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어느 날_
정국의 담당인 교수님과 연락이 닿은 윤기는 교수를 찾아갔다. 의사는 볼펜을 잡고 무언갈 써내려가다 노크 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네- 낮은 목소리에 윤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의사는 좋지않은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윤기는 그것도 모른채 고갤 숙여 인사를 했고, 교수도 따라 고갤 숙인다.
의자에 앉아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을까, 윤기는 교수가 타준 차를 한모금 마시고선 교수에게 말했다.
"정국이가 요즘 꽤 괜찮아졌어요. 뭐 주변환경 때문에도 있는 것 같은데.. 교수님께서 상담을 잘해준 것도 있으니까요."
"많이 괜찮아졌나요?"
"네. 교수님이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지않나요? 주변에서도 정국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구요."
"다행이군요."
"그쵸. 엄청 다행이에요."
"엄청 좋아졌어요. 당분간 계속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요. 혼자 두는 게 위험한 상태라.
모든 만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니까요."
교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윤기는 왠지 모르게 자꾸만 표정이 안좋은 교수의 눈치를 보다가 곧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다 교수가 입을 열었고, 교수의 입모양이 클로즈업 된다.
교수의 입모양을 본 윤기의 입술도 클로즈업이 되었다.
"몰랐어요. 전혀."
윤기의 목소리의 끝으로 교수와 윤기의 모습이 같이 비춰진다.
제 45회_
넌 늘 감동이었어
정국이 혼자서 2층으로 올라왔을까.
사장과 얘기를 나누고 나온 유미는 자신의 옆으로 지나가는 정국에게 웃으며 다가온다.
정국은 그런 유미에 갑자기 눈 앞이 깜깜해진다. 두눈을 질끈 감고선 한참 있자 유미는 왜 그래? 하면서도 웃으며 정국에게 물었다.
정국이 자신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상하다 느껴질만큼 계속 쳐다보는 정국에 유미는 고개를 갸웃하고선 정국에게 말했다.
"나 얼굴에 뭐 묻었어?"
"아."
"어?"
"아니요."
"아, 그래? 여름.."
"밑에. 올라 올 거예요."
"아.. 그렇구나. 뭐.. 녹음 있니? 윤기 말로는 그렇다던데."
"네."
정국이 그 말을 하고선 유미를 지나쳐가자 유미는 자리에 멍하니 서서 고개를 갸웃 하다가도
정국의 말대로 2층으로 올라온 여름에 유미는 여름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름씨! 좋은 소식 하나요."
"좋은 소식이요..?"
"정국이 일 끝내면요. 만약에 들어갈 직장이 없다면 우리 회사에서 일 하는 거 어때요?
자리쯤이야 여름씨만 괜찮다면 바로 넣어줄 수 있거든요. 필요하면 말해요."
"아, 정말요!?"
여름이 좋은 표정을 짓다가도 자꾸만 멀어져가는 정국에게 가는 시선을 유미는 눈치 채고선
여름이의 어깨를 톡톡- 쳐주고선 뒤 돌며 말했다.
"연락 줘요! 정국이한테 꼭 우리 밥 같은 먹을 시간 좀 정해달라고 해주고요. 나 당분간 회사 안 와!
영화 촬영 있거든요. 꼭 연락 줘야 돼요! 안녕!"
"어..어! 유미씨!"
유미가 가자 여름이는 뻘쭘한 표정을 짓다가도 곧 저 멀리 멀어져가는 정국에게 향했다.
예상대로 둘이 리얼리티 한다는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응원하는 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정국이를 욕하는 사람도 꽤나 있었다.
차를 타고 정국이의 집으로 가는동안 정국이는 말이 없었다. 여전히 화가 난듯 했다.
날씨가 안좋다는 내 말에도 대답 없이 앞만 보고 운전하는 정국이에 눈치가 보였다.
여기서 말을 더 걸면 화라도 낼 것 같이게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보았다. 눈 안왔으면 좋겠다..
엘레베이터에 타면서까지도 아무말도 없기에 나는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정국이의 팔을 꽉 잡았다.
차가운 얼굴을 한 정국이는 그제서야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반응에 나는 늘 그렇듯 바보처럼 눈치없이 웃어보인다.
"화 많이 났어? 이제 앞으로 혼자 안다닐게."
"……"
"근데. 진짜 그 학생들은.. 제주도에서 왔다고 했어. 애들끼리 오늘 있는 음악방송 때문에.."
"……."
"알았어. 미안.. 네가 많이 걱정할텐데 그거 생각도 못했어 내가.."
