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두루미폴더 전체글ll조회 3932l

 

처음엔 블락비 [오일] 생각하고 썼던 건데, 쓰다보니까 디오 생각이 나서. 원하는 커플링으로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카디/오일/김수현x임시완] 성석제 첫사랑 | 인스티즈

 

[카디/오일/김수현x임시완] 성석제 첫사랑 | 인스티즈

 

[카디/오일/김수현x임시완] 성석제 첫사랑 | 인스티즈

 

 

오전 2:05 2012-11-07

 

성석제 작가의 ‘첫사랑’을 읽고. 씀.

.

.

.

 

 

 

너를 처음 봤을 때 넌 중학생이었다.

너는 또래 다른 사내보다 몸집이 조금 더 컸고 목소리도 아주 두꺼웠다.

 

나는 그 때 서울에 큰 고등학교로 전학을 왔고,

몸집도 목소리도 너보다 한참은 여렸다.

 

처음 서울은 너무나 낯설었고 하나의 거대한, 또 다른 세계 같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신발 끈이 풀려 길모퉁이에 멈춰 수그리고 끈을 묶고 있는데

나보다 족히 10밀리는 더 커 보이는 발들이 내 앞에 멈춰서고

뒤통수가 뜨거워졌다.

 

고개를 살짝 쳐올리자 3명이었나, 4명이었나.

사내들이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키는 나보다 한 뼘은 더 큰 것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볼 일이 없어 신발 끈을 꼼꼼히 다 묶고 일어나 가방을 고쳐 맸다.

그리고 그들을 피해가려는데 내가 왼쪽으로 가면 그들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내 앞길을 가로 막았다.

 

나는 여리고 작은 내 목소리가 싫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럼 왠지 지는 것 같아,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별로였다.

 

그들은 내 가방을 잡아 질질 끌었다.

나는 연약하게도 그들에게 그저 끌려가기만 했다.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골목길에 나를 던져 넣은 사내들이 내 가방을 뒤적였다.

찾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돈 없어."

난 정말 돈이 없어서 그들에게 헛된 짓을 하지 말라 알려주고 싶었다.

 

그들은 나를 비웃듯이 웃어젖혔다.

그리고 다시 가방을 뒤적이고 내 몸 여기저기를 뒤적였다.

나는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진짜 없는데?"

내가 진작에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런 병신 같은 것들.

 

"에이 씨발."

욕을 하며 내 머리를 세게 내려쳤다.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맞았다. 엄마에게 크게 혼쭐이 나도 맞은 적은 없었다.

안경이 땅으로 떨어져버렸다.

 

그들이 내 앞에서 가까이 서는 것 같았다.

안경이 없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내 앞에 서서 내 어깨를 세게 눌러 앉히고는 나를 마구 때렸다.

그리고.

안경 바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맞으면서도 안경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엄마에게 말하면 분명 혼이 날 텐데.

 

가만히 가방을 끌어안은 채 한참을 맞고 있는데

 

"야!"

하고 누군가의 고함이 저 멀리서 들렸다.

어렴풋이 골목길 저 끝에 키가 큰 누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를 때리던 발길이 멈췄고 그들은 제자리에서 쩔쩔 매다가

키 큰 사내가 다가오자 막 도망을 갔다.

 

"뭐야, 고딩?"

네가 내 앞에 다가왔다.

 

땅에 코를 박고 안경을 찾았다.

한참 더듬거리고 있는데 네가 나보다 먼저 안경을 집어 들었다.

 

"다 깨졌는데."

너의 목소리는 정말로 굵었다.

꼭 할아버지처럼 긁는 소리도 났다.

 

"이리 줘."

"아예 뭉개졌어."

"줘."

너는 안경이라고 할 수 없이 망가져버린 것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 때 내 손목을 살며시 잡던 너의 손은 커다랗고 거칠었다.

 

나는 잘 보이지 않지만 집에 가기 위해서 가방을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너를 지나쳐 골목길을 비집고 나왔다.

 

좁은 골목길 밖은 여전히 시끄럽고.

차가 많고 숨을 쉬기 힘들다.

 

나는 그냥 느낌으로 집을 찾아가고 있었다.

엄마가 당장 안경을 맞춰주지 않을 텐데, 내일은. 모레는. 어떡하지.

