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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서영호] 최악의 이웃 9~10 | 인스티즈 

 

 

 

 

최악의 이웃 

w.문달 

 

 

 

 

 

 

 

 

 

 

 

 

 

 

 

 

 

 

 

 

 

"제가 무조건 잘못했으니까 우린씨 먹고싶은거 먼저 먹어요.."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더이상 갔다간 하루종일 기운 없이 지낼게 뻔히 보여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실 안 삐졌어요! 부서장님 먹고 싶어하는 겨울 참치회 먼저 먹으러 가요."  

 

 

 

 

"..진짜요? 다행이다."  

 

 

 

 

춥다고 패딩 주머니 안에 손을 넣고 있다가 내 말에 기운이 살아나서는 손을 넣은 채로 폴짝폴짝 거리는데 생소한 모습이라 실소가 터져나왔다. 회사에서는 부드럽지만 부서장이라는 직책이 주는 카리스마에 무게감이 실렸는데 정장 차림도 아니고 롱패딩까지 입고 있으니 어려보이는 감도 있었다. 

 

 

 

 

"부서장님 그거 아세요?"  

 

 

 

 

그의 앞에서 다리를 건들건들 거리며 뒤로 도망칠 준비를 했다. 

 

 

 

"뭐요?" 

 

 

 

 

"우리 둘 다 롱패딩 입고 있잖아요. 커플 같아요."  

 

 

 

 

 

내 할 말은 거기까지였다. 서영호의 얼굴을 살필 생각을 않고 냅다 뒤돌아 아무 곳으로나 뛰었다. 내 입으로 그런 말을 해놓고 뻔뻔하게 계속 앞에 알짱거릴 용기가 없었다. 

 

 

 

 

"우린씨,어디 가요-!"  

 

 

 

 

 

"빨리 와요!" 

 

 

 

 

"같이 가요, 같이 걸어요."  

 

 

 

 

 

그가 한쪽 팔을 들어올리더니 턱짓으로 그 아래를 가리켰다. 아랫입술을 빨며 다리만 흔들다가 고개를 팍 숙이고 돌진했다. 폭신하게 들어가는 오리털 때문에 그의 옆구리로 폭 들어가 안기는 느낌이 살 떨리게 좋았다.  

 

 

 

 

 

 

 

 

 

 

 

 

 

 

 

** 

 

 

 

 

 

 

 

 

 

"저희 여수까지 왔는데 어디 안 가요? 계속 바다에만 있어요?" 

 

 

 

 

파도가 차마 닿지 못할 만큼의 거리에 떨어져 앉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색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는 서영호를 툭툭 건드렸다. 

 

 

 

"엄청 충동적으로 겨울 참치회가 먹고 싶어서 왔어요."  

 

 

 

 

"목적이 그거였구나? 나랑 같이 있고 싶은게 아니라? 저 진심으로 삐져도 돼요?"  

 

 

 

 

내 말에 굼뜨던 동작이 분주해졌다. 마치 울음보를 가득 담고 조금만 거슬리면 금방 울어버리겠다는 아기의 앞에서 어떻게든 달래려고 딸랑이를 흔드는 모양새였다.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하..정말 미안해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참치회 그거 이제 먹었으니 됐어요. "  

 

 

 

 

 

"그렇네요. 목적 달성이니 늦기 전에 서울 올라가시죠?"  

 

 

 

 

 

힘 주는 소릴 내며 일어나려는 나를 다시 앉힌 서영호가 잔뜩 미안한 눈을 하고서 도리질을 했다. 이 사람이 오늘 이렇게까지 풀어지는구나, 내 앞에서. 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주변을 살폈다. 드문드문 해안선을 따라 걷기도 하고, 물을 뿌리며 장난을 치는 커플들이 보였다. 

 

 

 

"회사 내에서 사무적인 얘기만 하는 것보다 이렇게 트인 곳에서 서로 얘기 편하게, 오래 하고 싶어서.."  

 

 

 

 

기껏 여수까지 와서 참치회 먹고 아무데도 가지 않는 것, 그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이 없게 됐다. 꼭 붙어만 있어도 코가 맵게 시린 추위에 그래도 좋다고 웃으며 물을 튀기고 노는 커플이 부러웠다. 나에게는 없는 당당함이 저 사람들에겐 있었다. 정답게 팔짱을 끼고 손에는 각자의 신발을 털레털레 들고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보다가 서영호에게로 돌렸다. 

 

 

 

"그래요. 무슨 얘기부터 할까요, 우리 할 얘기 많은 것 같습니다만."  

 

 

 

 

삐딱하게 틀고 있던 몸을 지는 해 쪽을 바라보게 해서 돌렸다.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가슴쪽으로 당기고 소매 안으로 아예 손을 꽁꽁 숨겨버렸다.  

 

 

 

"우린씨 진심으로 화난 거 같은데."  

 

 

 

 

"화 안 났는데요? 부서장님 오늘 답지 않게 제 눈치 엄청 보시네요."  

 

 

 

 

"그야, 나는 우린씨 기분이 항상 좋았으면 하니까요. 그리고 나 때문에 기분 안 좋아지는 건 싫으니까요."  

 

 

 

 

"부서장님, 저희 무슨 사이에요?"  

 

 

 

 

"네?"  

 

 

 

 

그가 잘못들었다는 듯 반문했다. 자기도 모르게 매만지고 있는 귓볼에 작은 구멍이 공허한 자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귀를 뚫었다니. 금방 정장을 차려입고 부서장실에 앉아 업무를 보는 서영호의 반짝이는 귀가 그려졌다. 그 모습도 숨막히게 섹시할 것 같다. 상상은 거기까지하고 나는 서영호의 팔꿈치를 잡고 흔들며 칭얼거렸다.  

