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상균과 싸웠다. 왜냐하면
"꺄아아아아아앍 오빠 사랑해요!!!"
"상균이 오빠!!"
이렇기...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우리 카페는 훈남 ㅇㅇ카페로써 SNS에서 명성을 날리다 결국 방송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나도 뭐 처음에 김상균 미모 알려서 영업 매출에 득이 되면 좋으리라 하여 방송출연을 허락했는데, 영업매출 득이 되는 것만큼 실 역시 풍랑처럼 찾아온 것이다. 들어오는 여자손님 중 좀 예쁘장하다 하는 손님들은 거의 김상균의 번호를 물어보았고 김상균이야 갓벽한 철벽이라 예전과 다르게 미소를 지으면서 철벽치진 않았지만 그냥, 그냥 짜증났다. 결국 내 옹졸한 마음을 내비쳐 영업할 때 김상균에게 짜증을 내게 되었고, 그것이 그대로 손님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김상균은 손님들에게 불친절한 것을 매우 싫어했다. 결국 너도 나와 잠깐 떨어졌을 때 그랬냐느니 하며 김상균과 투닥투닥을 벌였다. 사실 거의 김상균이 한 번 잔소리하면 내가 폭격을 던지는 수준이라 김상균은 거의 듣고만 있었지만.
"휴..."
이건 뭐 방송출연을 무를 수도 없고 하루가 다르게 난리다. 항간에 김용국에게 듣기로는 잘나가는 연예인 한 명도 와서 번호를 주고 갔다는데 그 날 진짜 대판 싸웠다. 김상균 잘못이 아니란 걸 안다. 김상균 얼굴이 잘못이다. 나는 나의 잘못을 깨닫고 퇴근을 한 뒤에 사과를 하기로 했다. 김상균은 싸운 날에도 내 쪽으로 와 차 문을 먼저 열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어디서 배운 작업질이냐고 하니 나 밖에 사용 안한단다. 그 말에 또 웃어버리고 차를 탔다. 김상균은 차를 타고 가면서 내게 무언가 하나를 내밀었다.
"뭐예요 이거?"
"나 카페 그만 둬."
"에에에에에에엑 왜요?"
"결혼해서 여자들한테 유부남이라고 할려고."
김상균이 카페를 그만두겠단 충격적 선언을 한 것이다. 잠깐만 그럼 김용국은...? 권현빈 세영이와 정환이 오빠는...? 나머지 주말 타임 알바생들은 어쩌고...? 우리 카페는 시급도 꽤 괜찮은 편인데다 김상균 손이 정말 빨랐기 때문에 손님 대비 굉장히 여유로운 편이었다. 김용국과 권현빈도 그 이점에 편승하여 최고의 알바 생활을 한다고 했었고. 갑자기 그만 두면 거의 애들 거의 동아줄 끊기는 신세 아닌가. 그것보다 나의 친목은...? 아, 김용국이랑 노는 거 재밌었는데. 나는 그 순간에도 철 없게 김상균의 인생이 아니라 알바생들의 인생과 친목을 걱정하고 있었다. 뭐 권현빈 김용국도 이제 알바 인생 졸업하고 사회의 반듯한 일원으로써 경제에 정식으로 이바지할 때도 됐지만.
"선물 열어봐."
"허얼...."
"너 선물 안 열어봐?"
김상균은 손을 두어 번 쓸다가 내가 선물을 열어보지 않자 직접 케이스를 열어주었다. 딸각- 하는 소리와 함께 올라간 케이스 안에는 심플한 반지가 들어 있었다.
"우리 결혼하자."
"...허얼..."
"나 할 거 많아, 돈도 어느정도 있고."
"싫으면 싫다고 얘기해도 돼."
눈이 커졌다. 김상균이 결혼하쟨다. 늘 모든 여자들이 프러포즈를 받을 때 고민하듯 나 역시 그랬다. 김상균과 만난 지 이제 3년이 되어가서 막 졸업하고 이젠 사회의 새내기가 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난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 결혼하다 임신하면 내 취업 준비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흘끔 보는 김상균은 묵묵하게 자동차 운전만을 하고 있었다. 일단 날 평생 함께 할 만큼 사랑하는 걸까.
"네 의견이 중요해."
"사장님 저 사랑해요?"
김상균이 핸들을 돌리며 웃었다. 와이셔츠를 걷은 팔뚝에서 핏줄이 불긋거린다. 김상균은 내가 와이셔츠를 좋아한단 사실을 알고는 사귀고 나서 2년까지 한 번도 와이셔츠를 안 입은 적이 없었다. 날 위해 집에 열 개씩이나 사두었다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김상균이 다시 입을 뗐다.
