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정국은 여름이의 집 앞에 차를 세웠고, 여름이 한참을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있자
정국은 왜- 하고 여름이의 눈을 보았다.
뭐가 그리 서운했는지 여름이 입술을 쭉 내민채로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요.. 당신이 연예인이라 못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쉬워서 그래요."
"뭐가 하고싶은데."
"그냥.. 남들이 하는 것들 모두 다요."
"연예인 관둘ㄱ.."
"아니! 그건 싫어요. 그건 그쪽 꿈이니까.."
"언제까지 그쪽, 당신 할래?"
"…네?"
"이제 그만 말 놓을 때 되지 않았어?"
"아.. 아직은 어색하고.. 그래서.. 천천히.."
"천천히 언제. 뭐.. 내년?"
"아니! 그건 너무.. 길고.. 내일..?"
"내일."
"내일!"
"내일."
"네.. 내일.. 내일은 말 놓을게요!"
"안 놓으면?"
"그땐.."
"연예인 관둔다?"
"와!!"
그렇게 말없이 정국이 여름이의 손을 잡으면 여름이는 그 행동에 놀라서는 가만히 정국을 올려다본다.
만나는 사이라고 해도.. 이렇게 훅 들어오면 계속 설레고 놀라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고개를 숙여 정국의 손목을 본 여름이는 손목을 매만져보았다. 가로, 세로로 많이도 흉이 져있는 손목..
그리고 새끼 손가락을 만져보아도 아무 감각이 없다는 말에 여름을 한숨을 내쉬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
"나를 만나고나서.. 달라진 게 있어요?"
"……."
"나를 만나고 우울증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응."
"……."
"충분히 사라지고 있으니까."
"……."
"괜한 걸로 또 마음 쓰지마."
괜한 정국의 손만 만지작 거리는 여름이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있자
정국은 응? 하고 고개를 틀고선 여름을 보았고, 여름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제38회_
내게 넌 벅차도록
행복했던 꿈
정국은 여름을 데려다주고선 집에 도착했을까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지독한 담배냄새에 정국은 인상을 쓴채로 자신의 집 문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석진을 보았다.
석진은 바닥을 보고있다 그제서야 고개를 천천히 들어 정국을 보았다.
정국은 석진의 앞에 서서 석진을 내려다보았고 석진은 천천히 일어서 정국을 보고 굳게 닫혀있던 입술을 열었다.
"문자 못봤어?"
"봤어."
"나 3시간 기다렸어."
"기다리라고 한적 없어."
"나 너한테 사과 하고싶은데. 용서 받고싶은데.."
"사과는 술 취해서 하는 게 아니야."
"……."
"가라."
"내가 어떻게 해야.."
"……."
"내가.. 어떻게 해야. 용서 해줄래? 어? 정국아."
"형도."
"……."
"죽어."
"……."
"못하잖아. 나한테 이제 채수빈 얘기도 그만 해. 나도 이제 정리 하고 있으니까.
형 얼굴 보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아. 그러니까.."
"……."
"그만하자.. 진짜. 형 더 미워하고 싶지 않아."
정국이 집으로 들어가버리자 석진은 혼자 덩그라니 복도에 남아 한참을 서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정국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는지 석진은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하나 더 꺼내 입에 물었다.
여름이는 침대에 앉아 정국과 카톡을 하고 있었다. 매일 통화만 짧게 하다가 이렇게 카톡 하니까
이제야 만나는 사이같네.. 하고 여름이 웃으며 핸드폰을 뚫어져라 보았다.
비밀번호 치는 소리에 여름이 어? 하고 문쪽을 보자 문을 열고 들어온 화영은 들어오자마자
여름이에게 다가와 소리쳤다.
"야! 너 김태형한테 나 어디서 일하는지 알려줬냐!?"
"…어? 어.. 어!"
"왜? 누구 맘대로."
"그.. 태형씨 엄청 좋은분이야.. 너 엄청 좋아하는 것도 느껴지고..어.. 한 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야 연애는 내가 알아서 해."
"그래도 엄청 좋은 사람이야.. 에이.. 이김에 잘해봐!"