"……."
정국이는 내 말에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차가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나를 내려다본다.
그 모습이 낯설고 조금은 무서워서 장난스레 웃으며 정국이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기분 좀 풀어라."
"뭐?"
"기분 좀 풀으라고!"
"……."
"일부러 다 들었으면서 못 들은척.. 응? 기분 풀어! 이제 진짜 혼자 안다닐게!
내가 어떻게 해야 기분이 풀릴까!?"
내 말에 내 이마에 딱밤을 맞추고선 먼저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는 정국이를 따라 내렸다.
아싸 기분 풀렸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정국이가 대충 쇼파 위로 옷을 벗어 던지고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기에
그 따라 시선을 옮겼더니, 정국이가 뒤 돌아 나를 보고선 말했다.
"옆에 있는 오피스텔로 이사 와."
"어?"
"불안해서 혼자 못둔다고."
"정국아. 나 괜찮아.. 혼자 아니고 .. 화영이도 있잖아."
"나영희가 널 찾아갈지도 모르잖아. 팬들도 그렇고."
"걱정하지마. 나 생각보다 강하다니까 정국아?"
"오늘은 혼자 있고 싶다."
"…정국아."
내 말에 대답도 않고 문고리를 잡아 돌리는 정국이의 손을 급히 잡았다.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석진의 부탁도 있고, 정국이를 위해 이 말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마 넌 싫겠다고 하겠지만, 혹시나 하고 말해본다.
나를 좋지않은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정국이에 긴장을한듯 침을 꿀꺽 삼키고선 입을 천천히 열었다.
"리얼리티! 한 번만 찍자."
"……."
"김석진 편에 들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나는 네가 욕먹는 게 싫어. 잘못을 했어도.. 욕 먹어야 할 건 김석진인데.
네가 욕 먹는 게 이해가 안가. 네가 해명을 해도 믿을 사람을 많지 않을 거란 거 알아.
그래서.. 그냥 리얼리티 눈 한 번 꾹 감고 한 번만.. 딱 한 번만.."
"불안해 하지마. 네가 뭔 잘못을 했다고 떨어.
네 말 이해했어."
"……."
"생각 해볼게. "
"……."
"윤기형한테 와달라고 할테니까. 윤기형 차 타고 집에 가."
"난 너 혼자 두고 못가. 오늘은 더 더욱.."
내 말에 정국이는 내 머리를 헝클어주고선 방에 들어갔다. 괜히 말했나.. 급 몰려오는 후회감에 내 머리를 헝클었다.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정국이를 끌어안고 싶었지만.. 그렇다면 정국이가 정말로 화가 나서 나를 미워하게 되면 어쩌지 싶어 그러지 못했다.
창밖을 보자 눈이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아, 하필 이런날에 눈이라니. 정말 하늘도 너무하구나..
혼자 있고 싶다는 정국이의 말은 무시한채로 거실에 있는 쇼파에 앉아 한참 창밖을 보았다. 정국이 너도 눈을 보고 있니?
남들에게는 구경거리이고, 좋은 추억인 눈이 어느샌가 나에겐 그와 같은 불행이 되었다.
나도 이제 눈이
"……."
싫다.
윤기는 창밖에 눈이 내리는 걸 보더니 갑자기 떠오르는 가사에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보였다.
느낌이 좋아- 혼잣말을 하고선 곧 정국이가 녹음을 하고 간 노래를 틀어보았다.
아직 다듬지 못 한 노래들을 하나씩 다듬기 시작한 윤기의 뒤로 누군가 천천히 다가왔고
윤기가 힘든듯 기지개를 피다가 곧 뒤에서 느껴지는 음산한 느낌이 뒤를 돌아보았다.
"미친!!"
"내가 더 놀랬네!!"
"야. 니네 진짜 제발 노크 좀 할래?"
"노크가 필요하면 문을 잠그고 작업을 해."
"뭐 이런 뻔뻔한 놈이 다 있냐."
정국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급하게 노래를 끈 윤기에 태형은 뭐냐며 옆에있는 의자에 앉아 다시금 노래를 틀으려했다.
윤기는 그런 태형의 손을 탁- 치고선 말했다.
"호기심 좀 제발 줄이라고 했지."
"내가 성욕보다 더 쩌는 게 호기심이야."
"자랑이다 새끼야."
"아, 뭔데 좀 들어보자! 정국이 녹음하고 갔다면서? 정국이 거야?"
"엉. 나중에 들려줄게."
