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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수열] J의 회고록 | 인스티즈

J의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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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봄

그러니까, 그것은 아마도 석달 전의 일이었다.

 

 

2011 봄

내가 김명수 선배를 알게 된 계기는 내가 ㅇㅇ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올봄의 일이었다. 형이 친구라며 데리고 온 그의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나보다는 키가 더 컸지만 형보다는 키가 조금 작았고, 얼굴이 까무잡잡했지만 엄청난 미남이었다. 인사를 하자 받아주긴 했지만 선배는 별 반응이 없었다.

 

단지 형이 말을 하면서 웃을 때, 그 역시 따라 웃을 뿐이었다.

나는 어쩐지 그 모습에 괴리감을 느꼈다.

 

 

2011 봄

애인이야?

학교 과제인 그림을 그리면서 툭 던졌던 물음에 형의 혈색이 창백해졌다. 진짜인 것 같아 다시 한번 캐묻자 아니라며 손사레를 쳤다. 형은 객관적으로 남자치고는 상당히 곱상한 얼굴이었다. 명수 선배도 그랬지만 형보다는 선이 조금 더 굵은 편이었다. 나는 형의 손목을 잡고 다시 물었다. 내 손에는 물감이 묻어 얼룩덜룩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정말 아니야?

아니야.

 

쥔 손목의 뼈마디가 마냥 얇았다.

 

 

2011 늦봄

선배로부터의 전화가 걸려오자 그것을 받아든 형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좋아하고 있구나,

그 속에 든 은근한 홍조를 목격한 나는 무언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2011 초여름

나는 하교하는 길 형의 부실에 찾아갔다. 같이 하교하자는 말을 하러 온 참인데, 마침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연애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교실 안, 형은 명수 선배와 키스하고 있었다. 아주 진한 키스였다. 딱히 판을 깰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나 나는 곧 보았다.

창문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여자 선배의 모습을.

 

 

2011 여름

방학이다.

폭우가 쏟아졌다.

장마였다. 엄마는 그날따라 밤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형을 걱정했다. 나 역시 말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새벽 1시가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형을 걱정하고 있었다. 결국 비옷으로 무장한 채 우산을 들고 형을 찾아나서던 나는 결국 학교까지 다다랐다. 학교까지 가는 버스가 다 끊겨서, 결국 있는 용돈을 다 털어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갔다. 택시를 타고도 학교는 꼭 삼십 분이 걸렸다.

 

교정으로 들어선 나는 머지않아 경악해야 했다.

형이 몹시도 처참한 몰골으로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형은 윤간당했다. 그것도, 누군가에 의해서.

 

그리고, 선배는 곁에 없었다.

형은 그가 아주 먼 여행을 떠났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 대한 위로로 그림 한 점을 그리기 시작했다. 형의 초상화였다. 그렇지만, 늘 웃던 형은 웃지 않았다.

 

 

2011 늦여름

방학이 다 끝나갈 즈음, 명수 선배가 돌아왔다. 엄마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나는 선배의 멱살을 잡고 울부짖었다. 지켜주지 못할 거였으면 왜 사귀었냐고 지랄 발광을 하던 그때의 내 모습은 반쯤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그러나 선배의 얼굴을 보자 나는 곧 그 행동을 멈추었다. 선배는 웃고 있었다. 일그러진 웃음이었다. 그 이유는, 선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뛰쳐나온 형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가 형을 끌어안고 울었다.

나도 같이 울었다.

머지않아 나는 선배와 친해졌다. 그림에는 명수 선배의 얼굴도 같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2011 초가을

방학이 끝났다.

형의 윤간당한 사진이 은밀히 교정을 타고 학교 전체로 퍼져 나갔다. 형은 이제 학교 내의 걸레로 통했고, 나 역시 그다지 좋은 몰골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참다못한 내가 누군가의 다리를 분질러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히자, 나와 형에게 무어라하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더불어, 나는 내게 잠재적 폭력성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형은 학교를 나가지 않았고, 선배는 여전히 형의 곁에 있었다. 그것은 좋은 일이었다. 형은 학교에서 수도 없이 괴롭힘을 당했지만 선배와 내가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다. 대신 선배의 몸에 상처가 하나 둘 늘어갔다. 형은 울었고, 선배는 웃었다.

