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촬영장_
정국과 여름이 장난을 치고 있었고, 그 옆으로 반디가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고선 웃어보인다.
그 모습을 멀리서 메이크업을 받으며 바라보았고, 왠지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짓는 석진에 스타일리스트는 석진에게 물었다.
"왜? 어딜 그렇게 봐?"
"…그냥. 정국이랑 매니저 엄청 친해보여서."
"어.. 그러게. 엄청 친해보이네. 유명하잖아? 정국이도, 정국이 매니저도."
"유명해?"
"응. 예전에 정국이 음악방송 잠깐 나갔을 때부터. 방송국에서 난리 났었잖아?
웬 키 작은 귀요미가 유독 요즘 무서운 정국이 뒤에 따라다니니."
"……."
"근데 요즘엔 또 괜찮아보이네."
"생각보다 촬영장이 더워요."
"어? 그때 정국이랑 나 몰래카메라 했을때 그 스태프분이신데. 그쵸! 맞죠."
석진의 말에 스태프는 카메라를 위아래로 흔들어보였고, 석진이 정국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려놓고선 말했다.
"저희 솔직하게 말하면 기사들 다 봤어요. 뭐 우리가 싸워서 몇년간 서로 연락도 안 했다. 이러는데..
저희 맨날 연락해요. 그치? 정국아."
"맞아요. 서로 집에 자주 찾아가는데.. 싸우기는 무슨."
"그 기사 뜨고나서 더 친하게 지낸 것 같은데. 안 그러냐 정국아."
"거의 뭐 그렇지."
"야 근데 이 추운날에 밖에 나가서 촬영 한다는데 실화냐."
"찍기 싫어?"
"아니?"
"나도."
둘이 뭔 얘기를 이리도 잘하는지 누군가 말을 걸어주지 않아도 주절주절 말을 잘 이어가는 둘에
스태프는 가만히 서서 카메라로 그들을 비추기만 해주었고, 여름을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선 흐뭇한 표정을 지어본다.
반디도 그 따라 웃어보이다 여름이에게 팔짱을 끼고선 말했다.
"네가 하라고 했어?"
"네?"
"네가 둘이 리얼리티 찍어달라고 했어?"
"아.. 하하."
"맞지? 솔직히 사장님도 정국이가 리얼리티 찍는 대신 화보 찍으면서 자잘자잘한 얘기 나누는 걸로 1화만 찍으면 안 되겠냐고 부탁하는
정국이 때문에 많이 놀란 것 같더라."
"1화만요?"
"응. 원래 3화 까지만 나오기로 했는데. 정국이 부탁으로 2화랑 3화는 태형이랑 지민이 리얼리티로 간다더라."
"아 정말요?"
"둘이 저렇게 붙어 있는 것도 2,3년만이네. 느낌 이상하다.."
확실히 둘은 연기였다. 아, 둘이 아닌.. 정국이만 말이다. 카메라 테이프를 간다고 하면 정국이는 웃던 얼굴을 굳혔다.
여름이는 자신을 위해 애를 써준 정국이 기특한지 계속 웃어보이다가 눈이 마주치면 곧 손을 머리 위로 들어 마구 흔들어보였다.
정국도 여름이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보이고선 촬영장으로 향한다.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여름이 웃으며 손을 아직도 흔들고있자, 반디는 여름이 귀엽다는듯 따라 웃는다.
- 다 좋은데 둘이 조금 더 친해보이게 붙어봐요.
그 말에 석진과 정국이 어색하게 있다가 곧 석진이 정국에게 어깨동무를 해보였다.
그 모습이 괜히 보는 사람이 더 어색해서 여름이 주먹을 꽉 쥔채로 그쪽을 보자 , 반디는 여름을 한참 뚤어져라 보았다.
진짜 짧은 시간에 둘이 많이 친해지고, 둘이 만나는 사이까지 됐다니.. 신기하네.
쉬는시간에 잠시 어딘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장식품 꽃을 만지는 정국에 여름이는 정국을 불렀다.
"정국아!"
"……."
"뭐해?"
"그냥 예뻐서."
그 말에 여름이 정국의 옆으로 다가가 뒷짐을 진채로 정국의 손에 들린 장식품 꽃을 보았다.
꽃을 보며 살짝 웃고있는 정국의 모습이 의외라 여름이는 옆에 같이 쭈그리고 앉아서서는 물었다.
"꽃 좋아해?"
"아니. 싫어하는데."
"에? 그럼 왜!?"
"뭐가."
"엄청 흐뭇한 표정으로 꽃 보길래..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그냥. 엄마가 좋아해."
"……."
"만들어진 것일 뿐인데 사람들은 이런 거에도 예쁘다고 하잖아."
"…아, 그렇지."
"만들어진 것 뿐이라. 정해진대로 살아야 되잖아. 누군가의 의해 찢어져 망가지면 쓰레기통이나 들어가는."