"이 형은 왜 맨날 나한테만 안들려주냐? 내가 뭐 그거 밖에 퍼뜨릴까봐?"
"엉."
"에라이. 드럽고 치사해서 안듣는다!"
"어디가냐?"
"알바야? 데이트 하러 간다!"
"알바냐면서 말해주는 건 무슨 츤데레야?"
"간다. 형도 좀 연애 좀 해라."
"너도 연애 하는 거 아니면서 혼자 설레발 치는 거면 진짜 쪽팔린 거다."
"당연하지. 뭔 설레발."
태형이 가고나서 윤기는 흐음.. 하고 한참 허공을 보았다. 나 뭐하려고 했지? 멍청한 목소리를 내고나서 이제서야 생각났는지
아! 하고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데이트 좋겠네. 아주 그냥."
"뭔 데이트 미쳤나."
"와.. 미쳤다고 할 거 까진가? 솔직히 어? 집에 초대해서! 라면도 끓여줬고! 집에서 도망치듯 내쫒았으면
데이트 한 번은 해줘야지."
"그러기 싫었으면 오지를 말았어야지."
"와.. 진짜."
"그쪽이랑 나랑 차 한 번 타고 뭐 집에서 라면 한 번 먹었다고 막 뭔 사이라도 된 것 같은 모양인데."
"원래 그럼 거의 썸 아니야?"
"그렇긴 하지."
"뭐야 그럼."
"근데 나는 아직 아니다. 이거지."
"나 그쪽 때문에 처음으로 맨발로 밖에 나와봤는데?"
"영광스럽겠네."
"나 그쪽 때문에 처음으로 막 편의점 하루에 한 번씩 찾아오는데?"
"기특하네."
"그런 거야? 그치. 나는 그쪽 때문에 못해봤던 것도 했으니 영광이고, 기특한 짓을 한 거네."
"내가 좋으면 계속 쭉 그렇게 해요."
"……."
"나 이번주면 여기 알바 관둬."
"왜?"
"그냥. 친구가 새로운 직장 알아봐 줬거든."
"그럼 내가 못찾아 가잖아."
"알아서 정도껏 꼬셔보라고."
"와 진짜 어렵다 너."
"쉬우면 쉽다고 할 거잖아. 말이 많네."
딸랑- 문에 달린 종소리에 화영이 비켜- 하고 손을 휘이 휘이 젓자 태형이 어이가 없는듯 표정을 짓다가도
그런 화영이 괜스레 또 예뻐보여 웃으며 무언가 고르는척을 해보였다.
여름이 쇼파에 앉아서 졸고 있었을까. 방에서 나온 정국은 나오자마자 물을 마시려다 쇼파에 있는 누군가에 그쪽을 한참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한참 빤히 여름을 본 정국은 뒤늦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여름이의 앞에 와서 쭈그리고 앉았다.
꾸벅 하고 졸던 여름이 뒤늦게 눈을 번쩍 뜨고선 ##정국을 내려다보았다.
여름이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서 자신을 내려다보자 정국은 여름이의 눈을 맞추고선 입을 열었다.
"왜 안갔어."
"그냥… 걱정 돼서."
"내가?"
"응."
"별게 다 걱정 돼."
"눈이.."
"……."
"오잖아."
"……."
"그래서 갈 수 없었어. 오늘은 나 네 옆에 있을래."
"그럴래?"
"응."
"방으로 들어오지. 왜 여기서 졸고있어."
"네가 날 미워할까봐."
"……."
"그래서 그랬어."
"생각해 봤는데."
"…응?"
"못하겠어."
"……."
"아무리 네 말이라도. 리얼리티.. 그건 좀 힘들 것 같아."
"……."
"미워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볼 자신이 없어 난. 미안해."
정국의 표정은 여전했지만, 눈이 알려주고 있었다. 미안해.
여름이는 그런 정국을 한참 바라보다 정국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무슨 마음일지 대충 알기 때문에, 너를 이해 할 사람은 나 뿐이기에.
"뭐가 미안해. 무리 하지마. 아무래도.. 내가 무리한 부탁을 헀어. 네 생각도 못 하고."
"무리한 부탁이 아니야."
"그래도.."
"내가 극복을 못 한 잘못인 거겠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못한 여름이는 곧 정국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갑자기 다가와 입을 맞춘 여름에정
국이 당황한듯 표정을 지어보였다. 처음으로 이렇게 다가온 여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여름이 부끄러운듯 얼굴을 가리고선 한참 있다 손을 치워보였다. 조심스레 정국을 본 여름이 부끄러운지 살짝 웃어보이자
정국이 일어나 천천히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금방 떨어질줄 알았던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고 자연스레 일어나 방쪽으로 가자
살짝 열려있던 문에 머리를 박은 여름이 아- 하자 정국이 그 모습이 웃긴듯 웃다가도 다시금 입을 맞추었다.