"야. 나는 그 사람한테 나이도 속이고 쌩 난리는 다 쳤는데 쪽팔리게 뭘 더 하냐?"
"에이.. 나이를 속였어도 좋대잖어."
"하여간 난 모른다? 알바 또 구할랜다."
"화영아…."
"네가 소개 시켜주는 사람들은 다 좋았지.. 어. 그랬지. 근데 김태형은 아니야.
내 스타일이 아니라구."
화영이 괜히 여름이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보여주고선 옷을 벗어던졌고
여름이 미안해.. 하자 화영은 괜히 미안하다는 여름에 마음이 약해졌는지 한숨을 내쉬고선 말한다.
"연예인 만나면 나만 피곤해져. 팬들도 많고? 어? 주변에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불안해서 어떻게 사냐?
연예인중에 쓰레기들 꽤 많아. 알잖아? 여자들 많이 끼고 지내는 남자들 많은 거."
"……."
"아, 물론 너 불안하라고 하는 소리는 아닌데. 그냥 내 생각이.."
"……."
"그렇다구.."
"그런 사람들이야 그렇지.. 분명 태형씨도 착한분일 거야."
"……."
"한 번 만나봐. 한 번이라도!"
여름이의 말에 화영은 됐거든.. 하면서도 오늘 찾아온 태형을 떠올렸다.
그 새낀 왜 그 많고 많은 애들중에 하필 날 쫒아와서 좋다는 거야.
그러다 여름이 먼저 오늘 촬영장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자 화영은 미친년- 하고 온갖 욕들을 다 퍼부었다.
정국과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면 화영도 덩달아 신나서는 웃어보였다.
"야 근데 진짜 사람이 그렇게 변하는 게 신기하지않냐? 뭐 다른 스킨쉽은?"
"다른 스킨쉽?"
"키스 또 안했어?"
"응."
"와우.. 대단하다."
대단하다며 박수를 치는 화영에 여름이 왜애.. 하고 시무룩해하자 화영은 아니라며 여름이의 머리를 이를 악물고선 쓰다듬어보였다.
소개받은 남자와 약속이 있다며 옷을 갈아입고선 나갈 준비를 하던 화영은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 있었고
자꾸만 손에 들린 핸드폰이 시끄러운 알림 소리를 내자 여름이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았다.
핸드폰을 확인하자마자 표정이 안좋아지자 화영은 왜? 하고 여름이의 핸드폰을 보았다.
석진의 이름으로 온 카톡에 화영은 온갖 욕을 내뱉었다. 이어서 전화가 걸려오자 여름이는 그 전화를 망설이지도 않고 받았다.
"여보세요."
- 나와. 너희집으로 갈게. 10분이면 도착해.
"…뭔 소리야?"
- 나오라고. 너 안 나오면.. 계속 기다릴 거야.
여름이 빌라에서 나오자 석진은 빌라 건물에 기대어 서있다 곧 고개를 돌려 여름을 보았다.
여름이 놀랐는지 뒷걸음질을 치자 석진은 그 모습에 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뭘 놀래."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 온 건데?"
"난 정국이 주변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없어."
"…뭔 소리야 그게?"
"…여름아 보고싶었어."
"술 마셨어?"
"지금은 많이 깼어."
"그럼 집이나 가."
"너도 내가 싫지는 않은 거잖아."
"…뭐?"
"그래서.. 나온 거잖아."
"…이상한 소리 할 거면.. 갈게."
가려고 등을 돌리면.. 석진은 급히 여름이의 손목을 잡았다. 여름이 고개를 틀어 석진을 올려다보자
석진에게는 술냄새가 많이 났고, 담배 냄새도 심각하게 베여있었다.
"이사."
"……."
"이사 가라."
"뭐? 앞뒤 잘라먹고 말하지마. 아까부터 뭔.."
"정국이 어머니가 네 뒷조사를 하고있어."
"……."
"…정국이 일이라면 자기보다 더 끔찍하게 생각하는 분이라. 뭐든지 다 하셔.