 

 

 

 

"왜 말을 못해요? 저희 무슨 사이에요? 저는 2호선 원더우먼이예요, 천이백팔호예요, 길인턴이예요, 뭐예요? 우리 지금 하는거 나는 데이트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뭐야, 서영호씨는 여전히 부서장이고 나는 길인턴인 채 이러고 있어요. 나 지금 말하고 있는 중에도 부끄러워서 정수리에서 막 열 나요. 나 엄청 용기내서 좋아한다고도 말했잖아요. 이거 봐, 입만 꾹 다물고 있는 거 봐. 나 길게 얘기 못 나누겠어요. 적어도 맨정신으로는요. 내일 회사에서 숙취로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에는 호흡이 딸려서 눈을 질끈 감고 빽 지르듯이 끝마쳤다. 

 

 

 

 

"후우우..몰라 진짜..미워 서영호."  

 

 

 

 

온실 안에 있는 것처럼 패딩 모자 안이 그랬다. 모자를 뒤로 홱 넘기고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파고드는 겨울 바람에 후회했다. 머리가 금세 식었다. 

 

 

 

 

"..술이 딱히 필요해보이지는 않아 보이고. 나는 내가 조급하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거야말로 진짜 진짜 지인짜! 잘못했네요. 그런데 우린씨, 나 보기보다 소심하고 느려요. 사람 사귈 때도 다 선이 있어서 절대 그은 선 안으로 안 넘어가요. 상대를 확실하게 알기 전까지. 안다해도 혹시 모를 일이니까 그 기준이 있어요. 철벽이라고들 하죠? 우린씨한테도 물론 벽이 있어요."  

 

 

 

 

우는건 아니고 추워서 콧물이 나왔다. 훌쩍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서영호를 오래 쳐다보지 못하고 그가 앞으로 내민 손을 쳐냈다.  

 

 

 

 

"허물고 있어요. 느려서 잘 안 느껴지는거예요. 그런데 난 분명히 그 벽 무너뜨리고 있어요. "  

 

 

 

 

그가 다시 손을 내밀며 눈짓했다. 나는 허공에 손만 띄운 채 서영호에게 물었다.  

 

 

 

 

"부서장님은 나보곤 말 확실하게 하라면서, 직설적인게 좋다면서 정작 본인은 빙빙 돌아가시고. 치사해요."  

 

 

 

 

"우린씨도 모순된 거 알아요? 데이트 하는 것 같다면서 자꾸 부서장님이라 부르는거 우린씨잖아요."  

 

 

 

 

그가 기다리다 못해 팔을 뻗어 도망가는 내 손을 붙잡았다. 기분 좋아지게 뜨거운 체온이 전달되자 안에 웅크려 있던 손가락들이 꼼질거리며 나왔다. 서영호가 완벽하게 엉긴 손을 자기 쪽으로 가져다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부서장님 호칭 떼면 바로 버릇없이 이름만 툭 나올까봐 꼬박꼬박 붙인겁니다."  

 

 

 

 

"나이로 누르는거 싫어하는데, 우린씨 저보다 세 살인가 어리지 않나요?"  

 

 

 

 

"아닌데요. 다섯살인데요."  

 

 

 

 

"헐, 정말요?"  

 

 

 

 

진심으로 경악하는 정직한 얼굴을 보고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내가 뻥이라며 세 살이 맞다고 하자 그제서야 안도하며 작게 앙탈을 부렸다. 

 

 

 

"오빠나, 뫄뫄씨 이런건 뭔가, 좀..어색하고 껄끄럽단 말이에요."  

 

 

 

"그러면 우린씨 편한대로 불러요."  

 

 

 

"정말요?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말기. 좋아요. 사실 나 서영호 엄청 싫어했음!"  

 

 

 

 

단상 앞에 나가 선서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손을 쫙 펴보였다. 서영호가 나와 똑같이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윽,마음 아프다. 왜요?"  

 

 

 

 

"이거 얘기하려면 좀 긴데.."  

 

 

 

 

"오늘 우리는 길고 짙은 대화를 하려고 여기 앉아있는거예요." 

 

 

 

 

"그러면 할게요. 우리 엄마 꿈이 조향사였는데 남자 한 명한테 제대로 잘못 걸려가지고 20년 정도를 날려먹었어요. 그래서 꿈은 그냥 접어버렸는데 어찌하다가 자기 꿈을 가진 사람을 다리 건너 알게 된거예요.  

처음에는 그 분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친해지고 싶어 가까워졌는데 알고보니 그 분한테 아들이 한 명 있어. 그런데 겁나 잘났어. 훌륭한 분 밑에 훌륭한 자식이 있구나 하고 엄마 당신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그냥저냥 살던 딸을 들들 볶기 시작했죠. 자기는 훌륭하지 못하니까. 그게 수치였으니까.  

자기 밑에서 난 제 자식 역시 자길 닮아 따라 살 거 같으니까. 콩 심은데 콩 난다잖아요. 엄마는 약간 그 분과 자기를 동일시하고 싶었던 모양이었어요. 마치 그 분 자식이 자기 자식인 것 마냥, 난 남인 것 마냥 꾸짖고, 나무라고, 칭찬은 내가 아닌 그 분 자식에게로 돌리고. 하루 중에 눈을 뜨고 있으면요,  

 

우리 영호 소리를 얼마나 듣는지 몰라요. 언제는 세다가 결국 포기도 했다니까요? 나는 학창시절에 배우는 과목 중 비교과로 서영호 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따로 배운다 싶을 정도로 서영호 얘길 들었어요. 궁금하지 않은 것도 모조리 다요. 그게 일 이년도 아니고 십 몇년을!  

그러니 내가 서영호 라는 인간을 원수처럼 여기지 않고 못 배기겠어요?  

나 정말 머리 좀 자라서는 언젠가 서영호라는 인간을 만나게 된다면 인사는 악수 대신 싸대기라고 조아릴 정도로 서영호 싫어했어요. " 

 

 

 

어디 대목부터 울었던건지 격해지는 가슴 떨림에 말을 잠시 끊었다. 서영호가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는 나를 쳐다봐주지 않았다. 자유로워진 손등으로 눈물을 대충 닦았다. 허공을 더듬는 손이 방금까지의 온기를 찾아댔다.  

