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윤기는 회사 대표의 방에 웃음기를 띄운채로 의자에 앉아있었고
대표는 뒤늦게 방에 들어와서는 윤기의 표정을 보고서 따라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기분 좋은일이라도 있나봐?"
"아, 대표님. 빨리 오셨네요."
"인사는 됐어. 앉아라.. 징그럽게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원래 고개만 까딱이면서 인사하는 놈들이."
인사를 하려 일어서려고하자 대표가 앉으라며 윤기의 어깨를 꾹- 눌렀다.
윤기는 아직도 웃음기를 띄운채로 대표를 올려다보았고, 대표가 자리에 앉아 손에 든 커피를 책상 위로 두고선 입을 열었다.
"뭔데. 나도 좀 알자."
"정국이 스케줄 다시 잡았어요. 활동은 안할 거구요. 음반만 내는 걸로..
뮤비는 태형이가 들어갈 거고요. 예능도 하나 잡았고.. 시상식도 갈듯 싶은데요. 정국이가 하겠다고 했어요."
"갑자기? 나야 좋지만.. 갑자기 한다니까. 이상하고 그러네.. 회사 떠나기 전에 우리한테 미안해서 그러나?"
"재계약도 할 것 같기도 한데요."
"응?"
"제가 매니저를 잘 구해와서 그래요. 저한테 거하게 밥 쏘세요. 가봅니다."
윤기는 콧노래를 부르며 방에서 나왔고, 대표는 티는 별로 안냈지만 윤기가 나가자마자 오우예! 하고 주먹을 꽉 쥔채로 소리를 질렀다.
확실히 정국은 회사에서 제일 큰 빛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많이 아끼던 아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제 36회_
그대라면 모두 다
괜찮아요
오늘은 예능 녹화날이다. 3시까지 가평으로 가야된다기에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나서 9시에 눈을 떴다.
사실은 더 잘 수 있었는데. 전정국을 볼 생각에 더 잘 수 없었다.
오늘은 회사에 남아있는 벤을 타고 가기로 했고, 녹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전정국이 등장하는 것부터 전정국의 녹화가 시작이라.
내가 운전을 하는 게 맞다. 전정국은 내가 운전을 해야된다는 말에 인상을 썼지만 나는 당당히 할 수 있다 말했다가
또 이마에 딱밤을 맞고 말았다. 아, 그래도 오늘은 대단한 연예인분들을 만나니까.. 신나는 마음에 괜히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었다.
10시는 되어서야 집에서 나온 나는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길로 향했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가볼까.. 하고
익숙하지 않은 길을 지나려 했을까.. 아침부터 유흥업소쪽에 있는 작은 집에서 누군가 나이가 꽤 있는 여자에게 머리채 잡힌채로
밖에 끌려 나왔고, 너무 심하게 맞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오지랖이 넓어진다.
그쪽으로 다가가 핸드폰으로 112를 누르고선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자 나이가 꽤 있는 여자는 온갖 욕을 하고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괜찮아요?…."
"……."
"어.. 너.."
"쪽팔리게.. 하필 이런곳에서 만나냐."
"……."
"너 그대로다?"
"…오랜만이네."
"웃으려면 웃어."
"어?"
"지금 내 모습 웃기잖아. 웃으라고."
"뭐가 웃겨. 하나도 안웃겨."
쭈그리고 앉은채로 나를 보는 정수정의 팔을 잡아 일으켜주자 정수정은 입에 담지못할 말을 건냈다.
"…내가 더럽지않아?"
"응. 더럽지않아. 사람이 어떻게 더러울 수 있어. 성격이 더러우면 더러웠지.. 사람 자체가 더러운 건 없어."
정수정은 집 안에 들어간 여자가 없나 확인하는듯 고개를 빼꼼히 하고선 안을 들여다보고선 나를 보았다.
나의 손목을 잡고선 골목길로 끌기에 나는 의심도 없이 정수정을 따랐다.
"…그 혹시 누구한테라도 나 여기서 일하는 거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응. 말 안해. 입술 아프겠다.. 이 근처에 약국 있으니까 바세린 발라봐.
나는 입술 터질 때마다 바세린 바르면 항상 금방 낫더라."
"내가… 밉지 않아?"
