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뇽토리/여신] 애증의 소나타 12 - 1 track 01
(bgm 재생 안 되시는 분들은 ★)
나는 문을 소리나게 꽝 닫았다.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부탁한다는 집사의 목소리가 어지러워 귀를 꽉 막았다. 저번의 것과 같은 재질에 색만 바뀐 와인색의 시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표면을 쓸어보았다. 하얗다 못해 핏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손과 대조되는 붉은색이 눈 부실 만큼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시트에 몸을 뉘였다. 나는 유난히도 검붉은 색을 좋아했다. 나의 흘러간 연인이 해주었던 말처럼 나의 새하얀피부와 검붉은색은 아름답게 조화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 손목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액체가 유난히도 사랑스러웠다. 난 부드러운 시트를 손가락에 감으며 버튼을 눌러 플레이어를 재생시켰다. 애증하는 12-1번트랙이 흘러나오기를 기대하며 자세를 잡았건만, 내 귀에 꽂힌 음은 아쉽게도 월광 소나타였다. 12-1번 트랙의 도입부를 들으며 손목을 긋는 것 만큼 좋은 놀이도 없는데. 중얼거리며 아쉬워하다가 지독하게도 강렬한 소나타의 박자를 헤아리며 손을 휘져었다. 어디에서 그으면, 가장 맛이 좋을까- 하는 미천한 궁리와 함께. 한참을 화려한 선율에 취해 허덕이는데, 절정 부분의 화려한 플룻트 소리가 귓가를 맴돈 순간, 간신히 끊었던 치명적인 암페타민이 그리워졌다. 노래가 한번 더 반복이 되고 다시 도입으로 향하여 달리고 있는데도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는 약물 생각 뿐이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재빠르게 일으켜 급하게 서랍을 뒤졌다. 평소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주입식 피로폰이라도 찾으려는 심사로 서랍을 미친듯이 열고 있는데, 잡을 수 없는 쾌락을 원하며 날뛰는 나와 정반대되는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를 아프게 자극했다.
“도련님.”
“……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잘 살아있으니 노망 부리지 말고, 꺼져.”
“그게 아니라, 이승현이 현재 머무르고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뭐? 이…승현? 지금 이승현이라고 했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예.”
“그 년이 정말…살아있단 말야?”
“들어가도 되겠죠.”
“…빨리.”
나는 마약을 주입하기 전 보다, 손목을 긋기 전 보다 더 심한 갈증을 느꼈다. 손이 버들버들 떨려왔다. 미천하게 열려있는 서랍들과 간신히 찾은 주입식 크랙을 내팽겨치고 천천히 들어오는 집사를 보며 달려나갔다. 불안해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진정하라는 듯 슬며시 웃는 집사의 번듯한 얼굴표정에 손톱을 뜯으며 생각을 정리하다가 참지 못하고 그의 옷깃을 거세게 잡아올렸다. 당장 말해봐. 어서, 빨리! 크게 내지른 목소리가 떨려오는게 느껴졌다. 이승현이라는 이름만 들었을뿐인데 썩어있던 심장이 반응해왔다.
“일본 사창가에서 일을 하고 있더랍니다.”
“…확실해?”
“네. 일본 호스트 쪽에서는 이미 꽤나 유명하고,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친년…. 진짜 죽을려고 쌩 난리를 다 피우네. 빨리 잡아와. 피를 당장이라도 봐야겠어.”
“그런데 그게….”
“왜?”
“성병에 감염이 된 것 같습니다.”
“젠장할…. 더러운 년. 정말 가지가지 하네. 얼마나 몸을 더럽게 굴렸길래 그 지랄이야?”
“그래도 일단 데려 올까요?”
“아직 일본이겠지?”
“네. 저희 측 감시 안에서 도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려울 것 없겠네. 당장 잡아…. 아니지, 내가 가지.”
“도련님 몸도 안 좋으신데, 알아서 움직이겠습니다.”
“닥쳐.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어.”
나는 이를 바득- 갈았다. 도망간 대가를 똑똑히 알려줄테다. 이승현의 말간 웃음을 떠올리자 부어오른 손목이 간지러워지며, 심장이 아릿했다. 나에게서 가장 큰 중독은, 이승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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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볻아 길어질듯..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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