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에게 04
4장. 영화와 현실의 괴리 (1)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다음날에 약속을 잡고 싶었지만 성우의 회사 면접과 은주의 동아리 모임 때문에 두 사람은 사흘이 지난 토요일이 돼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약속 날까지 기다리는 3일 동안 성우와 은주는 서로에게 꼬박꼬박 연락을 하며 안부를 물었다. 약속 하루 전날, 두 사람은 내일 만나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낼지 정해야 했다. 소리 없는 문자만 오갔던 시간들 끝에 용기를 낸 성우 덕에 둘의 첫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다.
[여보세요?]
[은주씨... 맞죠?]
[성우씨! 웬일이에요, 전화를 다 하고?]
[내일 만나서 뭐 할지 같이 정하고 싶었는데 문자로 하려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요.]
[맞다. 우리 내일 보죠?]
[뭐야, 까먹고 있었어요?]
[안 까먹었죠 당연히. 마침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는데 그거 성우씨랑 같이 보면 되겠다.]
[무슨 영환데요?]
[이터널 선샤인이요. 재개봉 한대요! 워낙 유명한 영화라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그 영화는 연애 경험이 많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봐야지 하고 계속 미뤄 왔는데 이러다간 평생 못 보게 생겼더라고요. 성우씨 혹시 이터널 선샤인 봤어요? 본 적 있으면 그냥 다른 거 봐도 돼요.]
[...저도 아직 안 봤어요. 로맨스 영화 맞죠? 나 로맨스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내일 봐요, 같이.]
[진짜 잘됐다. 사실 너무 보고 싶어서 계속 예매표 찾고 있었거든요. 두 시 반쯤에 하나 있는데 그럼 내일 점심은 각자 해결하고 두 시쯤에 영화관 앞에서 만날까요? 성우씨 학교 근처에 영화관 있던데. 영화관은 거기로 정하는 게 편하죠?]
[전 괜찮은데 은주씨한테 너무 멀지 않아요?]
[저 그쪽 살아요. 걸어서 10분 거리?]
[아 맞다.]
[알고 계셨어요?]
[소개팅 나가기 전에 재환이가 말해준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그럼 내일 두 시에 영화관 앞에서 보는 걸로?]
[네! 방금 표 예매했어요.]
[너무 미안한데... 제 표는 제가 살게요.]
[뭘 영화표 가지고 그래요. 그렇게 미안하면 나중에 성우씨가 영화 한 번 쏴요.]
[아... 그럼 내일 팝콘이라도 제가 살래요.]
[그래요 그럼. 저 카라멜 팝콘 좋아해요!]
[알았어요. 꼭 카라멜 팝콘으로 살게요. 내일 봐요.]
토요일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오늘은 기필코 은주보다 먼저 약속장소에 나가 기다리겠다고 다짐한 성우는 집에서 출발하기 전 거울 앞에 서서 섬세한 손길로 머리를 매만졌다. 면접이 끝난 기념으로 짧게 잘라버린 그 머리를 말이다. 머리카락이 너무 짧은 탓에 원하던 대로 손질되지 않자 성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마음에 쏙 드는 스타일링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더 욕심을 내면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 성우는 들고 있던 드라이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껴 두었던 코트를 꺼내 입고 집을 나선 성우의 발걸음은 누구보다 가벼웠다.
영화관에 도착한 성우는 은주가 먼저 와있는지 아닌지를 가장 먼저 확인했다. 자신이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성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0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서 하이힐을 신고 걸어오던 은주가 미리 와 있는 성우를 보고는 어설프게 뛰어왔다.
“성우씨, 미안해요. 제가 좀 늦었죠. 많이 기다렸어요?”
“많이 안 기다렸어요. 저도 방금 도착했거든요.”
“아 정말요? 다행이다. 아직 시간 많이 남았네요. 너무 일찍 만나자고 했나?”
“들어가서 티켓 뽑고 팝콘 사고 하다 보면 시간 금방 가요.”
“맞다 팝콘. 얼른 들어가요.”
잊지 않고 은주가 좋아하는 카라멜 팝콘을 산 뒤 좌석에 앉은 성우에게 은주가 말을 걸었다.
“아까부터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머리 자르신 거...”
“아... 이상하죠?”
“아니요? 되게 괜찮은데? 잘 어울려요!”
“이상하ㅈ...”
“진짜 안 이상해요! 잘 어울린다고 말하려던 거였어요.”
은주의 계속된 칭찬이 성우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 성우가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는 듯 말했다.
“별로잖아요.”
“누가 그래요?”
“친구들이.”
“아니 친구 분들...”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되게... 뭐라고 표현해야 되지......”
“거봐요, 말 못 하잖아. 딱 들켰죠?”
“......귀여워요, 되게. 이런 말 실례인가?”
“귀엽다는 말... 처음 들어 보는데......”
“아...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근데 이게 나쁜 뜻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네?”
“이런 머리도 귀엽다고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요.”
성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상영관이 어두워졌다. 꺼져버린 조명 탓에 성우는 은주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은주가 성우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 정말 잘 어울려요. 빈말 아니라 진짜로요.”
두 시간가량의 영화가 끝나고 다시 상영관 내부에 불이 켜졌다. 하나 둘씩 일어나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있던 성우는 은주가 나가자는 손짓을 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주섬주섬 짐을 챙길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우에게 차마 말을 붙일 수 없었던 은주는 영화관에서 나오고 나서도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떼었다.