너한테 뭔짓을 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사 가자. 내가 이사 보내줄게."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그 사람은 도대체 전정국한테 왜 그래? 이유라도 정확히 알자 좀!"
"혹시라도 너한테 뭔짓이라도.."
"오빠."
"……."
"전정국한테는 내가 없으면 안 되고, 나한테 전정국이 없어서도 안 돼. 이제는 그런 사이가 됐어."
"……."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 나를 걱정 해주는 건 고마운데..
우리가 이럴 사이는 아니잖아. 뭔 말이라도.. 조금은 정이라도 남아서인지 몰라도 내가 오빠 만나러 나온 게.. 후회 된다."
"넌 아직 날 사랑해."
"아니. 난 오빨 더이상 사랑하지않아."
"난 아직 널 사랑해."
"오빤 날 사랑하지 않았어."
다시금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면.. 석진은 급하게 여름을 끌어 안았다.
한 번도 이렇게 깊게 안아준적이 없던 석진이기에 여름이는 큰눈을 하고선 한참 멍하니 있었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 난 너한테 모든지 다 해줄 수 있어.. 그러니까. 내 옆에 있어줘.
네가 없으니까 불안해.. 계속 6년을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왔어."
"…여태 잘살다가 왜 이러는데."
"…너는 나보다 행복해 보였으니까. 그래서.."
석진의 가슴팍을 밀어낸 여름이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눈을 하고선 석진에게 말했다.
"그게.. 그게 왜."
"……."
"내가 행복한 게.. 오빠가 나한테 못된 짓 한 거랑 무슨 상관인데."
"……."
"이제.. 지금부터는 제발.. 오빠는 오빠 길 가. 이제 전정국 없음 안 돼. 오빠는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이제 오빠한테 미련도 없어. 더 질질 끄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 술 마시고 찾아오지마."
그렇게 도망치듯 집이 아닌 도롯가로 뛰었고, 석진은 제자리에 멈춰서서 한참을 서있었다.
석진의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고 곧 석진은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환하게 켜져있는 화면을 보았다.
나영희에게 오는 전화를 받지않고 석진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형. 나 좀 데리러 와주라."
여름이 정국의 집 앞에 와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자 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음이 들리고선 끊기자 여름이는 정국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어디에요. 문 열어줘요."
- …뭐라고? 나 지금.. 밖에 나왔..
"저 지금 그쪽 집 문앞이에요. 문 열어줘요.."
- 울어?
"…….."
- 기다려. 들어가있어 추우니까.
"……."
- 알았지?
"……."
- 노여름.
"…네."
- 알았냐고.
"네."
그의 집에 들어가지않고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으니 5분도 안 되어서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고, 전정국은 차에서 내려 달려오기라도 했는지 숨을 조금은 헐떡이고 있었다.
너.. 하고 걱정하는듯한 얼굴을 하고선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그에 나는 참고있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을 한참 보다 입을 열었다.
"김석진이 우리집에 찾아왔어요."
"……."
"자꾸 날 사랑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제 김석진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아파요."
"……."
"당신한테 이걸 말하는 게 아닌 걸.. 아는데.. 너무 답답해서 그래요. 너무 답답해서.."
"……."
"나는요.. 나는.. 그래도 그쪽이 더 좋고, 사랑하는데.. 자꾸만 날 찾아오는 김석진이 거슬려서 그래서..
아아.. 어떡해요.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제가 밉죠.."
"왜…그 자식 때문에 울어."
"……."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운 것 같다. 뭐가 이리 가슴이 아픈지..
그를 안고있으니 포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에게 김석진 얘기를 하는 게 당연히 아닐 수 있지만..
만나는 사이라면 이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가 보고싶어서 그를 찾아오게 되었다.
그는 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화가 난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의 손을 참 따듯하다.
"왜 하필."
"……."
"김석진인데."
"……."
"그 많고, 많은 남자들 중에. 왜.. 하필."
"하필 김석진의 전애인이.. 저라서.. 그래서.. 제가 싫어요? 혹여나.. 제가 싫어질 수도 있을까요?"
"…아니."
"……."