"……."
"연예인이랑 똑같지."
"…그런가."
정국의 조금은 무거운 말에 여름이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나 고민만 하다가 곧 자신의 뒤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다.
뒤에 서있는 건 다름아닌 석진이었고, 석진의 등장에 정국은 표정 관리가 안 되었고, 여름이는 그런 정국을 보고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하하하.. 덥다. 뭐라도 마실까!?"
"……."
"뭐하고 있어? 이거 마실래? 탄산수인데 여름이는 별로 안좋아 할 수도 있겠다.
아무맛도 안나거든."
"어?"
"너 단 거 좋아하잖아. 사이다 좋아했던가."
"아, 아니거든. 이것도 잘 먹어."
석진의 손에 들린 탄산수 두개를 다 가져가놓고 뒤늦게 정국의 눈치를 본 여름이는
정국의 눈에서 불이 나오는 걸 확인했다. 딱 이런 장면이다.
정국의 눈에선 불이 비춰지고, 석진은 해맑게 웃고있고 그 사이엔 여름이 주인 잃은 강아지 표정을 짓자
멀리서 메이크업 도구들을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고선 셋의 모습을 보았다.
저 상황은 뭐지? 이렇게만 보면 삼각관계 같은데.. 여름이 표정 보면.. 아닌 것 같기도..하고..
"촬영 들어갈게요!"
스태프의 말에 여름이 강제로 정국의 등을 떠밀자 석진은 웃으며 그 둘을 따라 걸었고
반디는 또 한 번 웃으며 도구들을 정리한다.
"아 잘생겼다."
"땀 닦는 것도 잘생겼어?"
"네. 완전 잘생기지 않았어요?"
"잘생겼지.나도 볼때마다 감탄해."
"진짜 잘생긴 것 같아요."
내 말에 언니는 으이구.. 너는 예뻐- 하고선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정말 김석진과 정국이는 둘이 사이좋게 얘기를 하다가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바로 정국이는 정색을 했고
김석진은 야 전정국! 하고 눈치없게 정국이에게 어깨동무를 한다.
"정국씨 끝나고 회식이나 할까요? 석진씨도?"
"아니요. 약속이 있어서요."
"그래. 오늘 같이 밥 좀 먹지."
"내가 형이랑.."
"응?"
"됐다."
지금도 딱 보면 정국이는 화보도, 그 무엇도 몇년간 다 무시하고 거절했기에 스태프들은 이 기회를 통해 정국이에게 잘 보이게끔 행동을 했다.
그래야 자신들이 맡은 예능프로그램이나, 화보 촬영을 해준다는 소리를 들을테니까.
하지만 정국이는 그쪽들이 아무리 어필해도 그 무엇도 한다고 안 할 거요.
정국이가 그래도 나 때문에 이렇게 힘든 선택도 해주고.. 고맙기야 한데.. 어쩌면 내 큰 욕심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둘은 자주 말다툼 아닌 말다툼도 하고, 장난도 치고, 웃어보이기도 했다.
저 모습을 본다면 팬들이 꽤 좋아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둘이 저렇게 친한 사이였다면.. 내가 정국이와 만날 수 있었을까.
둘은 절친이고, 나는 김석진의 전여친이고.. 이런 상황이었다면 분명 나는 매니저 일 따위 관뒀을 것이다.
김석진이 준 탄산수를 한참 보았다. 줄 거면 맛있는 거나 주지 이런 걸 주고 난리야..
촬영을 끝내고나서야 손에 잔뜩 쥐고 있었던 힘을 풀 수 있었다. 땀이 다 나려고 하네..
이게 뭐라고.. 스태프들이 말을 거는데도 대충 고개만 꾸벅이고선 내쪽으로 오는 정국이에 작게 웃어보였더니
정국이는 내 손목을 잡고 무작정 밖으로 날 질질 끌고 나섰다. 왜 그래.. 왜! 하고 급하게 정국이를 불러도
정국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자신의 차 앞으로 향한다. 겨우 차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정국이는 내 손목을 놔주었다.
"왜.. 왜 이렇게 급하게 나와. 네 짐들은."
"토악질 나와."
"어?"
"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숨이 막혀서 죽을뻔 했어."
"……."
"손 잡아주라."
정국이의 손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정국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무려 6시간 동안 저 안에서 촬영을 했고, 김석진과 친한척을 해왔다.
그런 너는..
"고생했어."
"…내가 약해서 그래."
"…응?"
"다른 사람들은 안그럴텐데. 내가.. 내가 약해서 이런 고통따위 참지도 못해."
약하지 않다. 미워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몇시간을 있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짓이다.
너를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주변에 사람이라도 있을까 눈치를 보다가 결국 그냥 손을 뻗어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짱 잘했어요."
