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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서영호] 최악의 이웃 7~8 | 인스티즈 

 

 

 

 

최악의 이웃 

w.문달 

 

 

 

 

 

 

 

 

 

 

 

 

 

 

 

 

 

 

 

 

 

요새 인턴과 부서장이 붙어먹는다는 말이 김미영 대리 귀까지 기어들어갔는지 안 그래도 쌀쌀맞은 그녀와 나 사이에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쳤다. 

 

 

"우린씨, 대답을 왜 그렇게 해?" 

 

 

 

무조건 죄송합니다, 라고 말한 뒤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도대체 누가 나에 대해 함부로 지껄이고 다녔는가를 생각했다. 동환씨를 제외한 다른 남자 입사 동기들은 되도록이면 피하자주의 였고, 여사원들은 내 앞에서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기 바빴다. 서사모에 나가지 않게 된 지는 꽤 됐다. 어쨌든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거니까 난 그들 모두를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밖에 없을거고, 그게 불편해서 더 이상 끼지 않겠노라 말하곤 옥상에 출입 자체를 하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내게 욕을 한다거나 유치하게 괴롭히는 이들은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 있어도 나만 독립적인 공간에 있다고 느껴질만큼 투명인간, 불접촉인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게 나은건 절대 아니었다.  

김미영 대리는 나를 쥐 잡듯이 잡아대고, 나는 여전히 범인을 못 찾고 있어 답답하고 꽉 막힌 상황이다.  

 

조영준 대리가 부탁해서 탕비실에서 녹차 티백을 찾고 있는데, 통로처럼 사용해 지나가던 한 여사원이 내 옆을 지날 때 걸음이 굼떠지더니 기지 않고 서서는 쭈뼛거렸다. 내게 필히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뒤돌아 말없이 쳐다보니 저기.. 하고 입을 연다.  

 

 

 

"우린씨, 할 말이 있는데요."  

 

 

 

 

그녀는 심하게 좌우를 살피며 내게 더 가까이 와 붙었다. 나는 티백 봉투를 까다 만 채로 그녀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저 누군지 아시죠? 같이 서사모에 있었잖아요.지금은 저도 나왔지만." 

 

 

 

 

 

"아..네."  

 

 

 

 

 

"저 서영호 부서장님 좋아했어요. 지금은 완전 포기했지만..그래서 서사모 나간 것도 있구.." 

 

 

 

 

 

"그 말을 하는 이유가 혹시 저랑 부서장님이랑 사귀는 사이다 뭐다 하는 소문 때문이에요?"  

 

 

 

 

 

 

그녀가 머뭇거리는 걸 보니 아예 틀린 말은 한 건 아닌가보다. 나는 어느새 짝다리를 짚고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녀를 혼내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 탕비실로 들어오려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바로 나갔다. 또 루머 하나 생성이겠구나,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건."  

 

 

 

 

 

"저,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뜸들일 시간이 없어요."  

 

 

 

 

 

"서사모에서 했던 얘기 퍼뜨린거 우동환씨예요. 제가 들었거든요, 자기 사수한테 서사모에서 우린씨가 부서장님 얘기한 거. 제가 직접 보고 들은거라 아무도 몰라요. 우동환씨에게는 제가 말했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리 믿음직스럽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도끼에 발목을 날린 기분이다. 착잡한 마음은 달래지지도 않고, 녹차를 얼른 타서 조 대리에게 갖다주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다.  

 

 

 

 

"우동환 이 인간을 어떻게 박살내지..하! 진짜 어이가 없네."  

 

 

 

 

 

그래놓고 나한테는 자기가 한 게 아닌 것처럼 말을 했다. 그러고보니 제일 처음 말해준 것도 우동환이었다. 이거 완전 개새끼 아니야? 마침 전화 진동이 울렸고, 나는 이름도 보지 않고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었다. 

 

 

 

 

"여보세요." 

 

 

 

 

-얘, 너 영호랑 사겨?  

 

 

 

 

 

한동안 잊고 살았다. 엄마가 얼마나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군인지.  

안 그래도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 와중에 엄마가 옆에서 손수 부채질을 부쳤다. 힘줄이 선 이마를 매만지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낮은 어조로 말하니 내 기분도 모르고 엄마는 눈치 없이 대신 김칫국을 마셨다.  

 

 

 

 

-너 어디가 그리 좋대니? 아니, 너는 왜 옆집에 영호 산다고 말을 안 해? 알았으면 자주 니네집 갔을텐데.  

 

 

 

 

 

"안 그래도 조만간 이사 가려고. 터가 안 좋아. 끊어. 나 회사야.바빠."  

 

 

 

 

 

그러곤 내가 먼저 종료 버튼을 눌렀다. 퇴근이 앞당겨지던지, 퇴사를 하던지 둘 중 하나는 최대한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통화를 끝내고 막 칸막이에서 나오려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어왔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손잡이를 잡은 채 숨을 죽였다. 

 

 

 

 

"진짜 사귀는 사이야 뭐야?" 

"몰라. 근데 부서장님 눈에서 꿀 떨어지긴 하더라." 

