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24세, 아이를 낳고 남편을 잃었다.
Ep. 02
오랜만에 두다리를 쭉 뻗고 잤다. 진짜 정말로 그 사람에게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해서 백현이 방에 들어가보니 딸아이와 이쁘게 자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결혼생활은 이런거였는데 잠시 생각하다가
이젠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이상 그 일에 갇혀 살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어제 사온 것들로 반찬을 만들고 아르바이트 갈 준비를 했다. 기대되고 긴장됬다.
혹시나 실수를 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됬다. 깔끔하게 준비를 하고 백현이와 딸아이를 깨웠다. 딸아이는 벌떡 일어났지만
평소 잠이 많은 백현이는 일어나지 못했다. 나갔다온다는 내용을 적은 포스트잇을 백현이 이마에 붙이고 딸아이가 밥을 다 먹는 것 까지 보고 출근을 했다.
너무 일찍왔나...? 집에서 카페까지의 거리계산을 잘못한것 같다. 약 20분뒤에 점장님이 오시고 오픈준비를 하였다.
점장님은 나에게 갈아입으라며 유니폼을 주셨다.
입고나와보니 유니폼이 반팔이였다. 온몸에 상처와 멍투성이인데 입고나가기 꺼려졌지만 어쩔수없었다.
점장님은 입고 나온 날 보고는 깜빡하고 위에 걸치는 걸 주지 않으셨다면서 옷을 가지고 다가오셨다.
본능적으로 난 양팔을 감싸며 불안해했고 점장님은 눈치를 채셨는지 일부러 팔쪽으로 시선을 두지않으셨다.
그냥 반팔 못입는다고 얘기할껄그랬다.
아무튼 점장님은 나에게 기본적인 것부터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그냥 뭐... 집안일같았다.
그래도 처음이라 많이 서툴렀을 것이다. 실수도 생각보다 많이 했던 것 같다.
점장님은 곧 점심시간이 다가온다고 많이 바빠질 것이니 열심히 하라는 덕담과 함께 실수해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셨다.
점장님이 예고했던대로 점심시간엔 근처 대기업에 있는 직원이란 직원은 다 온것같이 사람이 많았고 일은 많이 바빠졌다.
정신이없어서 긴장할틈이없어 그랬나 일이 조금 수월해진 느낌이였다.
사람들이 점점 빠질무렵 점장님께선 나에게 잠깐와보라고 손짓하셨다.
옆에는 왠 낯선남자가 서있었고 점장님은 그 분을 소개하였다. 자기 친구라며 요앞 회사에서 일한다고 얘의 커피값은 안받아도 된다고 하셨다.
그 분과는 가볍게 목례만 한 뒤 난 하던 일을 했다. 두분은 잠깐 이야기를 나누시고 친구분이 먼저 일어난다고 하셨다.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나에게 웃으며 다가오더니 점장님께 계산 할꺼니까 도경수말 듣지말라고 속삭이듯 얘기해주셨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친구분이 나가고 나서 점장님께서 무슨얘기를 했냐고 물어보셨다.
난 그냥 웃음으로 넘겼다.
그 뒤로는 정신없을만큼 손님이 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점장님과 대화 할 시간이 많았다.
점장님은 우리 딸에대해 많이 물어보셨고 한번 데리고 오라고하셨다.
그렇게 시간은 벌써 퇴근할시간이 되었고 점장님은 마무리를 하고 간다며 날 먼저 보내셨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딸과 백현이에게 오늘있었던 일들을 말 할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있다. 생각보다 일이 괜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백현이 집의 상태는 말이 아니였다.
날 보더니 할말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푹숙이는 백현이와 난장판이된 거실, 그리고 울고있는 딸아이를 보며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누가봐도 전남편이 한 짓이였다. 전남편은 자신이 가진 권력과 돈으로 날 위협하는데에만 썻었다.
그 위협적인 행동은 이혼을 하고나서부턴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아니였다.
난 끝까지 그 사람의 장난감일 뿐이였다. 눈물밖에 나오질않았다.
백현이에게 무슨일이냐고 물어볼 정신도, 딸아이를 달랠정신도 남아있지않았다.
그냥 살고싶지 않았다. 백현이에게도 딸아이에게도 좋은친구, 좋은엄마가 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괜히 나때문에 내 주위 모두가 힘들어진 것 이라고 생각했다.
백현이는 날 달래주며 아까까진 너무 화가났는데 네 얼굴보니까 괜찮아졌다고 우리 같이 대청소나 할까 하고
장난걸듯이 말해줬다. 백현인 끝까지 자기생각은 하지않는다.
백현이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딸아이를 재우고 난 뒤 우리둘은 어질러진 거실을 치우며 얘기를 나누었다.
막무가내로 집에 따라들어와선 자기에게 협박을 하고 집 이곳저곳을 어질러놨다고 한다.
들으면 들을수록 전남편얼굴이 생각나서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백현인 그런 나를 보며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자기는 괜찮다고 아무일도 없을꺼라고 걱정하지말라고.
또 눈물이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웃는 척을 했다.
집을 거의 다 치우고 그냥 자기엔 심심해서 오랜만에 백현이와 술한잔을 먹었다.
마음껏 수다도 떨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예전처럼 내가 자유라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자유를 얻기엔 난 너무 오래동안 구속되있었다.
2014.02.28 일기마침.
백현이...착해...
전남편....나빳어...
아!! 암호닉말이에요 나중에 공지를 올릴꺼에요~ 그때 신청해 주쎄욤><
그리고 하루에 한편씩 많으면 두편씩 올리려고 했는데 내일은 못올 것 같아요ㅠㅠㅠㅠ
죄송해요ㅠㅠㅠㅠ 일요일엔 꼭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