"응. 너무 사랑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을 신기루처럼 만드는 발언이었다. 나는 김상균에게 행복한 납치를 당했다. 절로 고개가 두어 번 수그려졌다.
***
"그래서 결혼했다."
"진짜 사장님 성격만큼 프러포즈도 심플하네."
"네가 사장님 성격을 알고? 진심 또라이다 또라이."
"그래도 똥개, 너 취직하고 임신해서 다행이다."
"결혼생활은 어떠냐."
오랜만에 만난 김용국과 권현빈의 재회였다. 둘은 알바 생활을 청산하고 번듯하게 직장에 들어갔다고 한다. 둘이 같은 직장을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둘이 최소 소울메이트다. 뭐 김상균과의 결혼 생활? 늘 똑같다. 다정하고 자상하고, 내 말이라면 껌뻑 죽고.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상한에서 자상한 또라이로 변했달까. 김상균은 애처가라 결혼생활은 늘상 평탄했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한 김상균의 모습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청소하라니까 더 어질러 놨다든가, 이상한 개드립을 날린다던가, 애 이름을 이상한 걸로 짓고 싶어하는 하는 상식선에서 봐줄 수 있는 또라이짓 말이다.
"사장님 아무말 쩔어."
"그건 너도 그렇잖아. 존나 끼리끼리네."
"그게 아니라 애 낳으면 이름을."
"이름을?"
"됴디로 짓고 싶대."
"진지하게?"
"진심 핵 진지빨고 말했음. 진짜 내 남편이지만 또라이다."
권현빈과 김용국의 눈동자가 놀라움에 휩싸인다. 에이 설마 아닐거야...하고 둘이 일관된 반응을 보여주었다. 나는 심드렁하게 레모네이드를 빨아들였다. 김상균은 익숙해져야 한다며 내 배를 문지르다 됴디야 하고 세뇌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김상균이라면 가능했다. 놀라울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읍니다.
***
"됴디야, 아빠가 핫도그 사줄까요?"
"거 애 이름 마음대로 바꿔 부르지 맙시다!!"
결국 김상균과 타협하여 지은 이름이 도담이었다. 탐스럽고 야무지단 뜻에서의 도담이. 김상균은 됴디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력하게 제 주장을 펼친 바 있지만 어쨌든 그 집에서의 권력가는 나였으므로 김상균은 손쉽게 꼬리를 내렸다. 한동안 김상균도 도담이란 이름도 예쁘네 수긍하면서 잘 불러줬던 것 같은데 또 저런다 또. 나는 지금 내 딸의 손을 잡고 됴디라고 세뇌시키는 김상균을 보고 있었다. 저 상또라이...김상균은 곧 핫도그를 파는 가게에 가서 내 것까지 세 개를 사오며 다시 내 쪽으로 걸어왔다. 도담이는 한 동안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핫도그를 먹다 말했다.
"됴디 아빠랑 결혼할래!"
흠칫. 웃고 있던 김상균의 눈동자가 사뭇 진지해진다. 저거 시발 철벽칠 때 나오는 표정 아니야...? 이윽고 김상균은 도담이를 들어올려 한 팔에 올리고 눈을 맞추며 말했다.
"안 돼요."
"왜애애애...됴디 아빠랑 결혼할거야."
"안 돼요, 결혼했어요."
"히이잉...됴디 아빠랑 흐끅, 흐끅. 우에엥..."
"거 애한테까지 철벽 치지 말라고욬!!!"
결국 내 딸아이는 섦움에 찌든 울음을 터뜨렸고 정색하고 있던 김상균의 표정은 순식간에 당황으로 바뀌었다. 빈 말 한 번만 해주면 되는데 연애시절 때는 그렇게 청산유수더니 결혼하니까 용국이를 닮아간다. 저렇게 철벽일수가. 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딸아이를 넘겨 받았고 김상균은 멋쩍은 듯 제 머리를 긁적였다. 융통성 빵점이다 새끼야. 나는 딸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눈물을 달랬고 김상균은 다시 웃음을 터뜨리며 딸아이에게 말했다.
"그럼 됴디 아빠한테 2등 할래요? 2등도 좋아."
"애한테 또 이상한 거 가르친다..."
