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w.1억
여름이의 꿈속_
여름이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자 여름이는 눈을 천천히 떴다.
당연히 꿈속에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아빠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누구세요...?'
여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여자는 무언가 여름이에게 말을 했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여름이 그 소리를 들으려 인상을 써보았지만 결국엔 들리지 않았고, 그 여자가 마지막으로 한 한마디만 들려왔다.
'고마워요.'
이름모를 여자가 꿈에 나와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서럽게 울면서 말이다.
'가지마요.'
애타게 불러도 여자는 등 돌려 여름이의 집에서 나갔고, 여름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컴퓨터로 무언갈 찾아보는 화영은 여름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자 뒤를 돌아 여름이에게 말한다.
"뭐야. 또 악몽이라도 꿨어?"
"……."
"야.."
"슬픈 꿈을 꿨어."
방 안에 있던 또 다른 작은 방에 들어간 정국은 들어가자마자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채수빈의 영정사진을 뒤집어두었다.
수빈의 물건들, 수빈의 옷들도 다 방안에 가득차있었고
정국은 늘 그렇듯 의자에 앉아 방안을 둘러보았다.
제 33화_
전할 수 없는 마음
석진은 정국의 집에 나오자마자 납골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빈의 사진이 있는 유리창에 손을 대어본 석진은 혼잣말을 했다.
"수빈아.. 미안해. 내가 미안해.. 너한테 평생 용서 빌어도 모자랄 건 아는데..
나도 좀.. 살자. 망가진 정국이를 봐.
너도.. 너도 무너지는 정국이를 원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수빈의 사진에 대고 한참을 사과하던 석진은 고개를 숙인채로 또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주먹을 꽉 쥔채로 아무말도 못 한 석진은 곧 눈에 눈물이 고이는듯 했다.
여름과 같이 병원에 온 화영은 밖에서 기다리며 심심한지 핸드폰을 한참 보았고,
곧 티비에 나오는 익숙한 사람에 시선을 두었다.
"미친.. 티비 자주 나오네."
태형이 mc와 함께 의자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화면에 화영은 한참 그 티비 화면만 보다
여름이 깁스를 풀고선 진료실에서 나오자 곧 웃으며 말한다.
"어떠냐? 한달만에 깁스 푼 느낌이."
"이젠 교통사고 나지 말아야겠다."
"그게 네 맘대로 되냐? 나 3시 출근이야. 2시간 안에 뷔페 때릴까?"
"콜!"
콜- 하면서도 여름이 핸드폰을 확인하자 화영은 여름이 정국의 연락을 기다리는구나 싶었다.
같이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어제보다는 확실이 좋은 날씨에 여름이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이런날에 좀 나가야 되는데.."
"나왔잖아."
"아, 아니.. 나 말구!"
"누구. 전정국?"
"응.."
"그분도 집돌이시냐? 야 천성이 집돌이, 집순이인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집이랑 붙어있을 걸?"
"그건 그렇지만.."
"그렇지만 뭐."
"아니야..!"
"아, 너 혹시 그.. 연예인중에."
"응?"
화영이 갑자기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듯 흐음.. 하고 입술을 물고선 고민을 하자 여름도 같이 입술을 문채로 고민하는척 했다.
"그.. 김씨인데.. 연예인.. 몇살이랬더라? 우리보단 한두살 나이 많을 거야.
그리고 쌍거풀은 없고? 코 엄청 높고."
"…그게 누구지?"
"아니.. 왜! 인기 되게 많은 사람인데..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고 그러네.
되게 잘생겼는데.."
"모르겠다.. 근데 왜?"
"아니 얼마전부터 계속 귀찮게 구는 앤데.."
"너를!? 진짜!? 잘해봐! 내가 말했잖아. 너는 진짜 연예인중에서도 탑급인 연예인한테 고백 받아도 될 스타일이라구.
얼굴 예쁘지, 성격 좋지!"
"아, 됐어. 내 스타일 아니야. 되게 철딱서니 없어보여."