 

 

 

 

"그런데 막상 만나니까, 듣던대로 소름끼치게 완벽한데, 싫지도 않아.  

당신 첫인상이 강렬한데다가 호감으로 기울기까지해서 그간 자멸감에 쩔어 살았던게 무색하게. 빌어먹을,젠장할,짜증나는 서영호, 입에 내내 붙어있던 말이 과거의 내가 서운할 정도로 미련없이 떨어져나갔어. 하아, 결론이 왜 이렇게 나가는지 모르겠는데 나 이젠 많이 노답인 것 같으니까 정리해주세요. 나 서영호 좋아하는데 어떡해요?"  

 

 

 

 

거기까지 물어놓고서 손바닥으로 차고 넘치는 눈물을 받아내느라 난리였다. 추위에 약한 살갗이 딱딱하게 굳어서 뜨거운 눈물을 받으려니 따갑기까지 했다.  

 

 

 

 

"우리 일단 서울 올라가요."  

 

 

 

오랫동안 앉아있느라고 엉덩이에 쥐가 다 났다. 나는 영문을 몰라 그가 나를 일으켜주는 중에도 정신을 못 차렸다. 차 안에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수에 오는 길만 해도 자꾸만 잠에 빠지려고 하는 나를 흔들며 말을 걸었던 사람이 앞만 보고 운전을 했다. 혹시 내가 한 말 중에 기분이 심히 나빴던 발언들이 뭐가 있었나 생각하는 것부터 서울에서 도착해서 그가 내게 할 말 예상 시나리오까지 온갖 것을 다 생각하며 속으로 앓았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와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고 나서도 여전히 벨트조차 풀지 않고 있는 서영호 때문에 덩달아 나도 바로 차문을 열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오는 길에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생각을 해봤는데요."  

 

 

 

"..네!" 

 

 

 

"과연 내가 우린씨 옆에 부서장이 아닌 채로 있어도 되나하는 고민이 심각하게 들어요."  

 

 

 

 

"왜..요?" 

 

 

 

 

 

그가 코 밑에 주먹을 갖다대고 한숨 비슷한 걸 내쉬었다.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그가 털으란 대로 솔직하게 다 털어놨던게 후회가 됐다. 벌거벗은 내 과거가, 서영호로 얼룩진 과거가 그에게는 분명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던거지. 

 

 

 

 

"듣는데 마음이 아픈건 둘째치고 전 과 같이 우린씨를 못 대할 것 같아서, 너무 심란해서 저도 정리가 약간 안되네요. 나한테 시간을 좀 줄래요?"  

 

 

 

 

나는 수심 가득한 그의 표정을 보며 가라앉고 있음을 느꼈다.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에 힘겹게 완성한 말을 차근차근 뱉었다.  

 

 

 

"죄송합니다,저 부서장님에게 시간은 못 드릴 것 같아요. 어차피 엄마 등쌀에 못 이겨 입사한거라 인턴십만 딱 마치고 나가려고 했는데, 그냥 오늘이 부서장님을 보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할래요. 내일부터 제가 안 나가더라도, "  

 

 

 

전화하거나 문 두드리시거나 밖에 서성거리지 마시고, 부디. 

 

 

 

마침표까진 못 찍고 차에서 내려 먼저 올라갔다. 서영호는 나를 부른다거나 잡지 않았다. 먼저 집으로 들어가서, 현관문에 우습게도 기대어 그가 들어가는 소리까지 듣고 엉엉 울었다.  

 

 

 

 

 

 

 

 

 

 

 

다음 날부터 나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게 됐고,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는 일은 없었다. 적막은 편하다기보단 끊임없이 불안정했다. 눈 가리고 아웅은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는 또 나를 볶기 시작했다.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짤렸냐며 툭하면 그 소리였다. 나는 그때마다 버럭하며 잘린게 아니라 안 맞아서 나온거라 말하기도 이젠 지쳤다.  

 

 

 

 

"평생 박쥐처럼 이 알바, 저 알바 옮겨만 다니면 시집 갈 밑천은 언제 모으고! 나이만 더럽게 쳐먹어가지곤 뭐니, 네 인생이."  

 

 

 

"엄마가 나 대신 입사해서 돈 좀 벌어줘. 그렇게 서존에 미련이 남으면. 알바해서 번 돈으로 내 몸뚱이 하나 정돈 건사할 수 있네요! 이제 집 좀 가, 새아빠랑 서먹해지겠네."  

 

 

 

 

머리 아프게 쫑알거리는 엄마를 현관까지 등 떠밀며 손수 문도 열어주었다. 아직도 내게 할 말이 많은 엄마의 말을 가로채고 목소릴 크게 내서 말했다. 쿵- 하며 닫히는 문만큼이나 우렁차게.  

 

 

 

"그리고 나 당분간 찾지 마! 내일 당장 외국으로 뜰 거니까!"  

 

 

 

 

원래 여행은 빚 내서 가는 거랬다고. 통장에 마이너스를 직 그이는 대신 미국가는 표를 얻었다.  

 

 

 

 

 

"뭐야,시카고도 별 거 아니네."  

 

 

 

 

 

콕 집어 시카고로 온 이유는 당연하게 서영호 때문이었다. 서영호가 보고 싶어서 그가 잠깐 머물렀던 시카고에 발을 딛었다. 한국에서 바로 옆집인 주제에 생뚱맞게 서영호를 시카고에서 보겠다고 한 게 아니고 내가 말하는 서영호는 징글징글한 과거 속 허울뿐인 서영호였다.  

 

밀레니엄 공원의 클라우드 게이트 앞에 멍청하게 서서 바쁘게 자기 방향대로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 무슨 여기까지 와서 넋없이 시간 축이기냐, 하지만 이러려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시카고행이었다. 쓸데없다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유리구슬 같은 클라우드 게이트에 비춰진 나는 내 뒤에 억지로 가로로 길게 늘린 괴이한 사물과 사람들의 형체를 구경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나는 방금전까지도 쿠션에 달린 거울로 확인한 내가 맞았다. 나도 게이트에서 펜스 앞까지 멀어지면 늘려지고 굽어질 것이다. 구조물의 정중앙 되는 자리 밑으로 들어갔다. 다들 카메라로 얼굴을 가리고 자기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변형시키는 거대한 클라우드 게이트를 찍느라 바빴다. 정중앙에서 바라본 나는 제일 굴곡이 심한 자리에서 휘어지고 꺾여 있었다. 내 얘기를 듣고 난 후 서영호의 시선이 아마 지금처럼이지 않을까.  