"대단하다..부서장님한테 눈독 들이는 사람들 엄청 많았는데 굴러들어온지 얼마 안된 인턴이 채가네." 

"내 말이. 솔직히 어울리는 지는 모르겠는데 그저 와 능력 좋다- 이 생각? 존잘 꼬시는 비법이나 좀 알려줬음 좋겠어." 

"그렇게 안봤는데 완전 여우다."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비린 맛이 느껴졌다. 

비참하게 내 뒷담을 이런 식으로 엿듣고 있어야 하나 하는 서러움이 생겼다. 

그들이 나갈 때까지 잠금을 풀 수 없었다. 

 

 

 

 

 

 

"보성에서 잎 따와서 우렸어? 안 마셔. 너나 마셔, 그거."  

 

 

 

 

 

기껏 가져왔더니 조 대리가 한다는 소리가 그랬다. 어디론가로 전화를 하며 글씨를 휘갈겨 적던 조 대리가 녹차가 든 종이컵을 들고 있는 내 손등에 노란 메모지를 붙여주곤 가보라며 손짓했다.  

 

 

 

 

영업부1팀 한채평 010 1234 5678 

 

 

 

 

 

 

"거기로 전화해서 내 이름 대고 찾던거 보내달라고 말 해."  

 

 

 

 

조 대리의 귀는 좀처럼 수화기와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 구부정한 그의 등을 노려보다가 금방 뭐라고 야단 칠까봐 홱 돌아 잠들어 있는 전화기를 찾아 다녔다.  

 

 

 

 

"우린씨,바빠요?" 

 

 

 

 

"네?" 

 

 

 

 

"안 바쁘면 나랑 매장 좀 내려가요."  

 

 

 

 

 

"아..저 전화 한 통만,  

 

전화 한 통만 하고 같이 갑시다, 동환씨."  

 

 

 

 

 

정신 없이 뒤돌자마자 부른 탓에 얼굴을 보고서도 잠깐동안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우동환이라는 게 인지가 되자 그제서야 이성을 잡을 수 있었다. 침착하게 조 대리가 시킨 일을 처리하고 자신의 미래를 아직까진 모르고 있는 우동환과 함께 매장으로 내려갔다. 아니, 가는 길목에 내가 그를 붙잡고 멈춰섰다.  

 

 

 

 

 

"왜 그래요?"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왜 그래요 동환씨? 도대체 왜 그랬어요? 나 싫어해요?"  

 

 

 

 

"네? 지금 우린씨 무슨 말을 하는건지," 

 

 

 

 

 

"당신이 내가 한 부서장 얘기 떠들고 다녔다며. 그래놓고 내 앞에서는 자기는 아니라는 듯이 말하고. 인생 그렇게 살지 마요. 이 쓰레기야."  

 

 

 

 

애초에 장본인은 모르는 비밀리에 결성됐다면서 그 안에서 나눈 얘기는 여기저기 샜다. 눈만 말똥하게 뜨고 있던 우동환이 내 말을 다 듣고서는 허리에 손을 짚으며 실소를 터트렸다.  

 

 

 

 

 

"내가 입이 가벼워서 어쩌다가 말이 나오게 된거는 미안한데, 쓰레기라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에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결론적으로 부서장님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 얘기만 떠도는 건데 우린씨가 피해 입을 게 뭐 있어요? 그렇게 치면 우린씨가 제일 쓰레기네요. 부서장님한테 사과는 하셨나몰라. 저는 그래서 지금 우린씨가 이렇게까지 저 몰아세우는게 이해가 안 가네요."  

 

 

 

 

 

"네. 저도 잘못한 부분 있어요. 남 얘기 함부로 했고요, 진짜 친하게 지내왔던 사이도 아니고 엄마들끼리만 아는 사이였던 주제에 친한 선후배인 척 꾸며내게 된 상황도 제가 만든거니 제 잘못도 있어요. 그런데 서사모는 장본인이 몰라야 하는 소모임 아닌가요? 그 안에서 나온 얘기는 거기 안에서만 돌아야지 부서 전체에 돌면 당연히 난처해지는건 장본인 다음으로 저잖아요. 제가 정말 화가 나는건 나한테 거짓말 친 우동환씨의 뻔뻔한 자세예요. 그러고도 나랑 웃으며 떠들었던거 생각하면 소름돋고, 나랑 앞에서 그러고 뒤에서 비웃었을 거 생각하면 화가 진짜 머리 끝까지 나고." 

 

 

 

 

 

그 이상의 자존심은 스스로가 허락을 안 해주는 것 같았다. 우동환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내더니 바닥에 발을 크게 구르며 혼자 내려갔다. 

 

 

 

 

"자기만 갑갑한 줄 아나!"  

 

 

 

 

 

부서로 다시 돌아와 아까 탕비실에서 이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해준 사원을 찾아 불러내었다. 그녀는 약간은 성가시다는 표정을 하고서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댄 채 내 말을 들었다. 

 

 

 

 

"저랑 관련되서 떠도는 괴소문. 아는대로 다 말 해주실 수 있어요?"  