 

안 그래도 답답한 매일이, 조금 더 답답해질 것 같다.

 

터벅터벅, 잘 걸어가고 있는데

빵- 하고 자동차가 나를 놀래 켰다.

 

옆으로 비켜서려는데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어 어디로 갈피를 못 잡자

또 다시 빵- 하고 나를 졸랐다.

 

"아이 씨발, 비켜주면 되잖아. 왜 자꾸 빵빵 거려. 매너 졸라 없네."

그 때 아까 들었던 것 같은 그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양 어깨를 감싸고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너를 올려보았다.

 

"너, 나 보여?"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씨발, 구라치네. 전봇대도 안 보이는 게."

"보여."

너는 나를 지금 장님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네게 더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네겐 담배 냄새가 났고.

내가 까치발을 들어도 너와 눈을 맞출 수 없을 만큼 키도 컸다.

.

.

.

 

한 달 정도였나.

너는 나를 따라다녔다.

 

안경이 없어 항상 알아보지 못했지만 너는 어느 샌가 내 옆에 서 있곤 했다.

그리고 안경을 맞추고 나서는 너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네가 옆에서 그 두꺼운 목소리로 재잘거려도 대답 한 번 한 적이 없었지만

가끔 그 목소리가 그립긴 했다.

 

얼굴을 떠올려보려고 해도. 내가 기억하는 네 모습은.

흐리멍덩한 사람의 형체. 그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키가 큰 사내.

 

겨울이 다 지나가고 키가 조금 자랐다.

아직 다른 아이들보다는 한참 작았지만 나는 그것도 기뻤다.

 

2학년이 됐을 때 나는 그 때의 네가 중학생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렵게 사귄 친구들이었는데 다시 떨어지고. 반이 바뀌었다.

 

가만히 앞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교탁에 걸터앉아 내게 100원을 던져주었다.

 

"빵 두 개."

빵돌이 짓을 하라는 것이다.

 

나는 턱이 각지고 어깨가 넓은 사내를 올려보았고

그 아이는 나를 내려 보았다.

 

"왜. 싫어?"

나는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3개."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새끼 같다.

나는 결국 앞에 100원을 집어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 아이를 지나쳐 앞 칠판에 섰다.

그 아이는 내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쳐다만 보았다.

나는 분필을 집어 들고 동그라미 세 개를 그렸다.

 

그리고 그 밑에 각 600이라는 숫자를 쓰고

=1800.

 

1800-100=1700

 

다들 하나 둘 고개를 돌려 나와 그 사내를 번갈아보았다.

 

"뭐, 수학공부라도 하자는 거냐?"

"응. 너가 수학엔 취약한 것 같아서 내가‥."

 

내 말에 사내는 벌떡 일어나 내 멱살을 잡아 쥐었다.

그 때 앞문에서 "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그 사내가 고개를 돌리자 빵이 날아와 얼굴을 맞혔다.

 

"뭐야. 씨발!"

"뭐긴 뭐야, 빵이지 이 새끼야. 하나 더 줘?"

사내는 뒷걸음질을 쳤다.

나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왠지 고개를 돌리면 너의 얼굴이 선명히 보일 것 같아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아, 빵만 먹으면 목이 막히니까. 우유를 달라고?"

너는 앞자리에 놓인 우유 하나를 집어 들어 그 사내에게 세게 던졌다.

우유는 그 아이의 복부를 맞고 터져 교복을 하얗게 물들였다.

 

그 옆에 서 있던 내게도 우유가 살짝 튀어 나는 결국 너를 보지 못하고 뒷문으로 걸어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그 때 종이 쳤다.

아이들은 다다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제 자리를 찾아가기에 바빴다.

하지만 나는 거꾸로였다.

나는 돌아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땡땡이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화장실에서 가만히 튄 우유를 닦다가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도를 지나가다 걸리면 분명 혼이 날 것이고.

지금 교실로 돌아가자니 왜 늦었는지 변명을 하는 것이 싫었다.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대충 털어내고 그 위에 앉았다.

종이 칠 때까지 그냥 여기 있어야겠다.

 

핸드폰도 내고 없어 그냥 물을 틀어놓고 가만히 손끝을 적셨다.

작고 마른 다리는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야."

