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에게 02
2장.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아름답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한 술자리에 참석한 스물여섯의 성우가 보인다. 평소 술을 즐겨 마시지 않는 성우지만, 오늘 중요하게 할 말이 있으니 꼭 나오라던 재환이의 부탁 때문이었다. 술자리가 끝나고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새벽, 재환이가 택시를 잡으려던 성우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야 옹성우, 이번엔 진짜야. 똑똑하고, 센스 있고, 이쁘장하니 생긴 것도 귀엽고. 우리 학교에서 엄청 인기 많은 애야. CC는 싫다고 고백은 들어오는 족족 다 거절하면서 이제 연애 좀 하고 싶다고 괜찮은 남자 있으면 소개해달라더라. 아무한테나 소개해주기 싫은 앤데 내가 특별히 너니까 소개팅 주선해주는 거야.”
승혜와 헤어진 이후 다시 누군가에게 정 주는 것이 두려워 3년이 다 되도록 연애는 물론이고 소개팅 한 번을 나간 적이 없었던 성우는 오늘도 역시 끈질기게 여자를 소개해주겠다는 재환이의 말을 딱 잘라 거절했다.
“참나, 내가 소개팅 나가는 거 봤어? 싫어. 지금은 연애할 생각 없다고 몇 번을 말하냐.”
“너 말은 그렇게 해도 외로운 거 다 알아. 이번이 기회야. 이렇게 좋은 여자 찾기 힘들다니까?”
좋은 여자라는 말에 성우가 괜히 예민해졌다.
결국 바람이 나 떠나버린 승혜도 처음에는 성우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자였으니까.
“좋은 여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내가 억지로 나가서 똥 씹은 표정으로 앉아있었으면 좋겠어?”
“야야, 너 말을 왜 그렇게 해. 다음 주 시간 괜찮지?”
“나 다음 주 바빠. 전에 말했던 회사 면접도 있고, 엄마 생신도 있고. 또...”
“또 뭐.”
“...몰라. 암튼 바빠. 싫어.”
“됐어 임마. 이제 그 승혜인지 슬혜인지 너 버리고 간 사람은 잊고 너도 여자 좀 만나라. 언제까지 얼빠진 사람처럼 눈 감고 귀 닫고 공부만 할 거야?”
성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숨을 한 번 고른 성우가 입을 열었다.
“...누나 때문 아니야. 졸업도 해야 하고, 취업도 해야 하고. 내가 지금 연애할 시간이 어딨냐.”
“새끼... 내가 널 모르냐.”
“알면 제발 좀 닥쳐. 옆에서 계속 궁시렁대지 말고.”
“너 또 까먹었다고 하지 마. 다음 주 화요일이야. 너희 학교 맞은편 카페 알지? 너 안 그래도 나가기 싫어할 거 뻔히 아는데 장소까지 멀면 진짜 안 나간다고 할까 봐 걔한테 이해 좀 해달라고 했어. 마침 그 근처 산다더라. 너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썼는데 이번에도 파토내면 알아서 해, 옹성우.”
학교 맞은편 카페. 승혜가 성우를 모질게 밀어내버린 바로 그 카페였다. 그 근처만 가도 자꾸만 승혜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헤어진 이후 다시 간 적이 없었는데, 하필 억지로 나가게 된 소개팅 장소가 그곳이라니. 신나서 떠드는 재환이를 눈앞에 두고 차마 나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었던 성우는 속으로 소개팅 날이 평생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다음 편부터는 늘어난 분량과 함께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가 이루어질 예정이에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