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여름이 뭐. 빨리말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왔다고.. 그냥.. 뭐.."
"말해."
호석씨가 당황해하며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정국이에게 말했다.
"나한테 명함을 주고 가셨어. 할 얘기가 있다고.. 연락 달라고 하셨는데.
진짜 별 거 아니야! 너무 신경.."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 옆을 지나 나가려는 정국이의 손목을 꽉 잡았다.
분명 정국이는 화가 나있었다. 당장이라도 나영희에게 가서 따지려는 것 같았다.
분명히.. 어떻게든 나영희를 말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난 정국이를 말리기로 다짐했다.
"정국아."
"……."
"……."
"……."
"……."
고개를 저어보였지만 정국이는 나의 손을 밀어내고선 작업실에서 나가버렸다.
정국이를 더이상 힘들게 하고싶지 않다.
제 43회_
마음에 없는 말은 말아요
여름이 나가자마자 남준과 호석은 자신들이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 마냥 좌절을 했고
그 모든 걸 지켜 본 윤기는 괜시리 푸하- 웃어보이며 둘에게 말했다.
"가관이다. 가관.. 정국이한테 웬만해서 회장님 연관 된 얘기는 하지마. 그것도 여름이 얘기는 더."
그 말에 호석이 왜? 하고 쇼파에 앉아보였고, 윤기는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남준은 대충 알겠다며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윤기에게 보여주자 윤기는 또 어깨를 으쓱 해보인다.
여름이 정국을 따라 나와 정국의 손목을 다시금 잡았다. 정국은 또 다시 차가운 눈을 하고 여름을 보았다.
여름이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곧 벌어지지 않는 입술 덕에 멍하니 바보처럼 가만히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뭐."
"내 얘기 좀.. 들어봐."
"말해."
"어디 가려는 건데.. 그분 따라 가려는 거면.."
"말 하라고."
정국은 화를 참는듯 했다.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선 화가난듯 작게 말하는 정국에 여름이는 작게 말을 이었다.
"나는.. 절대로 안무너져. 나 생각보다.. 강해. 그리고 너한테 비밀로 하려던 것도 아니고.. 말 하려고 했어."
"그래서 만나려고 했어?"
"사..실은 만나서 시원하게 속마음 좀 다 털어놓으려고..는 했어! 왜 나한테도 이러는지.. 궁금하니ㄲ.."
"장난해?"
"……."
여름이의 손을 또 쳐냈다. 정국이 1층으로 내려가 회사에서 나가버리자 여름이는 멍하니 자리에 서서 자신의 이마를 콩콩- 때려보였다.
지금 가서 붙잡으면 팬들이 볼테고.. 난 어떡해야 돼..
"……."
화영은 10시가 되어서 교대를 하고서 편의점서 나오자마자 신경쓰지 않는척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어떤 차들도 없기에 화영은 뭐야..? 하고 표정을 굳혔고, 곧 화영의 앞으로 태형의 차가 세워졌다.
창문을 열어 화영에게 웃어보이는 태형에 화영은 치.. 하고 콧방귀를 꼈다.
"뭘 그렇게 두리번 거려?"
"내가 언제?"
"나 찾았구나?"
"뭐래. 택시 있나 없나 본 건데."
"타."
"집 데려다주나?"
"뭐든지."
"그럼 뭐. 오늘만. 내가 발이 아픈 관계로? 절대 그쪽이 좋아서가 아니라."
화영이 타려고 손잡이에 손을 대자 태형이 갑자기 후진을 했고, 화영이 좋지않은 표정을 짓고선 태형을 보자
태형은 눈치없게 웃으며 화영에게 장난을 쳤다.
"발 안 아프면 안탔을 거야?"
"지금 뭐하자는 거?"
"장난 치는 건데? 왜 정떨어져?"
"살짝."
"아, 큰일났다. 미안해요. 얼른 타."
화영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괜히 여기서 가버리면 웃길까 조수석 문을 열어 차에 올라탔다.
되게 오랜만에 타보는 비싼차에 화영은 워.. 하고 감탄을 하며 혼잣말을 했다.
"엄청 좋네. 역시 비싼차는 승차감이 딱 달라?"
"뭐.. 비싼차 또 타봤어?"
"내가 그럼 안 타봤을까봐?"
"많이 타봤을 것 같아. 그냥 걸어다녀도 남자들이 들이댈 것 같은데?"
"맞지."
"나보다 돈 더 많은 사람도 차봤을 것 같아. 그래서 나도 이렇게 갖고 놀고."
"이봐요. 내가 언제 그쪽 갖고 놀았다고 그래?"
"싫으면 딱 잘라내야지. 내 차에 탄 것부터 나한테 기대감 주는 건데?"
