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종인…. 우리 쭈쭈가 살아 돌아왔어…."
"응, 그래…."
시큰둥한 표정으로 찬열의 이야기를 흘려 버리는 종인이 쩌억하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책상에 엎드렸다. 뜨거운 히터 바람이 교실 속 공기를 후끈하게 달궜다. 그러자 찬열이 답답하다는 듯 마른 세수를 한 번 하더니 다시 입을 뗐다.
"아, 진짜라니까? 진짜야. 계속 생각난다. 사실 처음 만나자마자 뽀뽀해버렸어…."
"넌 처음 만나자마자 섹스도 하는 놈이잖아."
"쫌 닥쳐 봐! 몰라…. 근데 되게 설렜어. 내가 변태 또라이냐…."
종인과 찬열의 전혀 학생답지 못한 대화에 교실에서 수다를 떨고 있던 아이들 몇몇이 쳐다보자 찬열이 '뭘 꼬라봐.' 라고 한 마디를 내던지자 곧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다들 제 하던 일들을 다시 시작했다. 찬열은 눈을 살포시 감아 흐릿한 경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동그란 눈에 오똑한 코, 그리고 도톰한 입술…. 아무리 봐도 경수는 쭈쭈가 환생해 온 것이 분명했다. 예전 경수가 dodo0112였을 시절 저를 조롱했던 일들도 까맣게 잊은 찬열은 지금 천국을 걷고 있는 것만 같은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움에 사무친 찬열이 핸드폰을 꺼내 들어 '♡도쭈쭈♡'에게 카톡을 날렸다. - 뭐해? - 제발 답장 해줘.. - 보고 싶어. ……제가 차단되어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찬열은 숫자 1이 사라지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여기 또 한명의 멘탈 붕괴자가 있었으니….
"씨발! 요즘 애새끼들은 다 이래? 미친 새끼 아냐? 확 고자나 돼 버려라! 씨발…! 나도 엄마 아빠랑밖에 못해 본 뽀뽀를 그런 양아치 새끼랑 했다고……!"
경수가 휴대폰을 잡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반대편 수화기에서 진정하라는 친구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그러나 경수의 흥분 게이지는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너 같으면 진정을 할 수가 있겠어? 씨발! 근데 더 좆같은건! 내가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질질 짜면서 도망쳤다는 거야! 씨발! 그 이후로도 계속 카톡질이라고! 번호 바꿀거야! 좆나 자존심 상해! 쭈쭈는 무슨 얼어죽을 쭈쭈! 난 쭈쭈같은 거 없다고! 그 새끼 날 쭈쭈있는 여자로 착각한 거 아니냐?"
그렇게 30여분 간 휴대폰에 대고 제 속에 가득 차 있던 욕이란 욕은 다 뱉고 나서야 경수는 쇼파에 앉아 겨우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 밖에 없어! 저번에 크게 저에게 빅 엿을 주었다지만 운이 안 좋았던 것일 뿐이라 단념한 경수는 노트북을 켜 '지식인간'에 접속했다.
(내공有) 제.발 도와주세요ㅠㅠ;;
비공개 조회수 1
처음 만난 남자가 저한테 쭈쭈라고 하면서 뽀뽀했어요;;
너무 놀라기도 하고 그래서 그땐 울면서 뛰쳐 나와버렸는데...;;
그 이후로 계속 쭈쭈야.. 하면서 문자가 오는데 이 미1친 넘을 어떡하져
그리고 쭈쭈가 대체 무슨 뜻일까요 ㅠㅠ
질문을 모두 작성한 경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작 학창시절에는 일진들 눈에 거슬린 적 단 한 번도 없이 조용히 지냈는데 대체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요즘 주변에서 이런 일들만 생기는 건지…! 으아아아! 경수는 제 머리를 붙잡고 괴성을 질렀다. 진짜 살기 싫어어!
그리고 몇 시간 뒤. 경수의 질문에 답변이 하나 달렸다.
re: (내공有) 제.발 도와주세요ㅠㅠ;;
jongdae1919
님에게 절실할듯여~~~~~~~~~~~~~~~~~~~~~~~~~ㅋ~~~~~~~~~~~~~~~~~~~~수고욤ㅋ
개새끼…! 근데 분명 어디서 많이 본 아이디인데! 경수는 씩씩대며 jongdae1919를 신고해 버렸다. 나를 정신 병자로 몰다니! 경수는 괜히 죄없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안경을 치켜 올렸다. 내가 아니라 그 양아치 새끼가 정신 병자겠지!
종인의 학교도 개학이었다. 경수는 이제 집에서 편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환호했다. 종인이 없는 오전과 오후 시간이면 이제 노래도 부르고 혼자 거울도 보면서 연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네…. 아, 네…. 네. 이따 찾아뵙겠습니다."
