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경수야"
"엉?"
"들리는 소문이 있는데.."
"무슨소문?"
"음..그게.."
"엉."
"너가 호모요정이라는 말이 사실이냐?"
"뭐?!!"
한가롭게 점심을 먹고 옥상으로 올라온 둘은 구석에 말없이 앉아있었다. 경수는 점심도 먹었겠다 잠이 오길래 몇분정도 잘려고 했지만 그 결심은 백현의 돌직구 발언에 완전 깨지고 말았다. 호모요정이라니. 경수는 방금 먹은 밥이 역류하는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변백현이 점심을 잘못 쳐먹은것 같다.
"이새끼가 미쳤나 무슨 소리야 그게?"
"너 호모요정이라고 소문 다 났던데. 아니야?"
"이게 미쳤나 진짜. 아, 누가그러냐고!!"
"맨날 너보러 우리반에 오는 1학년 걔 있잖아. 김종인인가? 걔가 그랬다는데?"
"아이고 머리야.."
경수는 갑자기 조퇴를 하고싶어졌다. 변백현이 알았으면 이미 전교생이 다 아는사실일거야..개새끼. 경수는 입모양으로 욕을 씹으며 갑자기 일어나더니 백현을 두고 혼자서 내려갔다. 내가 이노무 시키를 반 죽여놔야지. 비장한 각오를 한 경수가 1학년층에 도착했다. 두리번거리며 1반부터 문을 열어 종인이 어디있는지 확인하는 경수의 마음을 알고 나타난건지 종인이 경수의 뒤에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형? 왠일로 1학년층에 왔어요? 아~나 보고싶어서 왔구나?"
"야 이새끼야 너 나 따라와."
종인을 보자마자 폭발할것같았던 경수는 화를 내리누르며 종인을 데리고 다시 옥상으로 올라왔다. 아까 자신이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백현이 자리잡고 누워있었다. 백현을 살짝 흘겨보던 경수는 종인이 뱉는 말에 기어코 화가 폭발했다.
"형, 단둘이 여기서 뭐하게요? 응? 아~응큼해라~"
"야.. 단둘은 개뿔 저기 변백현 안보여? 엉? 니 눈깔은 시발 장식이야? 앙?!!!"
"아 왜그렇게 화를내요. 좀 천천히 조용히 말해도 알아들으니까 화내지마요."
"야! 내가 화가 안나게 생겼어?! 엉?! 너때문에 내가 호모요정이라고 소문났잖아!!! 너때문에!!!!"
"아, 그거요? 아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인데.. 누가 그래요?"
"농담? 시발 농담이랬어? 엉?!!"
"네. 에이 뭘 그런걸 갖고 그러나~ 형도 은근히 신경쓰이죠? 응?"
하 이새끼 봐라... 뻔뻔한 종인의 반응에 기어코 경수가 화를 내버렸다. 백현이 알고있다는건 곧 온 애들한테 경수가 호모요정이라는 얼토당토 않는말을 하고다녔고, 그리고나서 자신에게 말한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경수는 종인에게 침까지 튀기며 화를 냈다.
"야. 너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게이취급을 당하는데 당연히 신경이 쓰이지!!"
"형 게이 아니니까 신경 안써도 되잖아요."
"아오!!!!!!!"
경수는 무슨말을 해도 안통하는 종인때문에 속터져 답답할 지경이었다. 허리에 손을 얹고 가만히 분을 삭히고 있는 경수에게 종인이 뒤로 가서는 허리를 꽉 끌어 안았다. 그리고는 턱을 경수의 어깨에 괴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진짜 농담으로 한건데..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요. 내가 아니라고 말할게."
"..이미 다 퍼진거 말하면 누가믿어."
"아니야. 내가 진짜 다~말하고다닐게! 그러니까 화 풀어 응? 경수야~"
"이게.. 형한테 경수야가 뭐야?"
"하는짓도 그렇고 키도그렇고~ 나보다 형같아야말이지."
경수는 종인을 못당해내겠다는듯이 한숨을 내뱉으며 웃었다. 그리고 그걸 뒤에서 한참이나 지켜본 백현은 둘을 재수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는 경수에게 말을 걸었다.
"야, 호모요정아."
"뭐 이새끼야?"
"눈꼴시려우니까 작작하고 내려와라."
"뭘 했다고 눈꼴시렵대냐, 웃기네."
"아, 나 오늘 너랑 같이 못가."
"뭐? 왜?"
"찬열이랑 어디 가기로했어."
"니네 사귀냐? 맨날 붙어다녀. 수상해 니네."
"내가 너처럼 호모요정이냐? 너가 게이라고 나까지 게이는 아니다."
