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집푸느라고 시간이읍네영...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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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은 힘찬을 따라 나오다가 잠시 잊었던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이 생각났다.
힘찬은 대현에게 등을 보이며 걸어가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날개뼈로 인해 주름지는 셔츠가 섹시했다. 왜 게이인 젤로가 힘찬을 자신의 섹파트너로 뒀는지 이해가 갔다.
대현은 힘찬을 붙잡으며 물었다.
“넌 어째서 젤로의 섹파트너인데도 불구하고 젤로의 이름을 모르는 거야?”
“젤로가 아니고 주인님. 너는 이제 손님이 아니잖아?”
“…그, 그래! 주.. 주.. 주인님!!”
“풉, 웃긴다. 젤로의 정보를 좀 줄까?”
“어? 어!”
힘찬은 대현을 끌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종업은 그 안에서 과일을 깎아내고 있었다. 손놀림이 좋아 수박에 연꽃을 파내고 있었다. 와- 신기해-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대현은 힘찬이 앵두를 먹는 것으로 눈길을 옮겼다. 역시, 섹시했다.
“이름은 모르니까 패스.”
“이름을 왜 모르냐니깐?”
“알려고하지 마. 뭐, 알려줄 리도 없겠지만. 이 가게의 철칙이라면 철칙이야. 젤로의 이름을 알려고 하지 마라. 젤로가 알려주기 전까지.”
“…….”
“잠깐, 넌 외부에서 방금 들어온 신입생인데 내가 왜 주인의 정보를 줘야하는 거지?”
“…아 그래그래 나도 말한다. 나이 20살.”
“일단 내가 봤을 때 젤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추정하고 있어.”
“3..30대 초반?!”
충격이다. 아무리 추정이라고 해도 그 아기같은 얼굴이 30대 초반이라니, 못해도 20대 후반이라니.
아, 솔직히 옷 입는 게 노티나긴 했었다. 소년 느낌은 아니었다. 세련된 정장과 광이 나는 구두가 그 한몫을 했지.
술 마시는 것도 보면 어른이긴 할 게다. 하지만 30대 초반이라니. 그러기엔 얼굴이 너무 아이같다.
“키는 182cm, 몸무게 63kg 정도 나가려나.”
“내, 내 키는…”
“말할 필요없어. 궁금하지도 않아.”
“뭐라고? 와, 나 어이없다.”
“가족은 없어. 친구도 없어. 주변에 있는 친한 사람은 우리들 뿐이야.”
“……!!”
“음, 이제 끝. 몰라. 아, 한가지 의문점이 있긴 한데.”
“뭔데?”
대현은 종업이 다 깎은 과일을 들고 나가자 옆에 남은 파인애플을 집어먹었다. 상큼했다. 아, 약간 신맛도 나네.
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쯤, 힘찬은 턱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주민등록증이 없어. 잃어버린 건지 모르겠는데 아예 발급하려고 하지도 않으시더라. 주민등록증 발급 안 하면 벌금 물어내는 거 알지? 하지만 총무를 맡고있는 영재에게 벌금 낸 기록이 있냐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한번도 없다더라. 주민등록번호는 있겠지. 근데 그 증거가 없다는 소리야. 그래서 나이도 몰라.”
“어쩌면 학생일 수도 있겠네.”
“뭐, 그래도 지금껏 봐온 걸로 따지자면 30대 초반같아.”
힘찬은 또다시 앵두를 집어먹었다. 쪽쪽 빨아먹는 입술이 앵두보다 더 빨갛다면 빨갰다.
대현은 그런 힘찬을 쳐다보다가 힘찬이 자신을 쳐다보자, 눈길을 피했다.
“너도 내가 섹시하냐?”
“…무, 무슨.”
“아, 섹파트너로도 계약을 했으면 어떻게 유혹해야하는지 알려줘야겠구나.”
입꼬리를 살짝 올리던 힘찬은 대현을 몰아붙혔다. 베이비블루색의 타일에 부딪힌 대현은 아앗- 약간의 신음소리가 났다.