"…뭐야."
"뽀뽀 해주고 싶은데. 혹시라도 누가 나와서 볼까봐."
"보긴 누가 봐. 여기에 사람 지나가는 거 한 번도 못봤어."
"그래?"
그래? 하는 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내 볼에 입을 맞추는 정국이에 아! 뭐야!하고 방긋 웃어보이자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 소리에 뒤를 급히 돌아보았다.
"어! 미안해.. 저,정국이 너 옷 두고가서! 갖고 나온다는 게.. 타이밍도 못맞추고.."
미안하다며 눈을 가리는 언니에 나는 정말 당황스러워서 뒷걸음질을 쳤는데.
정국이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뒷걸음질치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어.. 언니! 정국이 차 타요! 데려다준대요!"
"뭐?"
"데려다준다며!"
"…참."
언니는 정국이차를 처음 타보는지 오오.. 하며 차 안을 구경하기 바빴고, 그런 언니를 룸미러로 확인하는 정국이의 표정은 꽤 괜찮아보였다.
분명 언니랑 너랑 나랑 셋이 처음 만났을 때.. 아무도 웃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신기하게 세명 다 웃고있네.
"엄청 의외인데. 너희 되게 잘어울린다?"
"진짜요? 저희 잘어울려요?"
"저 누나 거짓말 잘해."
"야! 거짓말 아니야. 너희 진짜 잘어울려."
"웃기시네. 거짓말 할때면 맨날 눈 빠르게 깜빡이잖아."
"나 지금 눈 빠르게 깜빡이지는 않잖아!"
"빠른데."
"어우씨.."
"……."
"근데 진짜.. 이렇게 너랑 얘기 해보는 것도 몇년만이야.. 진짜."
"……."
"아.., 분위기 어색해지라고 한 얘기 아닌ㄷ.."
"내려."
"어?"
정국이는 어디인지도 말 안해줬는데 반디언니의 집을 찾아왔다. 언니는 감동이라며 울상을 지어보였고
그 모습이 귀여워서 언니가 내리자마자 귀엽다고 했더니 정국이는 나를 이상한 눈을 하고 쳐다보며 말했다.
"귀여운게 누구보고 귀엽다고 하니까 되게 웃기네."
"와 지금 나한테 귀엽다고 한 거야?"
"너 어제도 귀여웠는데."
"아! 어제 얘기는 하지마.."
"불 끄면 배주현 생각난다면서 부끄럽다고 불 끄라고 그러고."
"뭐!"
"나랑 같이 눕는 게 뭐가 그렇게 부끄럽냐?"
"조용!"
"네."
"……."
"아, 그리고 너."
"응?"
"탄산수 마셨어?"
"응!"
"그걸 왜 마셔? 그걸 왜 또 받고있어."
"물이 먹.."
"거지냐. 누가 주는 거 받아먹게."
"거지라니.. 그냥 주니까.. 에에 지금 질투하는 거야?"
"뭐래."
"맞네! 질투 하는 거 맞네."
"오늘은 집에 가서 자. 나 오늘은 엄마 집에 가보려고."
"나도! 놀러갈래."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언제.."
"나중에."
"치.. 알았어."
티 안내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시무룩해졌나보다. 정국이가 '표정 풀어'하기에 바로 표정을 풀었더니 큭큭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지금 비웃은 거야? 하지만.. 난 너를 더 보고싶은 걸. 하루를 그렇게 한 번도 안떨어지고 붙어있었는데도
너랑 떨어지기 싫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국이는 앞만 보고 운전할 뿐.. 더이상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자, 먹고싶은 거 골라."
"먹고싶은 거고 나발이고."
"응?"
"좀 가지?"
화영이 팔짱을 낀채로 의자에 앉아서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태형을 째려보았고
편의점 안에는 태형이 편의점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온 여학생들이 있었다.
"너 때문에 저 여학생들 5시부터 여기서 기다렸어. 무슨 민폐야."
"내가 손님 만들어주고 좋은 거 아닌가? 안녕!"
태형이 안녕! 하고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자, 학생들은 꺄아- 소리를 내며 태형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며 핸드폰을 들이밀었고
태형은 그래그래- 하고 웃으며 같이 사진을 찍어준다.
다정하게 볼까지 맞대고 사진을 찍는 태형을 본 화영은 어이가 없는지 콧방귀를 껴보였다.
이렇게 보니까 연예인같네. 확실히 둘이 있을 땐.. 그냥 멍청한 사람같은데 말이야.
"근데 둘이 무슨.. 사이에요..?"
조심스레 묻는 게 보였다. 학생의 말에 태형은 으음.. 하고 고민 하는척 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내가 얘 좋ㅇ.."
"동창! 동창! 그래! 동창이야! 우리 10년 친구냐?"
"……."
"10년 됐네. 완전 그거 죽마고우."
