독자10
뽀뽀틴) 지호야...학교가 학맇ㄱᆞ학핳ㄱ ㅋㅋㅋㅋ 아니면 여우인채로 지훈이 가방안에 들어가서 학교가는것도 재밌을거같아욬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11
폰이에요!!!!!지호가...학교...흐헤....학교에가서...헿.......재밋겠다!!!!!!!지훈이가방열였는데 지호가 막 끼잉끼잉소리내고 지훈이발견 올ㅋ 우지호여깄냐???이러고 달다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담편기대할게요!!!!뭔글을썼눈지모르겠어요....헿
11년 전
독자12
바게트예요! 진짜 짱이예요ㅠㅠㅠㅠㅜ 제가 이거 시간없어서 좀이따 봐야지하고 쟁여놨는데 깜빡하고 이제보네요..이런 진짜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ㅜ지호야ㅠㅠㅠㅠㅠ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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