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기사 04
w. Cecilia
![[방탄소년단/정국X탄소] 여왕의 기사 0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5/9/75969c980c11c4431632a46e79feba07.gif)
"왜 부른거야?"
도저히 궁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전정국은 내 침대 밑에서 곤히 잠들었다. 딱딱한 바닥에서 그렇게 편하게 자는 사람은 처음 봤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도저히 이대로는 밤을 꼴딱 샐 것 같았다. 학기 초에 받았던 비상연락망을 뒤져 김태형의 연락처를 찾았다. 그리고 무작정 문자를 했다.
[할 말 있어.]
문자를 보낸지 10초도 안되어 답장이 왔다.
[나오던가.]
그리고 지금 새벽 공기를 맞으며 나는 김태형과 둘이 서 있다. 이 뻘줌한 상황... 아깐 날 그렇게 죽일듯이 노려보던 놈이 지금은 피곤한듯 눈을 비비적대고 있다.
"물어볼 게 있어."
"뭐를? 전정국 이야기지?"
"너 전정국 친구야?"
"왜? 걔가 내가 지 친구래?"
"응, 친구랬어. 친한 친구..."
"뭐 우리 관계를 이 곳에서 친구라 부른다면 친구겠지."
"넌 전정국을 어떻게 아는거야?"
"어떻게 알긴 뭘.. 같은 곳에서 자라났으니까 알겠지."
"그럼 친척이야?"
"아니. 핏줄은 하나도 안 섞였어. 그리고 자세히 말해봤자 너는 이해 못 할거야."
예상보다 심심한 김태형의 대답에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속시원하게 듣고 싶었다. 김태형은 내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읽었는지 쓰고 있던 모자를 더 푹 눌러쓰고는 나를 벽으로 밀어넣었다. 나는 꽤나 당황했다. 이 새끼는 또 무슨 수작이지..
"뭐야"
김태형은 벽에 오른팔을 대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지금 딱 한 번만 말해줄거니까 자세히, 그리고 명심하면서 들어. 이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고, 복잡한 관계로 얽혀져 있어. 이 모든 것을 너보고 이해해달라고 알아달라고 강요하지는 않을거야. 그래도 지킬건 지켜야겠어. 난 전정국이 지금 이곳에 와있다는것 자체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거든. 내가 여기 버젓이 지키고 있는데도 말이야. 옛날 버릇이 도진거지...명심해 ㅇㅇㅇ. 너의 행동 하나, 말 하나가 조심스러워야 할거야. 뭐 나머지는 겪으면서 깨닫도록해."
무슨 복잡스런 말을 잔뜩 들은 것 같긴한데 이해한 것은 단 한개도 없었다. 그냥 나에겐 전정국, 김태형 이 두 사람이 쌍으로 미친 것 같았다.
"지금 너 내말이 개소리같다고 생각했지?"
들켰다.
"개소리 맞아. 그러니까 전정국을 다시 보내줘. 이 세상 반대편은 지금 난리도 아니니까."
김태형은 마지막 이 말을 하고는 다시 모자를 고쳐쓰고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유유히 걸어갔다. 나에겐 여전히 큰 물음표만을 남긴채.
**
"일어나!"
"으왓 깜짝이야... 아침부터 놀라게하지마."
"학교가자~"
전정국은 어느샌가 내 옆에 누워있었다. 턱을 괴고는 빤히 나를 쳐다보는데 몽롱하던 정신이 다 달아났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학교 가는 내내 어젯밤 김태형이 나에게 해주던 말을 되뇌였다. 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그 관계는 복잡하다... 전정국은 이 곳에 와있다. 그러면 정국이 있던 곳이 있었단 말인가... 김태형은 또 자기는 이 곳을 버젓이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자기가 지구를 지키는 용사도 아니고 뭐야.. 의식의 흐름으로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학교 앞에 도착했다.
학교란 장소는 와도와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사실 학교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다. 추억도, 친구들도... 그저 나에게는 따분한 이 공간, 벗어나야 할 공간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그러나 전정국과 함께 학교 오는 길만은 싫지 않았다. 학교가 더 멀리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도 해보기도 한다.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말끔하게 교복을 차려 입은 전정국과 걷다 보면 복잡한 마음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그리고 항상 내 어깨를 감싸주는 그의 팔, 느껴지는 가슴팍의 따뜻함이 좋았다.