"그런 거.. 아니야."
그는 나를 더 꼭 안아주었다. 뒷말을 잇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에게 상처주는 말을 할 생각은 없다.
화영은 소개를 받은 남자와 함께 좋아하는 양꼬치를 먹으러 왔고, 혼자서 한병을 다 마시자 남자는 당황한듯 표정을 굳히고선 화영에게 말했다.
"짠은.. 하고 마시시지.."
"원래 전 술 마실때 짠 안해요."
"아.. 그래도 심심하니까.. 하하."
"별로요. 원래 제가 혼술을 좋아해서. 양꼬치 더 시켜도 돼요?"
"아, 네. 맘껏 시켜요!"
화영이 양꼬치를 흡입하듯이 먹자 남자는 그것마저도 예뻐보이는지 웃으며 화영을 보았고
곧 화영의 뒤로 태형이 유리창에 이마를 댄채로 화영과 남자를 번갈아보자
남자는 놀란듯 어! 어! 하고 검지손가락으로 태형을 가리켰고, 화영이 왜요? 하며 뒤를 보자
곧 태형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그.. 그... 그..."
"뭐라는 거야.. 그? 그?"
"아.. 아니 분명히.. 뒤에.."
갑자기 가게 문이 열리고 태형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조금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화영은 아무것도 모르는채
양꼬치를 한가득 입에 물고선 그쪽을 보았고.
"나 이번엔 따라온 거 아니다?"
"푸흡-"
입에 담고있던 양꼬치를 뱉어버리자 태형이 웃어보이며 화영의 옆자리에 앉아보였다.
"진짜야. 나 여기 옆에 아파트 사는데."
"…아,아니."
"못 믿겠으면 가볼래?"
"아니! 내가 거길 왜 가요?"
"못 믿는 눈치길래."
"아니.. 근데 내 옆엔 왜 앉아?"
"왜? 둘이 사귀는 사이야?"
태형이 남자에게 물어보자 남자는 어.. 아니요.. 하고 고개를 저었다.
화영이 태형을 계속 째려보자 남자는 둘이.. 뭔 사이..하고 작게 말했지만 둘은 듣지도 못 하고 계속 말다툼을 한다.
"나가라구요. 우연히 마주쳤으면 지나치던가. 왜 들어와서 합석인데."
"반가우니까!"
"그쪽 반가운 거랑 합석 하는 거랑 뭔 상관인데?"
"어우 양꼬치 무슨 맛으로 먹어? 냄새가 별로던데."
"…저기요."
"제가 화영씨랑 잘 되어가고 있었거든요.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태형의 뻔뻔함에 화영은 콧방귀를 끼며 남자에게 가지말라 손짓을 했고
남자는 네? 하고 당황한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안절부절 했다.
내 눈앞에 연예인이 있다.. 연예인..
결국엔 태형이 껴서 같이 먹게 되자 남자는 신기한듯 계속 태형을 보았고
태형이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는 기회다싶어 사진 한장만 찍자 권유를 한다.
태형이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자 화영은 지랄한다.. 하며 양꼬치를 뜯었고, 태형은 그걸 어떻게 먹냐며 인상을 쓴다.
"나는 양꼬치 잘먹는 남자가 이상형인데."
"나도 양꼬치 잘먹어. 싫어하는 것 뿐이지."
"지랄."
"어? 툭하면 욕?"
"생긴 건 레스토랑 가서 스테이크만 먹게 생겨가지고."
"와 그런 칭찬을 그렇게 화내면서 말해야.."
화영이 태형의 앞에 있는 양꼬치를 가져가자 태형이 내놓으라며 양꼬치를 가져가 입에 강제로 쑤셔넣었고
화영이 미친.. 하고 태형을 보자 태형은 여봐 먹지?- 하며 양꼬치를 입에 더 넣기 시작했다.
남자는 화영이 좋은 건지, 태형이 좋은 건지 우오아.. 하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화영은 남자를 째려보며 소리쳤다.
"뭘 와아 야!! 나랑 데이트인데. 이 사람 안내쫒아요!?"