 

 

 

 

 

"그냥, 들리지 않아요? 쟤가 부서장 낙하산이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란다, 어릴 때부터 알고지냈단다, 둘이 썸 아니면 그 이상이다, 왜 회식 때 부서장님 위에 올라탔다면서요. 그걸로 둘이 그날 먼저 나가서 모텔 잡고 잤느니 어쨌느니. 사람들 정말 무섭죠, 우린씨랑 탕비실에서 얘기하고 나오는데 입사 동기가 묻더라구요. 우린씨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데 벌 받는 것처럼 서 있었냐고. "  

 

 

 

 

 

 

한바탕 폭풍이 몰아쳤다. 사람들이 다들 왜 그럴까, 눈물이 아래서부터 차오르려는게 느껴졌다. 턱부터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면서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가 고개 숙인 나를 살피더니 한숨을 한번 쉬고는 화장실에서 세수나 하고 나오라고 했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릴 내며 그녀는 떠났고,나는 아까 내 험담을 들었던 화장실의 똑같은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이번엔 변기 위에 앉아 숨죽여 울었다. 억울해서 나오는 울음이었다. 

김미영 대리에게 전화가 두 번 왔다. 잠시 후 부재중 통화 2건이 상태 메시지로 화면에 떴다가 사라졌다. 문을 열고 나와 거울 앞에 선 길우린은 누가 봐도 쟤 울었네, 할만큼 얼굴이 붉게 얼룩덜룩 했다. 어떡하지 하며 휴지를 마구 뜯어서 코를 풀고 효과도 없는 손부채질을 했다.  

1시간 후면 퇴근 시간이었다. 남은 한시간이 한참은 멀게만 느껴졌다. 어떻게 버티지. 당장 어떻게 들어간담. 화장실을 나오자마자 꺾어 들어가는 통로 벽에 기대서 주르륵 미끄러져 앉았다. 이 복도만 죽 따라가면 익숙한 사무실이 나온다.  

 

 

 

 

"어떡해..가기 싫어."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코를 훌쩍이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뿌연 시야가 점점 걷어지고 뚜렷해진 형체의 주인공은 서영호였다.  

 

 

 

 

 

"일어나요 우린씨."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여전히 내 손을 잡은 채로 서영호가 날 끌고 다행히 아무도 안 계시는 청소 직원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얼마나 울었으면 눈이 새빨개요." 

 

 

 

 

 

"부서장님은 일 없으신가봐요. 일개 인턴이나 잡으러 오시고."  

 

 

 

 

 

"일 쌓였어요. 오늘 야근해요." 

 

 

 

 

 

 

청소 직원용 휴게실은 한 명이 넉넉하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두 명은 좀 좁다 느낄만한 곳에 덩치까지 있는 서영호와 있으려니 서로의 거리가 가까울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몸을 움직이며 벽에 더 붙었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요?"  

 

 

 

 

 

 

"..잘못했습니다." 

 

 

 

 

 

 

"뭐를요."  

 

 

 

 

 

"함부로, 개인사 떠들고 다닌거요.죄송합니다."  

 

 

 

 

 

겨우 말린 눈물이 다시 터지려고 했다. 나는 눈을 내리깔고 손만 얽었다가 풀었다가 만지작거렀다 하며 열심히 다른 곳에 집중하려 했다.  

 

 

 

 

 

 

"죄송할 일은 맞는데 내가 듣고싶은 말은 아니네요." 

 

 

 

 

 

 

"..제가 사람들에게 모두 사과 드리고," 

 

 

 

 

 

 

 

"그거는 우린씨가 할 게 아니구요, 지금 기분 어때요?" 

 

 

 

 

 

뻔한 걸 물어오는 통에 누구 놀리나 싶어 욱하는 감정이 삐져나왔다. 고갤 들어 미간을 찡그리며 맞춘 그의 눈동자는 노을에 젖어 그와 같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속상해요."  

 

 

 

 

 

 

"또요?" 

 

 

 

 

 

 

"..짜증나고, 답답하고, 진짜 속상하고..쪽팔리고, 화나요."  

 

 

 

 

 

 

"아직 덜 울었네요. 그래서 내가 왔어요. 나는 이 일에 대해서 우린씨한테 화내고 싶지도 않고 전혀 그런 마음도 없어요. 도리어 걱정이 됐지. 참지 말고 끊지 말고 그냥 더 울어도 돼요."  

 

 

 

 

 

 

서영호가 기분이 어떻냐 말했을 때 복잡하게 뭉뚱그려져 있는 감정을 하나 하나 풀어내며 나는 이미 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속상해서 한 방울, 짜증나서 한 방울, 억울해서 한 방울. 그가 길게 말 할 때 나는 그 중간부터 눈물을 한 방울씩 떨어트리며 어깨를 작게 들썩이다가 그가 마침표를 찍었을 즈음엔 길게 이어 주룩주룩 흘려보냈다.  

서영호가 손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눈자위 밑을 엄지로 톡톡 두들겨 닦아주었다. 그곳은 너무 흠뻑 적셔져서 닦아도 물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싼 그가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더니 눈썹을 아래로 내리며 푸스스 웃었다.  

 

 

 

 

 

"이와중에도 귀여우면 어떡해요."  