"와.. 그럼 나 내린다."
"아.. 알았어! 취소 취소! 어어! 내리지 마! 내리면 사고난다! 어! 나 앞차 박는다! 어어! 박는다!"
"아! 알았어. 안내려!"
화영이 화를 내고선 창밖을 보자 태형은 웃으며 화영을 보다 앞을 보았다. 아, 드이어 단둘이 있어보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려.
막무가내로 그의 집 문앞에 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이게 민폐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어디 갔는지 전화기는 꺼져있고, 집에도 없기에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을까
몇분 지나지 않아 그가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나를 내려다보았다.
아, 이 광경 너무 익숙한 거 아니야? 억지로 일어나보이자 다리가 저려와서 으으.. 하고 인상을 썼더니
정국이는 내 앞에 멈춰서서 나를 아무 표정 없이 내려다보았다.
"무서워."
"……."
"좀 웃어주라.."
"막무가내야 왜."
"…핸드폰을 왜 꺼놨어."
"꺼진 거야."
"어디 갔다 와?"
"그냥 한바퀴 돌고 왔어."
"…아."
"이제 문 앞에서 기다리지마."
"…응."
"아니면 들어가서 기다리던가. 추운데 뭐하는 거야."
"미안."
"내가 예전에 말했지. 미안하다는 말 좀 그만하라고."
"…근데. 자꾸 미안할 상황이 오는데 어떡해. 너.. 지금 많이 화났잖아."
"그래도 하지마."
"……."
그 말을 끝으로 우린 서로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혹시라도 또 저 차가운 표정을 하고선 나에게 가라고 할까봐
솔직하게 말하면 무서웠다. 나는 계속 그의 곁에 있고싶다.
"나.. 가?"
"……."
"나.. 집 가?"
내 말에 정국이는 내 코 앞으로 자신의 손을 쭉 펴서 보여주었다. 왜? 하고 정국이를 올려다보면 정국이는 자게 '명함.'하고 말을 했다.
아.. 그래! 하고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넣어두었던 명함을 건내주자 정국이는 그 명함을 내가 보는 앞에서 갈기갈기 찢어 아무렇게나 바닥에 뿌려놓는다.
"나영희가 널 찾아오면 나한테 바로 전화 해."
"응."
"나영희가 협박하면.."
"……."
"……."
"그땐.. 내가 널 찾아갈게. 됐지?"
"……."
"너무 불안해 하지마. 아깐 미안해.."
"뭘 잘했다고 웃어."
"미안.. 아.. 미안하다고 하지 말랬지.."
"아니. 방금 건 제외."
"와아.. 나 웃으면 사과해? 이제부터? 계속?"
"응. 계속."
"치.. 그래서 나 집 가!? 이 상태로 집 가!?"
"가."
"진짜 가!?"
진짜 가냐며 비밀번호를 치는 정국이를 뒤에서 끌어 안았더니 정국이가 작게 웃는 게 들렸다.
정국이도 나를 좋아하는 건 분명했다. 그리고 나도 널 따라 웃는 걸 보니.. 나도 널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너와 함께 붙어있으면 그렇게 평생 그 시간만 몇백 번은 돌았음 졸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영의 집 앞에 온 태형은 차를 세우고선 작은 빌라를 한참 올려다보았다. 이런 집이 있기는 해? 하고 신기한듯 빌라를 보자
화영은 괜히 기분이 나쁜지 팔짱을 낀채로 태형에게 말했다.
"그쪽이 이상하게 돈이 많아서 이상한 고급진 집에서 사는 거지. 다들 이런 곳에 살아.
그쪽 돈 많다고 남들도 다 비싼 집 사서 살 거라는 생각은 버려."
"아니.. 내가 뭐라고 했나?"
"대놓고 신기하게 쳐다보니까 그러지. 밖은 이렇게 꾸져보여도. 안에는 나름 깨끗하고 살만해."
"한 번도 안가봐서 모르겠네."
"그래. 부럽네? 한! 번도 저런 집에는 안가봐서?"
"에이.. 그건 아니고! 라면이라도 먹고 가라는 말 안 해?"
"뭐? 라면? 이게 장난ㅎ.."
"아니! 언제부터 라면 먹고 갈래?라는 말이 이상하게 꼬여서.. 나 라면 엄청 좋아해! 진짠데.. 인터넷에
김태형 좋아하는 음식 치면 라면 나와!"
"참나.."
화영은 괜히 태형을 한심스럽게 보다가 라면을 좋아한다며 안절부절 하는 태형이 웃긴지 작게 웃었다.
그런 화영에 태형은 진짜라며 직접 핸드폰을 켜 인터넷에 치려고 하자 화영은 차에서 내리며 컴온- 하고 손을 까딱했다.
