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
"어.. 매니저..분이다.. 마침 잘 됐어요! 정국이 안에 있죠. 문 좀 열어주세요."
문을 열어달라며 나의 옷깃을 꽉 잡아 당기기에 멍하니 배주현을 보았다. 이 여자가.. 왜 여기에 왔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전정국을 보러 온 게 정확해서 배주현의 눈을 천천히 피했다.
"얘 며칠내내 핸드폰도 꺼놓고! 연락 쌩까요. 뭔 일 있어요?"
"…아. 그게.."
"얼른 문부터 열어주세요!"
열어달라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데 허공에 있던 내 손은 허무하게 초인종 벨 버튼을 향한다.
버튼을 누르자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나 인터폰에 보일까 쭈그리고 앉아버리는 배주현이 조금은 얄미웠다.
내 옆에 꼭 붙어있는 배주현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아, 화난 표정을 짓겠지?
괜히 무서워서 침을 꿀꺽 삼키고선 배주현을 보았더니, 배주현은 정말로 뻔뻔한 표정으로 날 보며 웃었다.
곧 문이 열리고.. 먼저 들어가본다며 당당히 내 앞을 가로질러 당당히 들어가는 배주현의 뒷모습을 보니 벌써부터 정국이에게 혼날 생각에 다리가 다 떨려왔다.
"오늘은 늦게 왔ㄴ.."
"나 어떻게 들어왔게!"
씻고 나왔는지 아직 마르지 않은 젖은 머리를 한채로 거실에 서서 물을 마시고 있던 전정국에게 다가가 팔짱을 낀 배주현에
정국이는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헤.. 하고 웃어보였다. 내 모습에 전정국은 인상을 쓴채로 배주현을 밀어냈다.
"나가."
"왜! 왜 나가야 돼. 너 스케줄이란 스케줄은 다 빼놔서 우리 만날 일도 없는데."
"경찰 부른다."
"야! 뭔 말을 그렇게 하냐? 경찰? 야! 와도 나 안잡아가! 이런 얼굴을 어떻게 잡아가!"
"……."
그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인상을 쓰다가도 아무 표정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기에 뻘쭘히 서서 닫힌 문을 보자
배주현이 눈치없이 방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 모습에 급히 배주현의 팔을 잡자, 배주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날 보았다.
"제가.. 제가 가볼게요."
"그쪽이요?"
"네.."
그쪽이 왜요? 그쪽이 뭔데요. 이 표정으로 날 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 싸늘한 표정 뒤엔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배주현에
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서서 팔짱을 낀채로 창밖을 보고있던 그가 뒤 돌아 나를 본다.
아, 무서워.
"그.. 저.. 그게."
"뭐 하는 거야."
"헤.. "
"헤?"
"아니.. 그게.. 딱 왔는데.. 문 앞에 있더라구. 열어달라고 그러는데.. 다시 빠꾸해서 집에 갈 수도 없고.. 그래서..
그리고.. 추운데! 문 앞에 있으면 불쌍하잖아.."
"무시하면 되잖아."
"그게 힘들었어.. 미안."
"한시간 전부터 와서 열어달라고 그랬는데."
"한시간 전!?"
대뜸 옷장을 열어 옷을 아무거나 골라 위에 걸치는 정국이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선 정국이를 보았더니
정국이는 나를 지나친다. 어디 가냐는 내 말에 정국이는 문고리를 잡아 돌리며 말했다.
"나가서 밥 먹자. 나가게 하는 것도 귀찮다."
"주현씨한테.. 뭐라도 얘기 해야 되는 거 아니야?"
"……."
"자꾸 찾아오는 거면.. 그래도.."
"가자."
가자며 문을 연 전정국 앞으론 배주현이 서있었다. 문 앞에 서서 해맑게 웃어보이는 배주현은 정국이의 팔을 꽉 잡는다.
"우리 밥 먹으러 가자. 오늘 저녁에 일 있어? 있으면 기다릴게."
"이제 좀 가라."
"나 요즘 뜸하다가 오랜만에 찾아 온 건데?"
"오랜만에 찾아왔던, 아니던 난 너 별로라고."
"난 너 좋은데."
"너 혼자만 좋아한다고 다 이뤄지지않아."