여름이 숨이 막힌듯 먼저 입술을 떼어냈다.
"배주현한테도 먼저 키스햇어?"
"아니."
"배주현한테도 이렇게 키스 했어?"
"아니."
"배주현이랑도 이런 분위기였어?"
"아니. 배주현이랑 있을 땐"
"……."
"불 한 번도 안켰어."
정국은 그 말을 끝으로 서랍 위에 있던 무드등을 켜보였다. 약하게 비추는 무드등 빛에 여름이는 웃으며 먼저 입을 맞추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정국이의 품에 나는 안심하고 다시금 두눈을 감았다가 떴다.
물이 먹고 싶어서 침대에서 내려와 주방으로 나오자 창밖이 보였다. 아, 눈이 조금 쌓여있네.. 생각보다 많이 안왔구나
안심하고선 물을 컵에 따뤄 마셨다. 그리고선 한참을 베란다 앞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말 하얗고 예쁘다.. 온 세상이 하얗다면 예쁘기야 하겠지만.. 조금은 정신이 이상해 질 수도 있겠지? 괜한 상상을 해보다가
정국이 방에서 알람소리가 들리기에 천천히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알람.. 맞춰놨어?"
"어..어.."
눈도 뜨지도 못하고선 이불을 뒤집어 쓰려는 정국이에게 다가가 일어나라며 소리를 지르자
정국이는 겨우 상체를 일으켜 앉는다.
"아 꿈에 여자 나왔는데.."
"에?"
"완전 야한꿈."
"여자 예뻤어?"
"응."
"좋겠다! 꿈에 여자 나와서!"
"화를 내.."
내 말에 정국이는 뭐가 웃긴지 작게 웃어보인다. 눈도 제대로 못뜨고 웃고있네 저게.. 진짜..
"지금!? 열한시. 알람 왜 맞춰놨어?"
"어.."
"응?"
"두..시까지 가야 돼."
"어딜?"
"이리와봐."
"응?"
"한시간만 더 자자."
"한시간? 두시까지 어딜 가야 되는데? 열두시에 일어나도 괜찮아?"
"응. 이리와."
"치.."
"얼른."
이렇게 날 서운하게 하는 말장난이 있어도. 나는 또 너의 한마디에 풀려, 너의 품에 안긴다.
"김태형 넌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가냐?"
"지금 아침 아니고 점심이다. 그리고 알면 큰코 다친다."
"나 코 안커."
"그건 어디 드립이냐. 진짜.. 너는 노잼 인정한다."
"그래서 어디 가냐고. 나랑 밥 좀 먹어주라!"
"화영씨 만나러 간다!"
"와우.."
태형이 점심을 또 편의점 음식으로 떼울 화영을 생각해 초밥집에 들러 포장하고선 편의점에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화영과 말다툼 아닌 말다툼을 하고있는 웬 이상한 아주머니에 태형이 인상을 쓴채로 그쪽을 보자
화영은 대충 태형을 보고선 나가있으라는듯 눈치를 주었다.
"아니 그러니까. 손님한테 카드를 두손으로 줘야지 왜 한손으로 주냐고. 이 아가씨가 말을 못알아 듣네?"
"손님도 저한테 한손으로 주셨는데. 제가 굳이 왜 두손으로 드려요."
"알바 관두고 싶어?"
"관둬도 상관없어요. 알아서 하세요."
"뭐 이런 기지배가 다 있어!?"
태형은 기지배라는 말에 화가나듯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섰고, 화영은 안된다는듯 계속 신호를 보냈다.
그걸 알고도 무시한 태형은 아주머니의 옆으로 다가갔고, 아주머니는 고개를 돌려 태형을 보았다.
태형의 얼굴을 보고선 놀란듯 아주머니가 뒷걸음질을 쳤다. 티비에서나 보던 얼굴이라 놀란듯 했다.
"어.. 티비에 나오던.."
"네."
"여기.. 여긴.."
"제 동생인데. 말이 너무 심하신 것 같아서."
"네?"
"아주머니도 애들 키우시지 않나요?"
"네.."
"애들 키우는 입장에서 딸같은 분한테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죠. 뭐 제가 이런말 했다고 인터넷에 퍼뜨리려면 퍼뜨리세요.