자기는 생각지도 못했고, 그럴 의도도 전혀 없었는데 한 사람의 인생에 잔뿌리부터 시작해서 두둑한 기둥까지 만들었다는 게. 그 어디 쉬운 일인가. 네가 이만큼 침투해 있으니 나를 책임져라. 어쩌면 내 고백이 그에게는 막중한 책임을 전가하는 말로 밖에 안 들렸을 수도 있겠다.  

 

 

 

 

"염병.. 최고 흑역사."  

 

 

 

 

서영호 앞에서 추하게 눈물을 쏟으며 어쩔거냐 물었던 게 전년도 최고 흑역사였다. 그나저나 벌써 한 살 더 먹었네. 징그럽다.  

지독한 시카고의 추위에 나이 한 살 더 먹은 경악스러움까지 겹쳐 더 쌀쌀맞아졌다. 옷과 머리를 털고 일어나 우리 위대하신 서영호씨가 다녔던 시카고 대학교나 가볼까 하고 걸음을 옮겼다.  

 

 

 

"미친,오지게 추운 날씨다. 벌써 코감기 얻은 것 같애."  

 

 

 

 

욕 나오는 기온에 코를 훌쩍이며 어떻게 또 시카고 대학교에 왔다. 공교육부터 시작에서 죽어라 영어를 했던 이유는 외국에서 적어도 피해 안 입고 덜 헤매기 위함이 전부인 것 같다. 고삼 때도 수시철에 대학교 탐방 같은 걸 한다 했을 때 별로 감흥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무슨 건물이 이렇게 재미가 없나,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 기출이나 좀 더 풀겠네 하며 따분해 했는데 서영호의 대학교는 외관부터 예쁜데다가 한국에선 경험할 수 없는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나니 마치 미드의 한 장면 안으로 들어 온 것 같아 뭉클했다. 존나 좋은 데 나왔네.  

 

 

 

"그나저나 여기..어디로 나가지.."  

 

 

 

누가봐도 외부인처럼 여유롭게 교정에 엎어져 있는 학생들(아마 학생들 맞겠지)을 둘러보다가 내 쪽으로 걸어오는 여자 한 명을 붙잡아 길을 물어 나왔다.  

일정을 짜지 않고 온 만큼 발길이 닿는대로 뚜벅이 아님 우버 이용이었다. 네이비 피어로 이동해서 작은 테마파크의 사진보다 더 아기자기한 실물을 보며 잔뜩 귀여워해주다가 이따 해가 꼴깍거리며 넘어갈 때 관람차를 타야겠다 하고 골드 코스트로 향했다. 미시간 호의 백사장을 하릴없이 거닐면서 바다를 바라보니 여수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수평선을 바라본 채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다 울어버린 길우린이 여기 골드 코스트에서도 어른거렸다.  

염병 진짜, 두고 두고 생각나게 생겼네.  

길고 짙게 대화를 나누자고. 나만 길고, 짙다기보단 질척거리는 얘길 하다 끝나버린. 여수에서처럼 똑같은 자세로 철푸덕 앉아 발을 탕탕 굴렸다.  

 

 

 

"정말 만나지 말았어야 했나봐. 계속 경멸만 하며 살았어야 했나봐."  

 

 

 

 

눈물이 찔끔, 비져나왔다. 주책맞게. 원래도 바다에 오면 그저 밀려왔다 멀어지는 파도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을 보는게 다라 무덤덤했는데 이젠 바다 근처에 오기도 싫어졌다.  

나 이제 참치회도 안 먹을거고, 바다도 안 올거고, 서존 면세점 이용도 안 할거고, 그냥 서존 관련된거 다 불매할거야! 그리고 이사도 가야지..아니지. 내가 왜 떠나야 돼? 집 밖으로 잘 안 나가야지. 아니야, 알바는 가야지. 아니, 내가 왜 피해다니지? 

실컷 자아 분열을 겪어놓고 가슴이 욱신거렸다.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라도 마주칠 장면을 상상하니 가슴께에 불이 붙었다. 

 

 

 

"관람차로 멋진 시카고의 풍경을 보며 마무리하고 호텔로 신속히 돌아가도록 한다." 

 

 

 

 

혼잣말만 늘어서 한국에 돌아갈 즈음엔 걸을 때도 '저벅저벅' 이라며 의태어 소리까지 다 내고 다닐 것 같다. 갑자기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공원에 무슨 영문인가 싶어 한국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 옆에 자연스럽게 끼어서 사람들이 엄청 많네요,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다행히 중국, 일본이 아닌 제대로 한국 관광객이 맞았다. 아주머니가 현지시각 8시 반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불꽃놀이가 있어서 그런가봐요. 이번 달이 마지막이라네요. 라고 하길래 헐 대박 거리며 또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길우린 날 제대로 잡았네.  

한강에서 하는 불꽃놀이도 사람놀이라며 안 갔던 나지만 불꽃놀이라는 말에 들떠서는 서둘러 관람차 쪽으로 향했다. 관람차 안에서 구경하고 싶은 나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던지 줄이 꽤 길었다.  

괜찮아..새벽까지 한다잖아..  

달고 뜨겁고 맵고 짠 음식 냄새가 오감을 자극했다. 다시 네이비 피어로 돌아올 생각 한 나 럭키.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갑작스런 소리에 놀래서 돌아본 뒤로 시작을 알리는 작은 폭죽이 하늘에서 파자작 터졌다. 어디서나 그렇듯 사람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어차피 갤러리 안에 들어가면 그 순간을 잡았다는 기쁨은 오래 머물지 않고 방치되다가 사진을 정리할 때 삭제와 남겨두기의 기로에 서게 된다. 