"너 나PD님이 엄청 상태 좋아졌다고 그러더라. 우중충한 옷만 입고 항상 웃지도 않던 애가
갑자기 예능에 나와준다고 그러고 밝아보인다고. 특히 저 매니저랑."
"……."
"니네 만나니?"
"……."
"아니면 나처럼 하룻밤 잤어?"
"가라."
"내가 꿀릴 게 뭔데? 네가 분명히 나랑 잘맞는다고 좋다고 했잖아."
"다른 남자랑 헷갈린 거겠지. 난 너랑 누워서 좋았던적 한 번도 없어. 너처럼 자기 잘난 거 알고 고급진 척 하는 사람은 별로야.
담배 냄새 나서 숨도 안 쉬어지더라."
"뭐?"
"담배 좀 끊어라. 피부 늙는다."
"그러는 이 매니저는 뭐 시골에서 온 순수한 앤가봐? 촌년인가? 너 취향이 촌년이야?"
"뭐래. 촌년은 너지."
"뭐?"
"서울 촌년."
정국이가 가자- 하고 무심하게 배주현을 지나쳐 걷기에 나도 따라 고개를 숙인채로 따라 걸었더니
배주현이 야! 하고 소리를 지른다. 여자의 목소리가 이 큰 집안을 울렸다.
"너희 만나는 거 내가 다 말할 거야. 너 지금 여자친구 생기면 너희 회사 망해. 몰라?"
"말해."
그 말을 끝으로 먼저 집에서 나가기에 나도 도망치듯이 나와버렸다. 혹시라도 따라 나와서 내 머리채라도 잡으면 어떡하지 싶어서
불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더니 그는 내 이마에 쎄게 딱밤을 맞춘다.
아! 하고 작게 소리치면 전정국은 나 따라 작게 말한다.
"한 번만 더 쟤랑 같이 들어 오기만 해봐."
"……."
"그땐 너도 이제 안들여 보내준다."
엘레베이터에 타서는 지하 버튼을 누르는 정국이를 올려다보자 괜히 배주현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미운 게 맞지만.. 그래도 불쌍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불쌍한데.. 사람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구.."
"……."
문을 열고 집에서 나오는 배주현에 나는 급하게 닫힘 버튼을 미친듯이 누르기 시작했고
문이 닫히자 마자 휴.. 하고 땀 닦는 척을 했더니 정국이가 픽- 웃어보였다.
"불쌍하다며."
"불쌍해도! 내 적이잖아.. 저렇게 예쁜 사람이면 더 경계 해야 돼. 미안하지만.. 엘레베이터는 같이 못 타."
"……."
"근데... 진짜 우리 만나는 거 소문이라도 내면 어떡해?"
"뭘 어떡해. 소문 나면 나는 거지."
"그렇게 간단해..?"
"울어야 돼?"
"그건 아니지ㅁ.. 어! 울면 완전 사랑스럽겠다. 네가 우는 거 볼래. 막 귀엽고.. 지켜주고 싶고 그럴 것 같아."
"뭐?"
"막 그런 거 있잖아. 안 그럴 것 같은 애가 울면 사랑스럽고.. 귀엽고! 우쭈쭈 하고싶고!"
"……."
"아, 근데 배주현 좀 별로다.. 진짜.. 그만 찾아 오라고 해. 나보고 촌년이래! 그리고.. 자꾸 잤다 잤다!하는데..
일부러 나 들으라고 저러는 거지.. 아니 왜 저런분이랑 그랬어? 왜? 왜 그랬어? 왜? 좋았어? 같이 손잡고 자니까 좋았어?
담배 냄새 나서 싫다곤 했지만, 그 순간에는 좋았지? 그치?"
"……."
"왜? 왜 그렇게 쳐다봐?"
"애가 이랬다, 저랬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픽 웃으며 엘레베이터에서 내리기에 나도 따라 내리고선 계속 찡얼 거렸더니
정국이가 나를 계속 무시하며 자신의 차에 다가간다. 어쭈.. 내 말 무시해!?
"정국이랑 여름이 이제 회사 왔어요. 평소랑 다를 건 하나도 없구요."
- 그래? 오늘 일 없다 했으니까. 애들 갈 때까지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보고 좀 해줘.
"네."
전화를 끊고선 석진이 회사에 들어온 여름과 정국을 보았다. 둘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얘기를 하면서 웃으며 들어오는데
정국이가 저렇게 웃는 모습은 또 몇년만이라 신기한듯 한참을 바라보았다.