뭐?야! 너 거기 안서?!! 경수에게 코웃음을 친 백현이 그대로 쪼르르 옥상을 나갔다. 경수는 지금 당장 백현을 잡으러 가고싶었지만 뒤에서 자신의 허리를 안고있는 종인때문에 몸이 자유롭지 못했다. 종인의 팔을 풀고 품에서 벗어난 경수는 그대로 옥상을 나가려 했으나 종인이 뱉은 말 때문에 걸음을 멈췄다.
"경수야, 오늘 같이갈래?"
"됐어, 혼자갈거야. 형이라고 안불러?"
"형같아야 형이라고 부르지. 이따가 너희반 앞에서 기다릴게. 얼른나와."
"웃기네."
경수는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웃는 종인에게 가볍게 가운대손가락을 날려주며 바로 뒤돌아 옥상에서 내려왔다.
_
"야, 나 간다. 데이트 잘해라."
"얼른 꺼져 이새끼야."
히죽거리며 경수의 등을 친 백현이 바로 뒷문으로 나갔다. 뒤이어 경수가 느긋하게 문을 열고 나가자 바로 코앞에서 종인이 딱 가로막고 서 있었다.
"뭐야? 나 혼자갈꺼야. 꺼져."
"에이, 경수야 오늘 일찍끝났는데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갈래요?"
"아 좀 꺼지라니까? 나 집에 갈거야."
"알았어요.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됐지?"
되긴 뭐가 되 새꺄. 경수는 종인이 불편했다. 1학년인 종인을 처음 본건 담임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교무실로 갔을때였다. 가득 쌓인 유인물을 경수에게 안겨주고 반에 가져다 놓으라는 담임의 말에 이걸 어떻게 가져가나 했는데, 그때 종인이 옆으로 와서는 경수를 도와주겠다고 자처했다. 그 이후로 종인은 경수를 만나면 항상 그때 자신이 도와줬으니까 뭐 사달라고 계속 따라다녔는데, 경수는 이새끼 이거 왜이러나.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종인은 경수에게 매점에서 빵을 사달라고 한것과는 차원이 다른 말은 하기 시작했다. 어느때와 똑같이 점심시간에 경수에게 빵을 사달라한 종인은 경수를 데리고 운동장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경수에게 마치 밥 잘 먹었냐는 투로 말했다. 경수야 나 너 좋아해.라고. 경수는 그때부터 종인을 이상하게 보고 피하기 시작했다. 근데 여간 끈질긴게 아닌 종인은 항상 경수가 가는 곳마다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끈질긴 종인때문에 집까지 같이가게 된 경수는 속으로 종인에게 온갖 욕을 씹어댔다.
"경수야."
"이게 또 형한테 형이라고 안하.."
"좋아해."
"...."
"진짜 좋아해 경수야."
"무...뭐..."
아니, 맨날 하루 세번씩 듣고 그냥 무시했던 말들이 왜 갑자기 신경이 쓰이는거지? 경수는 당황해했다. 여태껏 종인이 경수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면 대뜸 욕부터 하던 경수이기 때문이다. 경수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종인을 쳐다봤다.
"왜? 갑자기 왜그래?"
"..."
경수는 가만히 종인의 눈을 쳐다보았다. ..얘가 날 항상 이런 눈으로 쳐다봤단말이야? 종인은 경수를 무척이나 사랑스럽다는듯이 눈을 살짝 휘고는 쳐다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항상 그랬던것 같다. 자신이 온갖 험한 욕을 뱉어내도 눈을 마주치면 저렇게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듯한 눈빛을 하고 쳐다보았다.
...그걸 왜 내가 이제야 안거지?
"경수야, 어디 아파요? 응? 아니면 내가 잘못말했나? 근데 무를 생각 없는데."
"...."
경수는 그대로 말 없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종인도 그 옆에서 말없이 따라 걸을 뿐이다. 몇분정도 걸었을까. 경수가 걸음을 멈추고 종인을 올려다 보았다.
"잘가, 경수야. 내일 보자."
인사를 끝낸 종인이 뒤돌아서 가려고 하자 경수가 종인의 셔츠 자락을 살짝 잡았다. 놀란 종인이 뒤돌아 보자 경수가 고개를 떨구고는 작게 말했다.
"...내일도...같이 가면 안돼?"
"...응? 뭐라고? 다시말해봐."
"내일도..같이 가자고.."
"진짜?! 당연하지! 내가 내일 데릴러 올게. 당연히 같이 가지!"
고개를 떨구고 수줍어하던 경수를 끌어안은 종인이 경수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경수야. 내가 진짜진짜 좋아해요. 알지?"
그대로 경수의 볼에 입을 맞춘 종인이 내일 보자고 하며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갔다. 경수도 얼굴이 빨개진체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두사람이 잠깐 머물던 자리에는 살랑한 봄바람이 일었다.
*
아 내 손발!! 오글거려서미치겠네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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