"그래..?"
"너야말로 연예인 탑급이랑 만나면서 뭔.. 핸드폰 자꾸 보고.. 뭐.. 연락 해?"
"아, 아니.. 연락은 무슨. 예전에 한 번 점심 먹자고 보낸 뒤로는.. 한 번도 안왔어!"
"뭐냐. 걔 어장치냐? 키스 해놓고?"
화영의 말에 갑자기 심란해졌는지 여름이 조금은 불안한 눈을 하고선 고개를 숙이자
화영이 여름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사랑엔 밀당이 필요하다."
"언제는 밀당하면 안 된다며.."
"아, 그것도 상황에 따라 다른 법."
"아, 그럼 지금 내 상황이 밀당이 필요한 상황이다?"
"응."
"밀당을 하기엔.."
"하기엔?"
"나만 좋다고 표현했고.. 전정국이 나한테 뭔가를 표현한적은 없어. 아직은 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엔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뭘 기다려. 남자들은 좋아하면 눈빛부터 달라져.
어장이면 진짜 내가 가서 다리 하나 부러뜨린다고 전해라. 어? 너 오늘 가, 안가."
"가...야지..?"
"일 없으면 안 가잖아. 그치?"
"그랬지.."
"그럼 오늘도 가지마. 연락 올 때까지 기다려."
그 말에 또 기가 죽어서는 시무룩해있자 화영은 그런 여름이 답답하면서도 귀여운지 여름이의 머리를 막 헝클었을까
여름이 아! 하고 화영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 머리 쓰다듬어줬어! 아, 헝클어줬어..! 막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하고 화영의 머리를 마구 헤집어놓자 화영은 아이씨.. 하고 머리 정돈을 하며 여름이에게 말했다.
"그 놈은 왜 머리를 이렇게 헝클어준대냐? 애가 되게 폭력적인.."
"아니! 난 되게 좋았는데.. "
"설마 거기서 설렜냐?"
"응!"
"인정. 나같아도 설렌다."
둘이 또 어린 소녀들처럼 히히덕 웃어보였다. 뷔페로 가는 버스를 타고선 여름이 화영의 뒷자리에 앉았고
화영이 창밖을 보면서 가자 여름이는 괜히 연예인이 귀찮게 한다는 말이 떠올라 엄마미소를 지으며 화영에게 말한다.
"되게 궁금하다. 그 연예인이 누군지.. 눈 되게 높네. 우리 화영이를 탐내는 거 보면."
"그러게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더 급이 높은데."
"그 자신감.. 크으.."
버스에서 내려 뷔페를 찾아가고 있었을까.. 여름이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이 울리고
화면을 보자마자 갑자기 멈춰서서는 입을 떡 벌리는 여름에 화영이 같이 덩달아 멈춰서서는 여름이의 핸드폰 화면을 보았다.
미친.. 전정국? 하고 화영이 여름보다 더 설레는 얼굴을 하고선 자리에서 방방 뛰자
여름이 입을 틀어막고 전화를 받지도 못한다. 화영이 얼른 받으라며 시끄럽게 말하자 여름이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떨려서 못 받겠어."
"뭘 못 받아."
화영이 장난스레 웃으며 화면을 터치해 전화를 받게 했고, 여름이 놀라서는 급히 귀에 핸드폰을 대보였다.
"여보세요..!"
- 어.
"…네!"
"나야."
"네.. 알아요!"
- 뭐하고 있어.
"저 그냥.. 화영이랑 같이 밖에!.. 아, 저 깁스 풀었거든요. 어제 제가 말했잖아요. 깁스 푼다구.."
- 안아파 이제?
"네! 안아파요!.. 밥은.. 밥은 먹었어요? 또 혼자라고 안먹었죠."
- 응.
"역시 내가 그럴줄 알았다!"
- 라면 끓여먹자.
"네?"
- 라면 먹고싶어.
"형까지 왜 이래.. 머리 아프려고 한다. 진짜.."