"연예인이신데... 같이 먹으면 좋ㅈ.."
"와."
"태형님.. 더 드세요. 제가 다 사드릴게요!!"
결국엔 술까지 더 마시고나서 남자는 따로 집에 갔고, 집에 혼자 가는 화영의 뒤를 따르던 태형은
화영에게 욕을 먹지 않을만큼 멀리 떨어져서 걸었다.
화영이 뒤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가 거슬리는지 멈춰서서는 태형에게 말했다.
"진짜 여기 아파트 살아요?"
"누굴 거짓말쟁이로 보나.. 거짓말쟁이는 지면서."
"…아니 그건 좀 잊어라!"
"솔직히 거짓말같지는 않아서."
"이런 미친.."
태형이 자연스레 화영의 옆으로 걸었고, 화영은 별말 않고 걷기 시작했다.
둘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조금은 꽁기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아, 설레서 드는 꽁기한 그런 기분 말고.
그냥 단순히 술 마셔서 느껴지는 그런 이상한 꽁기한 기분.
"맨날 집에 걸어가?"
"먹었으니까. 운동 삼아."
"아.. 위험한데 택시 좀 타고 다니지."
"돈이 많니?"
"난 많아."
"난 없어."
"나한테 시집 와."
"미친."
"그럼 장가?"
"지랄하네!"
"아, 섹시해."
"아주.. 지랄을 밥 말아드셨네."
"야. 어때 나 아까 양꼬치 먹는 거 봤지!"
"억지로 먹은 거 아니고? 집 가서 우웩 하겠지 뭐."
"나 양꼬치 잘 먹어. 안 먹는 거지."
"지랄."
"남자는 그런 거 먹고 토하지 않는다."
그렇게 몇분 후
"우웁!!!"
쭈그리고 앉아서는 가로등밑에 헛구역질을 하는 태형의 등을 토닥여주는 화영은 그 모습이 어이가 없는지
인상을 쓴채로 말한다.
"그러게 왜 못 먹는 걸 먹겠다고 나대!"
"아.. 아냐.. 나 지금 그거 먹어서 이러는 거 아니.. 우읍.."
"미친놈.."
눈을 떴을 땐.. 내 옆엔 전정국이 없었다. 잠도 많으신 분께서 어딜 가셨대.. 중얼거리며 문을 열고 방에서 나오자
전정국은 거실에서 물을 먹다가 나를 보고선 픽 웃어보였다.
갑자기? 저 웃음은 왠지 모르게 날 보고 행복해서 웃는 것 같은..
"왜요.. 또..?"
"너 보고 웃으면 안 돼?"
"그건 아닌데.. 비웃잖아요."
"아, 연예인 관두러 가야겠다."
"왜요!?"
"너 오늘은 반말 하기로 했잖아."
"와.. 갑자기 막.. 어? 그러면.."
"생각해보니까 어이없네."
갑자기 어이없다며 물통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나를 보는 그에 나는 괜히 쫄아서 네...? 하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기에 딱밤 맞을 준비를 하고있는데..
"너 어제 김석진 때문에 울었어."
"……."
"김석진 때문에 마음이 이상해?"
"…아니. 그런 뜻으로 이상한 게 아니라..!"
저 말을 해버리고선 그냥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그에 나는 제자리에 서서 발을 동동 굴렸다.
아, 뭐야.. 지금 저거 질투 맞지? 내가 좋아해야 하는 거 맞아? 아니지? 화가 난 거니까.. 풀어줘야 하는 거잖아.
괜히 화를 낼 전정국을 떠올리니 무서워서 천천히 등을 돌려 방안으로 들어섰더니
그가 침대에 앉아서는 방에 있는 티비를 켰다.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 영화를 틀어놓고 자막이나 읽고있기에 그 옆에 뻘쭘하게 서있다가
그의 옆에 앉자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티비에 시선을 둔다.
"미안해요.. 화영이는 없지.. 생각 나는 건 그쪽 뿐이지.. 김석진은 찾아왔지! 말 안하면 양심 찔리지.."