그냥 아빠한텐 됴디가 제일 소중하다고 해주면 되지, 굳이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하며 2등을 하겠냐고 권유한다. 이제 살짝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부녀의 모습이 귀여워서 넘기기로 했다. 지금의 딸아이는 모르는 게 많아 한참 호기심이 많을 나이였다. 숫자 개념도 모르고 결혼이란 건 좋은 건줄로만 안다. 그래, 딸아 네가 20년만 지나서 해봐라 결혼... 걍 자상한 아들램 하나 더 키우는 느낌이란다.. 그래도 김상균이 애와 잘 놀아주는 덕분에 어찌나 제 아빠를 잘 따르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결국엔 제 아빠한테 가겠다고 보채는 바람에 김상균에게 애를 넘겼다. 김상균이 한 품에 도토리처럼 쏙 안기는 아이를 안고 등을 두드리며 둥가둥가 얼렀다. 아이가 다시 말했다.
"아빠, 그럼 1등은 누구야?"
"1등은 당연히 엄마죠."
김상균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다시 물었다. 1등이란 건 무슨 뜻이야? 김상균이 딸아이의 앞머리를 곱게 쓸어내려 주며 말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란 뜻이야."
***
김상균은 인생 철칙이 있다면 사랑도, 일도, 모든것에 미쳐라 였다.(딱 하나 방 정리 빼고) 그는 그 인생 사명에 걸맞게 정말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다. 공부든, 일이든, 무엇이든, 설령 그게 애와 놀아주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김상균은 애와 놀아주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안타깝지만 최선만이 느껴졌다. 사람은 자기가 각자 주어진 재능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하는데 분수에 맞지도 않게 내가 요리 담당을 하고 김상균이 놀이 담당을 해 버린 탓이었다. 나는 여느때처럼 된장국을 끓이기 위해 애호박을 썰고 있었고 김상균은 도담이와 놀아주고 있었다. 어떤 파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나는 요리를 끝마치고 김상균과 아이가 있는 방을 벌컥 열었다. 아이와 놀아주고 있는 김상균을 보며 나는 좋은 아버지의 표상인 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상균 뒤에 있는 빨간 망토를 보기 전까지는.
"아빠! 내가 세일러문이야! 아빠는 슈퍼맨이야!!"
"응! 나는 슈퍼맨이야!"
세일러문과 슈퍼맨은 다른건데... 전직 애니 덕후인 나는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나저나 김상균 저 등 뒤에 달린 빨간 망토는 뭔지 모르겠다. 저 정도까지 열심히 놀아줄 필요가 있느냔 말이다. 장난감 칼을 든 김상균은 침대에서 아이와 뛰어 놀고 있었다.
"오빠, 침대에서 뛰지 말아요. 아래층에서 올라와"
"날아라 김상균!!!!!"
김상균은 저 말을 마치고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그 날아오르는 슬로우 모션에 빨간망토가 짧게 나부꼈다. 그 찰나의 쇼에 세일러문은 박수를 쳤고 김상균은 천장에 머리를 찧고 그대로 쓰러졌다. 나는 깜짝 놀라 김상균에게 다가갔고 딸 아이는 배를 잡고 웃음을 흔들었다. 슈퍼맨은 머리가 매우 아픈지 등을 새우처럼 말아 제 머리를 싸매고 매우 아파했다. 잘못된 교육의 폐해였다.
"내가 그러니까 뛰지 말라고 했자나..."
"아, 아파...."
하 시발...아빠랑 결혼하겠다던 딸아 보고 있느냐. 결혼하면 그냥 잘생기고 자상한 아들램을 둘 뿐이야... 김상균은 곧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나더니 나에게 병아리처럼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뭐야, 입술은 왜 내밀어.
"뽀뽀해줘. 슈퍼맨한테"
"....."
"그럼 나을 것 같아."
...나는 자식이 두 명이다.
***
아래서부터 짤털이!!!!!!!!!
추가로 더 푸는 짤들+
젭제의 연장을 기원하며 현빈이 용국이 상균이 짤을 추가로 털어보았읍니다...
설마 저 길잃글로 옮겨지는 거 아니겠죠....?
사실 동한이 외전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읍니다...
저 되게 글 빨리 쓰는 편이라 후딱후딱 동한이 거 오늘 엄청 길게 썼는데
방금 다 지웠어요....다른 여자랑 이으려다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10년동안 누굴 좋아했는데 다른 여자가 눈에 쉽게 들어와도 되나 이런 생각 들어서...
네...괜히 저도 쓸데 없이 역할에 몰입했네요...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쓸데없이 역할에 몰입했나 봐욬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ㅠ
분량실종이라 구독료 없앴습니다...저도 양심이 있는지라...
부디 짤보고 푸셨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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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연장부터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