 

 

 

 

 

 

"그런,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숨이 딸려 말을 끊어 뱉는 나를 그가 품 안으로 끌어 당겼다. 동시에 퍼지는 온기에 그의 어깨에 볼살이 더욱 밀려나도록 파묻었다. 천천히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울음도 멎어갔다. 

 

 

 

 

 

 

"30분 뒤면 퇴근하네요. 30분이나 남았는데 더 울래요, 아니면 들어갈래요?"  

 

 

 

 

귀 가까이에 조곤조곤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눈썹이 잘게 떨렸다. 너무 울었나, 눈꺼풀이 무거웠다.  

 

 

 

 

"..부서장님. 이러고 조금만 더 있다 가도 되나요." 

 

 

 

 

 

 

눈을 감은 채로 느릿느릿 말을 뱉었다. 등을 도닥이던 손길이 멈췄다. 그가 양 팔을 교차시켜 나를 더 깊숙하게 보듬어 안았다. 

 

 

 

 

 

"우린씨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가지런히 사타구니 안 쪽에 모아둔 팔을 바깥으로 빼내 힘없이 늘어뜨렸다. 쥐라도 났는지 저릿했다. 소심하게 그의 허리께에 손을 얹었다. 그가 작게 웃는게 전해졌다 

 

 

 

 

 

"부서장님." 

 

 

 

 

 

"네, 우린씨." 

 

 

 

 

 

 

"부서장님이.."  

 

 

 

 

 

 

"네." 

 

 

 

 

 

 

"아닙니다. 비밀이에요."  

 

 

 

 

 

"저런, 나 궁금한 거 되게 못 참는데. 잠 못 자겠다. 오늘 야근 잘 하겠네요." 

 

 

 

 

저 약간 부서장님 좋아하는거 같은데 고백도 전에 부서장님이랑 저랑 사귄다고 다들 그런대요. 

차마 그 사귄다는 말을 입에 담기가 부끄러웠다. 서영호는 퇴근 시간 3분 전에 나를 사무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퇴근 준비를 하던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김미영 대리에게 갔고, 김미영 대리는 어벙하게 날 쳐다만 보다가 안경을 치켜 올리고 연락 좀 잘 받으라는 말만 했다. 나는 죄송하다고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인턴들 앉는 자리로 돌아가 내 짐을 쌌다.  

 

서영호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인사를 하며 퇴근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가고 있는 우동환과 눈이 마주쳤고, 피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쳐다봤다. 우동환이 먼저 고개를 돌려 갔다. 나와 서영호만이 또 남게 되었다. 저녁이 아예 내려앉은 바깥 풍경을 보다가 자리에 앉아 쌓였다는 일을 처리 중인 서영호 옆으로 다가갔다. 

 

 

 

 

 

"죄송해요,부서장님. 저 때문에 야근 하시고." 

 

 

 

 

"죄송하면 나 일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래요?"  

 

 

 

 

그렇게 말하며 책상 서랍에서 안경집을 꺼낸 그가 동그란 은테 안경을 썼다.  

 

 

 

 

"앗, 그거는...네! 남겠습니다." 

 

 

 

 

 

"농담이에요. 집에 먼저 들어가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지라 먼저 들어가라고 말한거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 마치 한 집에 사는 것 같고 그런 앙큼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래도..하며 옆을 서성거리자 그가 말했다. 

 

 

 

"열까지만 셀 거예요. 그 안에 안 가면 나한테 잡혀요. 하나, 둘 , 셋, 넷."  

 

 

 

 

 

 

그 말에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하며 그를 향해 소리 질렀다.  

 

 

 

 

 

"너무 빨라요!"  

 

 

 

 

 

 

"아홉, 아홉의 반, 반의 반, 반의 반의 반. 나 언제까지 쪼개면 돼요?"  

 

 

 

 

 

 

"안녕히 계십시오, 부서장님!" 

 

 

 

 

 

 

"열. 잘 가요~"  

 

 

 

 

 

잘 가라는 인사를 뒤로 하고 엘리베이터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닫힘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며 생각했다. 나 굳이 왜 뛰었지. 그 답에 대한 증명으로 나는 거울 속 새빨갛게 익은 내 얼굴을 보았다. 서영호를 좋아한다고 인정을 하니까 그의 말 하나하나에 몸 곳곳에서 죽겠다고 발광이었다.  

뺨이 다 얼얼한 추위에 정신을 차리자 하고 앞만 보고 걸어가다가 보인 붕어빵 노점포에 술을 걸치고 기분이 좋아 쉴새없이 개죽이 웃음을 짓던, 뜨거울까 호호 불어주던 서영호가 떠올라버렸다. 

 

 

 

 

 

 

 

 

 

"붕어빵 슈크림 3개랑 팥 든거 3개 해서 주세요." 

 

 

 

 

 

 

 

 

 

 

 

 

 

 

 

시간은 스케줄이 1초라도 비는 날이 없어 바쁘게 일정을 달렸다. 재깍재깍 열두시임을 알리며 늦었으니 그만 자라는 뜻으로 핸드폰 마저 배터리 없음이 떴다. 급하게 충전기를 꽂아주고 어플들을 클릭해대며 종횡무진하다가 카카오톡으로 들어가 서영호를 찾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화면에 서먹함을 느끼며 서영호 미워, 싫어 등등을 썼다 지웠다 했다.  