 

나는 방관자였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2011 겨울

형이 다시 등교했다. 이제 아무도 걸레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수 형이 손을 썼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내가 형에게 키스했기 때문이다. 동급생들은 명수 형을 무서워했다. 내가 이유를 묻자 명수 형은 돈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답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여선배가 형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그 여선배를 관찰한 결과 점점 표정이 굳어갔기 때문이다. 윤세리,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 선배를 볼 때의 형의 표정은 겁에 질리곤 했다. 고로, 나는 형을 그렇게 만든 그녀에게 살의를 느끼게 되었다. 나는 그녀를 찾아갔다. 부잣집 따님이라고 했다.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왜 그랬어요?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며칠 후 알 수 없는 누군가들에 의해 내 팔이 부러졌을 뿐이다. 그림은 거의 다 완성되어가고 있었지만, 내 오른쪽 팔은 반쯤 병신이 되어 버렸다. 한동안은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고 했다. 형은 부러진 내 팔을 보고 엉엉 울었다. 나는 괜찮았다. 다만 그림이 완성되지 못한 데에 따른 아쉬움이 나를 잠식했다.

 

방학 직전, 명수 형이 형에게 청혼했다. 올 겨울이 끝나면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했다. 선배도 형도 둘다 음악을 전공했다. 같이 가자는 명수 형의 제안을 형은 수락했다. 형이 환하게 웃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재활 치료는 제법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방학식 당일, 형은 납치당했다.

 

 

2011 겨울

꼬박 하루만에, 우리는 형을 구해냈다.

형은 휠체어를 탔다. 형은 이제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되었다. 걷는다 해도, 한쪽 다리는 영원히 절게 되었다. 명수 형과 나는 쇠파이프에 맞아 뼈가 잔뜩 부러지고 칼에 찔려 둘다 수술을 받았다. 수술의 경과는 좋았지만, 명수 형은 한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형과는 달리 영원히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대신 형과 명수 형을 그렇게 만든 이를 기절하기 직전 경찰에 신고했다. 그들을 포함한 심복들 모두는 감옥에 갔지만 지시한 자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 나는 병상에서 분노에 치를 떨었다. 명수 형도 여선배를 어떻게 하지 못했다. 명수 형은 돈이 많았지만 고아였고 그 선배의 아버지는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2012 다시 겨울

재활 치료 겸 공부로 둘은 미국으로 떠났다. 나는 일정을 조금 미루기로 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2012 봄

그리고, 지금.

나는 간혹 서로에 의해 모든 것을 잃어가면서도 마지막까지 함께 있기를 원했던 그들에게 가끔 공포감을 느끼곤 한다. 나는 열일곱 살이었고, 그들은 열여덟 살이었다. 나는 이제 그들과 같은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사랑을 알지 못하는 열여덟이다. 형은 그런 나를 보고 아직 덜 여문 소년이라 칭했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행위를 사랑이라 칭했다.

 

나는 화폭을 고쳐잡았다. 호전된 손이 가까스로 붓을 잡고 물감을 캔버스에 칠하고 있었다. 그림은 이제 정말로 거의 완성되었다. 이것이 완성된다면 속달 우편으로 미국에 보낼 생각이다.

나는 생각해본다.

 

형이 하고 있는 것이 정말 사랑일까?

나는 미국에서 함께하고 있을 그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행복하겠지. 만일 운이 좋다면, 아마 머지 않아 나도 그 쪽으로 가게 될 것이었다. 마침내 그림이 완공되자, 나는 여유롭게 화폭을 포함한 나의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는 손에 들린 도끼를 고쳐잡았다.

아디오스,

역시 나는 아직 사랑을 알지 못하는 열여덟이다.