"……."
"내가 죽도록 미워야 정상인 거잖아."
"미웠어."
"……"
"근데 지금은 그냥 그래. 너도 결국엔.."
"……."
"김석진을 좋아해서 순수한 마음에 나한테 그런짓을 한 거니까."
회상_
다른 학교에 다니는 정수정은 항상 그렇듯 체육대회 날에도 찾아와 김석진의 옆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본 화영이는 내 팔을 꽉 잡고선 안들리게끔 욕을 읊었다.
'저 미친년.. 여자친구 있는 거 알면서 여우처럼 웃으면서! 와 김석진은 뭐냐? 팔짱 끼는데 왜 가만히 있어!'
'…….'
'화도 안나냐 넌?'
"나.'
'……'
'내가 여기서 화내면.. 오빠가 싫어하니까. 참는 거야.'
내 말에 늘 그렇듯 화영이는 이를 악물고선 나를 한참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그들의 모습을 보지않고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
화영이는 졸리다며 교실에서 엎드려 자고있었고, 왠지 모르게 음료수가 먹고싶어 매점으로 가는길에
난...
'어. 안녕? 석진이오빠 여자친구지?'
정수정을 만났고.. 정수정은 나를 조롱했다.
'여자친구가 맞긴 하니? 오빠가 너 신경도 안쓰던데? 이거봐라?'
이거 보라며 목에 빨갛게 남겨진 키스마크 자국을 보여주는 정수정을 한참 바라보았다.
'너같은 돈도 없고 별 볼일 없는 애들은 오빠랑 어울리지 않아. 오빠가 네 목에 이렇게 남겨주긴 했었니?"
'별 볼일 없어..? 내가?'
'응. 네가 공부를 잘하기라도 하니? 아님 돈이 많기라도 해?'
그 말은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고, 마침 옆으로 지나가는 김석진은..
'뭐야. 아직도 안갔냐? 니네 학교로 좀 가라.'
내 편을 들어주기는 커녕 내 옆을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정수정은 매일같이 학교에 찾아와 김석진과 함께 붙어다녔고, 나는 김석진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내가 따지면 나에게 정이라도 떨어질까.. 헤어지자고 할까 불안했기 때문에.
나는 항상 김석진에게 복종해야 했다.
"오빠하곤.. 아예 헤어진 거야?"
"헤어진지 꽤 됐는데 몰랐구나."
"…당연히 모르지. 나는 그 오빠 졸업하고 한 번도 못봤는 걸."
"6년은 더 지났어. "
"연예인 됐던데."
"응. 그것도 알고.."
"사람 미래.. 참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니까."
"그러게."
"나도 이렇게 이런곳에서 일할줄 누가 알았겠어?"
"……."
"벌 받나봐. 우리 아빠 회사 부도나고 그 뒤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집 나와서 하는 일이라곤 이런 것 뿐이야."
"…위로는 하지 않을게."
"응. 그게 나아."
"……."
"김석진이랑은 왜 헤어진 거야."
"…글쎄."
"글쎄?"
"김석진은 날 사랑하지 않았어."
"김석진은 널 사랑했어. 멍청아."
"…무슨 근거로."
"너만 빼고 다 알았을 걸? 김석진이랑 너랑 헤어졌다니 되게 신기하네."
"무슨 소리야 그게?"
회상_
학교가 끝나고나서 석진은 수능이 얼마 남지않아 집에 가서 공부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여름을 보냈고
여름이는 늘 그렇듯 웃어주며 자신을 이해해주었다.
가방을 매고선 학교에서 나오자 교문엔 수정이 벽에 기대어서는 석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석진은 귀찮은듯 수정을 지나쳐 걸었고 수정은 석진의 뒤를 쫒으며 말했다.
'요즘 나 왜 안만나줘? 나 싫어졌어?'
'여자친구 있다고 했잖아. 그만해라.'
'여자친구 있으면 뭐?'
'남이 남긴 키스마크 내가 했다고 하면 좋냐? 한결 마음이 나아져?'
'그래야 오빠 여자친구를 화나게 할 수 있으니까.'
수정은 쫄레쫄레 석진의 뒤를 밟으며 계속 걸었고, 석진이 계속 자신의 말을 무시하자
수정은 화를내듯 소리쳤다.