여기 cctv있는 거 아시죠? 그건 생각 해주시고요."
"……."
아주머니가 가고 태형이 아무렇지도 않은척 계산대 안으로 들어와 의자를 끌어 앉아 손에 들린 포장된 봉지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자
화영은 콧방귀를 끼고선 태형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뭐야. 쓸데없이."
"지가 손님이라 갑인줄 아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손님이 갑이냐? 일하는 사람이 갑이지."
"……."
"사과 안 하길 잘했어. 저런 사람들은 사과 받을줄만 알아서 이 일은 계기로 좀 사과 할줄도 알아야 돼."
"…오."
"오?"
"멋진데?"
"알아. 내가 잘생긴 얼굴에 묻혀서 그렇지. 성격 꽤 괜찮다?"
"그건 좀.. 아니 근데 이 많은 초밥들은 누가 먹으라고 이렇게 많이 사왔대!?"
"남겨. 뭘 좋아할지 몰라서 그냥 다 사왔는데."
"와.. 진짜 돈낭비.."
"그럼 먹지마라? 나 혼자 먹ㅇ.."
"아냐! 누가 안 먹는대!? 나 초밥 엄청 좋아하거든."
"어. 많이 먹어. 많이. 다 먹어!"
"미친! 내가 돼지야!? 이걸 다 먹게!"
"미안 미안.."
정국이를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와서는 먼저 앞장서 걸어가는 정국이에게 말했다.
"근데 어디 가는데."
"……."
"야아!"
"……."
"어디 가냐고!"
"뭐?"
뒤늦게 뒤 돌아서는 뭐? 라는데 너무 뻔뻔해서 치.. 하고 정국이 옆으로 달려가 옷깃을 잡아보였다.
"어디 가는데.. 안알려주고."
"회사."
"회사? 뭐야! 그럼 회사 간다고 말을 하지."
"말했거든 멍청아."
"말 안했어!"
"했어."
"안했어!"
"조용히해."
"와아!"
"확 입술을."
"확 입술을!?"
"뭐."
"왜!"
"그 기대에 찬 눈빛은 뭐야."
"뭐.. 뭐가!! 아무 생각도 안 했어!"
정국이가 웃으며 내 머리를 헝클어주었다. 애써 정리 된 머리를 헝클어준 정국이가 밉지는 않은 걸 보니
나는 정말로 정국이를 좋아하나보다.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헝클었다면 화가 먼저 났을텐데 말이다.
쫑알쫑알 조수석에 타서는 혼잣말만 몇백 번을 한뒤에야 도착한 곳은 이상한 건물이었다.
먼저 차에서 내리는 정국이를 따라 내려보았다. 건물 앞에는 웬 차들이 많았다. 엥? 뭐지? 이게 뭐야? 내 물음에도 따라오라며 손짓하는 정국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뭔가 복잡하게 준비 되어있는 촬영장과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
"어..라.. 잘못 찾아 온 거.. 아니야..?"
"……."
"어?"
"저 형이랑 같이 붙어서 하루종일 친한척 하는 건 무리야."
"……."
"화보 촬영 찍으면서 몇시간 친한척 하는 거 쯤이야 견딜 수는 있어."
"……."
"이걸로 만족 해줄 수 있어?"
"……."
정국이 말을 다 하고나서 대답이 없자 정국은 뒤 돌아 여름을 확인했다.
"노여름."
"정국아..."
여름이는 정국의 말에 뭔가 감동이라도 받은듯 멈춰서서는 입을 틀어막고 울먹거렸고, 정국은 그 모습에 작게 웃어보인다.
"뭐야. 울어?"
"아니. 이거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너무 감격스러워서.. 너도 힘들텐데에.."
"으이구."
"……."
"울보네. 아주..그냥."
무심하게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는 정국에 멀리서 보던 반디도, 촬영장에 있던 몇몇의 스태프들도 당황을한듯 했다.
반디는 그 모습을 보고 소리내어 웃어보였다. 당당하네 이제는?
그리고 반디의 옆에 서있던 석진은 그런 반디를 한 번 보고, 정국과 여름을 보고선 씁쓸한듯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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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것 치곤 너무 짧았다.. 미아내요 ㅠ_ㅠ 오늘 너무 멍만 때리다가..하... 이런 1억이 미췬놈!!주거!주거! 다이! 다이!!
ㅎㅎㅎ 내일 또 봐요! 여러분!! 오늘 짧아도 봐주실 거져..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