너였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너였다.

나는 네 목소리를 아는데 네 얼굴은 처음 본다.

하지만 너의 키는,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나는 안다. 그 느낌을 안다.

 

나는 안경을 벗고 너를 바라보았다.

네가 맞다. 이 모습이 내가 봤던 너다.

 

나는 다시 안경을 쓰고 너를 깊게 바라보았다.

눈, 코, 입, 그리고 가슴께에 박힌 너의 이름 세 자.

 

네가 나를 쫓아다닐 때 너는 가끔 내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나는 네 이름을 알 수 없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올려 너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너 역시 할 말은 없었는지 내 앞에 서서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도 눈을 피하지 않고 너를 바라보았다.

 

아 하고 싶은 말이 하나 떠올랐다.

너는 왜 언젠가부터 나를 찾아오지 않았니.

네가 보고 싶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궁금했다.

 

"한 5센티 정도. 키가 큰 것 같더라."

어떻게 알았지. 겨울 방학 내 키가 5센티 자라 167이 되었다.

170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뻐 날뛰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려다가,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듯.

너도 나를 기억하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너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상하게 나는 그런 네 모습을 보며 수줍은 ‘소녀’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네가 여자처럼 예쁘지도, 여리지도 않지만.

너는 꼭 사춘기 소녀마냥 얼굴을 발그레 붉히고 나를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말없이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것치고는 50분이 금방 지나갔다.

종이 울리고 복도는 다시 왁자지껄. 시장 통이 되어버렸다.

 

나는 세면대에서 사뿐히 내려와 너를 지나쳐갔다.

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 굳어 꼭 벌을 서는 것처럼 돌아보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너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

.

.

 

"끝나고 옥상으로 좀 와."

그 때 내게 빵돌이 짓을 시키던 놈이 내게 그랬다.

멍청한 짓이긴 했지만 나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내가 가지 않는 것은 무언가 무서워 도망을 치는 것 같아 나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사내는 다른 사내들을 불러 너에게 당한 것을 내게 분풀이했다.

 

나는 화가 났다.

네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때 한 번 맞고 다신 빵돌이 짓을 시키지 않았으면 그만인 것이다.

근데 너는 일을 더 크게 만들었고.

나는 두 번째로 누군가에게 맞았다.

처음 맞았을 때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그들은 얼마나 때리려고 내가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안경 벗어."

라며 내 가방을 벗겼다.

그리고 안경과 가방을 한 쪽에 고이 모셔두었다.

 

그리곤 내 교복 마이를 벗기고 가방 위에 던졌다.

그대로 얇은 내 셔츠위로 목덜미를 잡아 나를 벽으로 내던지듯 밀어버리고는

얼굴이며 배를 마구 걷어찼다.

 

나는 정말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엉엉 울지 않았다.

 

그들이 다 떠나가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집에 가려고 안경을 꼈다.

그리고 교복을 입으려는데 팔에 멍이 들어 엄청 아팠다.

다리도 아팠고 배도 아팠고. 얼굴도 아프고. 입 안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안 아픈 곳 없이 몽땅 아팠다. 그래서 나는 크게 울어버리고 말았다.

 

누가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테지만 나는 혼자 가방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핸드폰으로 살짝 비춰 진 몰골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했다.

 

왜인지 내가 여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여자였다면 처음부터 내게 빵돌이 같은 것은 시키지 않았겠지.

여자였다면 키가 작다고 무시당하는 일은 없었을 테지.

 

내 작고 여린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며 눈물을 토해냈다.

 

한참을 울다 하늘이 붉게 물든 것을 보고는 집에 가기 위해 일어섰다.

운동장을 가로 질러 체육관을 지날 때였다.

거기서 갑자기 네가 튀어나왔다. 운동을 했는지 잔뜩 땀에 젖어서.

 

나는 네가 밉다. 싫다.

너 때문에 내가 맞아서 싫다.

 

나를 보는 네 눈빛도 싫고. 알고 있었다.

네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렇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땐 그냥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싫다.

그리고 내가 저 위에서 매질을 당하고 있을 때 네가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더 싫었다.

 

나보다 한 살이나 어리면서 내게 반말을 하는 것도 꼴사나웠다.