'미친놈! 오빤 진짜로 노여름을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 솔직하게 말해서
걔보단 내가 훨씬 낫잖아. 걔는 멍청하게 생겨서는 성격도 멍청하고..!'
그 말에 석진은 멈춰서서는 고개를 돌려 수정을 보고선 말했다.
'지랄.'
'…….'
'노여름 앞에서 촐싹 거리지 말고. 이제 그만 찾아와.'
'…야.'
'어딜 걔랑 너랑 비교를 해.'
"어어? 어디가.. 말 안끝났어.'
"아, 알았..어요."
수정이는 손지검을 하려는 여자에 곧 얼른 가라며 나의 등을 떠밀었다.
저 아이의 인생도 걱정이 들었지만.. 하지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그때 김석진의 행동이었다.
김석진 너는..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게 맞던 걸까? 참 나를 헷갈리게 한다.
김석진을 생각하니 또 기분이 이상한게.. 나는 급히 핸드폰을 들고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어….
"잤어요?"
- 응….
"저 지금 갈게요. 오랜만에 버스 타고 가려구요."
- …응.
"근데요. 저 오랜만에 7년만에 알던 애를 만났어요."
- …….
"듣고 있어요?"
- …응
"바보죠."
- …응.
"많이 졸리구나.. 그럼 듣기만 해요."
- …….
"저 지금 그쪽 너무 보고싶어서 뛰어갈 건데."
- …….
"응?"
- …다쳐.
"……."
- 택시 타고 와.
"정국이가 예능을?"
"응. 꽤 발전했지? 인터뷰도 안 한다던 자식이 예능을 한 번에 콜.
예전부터 정국이 섭외 부탁했잖아.. 무한도전. 나가도 되냐니까 당장 나오라는 거 있지."
"대단하네.."
"형도 금방 좋아질 수 있을 거야. 너무 마음 쓰지마."
"마음을 안쓸래야.."
"형도 요즘 되게 우울해 보이는 거 알지?"
"우울해 보이는 게 아니야."
"응?"
"원래 이게 내 성격이라면 믿어줄래?"
"……"
석진의 말에 윤기는 스케줄표를 한장씩 넘기다 멈칫하고선 고개를 들어 석진을 보았다.
그리고선 석진의 진지한 표정에 윤기는 풉- 웃으며 장난스레 입을 연다.
"웃기지마. 형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그럼 5년 동안 우릴 속이고 살아 온 거냐? 그런 거면 대박."
"…내가 어떤 사람인데? 네가 생각하는 난 뭐냐."
"형 이미지는 그렇잖아. 낯가림이 심한듯 하면서도 사람들한테 능글맞듯 먼저 말도 걸어주고?
공부도 잘 하고, 못하는 거 하나도 없고.. 엄친아 타이틀 걸고 활동중이신 분이 갑자기 왜 이러세요?"
"……."
"왜 이래?"
"그래. 모든 사람들은 내 그런 모습을 보고 좋아해줬지."
"……."
"너희도 그런 거잖아."
"형?"
"아님 말고. 그냥 한 소리야.. 왜 이렇게 진지해?"
석진은 웃으며 휴게실에서 먼저 나왔고, 윤기는 뻘쭘한 표정을 짓고선 뒤늦게 석진을 따라 나왔다.
"형! 나 지금 너무 당황스러운데 대화를 좀 더 해야하지 않을까싶은데."
윤기의 말에 석진은 손을 휘이 저으며 회사에서 나갔다. 윤기는 어이가 없다는듯 표정을 짓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저 형 요즘 이상해?
"치.. 전화는 받아놓고 죽은듯이 자네.."
"귀신인줄 알았네…."
"와.. 그쪽은 귀신보면 그 반응이에요? 나같음 거품물고 쓰러진다.."
"…아침부터 오바는."
"그쪽은 아침부터 너무 오버스럽게 잘생긴 거 아니에요? 조각이다 조각."
"……."
누워서 졸린 눈으로 나를 보는데 얼마나 섹시해 보이는지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가 침대에 앉자
그가 작게 말한다.
"침대 꺼지는 거 봐."
"아.. 진짜."
"……."