나는 반사되어 그림자지는 불꽃들의 빛을 온 몸으로 받으며 구경하며 관람차로 다가갔다. 

 

 

 

 

 

Excuse me, are you here alone?  

 

 

 

 

 

내 순서가 바로 코 앞이었다.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올라가고 내 바로 앞 커플이 막 타는 중에 뒤에서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혼자 오셨냐는 소리가 들렸다.  

 

 

 

 

"...으억!" 

 

 

 

 

 

드라마에서 보면 낯선 장소에서 다시 재회하는 연인들 장면 속 여주는 가녀리게 입을 막고 어머,라든지 뫄뫄씨 점점점 거리던데. 돼지 멱따는 소리 비슷하게 가공되지 않은 날비명을 지르며 놀라버렸다. 꿈 속에서 시카고 여행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 판단이 흐려지게 여기 있는게 신기한 서영호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며 물었다.  

 

 

 

"괜찮다면 같이 탈래요? 저도 혼자 왔거든요."  

 

 

 

내가 어떻게 서영호를 거절하지.  

 

 

 

 

 

결국은 같이 관람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면서 시끄러운 잡음이 줄어들고 먹먹하게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들의 소리가 관람차를 두들겼다. 마주보고 앉은 서영호의 뒤로 형형색색의 불꽃이 피었다. 그의 얼굴에 불꽃의 색깔이 묻었다. 아름다웠다. 그는 어딘가 피곤해보이기도 했고, 음. 지쳐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내 바람일지도 모른다. 너무 혈기가 색색돌면 얄미울테니까.  

서영호는 알고서 그러는 걸거야. 가로로 큰 눈을 다 뜨지 않는건 상대를 취하게 만들기 쉬운 무기로 쓰여지니까. 무릎에 모은 내 두 손으로 가는 듯한 시선처리에 그를 똑바로 직시하고 있던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부서장님은 여기 언제 오신거예요?"  

 

 

 

그가 내 목소릴 듣고 내 눈을 바라봤다. 그냥 내리깐 눈을 말없이 보다가 끝내는게 더 나을 뻔 했다. 심장이 나락으로 쿵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저 이제 우린씨 부서장님 아니에요." 

 

 

 

"네,서영호씨. 우연적인건가요, 의도된 시나리오인가요?"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요."  

 

 

 

"저 따라오신거예요?"  

 

 

 

"우린씨 마음대로 생각해요."  

 

 

 

"제가 어디까지 멋대로 상상할 줄 알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나쁜 짓 좀 했어요. 우린씨 어머님 통해서 뒤를 캤거든요. 회사 빠지고 바로 표 아무거나 끊어서 급하게 왔어요. 막 도착해서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까 명소라 불리는 대는 다 돌아다녔어요. 완전 막 나갔죠. 같은 곳에 어쩌다 동시에 발이 묶였더라도 거기가 보통 큰 곳도 아니고,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따지고보면 기적적인 우연이라고도 표현 할 수 있는데 저는 우연보다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엄마는 정말. 이럴 때 도움이 되기도 하는구나, 한평생 내 속 긁어먹는 짓만 잘 할 줄 알았더니. 정말 그의 말대로 엄청난 천운이었다. 작은 동네도 아니고 낯설고 넓은 땅덩이에서 흔하게 생긴 체구의 여성을 찾는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니까. 운명이라는 말에 나도 동의한다고 격하게 머릴 끄덕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까진 마음 편히 기뻐할 수 없었다.  

 

 

 

"왜..그렇게 무모한 확률에 도전하신거예요? 저 여기서 못 만났으면 어쩌려고."  

 

 

 

"만났으니 그건 생각 안 할래요. 중요한건 한국도 아니고 여기에서 당신을 만났다는 사실이니까. 익숙한 옆모습이 보였어요. 설마 설마 하며 다가갔죠. 우린씨인거 확인한 순간에 저 폭죽들처럼 터져버리는 줄 알았어요. 줄 긴거 우린씨도 알겠지만 그 기나긴 줄이 줄어들기를 바로 뒤에서 기다리는 동안에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계속 옆으로 돌아 몰아쉬고, 혹시라도 내 쪽을 쳐다볼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있었어요. 언제 말을 걸까,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지금이라도 다른 사람이면 어떡하나. 우린씨 뒤에서 나는 세상에서 제일 복잡한 사람이 되어선 서 있었어요." 

 

 

 

 

"기적적인 일 행한 사람치고 되게 여유로운 얼굴이네요." 

 

 

 

 

"지금 어떤 표정으로 있어야 할 지 몰라서 굳어있는거죠. 내 손 잡아볼래요? 의지와 상관 없이 엄청 떨고 있거든요."  

 

 

 

 

아니나다를까 그의 말대로 내밀어진 손을 잡자마자 빠른 속도로 덜덜덜 거리는 떨림이 전해졌다. 일부러 떠는 연기가 아니라 주체 할 수 없음의 상태였다. 그러고보니 그의 목소리에서도 떨림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엔 우린씨 부담스러웠던 거 맞아요. 당신은 어찌됐건 내가 아무리 잘해줘봤자 끊임없이 덧날텐데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잘 감싸줄 수 있을까. 우린씨가 싫어져서가 아니고 나부터가 자신감이 없어서 그때 그랬던 거예요. 그리고 바로 떠날 줄은 예상도 몰랐고."  

 

 

 

 

"근데 정말 인턴십만 마치고 그만두려고 했어요. 저는 그런 조직적인 집단의 일원보다 자유로운 상태의 건물 있는 백수가 꿈이거든요."  

 

 

 

 

내 말에 드디어 서영호가 작게 웃었다. 나는 살짝 안도했다. 그래놓고 왜 안도감이 드는지에 혼란스러워했다. 불꽃은 쉴새없이 터졌다. 천천히 부드럽게 올라가던 관람차가 덜컹 거리더니 맨 꼭대기에서 멈췄다. 