“영화 재미있었어요?”
성우가 짧게 대답했다.
“네.”
“영화 되게 열심히 보던데. 중간에 운 건 아니죠?”
자신이 영화에 너무 몰입했다는 사실을 들킨 것 같아 민망해진 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울진 않았어요. 다행히도.”
급격히 성우와의 거리가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 은주가 성우를 멈춰 세우고는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성우씨 지금 엄청 이상해요. 혹시 제가 뭐 실수한 거 있어요?”
땅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 쉰 성우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냥... 처음 봤을 때랑 느낌이 너무 달라서요.”
“...이 영화 본 적 없다고 왜 거짓말 했어요. 다른 거 봐도 상관없었는데.”
미안해하는 은주에게 성우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에요. 저도 이 영화를 너무 오래 전에 봐서 다시 보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었거든요. 볼 때마다 새롭다는 평이 많은 영화잖아요.”
“정말 그래서 다시 본 거 맞죠?”
“진짜라니까 그러네.”
“다시 보니까 기분이 어떤데요?”
“......”
“질문이 너무 어려웠나?”
“살짝?”
“그럼 질문 바꿔서. 다시 보니까 정말 새로워요?”
“별로잖아요.”
“누가 그래요?”
“친구들이.”
“아니 친구 분들...”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되게... 뭐라고 표현해야 되지......”
“거봐요, 말 못 하잖아. 딱 들켰죠?”
“......귀여워요, 되게. 이런 말 실례인가?”
“귀엽다는 말... 처음 들어 보는데......”
“아...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근데 이게 나쁜 뜻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네?”
“이런 머리도 귀엽다고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요.”
성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상영관이 어두워졌다. 꺼져버린 조명 탓에 성우는 은주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은주가 성우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 정말 잘 어울려요. 빈말 아니라 진짜로요.”
두 시간가량의 영화가 끝나고 다시 상영관 내부에 불이 켜졌다. 하나 둘씩 일어나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있던 성우는 은주가 나가자는 손짓을 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주섬주섬 짐을 챙길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우에게 차마 말을 붙일 수 없었던 은주는 영화관에서 나오고 나서도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떼었다.
“영화 재미있었어요?”
성우가 짧게 대답했다.
“네.”
“영화 되게 열심히 보던데. 중간에 운 건 아니죠?”
자신이 영화에 너무 몰입했다는 사실을 들킨 것 같아 민망해진 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울진 않았어요. 다행히도.”
급격히 성우와의 거리가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 은주가 성우를 멈춰 세우고는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성우씨 지금 엄청 이상해요. 혹시 제가 뭐 실수한 거 있어요?”
땅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 쉰 성우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냥... 처음 봤을 때랑 느낌이 너무 달라서요.”
“...이 영화 본 적 없다고 왜 거짓말 했어요. 다른 거 봐도 상관없었는데.”
미안해하는 은주에게 성우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에요. 저도 이 영화를 너무 오래 전에 봐서 다시 보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었거든요. 볼 때마다 새롭다는 평이 많은 영화잖아요.”
“정말 그래서 다시 본 거 맞죠?”
“진짜라니까 그러네.”
“다시 보니까 기분이 어떤데요?”
“......”
“질문이 너무 어려웠나?”
“살짝?”
“그럼 질문 바꿔서. 다시 보니까 정말 새로워요?”
“별로잖아요.”
“누가 그래요?”
“친구들이.”
“아니 친구 분들...”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되게... 뭐라고 표현해야 되지......”
“거봐요, 말 못 하잖아. 딱 들켰죠?”
“......귀여워요, 되게. 이런 말 실례인가?”
“귀엽다는 말... 처음 들어 보는데......”
“아...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근데 이게 나쁜 뜻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네?”
“이런 머리도 귀엽다고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요.”
성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상영관이 어두워졌다. 꺼져버린 조명 탓에 성우는 은주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은주가 성우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 정말 잘 어울려요. 빈말 아니라 진짜로요.”
두 시간가량의 영화가 끝나고 다시 상영관 내부에 불이 켜졌다. 하나 둘씩 일어나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있던 성우는 은주가 나가자는 손짓을 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주섬주섬 짐을 챙길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우에게 차마 말을 붙일 수 없었던 은주는 영화관에서 나오고 나서도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떼었다.
“영화 재미있었어요?”
성우가 짧게 대답했다.
“네.”
“영화 되게 열심히 보던데. 중간에 운 건 아니죠?”
자신이 영화에 너무 몰입했다는 사실을 들킨 것 같아 민망해진 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울진 않았어요. 다행히도.”
급격히 성우와의 거리가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 은주가 성우를 멈춰 세우고는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성우씨 지금 엄청 이상해요. 혹시 제가 뭐 실수한 거 있어요?”
땅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 쉰 성우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냥... 처음 봤을 때랑 느낌이 너무 달라서요.”
“...이 영화 본 적 없다고 왜 거짓말 했어요. 다른 거 봐도 상관없었는데.”
미안해하는 은주에게 성우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니에요. 저도 이 영화를 너무 오래 전에 봐서 다시 보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었거든요. 볼 때마다 새롭다는 평이 많은 영화잖아요.”
“정말 그래서 다시 본 거 맞죠?”
“진짜라니까 그러네.”
“다시 보니까 기분이 어떤데요?”
“......”
“질문이 너무 어려웠나?”
“살짝?”
“그럼 질문 바꿔서. 다시 보니까 정말 새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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