"머리.."
"……."
"만져도 돼요?"
"…너 자꾸."
"……."
"물어보고 행동할래?"
"기분 나빠할까봐..!"
"안나빠."
그럼.. 실례 하겠습니다.. 하고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보았다. 참 부드럽고.. 그의 향기가 더 나기 시작한다.
아, 변태같잖아. 속으로 나는 변태가 아니다- 외치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그가 눈을 천천히 감는다.
"또 자게요?"
"…응."
"저랑 아침 먹어요."
"…졸려."
"어어? 자지마요!"
자지 말라며 벌떡 일어서서 그를 내려다보았더니 그는 잠시 눈을 뜨고선 날 올려다보았다.
"밥 먹자. 나 배고파요."
"그거 반존대야?"
"…의도치않게."
"같이 자자."
"…네!?"
"12시 까지만. 뭔 생각을 했길래 눈이 그렇게 커지냐."
아니에요. 아무 생각도.. 내 말에 그가 자신의 옆을 팡팡 치기에 나는 부끄럽다면서도 그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평소엔 해보지도 못했던 짓을 해본다.
"…살냄새 좋다."
전정국을 꼭 끌어안았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엄마의 품에 있으면 잠이 들었던 느낌과 같았다.
그는 항상 나를 편하게 만들고, 설레게 만든다.
"
"내 옆에 서지마! 정국아! 내가 뭐가 되니 어? 너 표정 왜 그러세요."
"아니 나 진짜.. 평소에 정국씨 팬이잖어. 그때 카톡 씹히고 내가 얼마나..하.."
"카톡이요? 아.. 아! 그건 제가 번호가 바껴서..!"
"됐어! 핑계 따윈 듣지 않는다.."
"저는 지금 정국씨가 아닌 저 매니저분이 더 눈에 밟히는데요."
그 말에 모두가 나를 보았고, 유느님께서 나에게 와보라며 손짓을 했다.
아.. 유느님이다 평소에 엄청 좋아했던 분이라 떨리는 마음에 바들바들 손을 떨며 다가가자 유느님이 날 보며 웃어주었다.
"아까 넘어질 뻔 하셨는데. 어.. 엄청 어리신 것 같은데? 매니저..?"
"몇살이세요? 남자친구는요."
그 말에 주변에 있던 분들이 야! 하고 장난스레 소리를 질렀고 나는 스물일곱살이라며 웃어보였다.
"어? 정국씨랑 나이 같네요? 맞죠."
"네!.. "
"예전에 매니저랑은 전혀 달라서 놀랬잖어. 정국씨 평소에 어때요. 막 괴롭히고 그러지는 않죠."
"어... 음.."
"왜 날 봐."
"……."
"잠깐! 타임.. 보니까 정국씨가 매니저님 엄청 괴롭혔네. 딱 보이네 눈치 보는 거 봐. 어? 어?? 그쵸 맞죠! 매니저님! 말을 해보세요옷!"
"아, 아닙니다...!"
"맞아요.. 아니에요. 엄청 착하신ㄷ.."
"어어? 맞네! 맞네! 눈에서 불 나온다! 어어? 나한테도 어? 막 그러게요? 에?"
"야 세형아 정국이 팬 많어."
"아, 죄송합니다. 제가 미인이신 매니저님에 그만 눈이 멀어서.. "
장난을 계속 치는 양세형씨에 모두가 웃기 바빴고, 연예인 세분이 더 온다고 들었다.
스태프분들 옆에 서서 촬영 하는 걸 구경하는데 진짜 티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너무 신기했다.
몇십분이 지나서야 벤이 하나씩 도착했고.. 처음으로 오신 분은 아이돌중에 한분이었다.
요즘에 많이 뜨는 여아이돌..
그리고 두번 째로 온 분은 여배우였다. 엄청 우아하게 생기신 분. 꽤나 유명한 분이셨고
나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본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신분은..
"……?"
연예계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배우였다. 30대 중반인 여배우는 요즘 예능에도 자주 나왔다.
근데 이상하게도 이분이 오니 촬영장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곧 다들 아무일도 없다는듯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곧 전정국과 눈이 마주치면.. 전정국은 바보같은 표정을 한 날 향해 웃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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