밖은 사람들의 말과 클래식음악에 소란스러웠지만 이곳은 정적만이 흘렀다.
힘찬이 대현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자 대현은 눈을 찔끔 감았다. 입술과 입술 사이, 거리가 아주 짧은 그 사이에선 서로의 뜨거운 숨이 존재했다.
“남자더라도 이렇게 유혹하는 거야. 알겠지?”
“으, 비, 비켜!”
대현은 힘찬을 밀어냈다. 힘찬은 피식 웃더니 주방에 있던 의자에 털썩 앉고는 말했다.
팔짱낀 힘찬은 여유로웠다. 대현의 얼굴은 빨갛디 빨갰다.
“애들 소개나 해줄까?”
“…게이새끼.”
“난 게이 아니야. 젤로의 말을 뭘로 들은 거야? 난 유혹하는 섹파트너일 뿐이라고.”
“…….”
대현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힘찬은 대현의 고개를 돌리며 바깥 상황을 보여주었다.
계산기를 두들기며 여자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는 남자, 서빙하며 슬쩍 팔을 걷는 용국이, 여자들의 눈빛을 무시하고 열심히 칵테일을 만들고있는 남자가 있었다.
“저 계산하는 애는 유영재. 서빙하는 애는 네 친구, 그리고 저 손기술 좋은 녀석은 문종업. 그리고 나는 김힘찬.”
“…아.”
“나는 22살 유영재는 너랑 동갑이긴 한데 빠른생일이라 21살 그리고 저 귀여운 종업이는 너랑 동갑.”
“네가 22살이라고?!”
“그러니까 형이라고 부르라고.”
“…….”
이곳은 이상하다. 다들 외모와 다른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나랑 동갑은 될줄 알았던 힘찬이 22살이란다.
종업은 나보다 형인줄 알았는데 나랑 동갑이란다.
대현은 머리를 긁적긁적 긁어댔다.
“너가 해야할 일은 설거지, 와인잔 닦기, 가게 문 닫으면 청소하는 거랑 서빙, 그리고 섹스.”
“섹, 섹스….”
“왜 우리가 섹파트너 하냐고? 단골을 만들기 위해서. 그게 끝.”
“근데 내가 해야할 일이 왜이렇게 많아?”
“설거지는 네가 신입생이니까. 와인잔 닦기는 모두 다 해, 여유있는 사람만. 그리고 가게 오픈할 때 청소는 다 같이 하니까 걱정말고 클로즈할 때만 하는 거니까 혼자 할 수 있겠지, 아님 용국이랑 하던가. 서빙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서빙하는 애들이 2명 뿐이잖아.”
“다른 애들은 별거 안 하잖아!”
“영재는 계산 도와주는 거, 가계부.. 음, 쉽게 말하자면 총무? 돈 관리는 영재가 다 해서, 가게 오픈 청소랑 잠깐 사람 많을 때 서빙하고, 섹스는 기본.”
“섹, 섹스 좀 그만 말해줄래.”
힘찬은 대현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용국이는 힘이 세니까 물건이나 재료 옮기는 일, 서빙, 와인잔 깨지지 않게 관리하고, 오픈 청소도 하고 얘는 섹스 안 하지.”
“섹, 섹스 좀 그만….”
“종업이는 주방장. 헤어스타일도 해주고, 재료 관리, 각종 술은 얘가 다 관리하고, 술도 만들고, 와인잔도 닦고, 오픈 청소도 하고, 역시 섹스는 기본.”
“그, 그만!!”
“나는 와인잔 닦고, 술도 만들고, 서빙도 하고, 오픈 청소도 하고, 아, 주인님 섹파트너.”
“으으!! 그만하라니까?!”
“끝.”
대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 힘찬은 대현이 웃긴지 바람빠진 미소를 해 보였다.
***
힘찬은 옆에 있던 젤로가 아까 마셨던 보통보다 큰 크기의 와인잔을 들더니 대현을 데리고 주방 안에 있던 의미심장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매우 추웠다.