너는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숨을 쌕쌕 쉬었고

나는 그런 너를 노려보았다.

 

눈이 퉁퉁 부어 노려보는 것이 눈꺼풀이 아릴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나는 절대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너는 가만히 서서 눈을 꿈뻑였다.

 

결국 내 눈이 빨갛게 충혈이 돼 눈물을 만들어냈다.

곧 떨어질 것 같이 고인 눈물을 너는 보았다.

 

농구공을 안고 네 이름을 부르며 나오는 사내를 너는 바라보지도 않고 가라고 했다.

 

"애들 데리고 다 가."

"어? 어."

 

네 말에 사내는 체육관에서 애들을 죄다 불러 교문 밖으로 나갔다.

조용했다.

내가 울기에 딱이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후두둑 후두둑 떨어졌다.

 

너는 크고 거친 손으로 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나를 체육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구석에 세워진 뜀틀위로

나를 안아 올려 앉혔다.

내가 왜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네가 잡은 내 옆구리가 아파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얼굴은 이미 일그러질 때로 일그러져 있어

너는 눈치 채지 못했다.

 

나는 몸이며 얼굴이며 다 너무 아파서 몰랐는데

추워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게 추워서. 단지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너는 마이를 벗어 내 어깨에 걸쳐주고는

평소와 같이 날 보던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그 눈빛이 싫다.

나를 여자 보듯 보는 이 눈빛이.

나는 싫다.

 

"그 때 걔야?"

나보다 어린 게 꼭 형처럼 말하는 것도 싫다.

 

"말을 해 봐."

네가 손을 뻗어 내 볼을 쓸었다.

내가 아마 울고 있던 모양이다.

 

나는 너의 손을 앙칼지게 쳐냈다.

그랬더니 너는 또 나를 귀엽다는 눈빛으로 보며 웃었다.

나는 기분이 나빴다.

 

"나는 여자아이가 아니야."

"알아."

너는 더 가까이 와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 몸은 다부졌지만 나를 억세지 않게 안았다.

나는 잠시 가만히 있었지만 너를 밀어내버렸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니?"

나는 네가 싫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사람 맘을 그렇게 몰라?"

너는 인상을 구겼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지 않다.

 

"나는 너가 싫다. 나는 너가 싫어!"

소리를 빽 지르고 너를 밀어냈다.

그리고 뜀틀에서 뛰어 내려 너를 지나쳐갔다.

 

걷다 보니 무거운 것이 무언가 내 어깨에 걸쳐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네 교복이었다. 크기도 크다.

 

나는 다시 네게로 걸어가 교복을 내게 던져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소녀마냥.

너를 도망쳐 체육관을 나왔다.

.

.

.

 

이 상처 가득한 얼굴은 가릴 수도 없었고. 핑계를 댈 수도 없었다. 결국 엄마가 학교를 찾아 왔다.

나도 너무 놀랐고 당황스러웠고. 창피했지만

내심 그들이 혼나길 바랐다.

 

하지만. 아이들은 하나같이.

 

1학년에 그 아이와 같이 있는 걸 봤어요.

아이들을 잘 때려요.

괴롭히는 걸 봤어요.

 

등등 지금이다. 하며 너를 몰아세웠다.

 

결국 교무실에 교감선생님. 담임선생님. 학생주임선생님. 엄마. 너와 나. 이렇게 둘러앉았다.

 

엄마는 너를 보자마자 따귀를 때렸다.

나는 놀랐지만 엄마를 말리지 못했다.

혹여 네가 우리 엄마에게 해코지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은 들었다. 너는 그만큼이나 무서운 놈이었으니까. 무지막지했고.

 

아이들은 너를 싫어했고 무서워했고 피했다.

 

담임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얘가 널 이렇게 때린 거니?"

 

아니라하고 싶었다. 하지만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나는 껄끄러웠다.

 

그리고 내 앞에서 한쪽 뺨이 부어오른 채 앉아있는 네가 싫어. 나는 그만 네 하고 대답해버렸다.

밖에 선 사내는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네게 소리를 질렀고 또 너를 때리려했다.

하지만 내가 말렸다. 말하고 나니. 미안했던 것이었다.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 날 교실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간 후에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서웠다.

 

하고 보니 어마어마한 거짓말이었다.