진짜!? 하고 태형이 급히 차키를 빼고선 차에서 내리자 화영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먼저 빌라로 들어선다.
뭔 말이 그리 많은지 태형은 화영을 따라 빌라에 들어와 계단을 밟으며 말했다.
"아니.. 갑자기 이렇게? 그쪽 갑자기 내가 막.. 좋아졌어?"
"미쳤나. 코로 라면을 먹는지, 입으로 라면을 먹는지 모르게 해줘?"
"아니.. 그건 싫.."
"배고픈데 혼자 먹기엔 외로워서 그런 거니까. 오해 하지말지?"
"오예는?"
"아.. 진짜."
"알았어. 입 꾹 닫을게!"
화영이 먼저 집에 들어서자 태형이 따라 들어왔고. 화영이 신고있던 스타킹을 벗어던지자 태형은 어어어! 하고 눈을 가려보였다.
화영은 뭐야.. 하고 벗은 스타킹을 대충 침대 밑으로 던져놓고선 태형에게 턱짓으로 침대를 가리켰다.
"딱히 앉을 곳이 없네. 침대에 앉아있어요."
"아니.. 막 갑자기 스타킹을.."
"매운 거 좋아해요?"
"아, 어.. 좋아하기는..하는.."
태형이 괜히 바닥을 보았을까 누구 것인지 모를 위에 속옷이 있기에 태형이 입을 틀어막고선 그 속옷을 발로 침대 밑으로 밀어넣었다.
와.. 나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이거 그린라이트인가.. 속으로 이 생각만 몇십 번을 하고선 화영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지..?
석진에게 연락을 해봐도 석진이 전화를 안 받자 윤기는 석진의 집으로 찾아갔고, 역시 석진은 집에 있었다.
씻고 나왔는지 수건을 덮고있는 석진은 뻔뻔하게 인터폰에 얼굴을 들이대는 윤기에 표정을 굳힌채로 문을 열어주었다.
윤기가 거실로 왔을까 석진은 젖은 수건을 아무렇게나 쇼파 위로 올려두고선 윤기에게 말을 걸었다.
"웬일로 찾아오셨대."
"나 원래 자주 찾아오는데? 누가 들으면 엄청 오랜만에 찾아 온줄 알겠다."
"밥 안 먹었어?"
"응. 작업 하느라. 정국이 녹음 하고 갔거든."
"그렇구나.."
윤기가 족발이나 먹자며 식탁 위로 음식이 든 봉지를 내려놓자 석진은 뭔가 할말이 있는듯 입술을 열었다 닫았다.
그런 석진을 본 윤기는 뭔데- 하고 웃어보였다.
"나한테 왜 이래?"
"형한테 왜 이러냐니?"
"내가 미워야 하는 게 정상이잖아."
"빨리 앉아."
"…민윤기."
"내일 눈 온다더라."
"……."
윤기는 석진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않았다. 석진은 그런 윤기의 행동이 이해가 안가는듯 인상을 쓴채로 윤기를 보다가도
곧 계속 되는 윤기의 장난끼 가득한 미소에 석진은 작게 웃어보였다.
"난 그 누구편도 아니야."
"……."
"난 형 믿는다. 어떤 모습이 진짜던.. 아니던.
형 보니까 정국이 무너지기 전 생각이 나서 그래. 잡을 수 있을 때.. 잡고, 어떻게든 옳은 길로 걸어가게 하고 싶어서."
"날 믿어?"
"믿어. 내가 형을 몇년 봤는데."
"고작 몇년인데."
"고작 몇초 사이에도 친구를 사귀고, 어떤 사람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기도 해."
"……."
"고작 몇년? 응. 몇년을 봐왔기에 난 형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형 생각보다.. 그것보다 더 한 쓰레기는 아니잖아."
"……."
더 말을 이으려다 말실수를 할까 윤기가 먹자- 하고 음식들을 꺼냈고, 석진은 멀뚱히 앉아서 윤기를 한참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난 더 한 쓰레기가 될 수 있어."
"……."
"그래도 내 편에 서줄 거냐."
"난 누구의 편도 아니라니까. 근데.. 애들 울리지는 말자."
"…그래."
"그래. 이제 진짜 좀 먹자. 배고파서 죽겠다."
정국이 여름을 데려다주고선 차에서 내리려는 여름을 보았고, 여름이는 내리려다 말고 정국을 바라보았다.
그런 여름을 또 한참 바라보는 정국은 뭐- 하고 차가운 말을 내뱉는다.
"예쁜 입으로 예쁜 말 좀 해주지.. 맨날 뭐. 왜."
"…가."
"재워줄줄 알았더니만.."