 

 

 

 

왜 사람 설레게 해요...  

왜 잘 해줘? 왜 그렇게 다정한데?  

얼굴은 왜 또 그렇게 잘생겨서 설레게 만들어?  

얼굴이 잘생겼으면 인성이라도 빻았어야지 완전 사기캐야!  

나보고 대체 어쩌라구우우우우우우ㅜ우웅우우  

 

 

 

 

 

 

 

멍청한 나는 조금이라도 현명한 구석이 없어서 나에게 카톡하기에 차라리 써야 한다는 것을 일을 저지르고 나서야 교훈으로 얻었다. 미친듯이 오오오를 치던 중에 전송 버튼을 누를 일이야.. 내가 보낸 창이 뜨자마자 핸드폰을 던지고 주먹으로 베개를 퍽퍽 내리치고 난리였다.  

다시 핸드 폰을 주워와 내가 저지른 실수를 제차 확인하고 덜덜 떨다가 메시지 창을 꾹 눌러 삭제하기를 눌렀다.  

아 잠깐만 그럼 뭐해,이미 갔는데. 삭제하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내가 모르니까 손해잖아. 연속으로 멍청한 짓을 한 나에게 욕을 하며 눈두덩이 위에 팔을 얹고 다리를 흔들었다. 왜 내일은 토요일이 아니야? 절망적이었다. 나는 차라리 그가 집에 들어가는 소리나 듣지 말자고 중얼거리며 안대를 끼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제부터 내 신경이 온통 향하는 곳은 서영호 단 한 사람뿐이다. 우동환이고 뭐시기고 다 필요 없었다. 아까 탕비실 찬장에 몰래 꽁쳐 둔 킷캣 초콜릿을 꺼내려 갔다가 믹스 커피를 타고 있는 서영호와 마주쳤다. 서영호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그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혼란스러웠다.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서 있기만 하자 서영호가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하며 지나가다가 몸을 기울여 내 어깨에 자기 어깨를 붙이고는 말했다.  

 

 

 

 

 

 

 

"왜요, 아침부터 보니까 설레요?" 

 

 

 

 

"허..헐, 부서장니임."  

 

 

 

 

다시 곱씹으려니까 귀끝에서 탄 내가 날 것 같아서 못해먹겠다. 그 뒤로도 뭐만 하면 왜요, 들어주니까 설레요? 보고만 있어도 설레고 그래요? 이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얼마나 설레요? 라며 집요하게 놀려대서 현기증이 다 났다. 거의 반나절을 혼미한 정신으로 다닌 것 같다. 시간이 빨리 가는 건 참 좋은데 그 방법이 심히 곤혹스러웠다. 

 

 

 

 

"우린씨, 부서장님이 홍보팀 결재 서류 들고 오시래요." 

 

 

 

 

 

"아, 넵."  

 

 

 

 

 

 

서류 더미를 가지고 서영호에게 가니 그가 자리에서 날 보자마자 일어나 얼른 주라며 내 품에서 서류들을 가져갔다. 

 

 

 

 

"자꾸 나 피하더라 우린씨." 

 

 

 

 

 

"그..게..부서장님이 자꾸 놀리시니까 그렇죠!"  

 

 

 

 

 

 

부서장실은 왜 사방이 반투명한 통유리로 되어 있는 것인가.  

소리는 다 전달이 안되겠지만 누가봐도 일적인 얘기를 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었다. 직원들 눈치를 보며 그의 앞에 앉아 목을 가다듬었다. 

 

 

 

 

"제가 잘못했으니까 이제 그만해주세요.."  

 

 

 

 

 

"뭘 그만해요?" 

 

 

 

 

 

"그..자꾸! 설레냐고 묻지 좀 마세요.."  

 

 

 

 

 

"그러면 대답을 해줘요. 설레요? 라고 물었는데 우린씨 지금까지 한번도 네, 아니요 한 적 없잖아요." 

 

 

 

 

 

"네네네! 설레요! 아주 설레 죽습니다~ 지금도요, 부서장님이랑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있어서 너~무 좋구요! 부서장님 너무너무 좋네요! 어엄청 설레요!"  

 

 

 

 

 

"오..매우 구체적인데요."  

 

 

 

 

 

 

엉겹결에 고백 비슷한 걸 해버렸다. 길우린이는 왜 흥분하면 뇌를 거치지 않고 혀가 먼저 설치게 내비 두는가. 

 

 

 

 

 

 

"어떡해. 헐.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방금 한 말 잊어주세요."  

 

 

 

 

절로 입으로 손이 가고 남는 다른 손을 열심히 좌우로 흔들며 울상지었다. 서영호가 책상에 팔을 대고 앞으로 기대서 나와는 정반대로 활짠 편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어떻게 잊어요. 엄청 설레서 절대 못 잊어요."  

 

 

 

 

 

 

나 얼굴 터진 것 같은데. 눈 코 입 다 붙어 있나요. 정신이 공준분해 되어 날아가고 있었다. 책상 위에 슬쩍 올려 둔 손 위로 서영호의 큰 손이 엎어졌다.  