"커피 우유"
어느새 매점을 갔다 왔는지 정국은 내 책상 위에 우유를 내려놓는다. 항상 챙겨오는 빨대가 고맙다. 담임의 아침 조회를 들으며 나는 멍하니 빨대로 우유를 빨아 마신다. 달달한 커피 향이 무척이나 기분 좋다. 혼자 조용히 복도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복도 창 밖에 김태형이 서 있었다. 날 보더니 고개를 피하는 것을 보니 분명 아까부터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나는 김태형에게 입모양으로 말했다.
'왜 거기 서 있는거야.'
그러자 김태형은 입모양으로 답한다.
'일이 터졌으니까. 혹시나해서 지켜보고 있는거야.'
그리고는 교탁 앞 담임에게 집중하라는듯 손짓을 한다. 무슨 일이 터졌다고 지금 이렇게 복도에서 이 안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담임이 저 모습을 봤다면 분명 한소리를 했을텐데 지금 담임은 김태형은 신경쓰이지도 않는 듯 계속 자기 할 얘기만 하고 있다. 나는 혹시나 해서 뒤에 앉아있는 전정국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녀석은 더 가관이다. 이어폰을 꼽은 채 책상에 엎드려 있다. 그래, 분명 김태형이 혼자 오바하고 있는 것이다. 날 놀리기라도 하는 듯.
주머니에 넣어뒀던 핸드폰이 울린다.
[ㅇㅇㅇ. 오늘은 내 옆에 계속 붙어 있어라. 되도록이면 전정국은 멀리하고.]
김태형이 보낸 문자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건가 싶어 문자를 확인하고는 그냥 화면을 끄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이것을 밖에서 보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진동이 울렸다.
[야 진짜 전정국을 위해서 이러는거야. 내가 너 이뻐서 지금 내 옆에 있으라고 그러는줄 아냐? 나도 싫어. 싫은데, 오늘 전정국 상태가 별로니까 내 옆에 있으라는거야.]
오늘 아침까지는 괜찮았는데... 지금 보니 전정국은 계속 엎드려 잠만 자고 있다. 어디 아픈가 싶어 가서 물어보려 했지만 반 아이들의 눈치가 보여 그러진 못했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걸까...
**
"왔냐."
"전정국은? 정국이는 어딨어?"
"아프다고 집에 갔어. 좀 쉰대. 그리고 내 옆에 있을거면 좀 질문좀 해대지 마. 시끄러우니까."
김태형을 보자마자 나는 전정국을 찾았다. 분명 2교시까지는 있었는데 쉬는시간에 어디를 나가더니 돌아오지를 않는다. 김태형은 배고픈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내 등을 밀치며 복도를 걸어갔다.
"가자, 배고프다. 밥먹자."
"지금 나랑 밥먹겠다고? 난 안 먹을래."
"그럼 나보고 혼자 내려가서 밥을 먹으라는거야?"
태형의 눈썹이 씰룩댄다. 나는 그 기에 눌려 알겠다고 조용히 끄덕였다. 그러자 김태형은 갑자기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손을 뿌리치고 복도 벽으로 붙었다.
"너 지금 뭐야?"
"내 옆에 붙어있으라고."
"지금 옆에 있잖아."
"아니. 정말 붙어 있으라고."
그러면서 김태형은 다시 나를 끌어당겼다. 그 상태로 복도를 한참 걸었다. 나는 어깨를 잔뜩 움츠린채 땅만 쳐다보았다. 나를 붙잡고 있는 김태형의 손이 너무 억세서 차마 한번 더 뿌리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앞을 보고 걷자니 주변의 시선이 너무 신경쓰였다. 이미 전정국의 등장으로 나의 평화로운 학교 생활은 끝난 듯 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을까. 정말 우리 학교 복도가 그렇게나 길었는지 싶었다... 김태형은 내 어깨에 두른 팔을 풀더니 괜히 무안하게 팔을 이리 저리 돌리면서 뻐근한 시늉을 한다.
"그러길래 누가 어깨동무 하랬나..."
"니가 덩치가 커서 그래."
속으로 정국이는 포근하게 잘 감싸안아줬는걸...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다. 기지개를 피던 김태형이 갑자기 나를 잡아끌더니 나를 자신의 가슴팍으로 끌어 안았다. 내 얼굴은 김태형의 가슴에 파묻혔고 오른손으로 내 뒤통수를 꼬옥 감쌌다. 놀란나머지 뭐라 말을 해려했으나 워낙 세게 끌어안는 바람에 웅얼웅얼대는 소리밖에 새나가지 않았다. 김태형은 그 상태로 가만히 멈춰섰다. 그리고 조용히 나에게만 들릴만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움직이지마. 싫어도 잠시 동안만 이러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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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리아입니다. 오늘은 태형이의 비중이 더 많았던 화였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은 항상 받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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