 

 

 

 

 

"사람들 참 기막힌게 우린씨 없으니까 떠돌던 말도 다 사라지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거 있죠. 나 혼자만 우린씨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요. 어제까지만해도 나는 당신이 보고싶었어요."  

 

 

 

"..지금은 봤으니 된 거예요?"  

 

 

 

"지금도 보고있는데 너무 보고싶어서 뭉클해지네요. 보고싶었어, 많이." 

 

 

 

꼭대기의 경치는 잘 즐겼냐는듯 다시 덜컹거리며 관람차가 움직였다. 시카고의 찬란한 야경은 무슨, 내 앞에 꽉 들어찬 서영호와 그 뒤에 이 안을 장식해주는 불꽃의 환한 빛말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거 말고 더 할 말은요."  

 

 

 

팔짱을 끼고 거만한 자세로 등을 편히 기댔다. 서영호가 머뭇거리다가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나직이 말했다.  

 

 

 

 

"좋아해. 많이 좋아하니까 이제 그만 멀어지자,우린아." 

 

 

 

 

"그럼, 이제, 나랑 사귀는...겁니까?"  

 

 

 

허리를 일으켜 정자세로 앉았다. 엉덩이를 앞으로 빼 거의 걸터앉았다 싶을 만큼이었다. 딱 내 두 무릎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진 그의 다리 안에 거의 쏙 들어가기 직전의 가까움이었다. 

 

 

 

 

"네. 고백은 우린이가 먼저 했으니 뽀뽀는 내가 먼저 할겁니다."  

 

 

 

 

서영호가 몸을 앞으로 숙여 얼굴을 가까이했다. 예고를 했음에도 훅 들어오는 느낌에 놀라 눈에 힘을 줬다. 그는 맞붙은 입술을 금방 떼지 않고 있다가 슬며시 입을 벌려 내 아랫입술을 머금었다. 그러고보니 연애는 사치라고 살아온지라 지금 하는 입맞춤이 내 첫경험이었다. 

 

 

 

 

"우린아, 정말 좋아해."  

 

 

이런 낯 뜨거운 말 못하는데 말이야, 술술 나온다.  

 

 

 

 

떨어진 입술 사이는 여전히 가까워 그가 입술을 조금이라도 오므리면 간지럽게 다가왔다. 시카고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깊고 짙은 밤의 하늘엔 여전히 꽃이 수놓아지고 있었다.  

 

 

 

 

 

 

 

 

 

 

 

 

[NCT/서영호] 최악의 이웃 9~10 | 인스티즈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둘이였다. 어떻게든 나랑 앉고 싶어하는 서영호와 비즈니스 이상으론 올라가지도 그의 돈으로 타고 싶지도 않는 나 사이의 실랑이 끝에 그는 나와 같이 이코노미를 탔다. 

서영호는 긴 다리 때문에 꽉꽉 들어차서는 아주 불편하게 앉아서 작게 투덜거렸고 나는 적당히 칭얼거림을 들어줬다.  

 

 

 

"고작 몇 시간 떨어진다고 같이 앉아 가려고 해요. 봐봐, 불편하잖아." 

 

 

 

 

"무려 몇 시간이라고는 생각 안해요? 그거 나 죽으라는 소린데." 

 

 

 

 

"자꾸 귀엽게 굴래요?" 

 

 

 

 

"나 귀여워요?" 

 

 

 

 

 

못말린다. 꽃받침까지 해가며 눈을 초롱히 뜨는 이 사람을 어떻게 이기나. 

그렇게 말했어도 내내 불편한 자세의 그가 걱정이 됐다. 

가까운 나라도 아니고 시카고에서 한국까지인데 장시간 비행이 장신의 그에게는 얼마나 배로 뻐근할 지.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손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서영호는 히죽거리다 내 손을 잡은 채로 잠이 들었다. 

 

 

찌뿌둥한 몸 여기저기를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며 그가 낮게 비명을 질렀다. 

다시 맡는 한국의 저녁 공기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너무 피곤하고 졸리다. 그죠?" 

 

 

 

"그니까요. 그리고 배도 고프고." 

 

 

 

"조금만 참으면 내가 우리 집에서 맛있는 요리 해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답정너적인 물음을 던지며 그가 여전히 잡은 손을 흔들거렸다. 나는 고민하는 척 하다가 인심 쓴다는 말투로 그러죠 뭐 라고 대답했다. 

 

사실 처음 해보는 요리라면서 얼굴을 붉힐 땐 언제고 내온 음식들은 맛이 좋았다. 내가 엄지척을 해보이자 그가 앞치마를 아직 벗지 않은 채 마주보고 턱 괴고 고양이처럼 바라보기를 시전했다. 

 

 

 

"나 조신하게 살림 잘 하는데. 어때요. 매일 이렇게 먹을 수도 있고.." 

 

 

 

 

"무슨 뜻이에요, 그거?" 

 

 

 

 

"약간 폭탄 선언 같은데 나는 혼인 전 동거 엄청 찬성하는 입장이거든요. 

같이 살아봐야 안다는 걸 대학 다닐 때 룸메랑 살면서 느꼈어요. 물론 동성입니다. 

 

 

 

나, 결혼 전제로 우린씨랑 만나보고 싶은데 

 

 

어때요? 우린씨 생각을 듣고 싶어요. 물론 천천히, 나중에, 충분한 생각을 거친 답." 

 

 

 

 

 

"..어..지금 너무 한꺼번에 뭐가 많이 휘몰아친 느낌이에요." 

 

 

 

 

"그런가..주체 못하고 성급했나봐. 그러면 일주일 뒤에 다시 얘기 꺼낼까요?" 

 

 

 

 

"뭔 차이에요,그게.." 

 

 

 

"다르죠. 지금은 한국 온 지 얼마 안돼서 피곤하고, 그래서 나도 제정신이 아닌가? 어떡하지. 심각해보여요 나?" 

 

 

 

"아뇨. 그 정돈 아닌데 귀엽긴 해요." 