윤기가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고선 나와 석진의 옆에 서서 같이 정국과 여름을 내려다 보았고
윤기는 그 둘의 모습을 보며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난 무서워서 말 못해."
"걱정 마. 내가 말해."
"정국이가 분명 화낼텐데."
"화내도 나한테 화내. 너한테 화 안내."
정국과 여름이 2층으로 올라와서는 자연스레 작업실 문을 열려고 했을까. 석진과 윤기가 작업실 옆에 서있자
정국은 고개를 돌려 둘을 보았다. 윤기가 할말이 있는듯 저기.. 음.. 하자 정국은 살짝 인상을 썼고, 그 옆에 서있던 석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
"너 나랑 3일 정도 리얼리티 찍을 예정이야."
"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석진이 손목 시계로 시간을 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정국에게 말했다.
"12시니까. 기사 났을 거야. 내일 당장 회사에서 먼저 1화 찍을 거고."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그러니까 왜 그쪽 맘대로 정하는데."
"팬들이 원했고, 나도 너랑 어색함 풀기를 원하고."
"안 해."
"2년동안 우리 불화설 뜨면서 고생 시켰잖아. 고작 3일도 못 버텨?"
"어. 못 버텨."
"나 드라마 촬여 있는 것도 미룬 거야. 리얼리티 찍으려고."
"그건 그쪽 사정이지."
"할 거라 믿을게."
"……."
정국이 대답도 않고 작업실로 들어가자 석진의 옆에 서있던 윤기는 이럴줄 알았다며 머리를 헤집었다.
여름도 정국을 따라 작업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곧 석진이 여름이의 손목을 잡았다.
여름이 고개를 돌려 석진을 보자, 석진은 평소보다 더 따듯한 눈을 하고선 입을 열었다.
"얘기 좀 하자."
"……."
"조금이면 돼."
"……."
"윤기야 들어가서 정국이랑 좀 있어주라."
"그래."
윤기가 여름이의 어깨를 두드려주고선 작업실로 들어갔고, 여름이는 닫히는 문만 멍하니 바라본채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돌려 석진을 올려다보았다. 예전과 다를 거 없이 착한 얼굴을 하고 있는 석진이 너무 익숙해서 따라 웃을 것 같은 자신이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휴게실에서 차를 한잔 타주는 김석진에 나는 멀뚱히 앉아서 차만 보았다.
원래는 이 상황이, 저 사람이 어색해야 하는 게 맞는 건데. 왜 이리 편하고 아무렇지도 않는 걸까.
차를 한모금 마시자 너무 뜨거워서 입천정을 데인 것만 같아 급히 손부채질을 했더니 김석진이 찬물을 준다.
급히 그 찬물이 담긴 종이컵을 받아 벌컥벌컥 마시자 김석진은 뭐가 웃긴지 내 옆에 서서는 소리내어 웃는다.
"그 때 생각난다. 너 예전에 아메리카노 먹을줄 모르면서 막 벌컥벌컥 마신 거."
"……."
"그 때 진자 웃겼는데.. 울었지 아마?"
"…그랬나."
"괜찮아?"
"응."
"오늘 비나 눈 온다던데 날씨 진짜 안좋다."
"……."
"그치."
"그러게."
딱딱하게 말을 받아치고선 김석진을 따라 창밖을 보니 정말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하늘은 우중충했다.
빨리 얘기하고 가야 할텐데.. 정국이가 싫어할 건데.. 괜히 정국이 걱정이 되어서 안절부절 못 하자 김석진은 그런 나를 한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정국이랑 나랑 엄청 친했던 건 알지?"
"응."
"어디까지 알아?"
"……."
"다 알아?"
"……."
"그래. 수빈이가 죽고나서. 그 뒤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만나던 정국이랑 나는 1년에 한 번은 커녕 전화 한통도 못 했어."
"……."
"어떤 놈이 그랬는지는 몰라도. 정국이 안티가 나랑 정국이가 싸웠다고 과장해서 인터넷에 올리면서..
정국이가 욕을 엄청 먹었지."
"……."
"나는 아니라 부인했어도. 정국이 쪽에선 아무말도 없으니까.. 그래서 일은 더 커졌고 결국 끝까지 욕 먹던 건 정국이야.