몸을 으슬으슬 떠는 대현을 데리고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힘찬, 조금 가다보니 술들을 담은 거대한 통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여기는 술이 아주 많아. 술 잘하지? 이 가게에선 술 못하면 안 돼. 절대.”
힘찬은 가장 낡아보이는 통에서 술을 꺼내 담았다.
쪼르르- 달콤한 와인의 특유의 향이 났다. 색깔 좀 봐라, 죽인다.
힘찬은 조금 큰 젤로의 와인잔에 꽉차게 따른 뒤 내게 권했다.
“나, 술 잘 못해.”
“허? 뭐라고?”
“한잔만 마셔도 얼굴 빨개지고 장난 아닌데….”
“참, 남자가 무슨….”
“…….”
미안하다, 개새끼야.
속으로 힘찬을 씨부리던 대현은 힘찬의 말에 토 나올 뻔 했다.
“아니, 술 못하는 남자가 더 좋겠지! 게이들이라면 너를 깔아야되니까 술을 엄청 먹이고 네가 헤롱헤롱대면 그대로 아주 확!!”
“우욱!!”
“아, 그래도 한잔쯤은 마실 수 있어야 되는데. 마셔 봐. 남자답게.”
힘찬의 마지막 말에 대현은 자존심이 상했다.
남자답게, 남자답게, 남자답게.
남자는 꼭 술을 잘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현은 그대로 와인을 입에 털어넣었다. 교양없게 마시기는- 힘찬의 말은 무시한 채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달콤하면서도 약간 씁쓸한 맛이 있었다. 맛있다.
“우으. 아직은 안 빨개졌지? 좀 있음 빨개질 텐데….”
“풉, 그럼 빨개질 때까지 기다리지 뭐.”
힘찬은 와인이 들어있던 통 위에 앉아 기다렸다.
2~3분 정도가 지났을까, 몸이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추운 곳인데도 불구하고 술의 효과로 인해 몸에 열이났다. 양 뺨도 빨개졌다.
어눌해진 발음이 났다.
“우아, 취했다앙.”
“푸하하학, 진짜 취했네. 귀엽다.”
“우응, 고마워어- 혀엉.”
“이제부터 네 컨셉이다.”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셨엉.”
“술 마셨는데 여기 있으면 안 되지. 나가자.”
***
힘찬은 대현을 데리고 주방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낯선 이가 호스트복을 입고있자, 새로운 얼굴이라며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젤로와 같이 있던 영재는 휘청휘청 걷는 대현이 술에 취한 것을 알아채고 힘찬에게 다가왔다.
“뭐야?”
“와인 한잔으로 뻑 갔어.”
“새로운 호스트 왔다고 소개하려고 했는데, 왜 먹인 거야.”
“이대로 보내도 괜찮을 거 같은데.”
힘찬의 말에 영재는 뒤를 돌아 젤로의 반응을 살폈다. 어떻게 하죠? 그냥 소개할까요? 젤로는 끄덕이며 대현을 데리고 무대에 올라갔다.
사람들은 한순간에 무대로 쏠렸다.
“아, 이 친구가 새로 온 친구인데. 술을 마셨는지 취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에이- 괜찮습니다. 귀여운걸요.”
어떤 술에 취한 남성이 대현을 향해 윙크를 해 보인다. 대현은 취해서 어질어질하여 보지는 못했지만.
“이 친구의 이름은 정대현이에요. 술을 못하네요. 와인 한잔에 이렇게 되었군요. 아무튼 잘 부탁해요, 이 친구.”
“대현군도 섹스 되나요?”
“하하, 되지요. 하지만 오늘 온 신입생이기에 아직은 불가합니다. 이제 가르쳐야죠. 하하.”
“에이- 내가 가르치려고 했는데-.”
술에 취한 그 남성은 와인병을 들고 휘청거렸다.
젤로는 하하- 웃으며 대현을 데리고 내려갔다.
그러고는 용국에게 전했다.
“이 아이, 내 침대에 뉘여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