 

 

 

얼굴이 약간 붉게 달아올라서는 여전히 앞치마는 두른 채로 자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오는데 그런 모습은 처음 봐서 인간적이기도 했다. 이 사람, 이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아는구나.  

 

 

 

결혼. 제일 싫어하고 영원히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내 삶 돌보기도 벅차고 내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고 해주고 싶은거 다 해주기도 바빴다. 

그런데 내가 얼마나 무거울 지 상상도 안 가는 책임이 따르는 결혼을, 그에 이어지는 아이, 시댁, 명절 등등을? 아직까진 끔찍했다. 

내가 나이가 늦은 것도 아니고.  

그런데 상대가 눈 앞의 서영호라면. 이 사람이 과연 결혼 후에도 지금과 같이 날 대해줄까? 그렇다는 보장이 있을까. 

나는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하단 핑계를 대며 집으로-해봤자 옆-도망쳤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그의 집 문을 두들겼다. 

그는 아침형 인간 답지 않게 방금 깬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본능적으로 안아오는 그를 밀어내며 선전 포고하듯 외쳤다. 

 

 

 

"나도 결혼 전 동거 대박 찬성해요! 한 달 동안 같이 살아봐요 어디." 

 

 

 

 

"..와우. 이렇게 빨리 답을," 

 

 

 

 

"그러면 일주일 뒤에 다시 말해줄까요?" 

 

 

 

 

내 말에 그가 바로 고개를 젓는다.  

 

 

 

 

 

"진심이에요?" 

 

 

 

 

"그럼 서영호씨는 어제 농담으로 그 얘기 꺼냈어요?" 

 

 

 

 

"아니죠. 그런데 이렇게 빨리 결정 내릴 줄은 몰라서." 

 

 

 

 

"나 추진력 쩌는 사람이에요. 졸리니까 비켜봐요." 

 

 

 

 

당장에 소파에 베개를 던졌다. 내가 자리를 잡고 눕자 그가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침대에서 자라고 권유하며 자기가 소파에서 자겠다고 했다. 

 

 

 

 

"어떻게 그래요. 영호씨 자린데." 

 

 

 

 

"괜찮아요." 

 

 

 

 

"..에이! 어쩔 수 없네. 같이 자요 그럼." 

 

 

 

그의 손을 잡아 침실로 이끌었다. 순순히 딸려가는 와중에도 뒤에서 선비처럼 쫑알쫑알 말이 많았다. 그를 앞으로 밀쳐 침대에 내동댕이 치듯 앉혔다. 

여수에 가기 전 극강의 방법으로 나를 꼬여냈던 그의 행동을 똑같이 되돌려주었다. 그의 양 어깨를 잡고 내려다봤다. 나보다 시선이 낮은 서영호는 또 새로웠다. 평소엔 잘만 쳐다보던 그의 갈색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나는 일종의 승리감을 느꼈다. 

 

 

 

"뭐 어때요! 한 달 내내 소파에서 잘 생각 한 건 아니겠죠?" 

 

 

 

 

"너,너무 빨라요. 천천히." 

 

 

 

 

"성급하게 결혼이니 동거니 얘기 꺼냈던게 누구더라?" 

 

 

 

쩔쩔매고 있는 서영호를 보자니 웃음이 비죽비죽 나왔다. 

나는 좀 더 대담하게 그의 허벅지 위로 올라탔다. 그가 허리를 낮추고 손을 뒤로 짚었다. 내가 얼굴을 들이밀면 그는 반대쪽으로 피했다. 소극적으로 나오는 그의 태도에 내가 비아냥 섞인 투로 말했다. 

 

 

 

"이 정도는 감수하고 있었어야죠. 부끄럼쟁이." 

 

 

 

 

"우린아." 

 

 

 

 

"아..갑자기 이름 부르면 반칙이잖아." 

 

 

 

 

"장난은 여기까지." 

 

 

 

 

"장난 치는거 아니에요. 진지해요." 

 

 

 

 

그가 내 겨드랑이 아래로 손을 집어넣더니 번쩍 들면서 일어났다. 놀란 몸이 자동으로 발버둥을 쳤다. 서영호가 나를 들어올린 채로 반바퀴 돌아서 내 몸이 침대 쪽으로 가게 했다. 그대로 나를 눕히고는 이불까지 꼭꼭 덮어주었다. 

 

 

 

 

"자요." 

 

 

 

 

"영호씨는요." 

 

 

 

 

"어차피 일어나야 되는 시간이었어요." 

 

 

 

매정하게도 내치고 가려는 그를 놓칠세라 붙잡았다. 물기를 머금은 듯한 목소리로 애원헸다. 

 

 

 

"나 로망 있어요. 한 침대에서 좋아하는 사람 팔베개 베고 자는거. 좀 들어주면 안돼요? 응?" 

 

 

 

문을 두들길 때부터 그를 잡고 앙앙대는 지금까지 내가 뱉은 모든 말들에 먼저 놀라는건 나 자신이었다. 겉으론 드러내지 않았지만 본능에 충실해 먼저 뱉는 말들에 미쳤니 우린아 라고 토를 달았다. 

이미 자요, 까지 벌려버렸다. 쏟은 쌀 줍기가 더 쉽겠다. 눈을 질끈 감으며 슬쩍 고개를 돌려 길우린 미친년 하고 중얼거렸다. 

 

 

 

"나." 

 

 

 

"응?" 

 

 

 

"나 사실 우린씨 안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모르죠, 먼저 키스했을 때. 딱 거기서 뛰어내리고 싶었어요. 몸이 너무 뜨거워져서 주체가 안되더라고. 강으로 뛰어들던지 불이라도 붙여서 타버리던지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지금 우린씨가 내 침대 위에 누워있는거 보기만 했는데도 어쩔 줄 모르겠어요. 나 좀 봐줘요. 미칠 거 같아요, 너무 좋아서." 