"뭐가. 나는 아직 1년이나 남았어."
"형까지 막 재계약 안한다고 하니까.. 이상하잖아."
"그냥."
석진은 휴게실에서 괜한 커피 위에 얹혀진 휘핑크림을 빨대로 휘젓다가 고개를 들어 윤기에게 말했다.
"어차피 연예인이 내가 원하던 직업도 아니었고.. 정국이도 관둔다며.
나 때문이라면 막고싶어서 그런 것도 없지않아 있고."
"정국이가 형 때문에 관두는 거라고 누가 그래. 꼭 그것만은 아니야."
"나 때문에 정국이 여자친구가 죽었어."
"…뭐?"
갑자기 나온 충격적인 말에 윤기는 사레가 들렀는지 계속 기침을 했고, 석진은 예상했던 반응이라 작게 웃어보였다.
"나 너희한텐 그저 착한 형인데. 사실은 나 그렇게 착한 형 아니거든.
욕심 많고, 소유욕 강하고, 나만 생각하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야.
아, 사랑하는 사람한테 용서받지 못할 만큼의 못된 짓도 많이 한 그런."
"……."
"정국이가 날 보기싫어하는 이유를 이제 알겠지?"
"아니 그래도 형…."
"정확한 얘기는 못해줘. 나도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됐고.. 내가 멋대로 떠들어 댈 가벼운 얘기도 아니니까."
"……."
"정국이 재계약 하게 해줘. 내 말은 안듣잖냐. 걔 여기 회사에 추억 되게 많잖아.
너나.. 태형이나 지민이나."
"진짜 뭐가 이렇게 다 복잡해. 형이나 전정국이나.. 머리 터지겠다. 진짜.. "
윤기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꼭 감아버리자, 석진은 미안하다- 하고선 표정을 굳혔다.
"
"관둔다구?"
"네. 죄송해요.. 제가 이사를 가게 돼서.."
"일한지 일주일도 안 돼서 관둔다니까.. 집안 일?"
"네.."
"그럼 어쩔 수 없지.. 내일 그럼 회식이나 할까?"
"에이.. 아니에요. 죄송한데.."
"에이.. 짧은 만남이라도 나는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내일은 일찍 끝내고 회식이나 합시다."
사장의 말에 화영은 고개를 대충 끄덕여보였다. 이렇게 말 하고 그냥 그때가서 안간다고 하지 뭐..
귀찮게 뭔 회식이람..
사실은 여기 일을 관두는 이유도 사장이 은근 자꾸 껄떡 거리는 것도 있었지만
김태형이 자꾸 찾아오는 게 부담도 되어서였다.
어제 심한말을 조금 하기도 했으니.. 안찾아오길 바라지만, 그 사람 성격이라면 며칠은 더 나올 것 같기에.
내일당장 관두려는 것이다. 그나저나.. 노여름 잘 갔으려나?
괜히 뷔페 못 가서 미안하다고 눈물 고였던 거 보니까 신경쓰이네.. 그 착한 멍청이.
"아. 근데 혹시 그 여기 자주 오는 연예인 이름이 뭐였죠?"
"아.. 김태형씨?"
"아, 김태형.."
"왜요? 관심있어요?"
"에? 아니요?!"
예고 한컷_
여름을 따라 회사에 온 화영은 연습실에 있는 아이돌들이 신기한지 호오- 하고 구경을 하기 바빴고,
곧 화영의 앞으로 누군가 서면.. 화영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 그 사람을 보았다.
"야 전정ㄱ.. 어..?"
"……."
"……."
"안녕하세요. 아, 옆엔.. 제 친구에요. 잠깐 회사 구경 좀 시켜주느라구..."
"왜 저 헷갈리게 해요. 기다리려고 했는데요.. 자꾸 옆에 있으니까. 기다릴 수가 없어요.
자꾸.. 신경쓰이니까요."
"넌 그냥."
"……."
"엔조이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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