 

 

 

 

 

 

 

 

 

 

 

 

 

 

 

 

[NCT/서영호] 최악의 이웃 7~8 | 인스티즈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린다면 나랑 바다 보러 갈래요? 

 

 

 

 

서영호의 말에 모처럼 평일에 낀 빨간 날 늘어지게 이불 안에서만 생활하려 했던 나의 계획이 완전 틀어졌다. 물론 그와 함께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집 문을 두들기며 가요!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심이 서기 전까지 갖가지의 '내가 갈 수 없는 이유' 를 조목조목 들어 귀찮음에 똘똘 쌓여 굴러다니는게 바로 길우린인걸. 

통화 너머로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고민하는 척만 하다가 그런데 지금 뭐 하고 있냐고 물었다. 그는 나와 바다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을 내놨고 나는 그럴거면 대체 왜 내 의사를 물었냐 따졌다.  

 

 

 

 

"일말의 양심이랄까요. 우린씨 동의를 얻으면 내 제안에 정당화가 실리니까요. 그런데 목소리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목소리다." 

 

 

 

 

 

"아닙니다. 감히 부서장님 제안을 걷어차겠습니까? 고작 인턴이? 좀 귀찮긴 한데 가자시니 가야지요." 

 

 

 

 

 

"우린씨이..지금 전화로만 대화하고 있어서 그렇게 빈정대는가 본데 어디 면대면 해봅시다.말투 똑같이 해주세요." 

 

 

 

 

 

 

"에?"  

 

 

 

 

 

 

내가 상황 판단을 마치기도 전에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우리집 현관문 초인종이 딩동 거리며 얼른 열기를 재촉했다. 저 인간이 밤중에 초인종을! 마약 같은 극세사 이불을 걷어차고 부리나케 달려나가 문을 여니 서영호가 내 손을 잡아채 깍지 끼고 성큼성큼 들어왔다. 나는 마주보고 손잡은 자세 그대로 어버버 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는 눈동자 안에 날 계속 담고 있으면서 내가 가구 등에 부딪치지 않게 방향을 부드럽게 틀어 침대까지 인도했다. 침대에 다리가 걸려 털썩 주저앉자 그가 깍지를 풀고 양 손으로 내 뒤를 짚었다. 

 

 

 

 

 

 

"뭐,뭐,뭐,뭐하는거예요.."  

 

 

 

 

 

몸이 기울인 만큼 자세도 낮아져 아주 잠깐 올린 시야로 그의 목젖이 보였다. 차마 서영호를 올려다보지도 못하고 그 안에 갇혀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그가 느리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내일 우린씨랑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어요. 회사 아닌 밖에서. 기상 캐스터가 그러는데 크리스마스인 내일은 눈이 온대요. 눈 내리는 바다 같이 보러가지 않을래요?" 

 

 

 

 

 

"..갈, 가겠습니다. 갈 테니까..좀 떨어져요.."  

 

 

 

 

 

 

끝까지 올려다보자니 바로 입술이 이마에 닿을 것 같고 고개를 돌리며 손만 뻗어 서영호를 살짝 밀쳐냈다. 골린만큼 실컷 골려준 서영호가 그때서야 내 앞에 쭈그려 앉아 나를 올려다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미안해요, 억지로 끌고 가서." 

 

 

 

 

 

 

"알긴 아네요. 괜찮아요, 저는. 귀찮았을 뿐이지 저도,"  

 

 

 

 

 

 

"응?" 

 

 

 

 

 

"..저도 부서장님이랑 같이 있고 싶긴 해요! 눈치 많이 보이는 회사 말고.."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내가 너무 낯설다. 내가 말해놓고 쑥스러워서 눈도 안 마주치고 있으니까 날 가만 보던 서영호가 내 옆으로 이동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폭 가리고 침대 위로 엎어져 파묻혔다.  

 

 

 

 

 

"우린씨 진짜 진짜 너무하게 귀여워서 큰일났다."  

 

 

 

 

그가 웅얼거리며 주먹으로 푹푹 이불을 내리쳤다. 내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이렇게까지 반응해주는 거에 기분이 좋아서 광대가 용솟음치려고 했다. 혹시나 킥킥 거리는 웃음이 새나가 그의 귀로 기어들어갈까봐 입술에 힘을 주고 안으로 말았다.  

 

 

 

 

 

 

 

 

 

 

"근데 바다가면..해산물 먹어요?"  

 

 

 

 

 

"네. 우리 참치회 먹어요 우린씨!"  

 

 

 

 

 

 

유턴을 하려고 핸들을 돌리는 그의 손이 까딱거리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신이 많이 난 모양이었다. 소풍 가는 어린애처럼 들떠 있는 게 마냥 귀여워보이긴 하다만 문제는 그의 즐거운 입맛까지 따라가 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부서장님, 저어..바다 애들이랑 안 친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 해산물 안 좋아한다구요.."  

 

 

 

 

 

"아! 정말?"  

 

 

 

 

 

막힘없이 달리던 차가 빨간불에 멈춰섰다. 나는 내가 그의 흥을 깼을까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안전벨트를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해산물 못 먹는다는 말을.. 바다 애들이랑 안 친하다고 말한거예요?"  