"뭐 친구 혼자 있는 게 신경쓰인다며."
"그건 그렇지만! 말이라도 자고 가라고 하면.."
"자고 가."
"와.. 이미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선 자래."
"내일은 자고 가."
"으아.."
심쿵.. 하고 여름이 심장부근에 손을 대자 정국은 그 모습이 마냥 귀여운지 웃어보였다. 갈게요오.. 하고 시무룩해져서는 내리는 여름을
뒤로한채 저 멀리 세워져있는 익숙한 차를 보았다. 저 차..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다가도
빌라로 들어가며 손을 흔드는 여름에 정국은 여름이 안에 들어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름이 빌라로 들어서면서 혹시나 화영이 없나 싶어 화영에게 문자를 보냈고, 화영은 다 먹고선 배를 어루만지고 있다가
여름이의 문자에 급하게 태형을 보았다.
"큰일났다.."
"왜.. 왜."
"여름이.. 여름이 온다. 여름이!"
"여름이 오는 게 왜?"
"아니.. 얼른 가. 그쪽 여기 온 거 알아봤자 좋은 것도 없으니.."
말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비밀번호 치는 소리가 들리자 화영이 태형의 팔을 잡아 커튼 뒤를 가리킨다.
"왜. 왜.. 왜!"
태형이 왜 왜! 하고 작게 소리를 내자 화영은 얼른 가라며 강제로 커튼 뒤로 태형을 숨겼다.
완벽하게 신발장에 있는 신발도 서랍 안에 넣자
여름이 문을 열고선 들어왔고, 화영은 왔어? 하고 자연스레 요가를 하는척 했다.
여름이는 킁킁- 냄새를 맡더니 곧 식탁 위에 있는 냄비를 보고선 말했다.
"라면 먹었구나? 웬일이야? 라면 안 좋아잖아. 살찐다구.."
"아! 그냥.. 갑자기 매운 게 땡겨서..!"
"그래애?"
그래? 하고 여름이 오자마자 급히 물을 마시자 화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름이 웬 한숨.. 하고 웃으며 식탁을 보고선 어? 하자 화영이 괜히 화들짝 놀라 여름을 보았다.
"왜? 왜..!"
"젓가락을 두개씩이나.. 누구 왔었어?"
"아니!? 아, 갑자기 막 외롭잖아.. 그래서! 그냥.. 같이 먹는 척 좀 하려고.."
"미안.. 내가 요즘 너무 늦게 와서.. 저녁 안 먹었어?"
"편의점 음식은 별로라.. 아! 화장실 좀 가봐. 너 욕조에 머리카락 좀 치우라고 했지.. 진짜 말도 드럽게 안 들어요."
"어? 머리카락 뺐는데.."
"아니던데!"
"아.. 그래? 옷 좀 갈아입ㄱ.."
"아니! 지금! 지금! 당장! 해줘!"
"아.. 어.. 그래.. 알았어..!"
여름이 이상해.. 하고 중얼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고 화영은 여름이 화장실에서 못나오게 화장실 문지방 위에 올라서서
여름이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요즘 행복해 보인다 너?"
"에이. 그래?"
"전정국이랑 해피하냐? 앙? 혼자 연애하고."
"행복해. 세상 살아가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여봐.. 머리카락 없는ㄷ.."
"어! 거기 욕조 위에 있는 샴푸 다 쓴 것 좀.. 치우고 그래."
"이거 다 새 거잖아.. 산지 얼마 안 됐는데.. 에이.."
화영이 뒤 돌아 태형에게 눈치를 주었고, 태형은 이 상황이 웃긴지 작게 웃으며 급하게 커튼 뒤에서 나와
서랍에서 신발을 꺼내 문을 열었고, 화영이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미친듯이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죽을 것 처럼 기침을 하자 여름이 놀랐는지 뒤 돌아 화영에게 괜찮냐 물었고, 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형이 빌라에서 나오고 나서야 신발을 겨우 신었다. 내가 왜 숨어야 하나 갑자기 드는 어이없음에 태형이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와중에 신발끈이 조금 풀려있자 태형은 쭈그리고 앉아서 끈을 다시금 세게 묶었고
앞에서 나는 담배냄새에 태형이 고개를 천천히 들었을 땐
정국이 자신의 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고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너.."
"형이 왜 거기서 나오냐?"
"……."
"그것도 맨발로."
정국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고선 담배를 바닥에 버려 발로 비벼 끄고선 차에 탔고
태형은 뻘쭘한지 가만히 차에 탄 정국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정국이 사라지자 태형은 뒤늦게 멀어지는 정국의 차에 대고 소리쳤다.
"야! 나! 막!! 몰래 들어가고 그런 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