"……"
"마음이 이상한 것도! 내가 김석진한테 마음이 있어서,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그냥.. 막 그렇고 그랬던 사이였어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알아. 뭔 느낌인지 알겠어."
"그쵸.."
"어."
"잠깐.. 뭔 느낌인지 알아? 그쪽도 막 그런 기분이에요!?"
"난 아닌데."
"그럼 어떻게 알아요!"
"말이 많네?"
"죄송.."
"한 번만 더. 김석진 때문에 울면, 그땐 진짜 김석진한테 보내버린다."
"와! 말이 너무 심하다!"
"…귀여워."
갑자기 귀엽다며 내 머리를 헝클어버리는데.. 난 또 이렇게 죽어간다.
저렇게 갑자기 안하던 말을 해버리면.. 너무 설레잖아요. 괜히 그를 끌어안고 싶어서 손을 뻗었더니
그가 내 훅 하고 피하더니 말한다.
"편의점 좀 갔다 와."
"편의점? 왜요?"
"가서 라면 좀 사와."
"라면? 먹고 싶어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에 괜히 그 모습이 귀여워서 꺄아- 네! 했더니 그가 날 또 웃으면서 쳐다본다.
뭐야 왜.. 화장실 들렀다가 바로 갈게요! 하자 그가 갑자기 침대에서 내려가려는 나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들리지 말고. 지금 당장 갔다와."
"당장? 왜요? 그렇게 라면이 먹고싶어요?'
"어."
"에에에에? 나 화장실 가고싶은데!?"
"안 돼."
"치.. 알았어요."
알았다며 침대에서 내려오자 그가 같이 갈 건지 따라 나온다.
같이 가게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에 웃어보였더니 그는 더 웃는다. 오늘따라 더 웃어주네.. 기분좋게..
여기 찾아오길 잘했네.. 괜히 뿌듯해서 헤헤.. 했더니 그가 나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아 앞을 보게끔 고정을 시켜놓고선 집에서 나온다.
"왜 이래요.. 왜..?"
"이러고 가."
"갑자기..?"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하자 내 머리를 그대로 바닥을 보게끔 고개를 숙이게하길래
왜 이러냐며 웃어보이자 그는 그냥 이러고 가라며 계속 고집을 피운다.
"진짜 이상해 갑자기? 오늘 왜 이래요.."
앞을 보려고 하자 힘을 주어 계속 바닥을 보게 하길래 소리내어 웃었더니
그도 소리내어서 웃어보인다. 아, 소리내서 웃는 거 오랜만에 듣는 것 같네.
1층에 도착하자 그가 같이 내린다. 그리고선 건물 밖으로 나오자 그가 가라며 손을 흔들기에
나는 같이 안가냐며 자리에 멈춰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갔다 와."
"아.. 하긴 둘이 같이 사러가면 사람들이 막.. 그쵸.."
"응."
"다른 건 안사와도 돼요?"
"응."
"그래요!"
"……."
"왜 웃어요!"
"배고파서."
"배고프면 웃어요?"
"응."
"별.. 참.. 갔다올게요! 기다려요!"
"응."
그를 뒤로하고 편의점으로 냅다 달렸다. 진짜 생각해보면 참 귀엽다니까.. 라면 먹고싶으니 화장실도 가지말고 사와라.
내 머리를 잡고 뒤뚱뒤뚱 같이 걸어 1층까지 온 걸 생각하면 또 설레서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바보처럼 웃었더니
알바생이 갑자기 나를 보고 푸학- 웃었고, 나는 당황한듯 알바생을 보다가 벽에 달려있는 거울을 보았다.
"뭐야.."
이마에 대놓고 '찌질이'라고 써져있는 글씨에 나는 자리에 서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손으로 이마를 무식하게 문질러보았다.
와 뭐야.. 안지워지잖아. 진짜.. 왜 자꾸 머리를 잡고 가나 했더니
거울 못보게 하려고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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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흫 크흫 1시넹.. 짧은 것 같은데 쓰는데 3시간 걸린 건 뭐즤...
뭐긴 뭐야!! 다른짓을 하면서 쓰니까 그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