 

 

 

 

 

"네? 아, 죄송합니다. 나이 먹고 귀여운 척 좀 해봤습니다."  

 

 

 

 

 

서영호는 여전히 앞만 바라본 채로 웃음보가 터져 신호가 바꼈음에도 바로 움직이지 않다가 급하게 기어를 당겼다. 

 

 

 

 

"운전 중에 다른데 보면 안 되는데 왜 보고싶게 만들어요." 

 

 

 

 

 

"네? 죄송해요."  

 

 

 

 

 

"자꾸 죄송하대. 잘못한 거 하나 없으면서. 그러면 우린씨, 우리 이렇게 해요. 우린씨가 가서 먹고싶은거 하나, 내가 먹고 싶은거 하나."  

 

 

 

 

 

"네! 좋아요." 

 

 

 

 

 

"저도 좋아요." 

 

 

 

 

 

이젠 함부로 좋다는 표현조차 쓸 수 없게 됐다. 그의 활처럼 휘어진 입술 새로 나오는 '좋아요' 라는 말은 내 귀가 아닌 심장으로 바로 꽂혔다. 나 너무 이상해.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살짝 아픈데,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쿵쿵 거리는 가슴 위에 손을 얹고 차창에 기댔다. 

 

 

 

 

 

 

"우린씨, 휴게소 들릴까요?"  

 

 

 

 

 

 

"어어, 어디까지 왔는데요?"  

 

 

 

 

 

 

 

슬슬 졸음이 쏟아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지던 눈꺼풀이 서영호의 한 마디에 번쩍 뜨였다. 여수 밤바다 노래에 심취한 그가 같은 구절을 반복하며 작은 소리로 흥얼 거렸다.  

 

 

 

 

"도착하려면 앞으로 한시간 반 정도? 배 안 고파요?"  

 

 

 

 

 

"배가 고픈지 잘 모르겠어요, 고픈가.."  

 

 

 

 

 

추워서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날 대신해 배가 열을 내 주었다. 노골적으로 꼬르륵 소릴 내는 통에 창피해져서 서영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배고프다는 말을 겨우 꺼냈다.  

 

 

 

 

"여수가면 더 맛있는거 먹을 거니까 휴게소에선 조금만, 그러면 되겠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지만 막상 냄새를 맡고 나니 눈이 홰까닥 돌아갔다. 입을 좀처럼 다물 생각을 않고 이것도 저것도 맛있겠다 외치는 내 옆에서 잠자코 있던 서영호가 지갑을 열더니 개 중 하나로 고민하고 있던 것들을 다 사서 손에 쥐어주었다.  

 

 

 

 

 

"다 안 사주셔도 됐는데! 저 먹을건 제가 샀어도 됐는데.." 

 

 

 

 

 

"우린씨는 보면 그런거 있어요. 막 사주고 싶은거. 그리고 저 원래 남한테 잘 사주고 그래요~"  

 

 

 

 

나에게 한정된 게 아니고 나는 그저 서영호가 인심을 베푸는 사람 중 하나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그러자 그의 돈을 쓰게 해서 미안했던 감정이 싹 사라졌다. 

 

 

 

 

 

"아무한테나 다 이렇게 사주고 환심 얻고 그런다구요? 다른 사람들한테도 사주고 싶다 하면서 퍼다주시죠?"  

 

 

 

 

툴툴 거리며 핫도그를 거칠게 뜯어 오물거렸다. 양 손에 꼬치니, 핫도그니, 호두과자 봉지 등이 들려 있어 먹기가 버거운 와중에 그가 한쪽 손에 들려있던 닭꼬치와 알감자를 들어주었다.  

 

 

 

 

 

"환심 사려는 거로 보였어요?"  

 

 

 

 

 

"부서장님 카드 잘 긁으신다면서요."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나 단도직입 적인거 좋아하는데. 예를 들면 나한테만 돈 쓰라든가 그런거 있잖아요."  

 

 

 

 

 

나는 서영호를 좋아한다. 그가 내려다보는 눈빛이 따스한게 좋고, 내게 건네는 말에서 다정함이 묻어나오는게 좋다. 크게 찢어진 눈에 새겨진 진한 쌍커풀이 만들어내는 그만의 분위기가 좋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움직이는 도도록한 입술과 라인이 좋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그의 얼굴이 철저하게 마음에 들었고, 차차 알아가는 인품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좋다. 좋았다. 그런데 좋은게 한 겹 두 겹 쌓여서 두꺼워지니 그저 좋은거로 여겨지지 않았다. 나만 서영호란 사람의 요소들 하나하나를 알고 있었으면 싶었다. 모두가 다 아는게 싫어졌다. 몰랐는데, 아니 알았는데 인정하는게 쉽지 않았다. 질투가 났다. 그의 좋은 점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질투가 났다.  

 

 

 

 

"몰라요. 핫도그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우린씨,차 거기 말고 반대편이에요!"  