아 그래요? 하고 학생들이 안심하자 화영은 고개를 돌려 태형에게 주먹을 꽉 쥐어 보여주었고
태형은 심장부근에 손을 댄채로 숨을 몰아쉬다 학생들에게 말했다.
"응. 10년친구 죽마고우 내가 얘 좋ㅇ.."
"아! 날씨 좋네!!"
"참나.."
"얘 좀 데리고 나가줘. 얘 할짓도 없나봐. 편의점 일하는 거 신기하다고 맨날 구경 와."
"나 여기 자주 온다는 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잘생긴 얼굴로 비밀로 해달라며 방긋 웃어보이는데 어떤 누가 싫다고 하겠냐구요.
학생들은 세뇌라도 당한듯 입을 벌린채로 고개를 마구 끄덕였고, 화영은 그 모습을 보고 마치 태형이 신이라도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김태형이 신이고.. 그 믿에 세뇌 당한 사람들같아..
태형이 잠깐 차에서 핸드폰 보조 배터리 좀 갖고온다며 편의점에서 나가자, 학생들은 아쉬워 하다가도 다시 올 거라는 말에 안심하고
뭐라도 사서 앉아있어야겠다며 라면을 계산대 위에 올려둔다.
한명씩 작은컵라면을 갖고오기에 그 모습이 귀여운지 화영은 피식 웃어보이다가도 학생들에게 말을 건다.
"너희는.."
"네?"
"김태형이 왜 좋아? 도대체 어디가 좋아?"
"헐.. 언니.. 아무리 10년 친구라도 그렇지.. 아무 감정도 안들어요?"
"뭐.. 별로."
"우리 오빠가 얼마나 잘생기고! 어? 다정한데요!"
애들이 하는 소리를 듣는 화영은 그럴싸한 말들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허당끼도 있다는 말에 화영은 편의점 밖을 보았고, 마침 차에서 나온 태형이 누군가와 부딪혀 핸드폰을 바닥에 떨구고선 소리를 지르는 게 보여
소리내어 웃어보였다. 으휴 저 바보.
집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다. 무언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면 배게 옆에 두었던 핸드폰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집주인 아주머니의 전화였다. 지금 10시인데.. 이 시간에 왜?
"네."
- 그쪽 때문에 지금 신고 들어오고 난리 났어.
"네?"
- 얼른 내려와 봐. 가라해도 가지도 않아.
그 말을 끝으로 그냥 끊어버리는 아주머니에 뭐지.. 하고 침대에서 내려와 겉옷을 대충 챙겨 입고선 집에서 나왔다.
1층으로 내려와서는 빌라 문을 열었을 땐..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데.. 무슨 소리지? 하고 고개를 돌렸을 땐.. 쭈그리고 앉아있는 여자들 네명에 나는 당연히 나에게 볼일이 있다고 생각을 못 했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고 등을 돌렸을까.. 무언가 내 몸에 맞닿았고, 질척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달걀을 던진듯 내 머리에도 맞춰지는 것에 바보처럼 멍하니 서있을 뿐 아니것도 못했다.
눈도 못돌리고 가만히 빌라 문을 보았을땐.. 문에는 내 이름과, 욕들이 검은 스프레이로 적혀있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들이 가득했다. 평생 들을 수 없는 욕들이었다. 고개를 천천히 돌려 여자들을 보았을 땐
여자들은 나에게 케챱을 뿌리기도 했고, 먹다가 남은 컵라면 국물도 뿌리기 시작했다.
"네가 A씨 맞지!?"
"그게 무슨.."
나를 'A씨'라고 불렀다. 나는 한 번도 듣지 못 했던 이름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또 한 번 음료수를 나에게 뿌리는 애들에
나는 두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 무엇도 잘못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난 증오 가득한 눈을 한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다. 난 잘못한 게 없지만..
이상하게 죄인이라도 된 것 마냥 아무것도 못한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곧 나의 앞으로 핸드폰이 보였고, 핸드폰 화면에는 정국이의 사진과 함께 기사가 올라와있었다.
A씨와 연애중이라는 말. 그리고 그 A씨가 옆에 꼭 붙어있다는 말까지 말이다.
"옆에 붙어 있다는 게 그쪽 뿐이잖아!"
이 사람들은 정국이가 연애를 한다는 것에 화를 내는 게 아니다.
정국이랑 연애를 하는 내가 미워서. 그래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이다. 왜 이상하게 이런 상황에 정국이와, 채수빈씨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뭐야.. 니들 뭐야! 이 미친년들이!"
화영이가 달려왔는지 머리는 다 헤집어져서는 내쪽으로 다가와 내 곁을 둘러싼 여자 두명을 밀어냈다.
온갖 욕들을 하는 화영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게 들려왔다.
나는 어느순간 죄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어랏 앗 핳 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