 

 

그렇게 말하고 큰 손 안에 얼굴을 폭 감추는데 차마 가려지지 못한 귀가 새빨갛게 익어서 열을 내고 있었다. 나에 대한 감정을 이토록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또 귀엽게 표현하는 그를 어떻게 사랑 안 하지.  

 

 

 

 

졌다.  

이겼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번에도 완벽하게 졌다. 

 

 

 

 

 

 

 

 

 

 

 

 

 

 

 

 

 

 

 

 

 

 

 

더보기

다음주 완결이에용♡ 두번째 완결이네요 ㅋㅋㅋㅋ 제가 웬만하면 날을 지키려규 했는데 이번주 일요일에 일이 있어서 오늘 올립니다. 다음주에는 날 지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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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4.204
이번 편 정말 슬픔과 달달함이 극과 극으로 오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시카고까지 와서 찾아낸 거 흐윽ㅜㅜ 부끄럼 많이 타는 영호 세상에서 제일 귀엽잖아요ㅠㅠ 벌써 마지막화가 다음 주라니,, 믿을 수 없닥우요ㅠㅠ
6년 전
문달
재업글이라 빨리빨리 업로드하다보니 글 분위기가 그렇게 된지도 몰랐네요 호고곡 0ㅁ0!!! ㅋㅋㅋㅋ다음주에도..영호는 달달핳 예정..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
짜 세상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스윗할수가 있죠ㅠㅠㅠㅠㅠ 늘 볼때마다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를 않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따륵,, 작가님 명절 잘 보내시구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늘 감사드리구 새해 복 만땅만땅 받으세요❤️
6년 전
문달
도짜릠도 새해복 마니 받으세요~~~저처럼 무식하게 먹으시면 안됩니다 !!ㅋㅋㅋㅋ♡♡
6년 전
독자2
시카고살다왔는데 클라우드게이트중앙에누워있는다는것때문에 글에 이입이 안대여,,,,퓨ㅠㅠㅠㅠ
6년 전
문달
네...또 이렇게 무식함 우주발사....관 속에서 고쳨ㅅ어요...
6년 전
독자3
글 너무 잘읽고있어요 작가님ㅠㅠ 이런댓글 달면 쫌 그럴까봐 고민했는데 너그럽게 받아주셔서 감사해요ㅠㅠ 클라우드게이트 안쪽이ㅣ 좀 좁고 사람이많은데다가 사람들이 다 중앙에서 사진찍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문달
아녜요 아네요!! 연출 살린다고 현장을 무시하면 안되죠!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4
개꿀잼 늘 잘 보고 있습니다..ㅠㅠ엉엉
6년 전
문달
개꿀잼 칭찬 그뤠잇 감사합니댱 ㅎㅎ
6년 전
독자5
아 진짜 너무너무 좋아서 미칠거같슴다ㅠ 일요일 기다리고있었는데 딱 알람떠서 소리질렀읍니다......ㅠㅠㅠㅠㅠ왤케 스윗해요ㅠㅠㅠㅠㅠㅠㅜ 하 내 심장 폭행범 범인은 ㅅ...ㅓ..ㅇ..ㅕ..ㅇ....ㅎ........서...영...호.....너는 럽....
다음이 완결이라니 넘 아쉬워요ㅠㅠㅠㅠㅠ흑흑따..... 오늘도 너무 잘보고가욤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년 전
문달
갸아아악 알람이 일요일이 아닌 평일에 울려서 당황스러우셨겠어요 ㅋㅋㅋㅋ 다음주엔 꼭 제 날에 업로드 하도록 할게용 띵동
6년 전
비회원18.20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부농이에요 다시 읽어도 좋아 죽겠네요 진짜 서영호랑 결혼하고싶다 나두!!!!!!!!! 넘 좋아오 설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부끄러워하는 서영호 놀리고싶다.... 나도 팔베개하고 같이 누워있고 싶다........ 진짜 상상만으로도 넘 행복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앤온리 서영호... 알럽유....
6년 전
문달
안녕 이부농님!! 내용이 조금 달라진 것..그것이 재업의 묘미지요 ㅎ 원앤온리를 보전하기 위해 (ㅎㅎ?)제가 먼저 결혼해보겠습니다^^
6년 전
독자6
으악!!! 그냥 얼른 겨론해버려라ㅠㅠㅠ 너무 달달해서 돌어버릴거가타여어어너대냉!! 하루 종일 최악의 이웃만 기다려요ㅜㅜㅜ ㅎ흑흑 작가님 새해 복 많이받으세여!! 아 그리고 혹시 암호닉 받으시나여? 받으신다면 답니 로 신청할게욧!
6년 전
문달
네네! 암호닉..제가 다정히 도짜림 이름을 불러드리길 원하신다면 맘껏 신청하십시오 핫핳 감사해영 독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욤~~~
6년 전
독자7
헉 벌써 완결이라니 진짜 너무너무 아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작가님 글 기다렸는데ㅠㅠ 오늘도 정말 저ㅇ말 잘 글 잘 읽었어요!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ㅠㅠ
6년 전
문달
ㅠㅠㅠㅠ 두번째 올리는 최악의 이웃이지만 역시 재업을 막론하고 글 하나가 끝난다는건 늘 아쉬운거 같아용. 저도 늘 독자님들 어떤 반응이실까 하고 설레했는데 ㅜㅠㅠ 그치만 우리 또 다른 글에서도 만날 수 이쓰니까용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6년 전
독자8
와.... 극강으로 슬펐는데 갑자기 극강으로 설레요 미쳤다 드디어 사구린다... 근데와.... 당장 제 옆집에 서영호 데려와주세여 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문달
ㅎ...제가 무조건 글 붙여 올린다고 분위기나 흐름을 고려 안 해서 독자님들 티익스 정도 태워드린것 같네요 ㅋㅋㅋㅋ 영호는 이미 제 옆집이기 때문에 아쉽지만 데려다드릴 수 없네요 ^^
6년 전
독자9
너무....좋아서....사라질거같아요..... 서영호....사랑해....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
6년 전
문달
사라지지 마세오..완결 보고가셔야지...!!ㅋㅋㅋ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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