집으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경수의 표정이 짐짓 어두워졌다. 종인의 담임의 전화였다. 종인은 일 년에 두 세 번 쯤은 늘 이렇게 사고를 쳐서 경수를 학교로 불러가게 했다. 부모님은 멀리에 사신다며 언제나 자신을 친형이라며 불러 들이곤 했다. 사실 모든 사실을 말해버리고 싶었던 적은 많았지만 뒤에 돌아올 종인의 보복이 두려워 그러지 못했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던 경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개학한 지 몇 일이나 됐다고 벌써 학교에 불려가게 하다니…! 경수도 스스로도 제가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드, 등교 정지요…?"
"네…. 패싸움이라 어쩔 수가 없어요. 그 쪽도 징계 똑같이 받구요…. 왠만하면 교내 봉사로 좋게 끝내고 싶지만, 종인이가 저번에도 교내 봉사를 한 이력이 있더라구요…."
등교 정지 일주일이라니…. 경수의 눈 앞이 캄캄해졌다. 별 일 아닐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저번처럼 학교 선생님과의 마찰 문제이거나 벌점 문제일 줄 알았는데 패싸움이라니.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스케일에 경수는 고개를 떨궜다. 괜히 제 잘못이 아닌데도 제가 잘못한 것만 같았다.
"종인이, 많이 힘드시죠…? 이 일은 부모님께 꼭 연락 드려야 할 거에요…."
"네에…."
경수는 애잔하게 저를 쳐다보는 담임의 눈초리에 울컥 쏟아지려는 눈물을 겨우 참아내고 면담이 끝나자 상담실에서 나왔다. 그러자 맞은편 벽에 기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경수를 기다리고 있던 종인이 보였다. 바지 폭 하고는…. 꽉 줄여 다리에 달라붙은 교복바지가 눈에 거슬렸다. 얼른 와. 힘들게 입을 떼고 먼저 발걸음을 했다. 둘 사이에 아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그저 경수의 뒤를 종인이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을 뿐이었다. 학교에서 조금 벗어난 듯 하자 경수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종인을 쳐다봤다.
"이번 일은 준면이 형한테 알릴 꺼야…."
"뭐……?"
"……."
야, 그럴거면 내가 너를 왜 형이라고 불렀는데? 종인이 경수의 어깨를 툭 치더니 앞질러 지나갔다. 경수는 부딪힌 어깨를 감싸쥐고 울상이 되어 버렸다. 어째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엔 질풍노도의 시기일 테니, 그럴 수도 있다며 넘기곤 했는데…. 경수는 멀어지는 종인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다 고개를 숙였다.
경수가 수화기를 내려 놓고 입에 물고 있던 볼펜 뚜껑을 도로 볼펜에 끼워 놓은채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아오, 피곤해!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던지고 침대에 대자로 뻗었다. 결국 경수는 이 집을 나와 혼자 지낼 집을 다시 구하기로 했다. 드디어 3년간의 새드 스토리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괜찮은 집 하나 구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건지 아무리 여기 저기 검색해보고 전화를 해 봐도 꼭 한 군데씩 제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집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 전까진 부모님께서 계시는 본가 빈 방에 들어가 지내기로 했다. 그저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막연한 일이었는데 이제 정말 자유라니!
준면에게 집을 나가게 되었다는 말을 꺼낼 때 경수는 조금 미안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오래 종인과 지내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고 그간 저가 고생했던 것들을 생각하면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 온갖 욕설과 잔심부름, 청소와 빨래에 매일 같이 밥까지 차려줬지!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종인에게 아쉽게 군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었던 것이다.
준면도 처음에는 조금 놀란듯 했지만 경수가 글 쓸때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꼭 필요하다는 말에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다며 곧 수긍했다. 혼자 지내게 될 종인이 조금 걱정 되기는 했지만, 제가 없어져 봐야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게 될 종인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통쾌했다. 그래,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해야지! 여기서 피해자는 도경수, 바로 나야. 어물쩡한 동정심에 사로잡혀선 안 돼!
학교에 간 날 종인이 저를 지나쳐 간 이후로 종인과 한 마디 말조차 나누지 않았다. 벌써 5일째였다. 항상 이런 식으로 의견에 차이가 생기면 저가 먼저 자존심을 굽히고 종인에게 먼저 사과를 했는데 이번만큼은 져 줄수 없었다.
집을 나가는 그 날. 종인이 다시 학교에 나가는 그 날. 종인이 학교에 간 사이에 조용히 집을 비우고 준면에게 모든 사실들을 말할 작정이었다. D-2. 내일부터 당장 짐을 쌀 생각에 경수는 살짝 설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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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션입니다ㅠㅠ여러분! 오랜만에 찾아뵈네요ㅠㅠ// 죄송합니다 노트북이 고장나서 고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흑흑
새벽에라도 그래도 찾아 왔어요!!!!!!!!! 잘했나요!!!!!!!!!!!!! 지금 목이 너무 아파서 제대로 다시 읽어 보지도 못했어요ㅠㅠ.. 반성합니다!..반성반성..
그나저나 우리의 카디들은.. 과연 어떻게 화해를 할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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