책상에는 빵 하나가 올려 져 있었다.

 

진짜 나를 때린 사내가 맘에 드는 행동이었다며

다른 빵돌이가 사온 빵을 내게 주었다.

 

나는 그 빵은 그대로 올려둔 채 가방만 매고 교실을 나왔다. 복도 창으로 체육관이 보이는데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왠지 네가 있을 것만 같다.

 

나는 다시 교실로 가 빵을 들고 체육관으로 뛰어 내려갔다. 너는 그 때 그 뜀틀 위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발끝이 바닥에 닿는다. 나는 그렇지 않았었는데. 나는 가까이 다가가 네게 빵을 내밀었다.

 

내가 산 것은 아니지만 마치.

내가 너를 위해 산 것이야. 그런 것 같아서.

도로 내빼려다가 말았다. 한참 빵을 내민 내 손을 바라보고만 있기에 나는 네 옆에 빵을 내려놓고 등을 돌렸다. 그러자 너는.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11일 동안 너를 볼 수 없었다.

-

 

네가 학교에 돌아온다면 꼭 사과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학교로 돌아오면 내게 먼저 얼굴을 비춰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너는 3일이나 보이지 않았다. 체육관에서도 너를 볼 수 없었다.

 

왜인지 땡땡이를 치고 싶어져서

나는 종이 치기 전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저번에 내가 땡땡이를 쳤을 때.

나는 존재감이 없던 아이라 그런지 나를 찾는 이는 없었다. 내가 빠진 것을 아무도 몰랐다.

 

옥상 문은 끼익 요란하게 열렸다.

그리고 나는 내가 맞던 그 곳에 다시 발을 딛고 문을 잠갔다. 그런데.

 

한 편에 쌓여져있는 책상 틈새로 네가 보였다.

너도 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너는 그 눈빛으로 나를 보지 않고 외면했다.

이제 내게 말을 걸지 않을 모양이다.

나는 잘됐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무언가 마음이 쓰렸다.

 

너와는 아주 반대쪽으로 가 바닥에 그냥 털썩 앉았다.

아직은 날씨가 쌀쌀했다.

 

나는 힐끔 너를 바라보았다.

책상을 여러 개 붙어 누워있는 너는 손으로 무언가를 매만지고 있었다.

 

무릎을 모으고 가만히 앉아 다 닳은 운동화 끝을 손으로 문지르고 있는데 네가 터벅터벅 걸어와 내 앞에 섰다.

 

내가 올려보자 너는 손으로 매만지던 그것을 내게 건넸다. 내 것이었다.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내가 가방에 항상 매달고 다니던 작은 인형이었다.

중학교 때 친구가 나를 닮았다고 선물 해 준 캐릭터 인형이었다. 많이 닳았지만 내가 아끼던 것.

 

"그 때 안경과 함께 떨어져 있었다."

반년은 된 얘기다.

 

"언제 돌려줄까. 항상 생각했는데.

그 인형은 꼭 너를 닮았다."

너는 그 때 한 달을 꼬박 나를 따라다니며 이 인형을 언제 돌려줘야하나 고민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화장실에서 다시 만났을 때 넌 마이 주머니 속에 무언가를 계속 매만지고 있었다.

 

너는 이것이 든 마이를 내게 입혀주었었다.

너는 이것을 내게 어떻게든 돌려주려고 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안경을 다시 맞추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너는 그 골목길 옆에 서 있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너는 나를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너는 이미 내 시야에 없었다.

나는 옥상 문을 열고 나가는 네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는 네게 말했다.

"미안하다."

 

계단을 올라오던 학생주임 선생님께 걸려 버리고 말았다. 선생님은 다짜고짜 너의 귀를 잡으며 또 나를 괴롭힌 것이냐 추궁했다. 너는 모든 이들이 무서워하는 학생주임 선생님의 손을 뿌리쳤다. 선생님도 당황한 기색이 보였고. 항상 들고 다니던 몽둥이를 네게 휘두르려했다. 나는 그 때 무슨 용기였는지.

 

"제가 땡땡이치자고.. 했어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그리하여 옥상에서 둘이 엉덩이를 맞았다.

나는 너무 아파 다리를 절뚝였다. 하지만 너는 말짱했다.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네가 물었다.