 

 

 

 

 

 

계단을 파바박 내려가 차가 있는 쪽으로 서영호보다 앞서 걸어가는데 뒤에서 그가 소리쳤다. 그 말에 민망해서 바로 방향을 틀어 가는데 내 쪽으로 오려는 차가 클락슨을 빽- 지르며 다가왔다. 성큼성큼 걸어온 서영호가 내 어깨를 감싸고 조수석까지 이끌었다.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차창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간간히 주전부리로 요기를 하고 있었고, 서영호는 내 눈치를 살폈다. 그가 잘못한 건 모두에게 친절한 천성 말고는 없었다. 사실 그것도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내가 스스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서 나오는 민망함을 서영호에게 전가시킨 것 뿐이었다.  

그동안 서영호의 호의를 받아온 사람들을 시기하며 홀로 씩씩 거리다 또 혼자 풀어진 상태지만 아직까지 저기압인 줄 알고 쩔쩔매고 있는 서영호를 보는게 나름 재밌어서 여전히 토라진 척 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린씨, 내가 뭘 잘못했을까요?" 

"잘못한 거 없습니다."  

 

 

 

 

 

"내가 다 사준게 돼지 취급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다거나.."  

"헐, 그래서 먹고싶어하는거 다 사주신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고.." 

"와..됐어요. 또 귀여운 돼지라 할거잖아요. 귀여우면 뭐해요, 돼진데." 

 

 

 

 

 

 

"제가 많이 잘못했어요."  

"뭘 잘못 했는데요?"  

"그냥, 다?"  

"됐습니다."  

 

 

 

 

 

 

"우린씨, 저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았어요!"  

"뭔데요."  

"우린씨는 사실 이렇게 많이 먹고싶지 않았는데 제가 우린씨 의사는 묻지도 않고 다 사버린거요." 

"아아, 그것도 그렇다."  

"이거 말고 또 있어요?" 

"몰라요. 전 모르겠습니다." 

 

 

 

 

 

 

속에서부터 끌끌 거리며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정색하고 있는 것도 은근히 힘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웃어버리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의 서영호도 끝이 날 것 같아 가까스로 삼켰다.  

 

 

 

 

 

"어, 바다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차들 뒤로 드넓은 푸른빛이 펼쳐져 있었다.  

 

 

 

 

 

 

 

 

 

 

 

 

 

 

 

 

 

 

 

 

 

 

 

 

 

 

 

 

 

 

 

 

 

 

 

 

 

 

 

 

 

 

 

 

 

 

 

 

 

 

 

 

 

잊고 있다 이제서야 치환합니다 ㅎㅎ  

초반에는 치환하면 안되는 장면이 있어가지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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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4.204
세상에,, 저 지금 약간 몬가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은ㄷㅔ 정상이죠? 흐윽 현실에는 옆집에 왜 영호 없어요? 왜 상사 영호 없어요? 넘 다정킹이구,, 여주에게만 킹왕짱 다정킹인거 웨 몰라,,,
6년 전
문달
후하후하 숨쉬세요!!! ㅋㅋㅋㅋㅋ 그러게요...이것도 그래서 판타집니다...현실에 없어 ㅎ..
6년 전
독자1
살려주세요... 설레서 죽을거같아요...??
6년 전
문달
쥬그지 마세요! 아직 영호 더 봐야합니더!! ㅋㅋㅋㅋㅋ
6년 전
독자2
아 영호...........넘좋아,,,,,,,,,,,,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이제걍사귀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회사사람들 진짜못됐다 우동환 쟤미친거아닐까요???? 아효,,,,,, 영호가 애덜 다 짜르자ㅠㅠ 영호개설레사랑해요 말하는게아주그냥,,,,ㅠㅠㅜㅜㅠㅠㅠ
6년 전
문달
그죠그죠 ㅠㅜㅠ사겨벌여ㅠㅠㅠ사구림 임박 쿵쾅
6년 전
독자3
작가님...설레서 죽을거같아요... 도대체 둘이 언제 연애해요? 아 근데 지금 이런 알듯말듯한 상태도 짜릿하고 너무 좋아요!!!!!! 너무 설레요!!!!!!! 너무 감사해요 작가님 이런 글 써주셔사 ㅠㅠㅠ
6년 전
문달
다들 아시겠지만 조만간..? ㅎ 사귀기 전 썸 탈 때가 제일 설레죠 ㅎㅎㅎ 감사함당
6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영호 쏘 스윗ㅠㅠㅠ ㄹㅇ영호말투에 대사 대입해보면 너무 싱크가 잘 맞아서 더 설레는거같아요ㅠㅠㅠ 넘넘 재밌어요ㅠㅠㅠ
6년 전
문달
최대한 영호를 이끌어내보려는 잒가의 노력쿠!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당~~
6년 전
비회원188.187
전에 봤던 글 또 보는 건데도 설레고 좋아죽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떡하죠 서영호... 너랑 영호 원앤온리 영호......^_ㅠ .....작가님 완결 내고 나서 외전 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6년 전
비회원179.104
지나가던 여수 사람 뜨끔하고 갑니다ㅋㅋㅋ영호같은 사람도 여수에 오겠죠? 대신 짝이 있겠죠? 에잇ㅋㅋㅋㅋㅋㅋ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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