 

 

 

 

+

ㅋㅋ그년디져라

완전범죄일지아닐지는상상에맡기겠슴다sz결말은당신의마음속에있는거야^^

그렇지만망했어ㅠ

 

+

스킨스연중되서슬프신분이거보고진정되시라구위로차써봅니다ㅠㅠ이것도망글이긴하지만서두.,,,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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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느낌있는데요......처음으로 댓글달아봅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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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와......진짜분위기가너무좋네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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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반례하..스킨스연중이후로시무룩햇는데이글이위로가되는거같기도하지만..도끼라뇨..성종아..으머..그여자선배가다시성열이랑명수건드린거같은데...잡히면유다잇^^..잘읽엇어용ㅠㅠ얼른돌아오셧음조켓다ㅠㅠ보고시프요ㅠㅠ힘내세용♥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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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다지나간한낱추억뿐인걸....이에옄ㅋㅋㅋㅋㅋㅋ아낰 성종아.......흡..........그 여자 선배....아나...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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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대박이네요.........그대진짜......대박.말이안나와요... 진짜 글잘쓰신다...와.진짜....... 팬픽보단 문학에가까운 글인듯..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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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파이어어에요 그대! 그대 글이 올라와있길래 얼른 달려왔는데.. 허류.. 그대 글은 진짜 '믿고 보는 글' 인 것 같아요! 그냥 별 따질거 없이 그대 필명만 보면 클릭이 자동이랄까요.. 역시 그대는 절 실망시키지 않으셨어요ㅠㅠ J는 성종이겠죠? 진심 제목부터 뭔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였는데 읽는 순간 진심으로 탄성이 나오는게.. 그대는 진짜 금손이세요ㅠㅠ 저번에도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런 분위기에 진짜 환장하거든요..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이런건 진짜 좋아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글도 완벽히 이해한건 아니에요. 근데 .. 아 어떻게 표현해야될지 모르겠다. 그냥 좋네요. '그림 그리는 성종이' 에서부터 뭔가 느낌이 와요. 뭐 틀에 박힌 이미지긴 하지만 뭔가 그림 그리는 사람은 어딘가 우울해보이고 겉으로는 드러내지않는 무언가가 잠식해있는 기분이랄까요, 그렇거든요. 성종이를 그런 이미지로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읽었는데 뭔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성종이뿐만 아니라 명수랑 성열이도 비슷한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다만 성열이는 그 둘에 비해 조금 더 자주 웃는 것 같은 기분? 그 웃음을 어떤 망할 여자가 가져가긴 했지만 아무튼.. 윤세리인가 뭔가 하는 여자는 비겁하면서 음 뭐라 표현해야되지 잔인하다그래야되나. 자기 감정을 좀 삐뚤게 표현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럿에게 상처를 주는 못된 케이스.. 진짜 그 여자때문에 한 명 한 명 다쳐가는 걸 보면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막 끓어오르더라구요. 다음 편 이어지나요?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끝장을 보고싶군요 (빠득) 솔직히 성종이가 들었던 도끼의 의미도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고, 뭔가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확답은 안나오는 글이네요. 근데 이런거 너무 좋아요. 흡흡.. 성열이와 명수가 미국에서도 왠지 완전히 행복하지는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 여자가 좀 불길하기도 하고. 행복하다면 좋겠지만 뭔가 확신은 안드네요. 성종이의 감정도 뭔가 알 수 없는것이 다음편이 꼭 있었으면 좋겠네요. 없으면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7
어쩔 수 없지만요.. 흙.. 그래도 있었으면 좋겠.. 짜질게요. 어쩌다 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예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대 문체 진짜 너무 좋은 것 같아요ㅠㅠ 그냥 막 빨려들어요.. 진짜 그대는 작가가 되어서도 성공하실거에요 제가 장담합니다. 그대의 작품들은 언제나 제가 모두 읽도록 하겠어요. (진지) 원래 더 길게 감상 남기고 싶었는데 오늘 몸상태가 말이 아니네요.. 어떤 글로 돌아오시던간에 그 글에는 제가 폭덧을 장담하겠습니다. 너무너무 잘 읽었어요 그대!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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