이렇게라도 우리가 잘지낸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 리얼리티는 예전부터 우리가 할 거라는 얘기도 많이 했으니까."
"……."
"사실은 이걸 핑계로 정국이랑 화해 하고 싶었어."
"……."
"화해라도 하기도 뭐 하지. 내가 용서를 받아야 하는 거니까."
"……."
"다른 건 안 바랄게."
"……."
"리얼리티만 찍을 수 있게 도와줘."
김석진의 말에 아무 대답도 못했다. 내가 여기서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정국이가 애꿎은 욕을 먹고 있다. 그 말을 들을 땐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고, 리얼리티를 찍게 해주고 싶었다.
"왜 사람들은 알지도 못 하면서 루머를 퍼뜨리는 거야."
"……"
"오빠는 왜 애꿎은 정국이 계속 괴롭혀."
"…그러게. 나 진짜 못됐다."
"……."
"너한테도 큰 잘못 했는데. 그치."
"알아서 다행이네.. 그래도. 정국이한텐 너무 심했어. 용서 받을 수 없을만한 잘못을 했어."
"알아."
"난 솔직히.. 오빠가 너무 미워서. 정국이랑 다시 사이 좋아지는 건 싫어."
"……."
"그래도. 정국이가 욕 먹는 건 더 싫으니까.. 한 번 정국이한테 얘기는 해볼게."
"…고마워."
그렇게 또 어색하게 가만히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면 예전의 우리가 떠올랐고, 딱히 좋은 추억들은 떠오르지 않는 게 신기했다.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어떤 타이밍에 나가야할까 생각한다는 게 벌써 몇분이나 지나버렸고
김석진은 곧 주머니에서 예전에 문구점에서나 팔던 불량식품을 하나 꺼내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네가 엄청 좋아했잖아. 이건 요즘엔 안팔더라? 문구사에서도.. 불량식품이 다 들어가서."
"……."
"이거 한박스 주문할까 생각중인데. 네 것도 사줄게."
"…아니야.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아.. 그래? 아, 너 아직도 스프 좋아해? 너 스프 엄청 잘먹었잖아. 토할 정도로 먹고.."
"예전에도 좋아한 거 아니었어.. 오빠가 좋아했으니까.. 같이 먹으면서 좋아한 척 한 거야."
"……."
"토한 것도.. 억지로 먹어서 그런 거고."
"…왜 그랬는데?"
"누구던..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은 같이 좋아하고 싶어 해."
"……."
"오빠는 안 그랬겠지만.."
"……."
"갈게."
"어? 아.. 그냥 편의점 갔다 왔다가.. 이 친구들 제주도에서 왔ㄷ.."
"가."
"……?"
"들어가라고."
"어..?"
정국이 화를 냈다. 딱 보아도 기분 안좋은 표정을 짓고선 화난듯 목소릴 내는 정국에 당황한듯 여름이 정국을 올려보았다.
그런 여름이 답답한지 정국이 아무렇게나 여름이의 손목을 잡아 질질 끌었다.
정국이 가는 방향대로 질질 끌려 회사 안까지 들어왔을까 여름이 놀라서는 멈춰서 자신의 손목을 잡은 정국의 손목을 잡았다.
"애들 보는데 왜..! 오해 해!"
"…미쳤어 너?"
"…어?"
"네가 왜 쟤네랑 저기서 얘기를 하고 있어."
"…그냥 말이 잘 통해서 얘기.."
"말이 잘통해? 쟤네 다 나 때문에. 너한테 말 거는 거야. 몰라?"
"…애들 엄청 착해.. 잠깐 얘기 했는데도 착한 게 느껴질만큼 엄청 순수하ㄱ..."
"쟤네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줄 알고. 친한척 수다나 떨고있어. 생각이 없어? 순수? 착해? 뭘 착해.
착하면 애초에 내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오지도 않았어."
"어.. 그래? 분명.. 제주도에서 왔다고.. 처음 회사 앞에 구경 온 거라고..
미안해.. 화 많이 났.."
"진짜 답답하다.."
정국이 그 말을 하고선 아무렇게나 먼저 계단을 밟고 올라섰고, 여름이는 멀뚱히 서서 멀어지는 정국을 한참 바라보았다.
나.. 잘못한 거 맞지?
쳇.. 3분 지각해떠여.. 미아내여 푸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