 

"왜 그랬냐."

나는 대답하지 않고 교실로 들어갔다.

왜인지 나도 알 수가 없어 대답 못한 것이다.

 

교실 문을 닫기 전 빼꼼 바라 본 넌.

제자리에 서서 내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자습 시간에 불려가 반성문을 썼다.

너는 없었다. 나는 빠르게 적고 이곳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장 정도를 다 채웠을 무렵.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왔다. 나는 종이 한 장을 밑으로 숨겼다.

 

너는 이제야 등교를 한 모양이다.

너의 눈빛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와 있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헐 짱이야...........근데 이글이 원래 있었던거예요? 아니면 작가님이쓰신거예요? 암튼 너무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저도 모르게 태일이링 표지훈에 빙의됐어욬ㅋㅋㅋㅋㅋㅋ 진짜 잘어울리는듯,....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아! 작가님이쓰신거구나! ㅠㅠㅠㅠㅠㅠ진짜짱이예요ㅠㅠㅠㅠㅠㅠㅠ완전 아련아련 하니....짧은 글로 이렇게 여운을 받는건 처음이예요ㅠㅠ 잘읽었습니다! ♥
10년 전
독자4
수현시완커플링으로읽었는데....ㅎ지금 헤어나올 수 없네요...아련아련열매.....너무많이 먹은듯 ..지금 ...뭔가 여운이너무남고 ㅠ....어쩌졍 ㅜㅜㅜ또 금손으로 뒷이야기 좀 써주세용 ㅠㅠ하앍 ㅜㅜㅜ
10년 전
독자6
헐 분우ㅣ기쩌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허유ㅠㅠㅍ
10년 전
독자7
이제와 덧글다는거 뒷북이지만 진짜 ㅜㅜㅜㅜㅜㅜㅜ 너무좋아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여운ㅇ남네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8
이걸왜이제봤을까요ㅠㅠㅠㅠ작가님 금손..ㅠㅠㅠㅠ
오일에 아주 딱이에요 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ZE:A 임시완군 대학 자퇴? 한 정확한 이유가 23 하아아아아ㅏ아.. 04.11 20:12
ZE:A [변요한X임시완] 연우 (連雨) 21 김설 03.22 14:00
ZE:A [제국의아이들/임시완] 더 이상의 행복은 없다 00 02.27 15:00
ZE:A [변요한X임시완] 연우 (連雨) 16 김설 02.18 00:15
ZE:A [한석율X장그래] 맞닿음34 율래 01.17 22:04
ZE:A [한석율X장그래] 한 발짝, 성큼24 율래 01.13 22:06
ZE:A [한석율X장그래] 시작25 율래 01.09 22:04
ZE:A [한석율X장그래] 심야 영화15 율래 01.04 21:53
ZE:A [한석율X장그래] 집착, 혹은 질투16 율래 12.19 22:13
ZE:A [한석율X장그래] 열감기15 율래 12.17 21:51
ZE:A [한석율X장그래] 접촉 금지15 율래 12.14 21:44
ZE:A [한석율X장그래] 상사병26 율래 12.12 21:15
ZE:A [하정우x임시완] 제목 없음 3 야하아아 12.07 01:00
ZE:A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6 야하아아 11.26 21:12
ZE:A [카디/오일/김수현x임시완] 성석제 첫사랑6 두루미폴더 03.29 02:36
ZE:A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 뀨ㅣ뀨ㅣ 03.02 00:08
ZE:A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5 온나 02.13 19:18
ZE:A [퓨전/우지호X임시완] 그때의 너, 그 날의 나12 악당 01.25 03:43
ZE:A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0 온나 01.13 18:50
ZE:A [임시완/박경] 회상22 순민민 01.12 20:35
ZE:A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온나 01.10 19:07
ZE:A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0 온나 01.08 10:13
ZE:A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온나 01.06 17:04
ZE:A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9 미인령 01.04 00:24
ZE:A 남쟈기의 은밀한 취미생활22 찌약 06.05 08:21
ZE:A 남작의 비밀스런 취미생활3 찌약 06.04 06:51
ZE:A 제국의아이들네 10남매; 01 베베과자 08.18 17:22
전체 인기글 l 안내
4/28 12:16 ~ 4/28 12:1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